[리뷰] 유행에 치우치지 않고 제대로 돌아온 '모던 워페어'

리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7개 |

A: "콜 오브 듀티는 멀티플레이가 핵심이지"
B: "무슨 소리야, 콜 오브 듀티는 싱글플레이지"


둘 중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사실 어느 한 쪽을 고르기 어려운 문제이기는 합니다. 제일 첫 번째 '콜 오브 듀티'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우리에게 익숙해진 프라이스 대위의 존재를 생각해보면 콜 오브 듀티의 핵심은 싱글플레이처럼 보이지만, 멀티플레이가 없었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되는 게임'으로 기네북에 오를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지요.

그중에서도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콜 오브 듀티4: 모던 워페어'는 시리즈 역사상으로도 갖는 의미가 남다른 작품입니다. 그저 '잘 만든 또 하나의 2차 세계대전 게임' 정도였던 '콜 오브 듀티'를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FPS 프랜차이즈로 만들었으니까요. 이후 발매된 모던 워페어2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런칭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고, 모던 워페어3는 3,098만 장의 타이틀을 판매해 역사상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FPS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는 모던 워페어 이외에도 블랙옵스 시리즈와 같은 타이틀을 발매하며 승승장구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근미래를 넘어 게임이 우주로 향하는 순간 유저들의 유튜브 싫어요 세례를 받는 순간을 맞이했죠. 이후에도 매년 타이틀은 출시되었지만, 과거 모던 워페어 당시와 같은 호평을 받을 수는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모던 워페어3 출시로부터 8년 후인 올해, 액티비전은 과거 모던 워페어를 탄생시켰던 원년 멤버가 다시 모인 인피니티 워드와 개발한 새로운 '모던 워페어'를 출시했습니다. 새로운 엔진을 선택해 그래픽부터 혁신을 이뤘고, 3편에서 이미 끝나버린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대신 새로운 스토리를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올해 초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가 지난 10월 25일에 출시됐습니다. 출시 전까지 꼭꼭 숨겨놓았던 캠페인 스토리도 모두 공개됐죠. '노 러시안' 만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도 나름대로 충격적인 연출을 보여주기는 했습니다.


기사 내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팬들이 궁금해했던 싱글플레이 캠페인, 어때요?
"순간순간 고민하게 만드는 스토리, 한국어 음성도 느낌 좋아요"

▲ 런던의 도심, '피커딜리'에서 벌어지는 테러 현장을 연출한 미션

가장 먼저, 영화 같은 연출이 일품인 싱글플레이 캠페인은 전작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특장점 중 하나였고, 요 근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서 사라지다시피 하며 팬들이 가장 기다려 온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후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시리즈 등에서도 싱글플레이 캠페인은 호평을 받긴 했지만, 게임이 점점 근미래에 이어 우주로까지 날아가 버리면서 팬들의 실망이 커진 것도 사실이고요.

'모던 워페어를 재해석(reimagine)한다'는 기조에 따라 개발된 작품답게, 이번 작품의 싱글플레이 캠페인은 꽤나 강렬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전체 플레이 타임은 어림잡아 6시간 분량으로 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상당 흡입력을 바탕으로 체감 시간은 그보다 더 짧게 느껴졌죠. 무엇보다 기존 모던 워페어의 스토리를 채택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를 다루고 있어 신선했습니다.

게임이 정식 출시되기 전인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인피니티워드의 디노 베라노 프로듀서는 스튜디오가 이번 작품을 개발하기로 결정하며 '무엇이 현대전을 구성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첫 모던 워페어가 출시된 2007년과 지금 현대전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고, 게임에도 그러한 속성을 반영해야만 했죠. 그러한 이야기를 하며 디노 베라노 프로듀서는 "지금 당장 신문 헤드라인에서 봐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사건을 다루고자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E3 2019 현장에서 만난 개발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죠. (당시에는 싱글플레이를 공개할 수 없었지만) 캠페인의 사실성을 상당히 강조했으며, 또 현대전에서는 군복으로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을 수 차례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접해본 '모던 워페어'의 캠페인 미션에는 일관되게 등장하는 요소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민간인'의 존재였습니다.

▲ 적과 민간인의 구분이 모호한 것이 이번 캠페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모던 워페어의 캠페인에서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거의 바로라고 할 수 있는 두 번째 미션, '피커딜리'에서부터 적지 않은 충격을 선사합니다. 영국 런던 최고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피커딜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주인공은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테러리스트를 제압하게 됩니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서 일부 민간인들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총격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무전 통신을 잘 들어보면 테러리스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이 민간인을 사살하기 전에 제압하면 이후 무전 통신으로 칭찬을 들을 수도 있죠. 이러한 요소 때문에 반대로 자신이 구하지 못한 민간인들이 더욱 충격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노 러시안' 미션이 공항에서 무차별 학살을 감행하는 테러리스트의 시점으로 민간인의 죽음을 강렬하게 표현했다면, '피커딜리'는 앞서 설명했듯 자신이 미처 구하지 못한 민간인들의 죽음을 인상 깊게 표현합니다. 중간중간 기관총을 난사하며 걸어오는 테러리스트를 볼 때마다 '노 러시안' 미션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여기까지는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이후에도 이번 '모던 워페어'의 캠페인 미션들은 중간중간 민간인은 물론 민간인으로 위장한 테러범,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등장시키며 플레이어에게 고민할 여지를 남깁니다. 민간인을 많이 죽이지 않았다고 스토리의 엔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총격전이 벌어지는 도중에도 한 번쯤 고민할 거리를 던진다는 데서 나름의 의미를 갖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아니 이건 반칙인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끼실 게이머 여러분들을 위해 캠페인 스토리에 대한 내용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성, 자막 현지화 부분에 대해서만 조금 더 이야기하고 멀티플레이를 짚어보도록 하죠.

블리자드 코리아가 자사의 게임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현지화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은 모두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또 최근 스팀으로 서비스를 이전한 데스티니 가디언즈 또한 음성까지 현지화해 서비스하며 팬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배틀넷 앱에 가장 먼저 출시됐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인 '블랙옵스4'에서는 오역은 물론 어색한 음성 한국어화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죠.

때문에 이번 '모던 워페어'가 출시되기 이전부터 번역과 한국어 음성 더빙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캠페인을 모두 클리어한 이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번 음성 한국어화는 믿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 몇 미션 정도까지는 외국인 캐릭터들이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부분은 한국어 음성 더빙이 지원되는 대다수 외산 콘텐츠에 적용되는 이야기죠. 예전 KBS 주말의 명화를 감상하는 느낌으로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어색함은 사라지게 마련인데, 정 적응이 되지 않는다면 옵션을 통해 음성만 영문으로 바꾼 뒤 한국어 자막으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밖에도 게임 플레이 내내 자막을 볼 필요가 없었다는 데서 한국어 음성은 게임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옵션을 통해 음성을 바꾸고 플레이해 보니, 캐릭터들의 음성은 좀 더 자연스러워졌지만 자막을 보느라 중간중간 무전 교신을 놓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참, 약간의 어색함만 참을 수 있다면, 이후 캠페인 속에서 한국어로 듣는 비속어나 욕설에는 놀라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 옆자리 동료가 욕을 한 줄 알았을 정도로 자연스러웠거든요.



▲ 띠용


"타격감이 격투 게임 수준이다"
다양한 모드로 선택의 폭을 넓힌 멀티플레이



▲ 멀티플레이를 접한 한 기자의 소감.jpg

이미 이번 작품의 멀티플레이같은 경우에는 출시 전에 진행된 베타테스트와 기자를 대상으로 한 시연 행사를 통해 여러 번 그 모습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엑소 슈트와 벽 타기가 등장하지 않는 현대전 멀티플레이 그대로를 아주 잘 재현했다는 것입니다.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를 각각 따로 설치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필요 저장 공간 175GB라는 어마 무지한 크기를 감내하며 게임 하나를 온전히 설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한 메뉴 화면에서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어, 협동전을 자유롭게 선택해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싱글플레이가 예전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느낌으로 돌아왔듯, 멀티플레이도 마찬가지로 과거 모던 워페어의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물론, 블랙옵스2 이후 다시 돌아온 본부 모드나 새롭게 추가된 지상전, 2vs2 총격전같은 모드들로 인해 예전보다 선택의 폭은 더 넓어졌죠.


일단,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격으로 적을 맞췄을 때 들리는 효과음이 대폭 개선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효과음 덕택에 적에게 내가 쏜 총알이 맞았다는 것을 인지시켜줄 뿐만 아니라, 거의 펀치 소리에 가깝게 들려 타격감이 확 살아납니다. 싱글플레이 캠페인에서는 사실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인지 효과음은 물론 조준선 가장자리에 타격 표시도 뜨지 않는데, 때문에 멀티플레이에서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밖에 전투를 위해 사용하는 동작은 모두 캠페인을 통해 한 번쯤 겪어본 것들입니다. 쉬프트 키를 두 번 누르는 것으로 잠시나마 전력 질주를 할 수 있고, 달리는 도중 앉는 것으로 슬라이딩을 할 수도 있죠. 근미래 콘셉트를 버리면서 벽 타기와 같은 모션이 사라진 것은 개인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환영할만한 일이었습니다.

전투 외적으로, 플레이어가 설정해야 하는 장비나 킬스트릭, 특전 등의 요소도 과거 '모던 워페어'의 향수가 느껴지게 만듭니다. 이번 작품은 추가 과금 요소 없이 장비의 부착물을 획득해 사용할 수 있는데, 각각 무기의 레벨을 올려 부착물을 해금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같은 무기를 오래 사용하면 그만큼 부착물도 많이 붙일 수 있다는 것이죠.

킬스트릭은 획득한 점수에 따라 얻게 되는 최근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달리, 자신이 사살한 사람의 수에 따라 획득하는 것으로 회귀했습니다.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15킬, 30킬이 필요한 높은 티어의 킬스트릭을 사용하기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죠. 게임은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해 킬스트릭을 스코어스트릭으로 바꿀 수 있는 특전 또한 준비해 놓았습니다.




콜 오브 듀티에서 가장 일반적인 팀 데스매치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하고,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한 지상전과 총격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지상전은 최대 64명의 플레이어가 싸우게 되는 대규모 전투로, 양 팀은 다섯 개의 점령 지역을 대결을 하게 됩니다. 모든 지역이 한 팀에게 장악될 경우 데프콘 경고가 등장하고, 이후에도 점령 상태가 계속되면 핵미사일이 떨어지며 점령 지역을 모두 확보한 팀의 승리로 게임이 끝나게 됩니다.

각 팀당 32명씩 64명의 플레이어를 수용하는 만큼 맵의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며, 수송차나 헬기, 전차와 같은 차량도 등장해 이동 수단으로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맵은 수평적으로뿐만 아니라 수직적으로도 꽤나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데, 예를 들어 고층 빌딩 옥상에서 바닥에 있는 적을 저격할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한 진영은 최대 32명으로 이뤄지는데, 플레이어들은 4명이 한 분대로 묶입니다. 전투를 하는 도중 죽게 되면 분대원의 근처에서도 리스폰할 수 있죠. 이와 같은 대규모 전장과 분대 전투 등은 EA의 FPS 프랜차이즈인 '배틀필드'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반면, 2:2로 진행되는 총격전 모드는 아주 빠르게 승부가 나는 승부로 순간적인 긴장감을 전달하는 PvP 콘텐츠입니다. 죽으면 다시 부활할 수 없으며, 어느 한 쪽이 6라운드의 승리를 얻게 되면 게임이 종료되는 형식이죠. 그만큼 맵도 아주 제한적이기 때문에 집중력과 순간적인 상황 판단을 필요로 하는 모드였습니다.

총격전에서는 자신이 커스터마이즈 한 무기를 사용할 수 없고, 매 라운드별로 모든 플레이어는 동일한 장비를 가지고 싸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격총을 지급받는 라운드에서는 초반 저격 싸움 위주로 진행되고, 권총만 지급받게 되는 경우도 있는 식이죠.

단판에 결투가 끝나버리는 만큼 상대 유저와 실력 차이가 확실할 경우 이기기 힘든 '총격전'이지만, 일정 시간 이후 등장하는 점령지를 먼저 탈환하거나 지형지물을 이용해 상대의 뒤를 노리는 등 역전의 기회를 노릴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번은 5:2 상태로 지고 있을 때 4연승을 거두어 역전을 해봤는데, 5:5 상황에서 진행한 마지막 라운드는 정말 긴장감이 넘치더라고요.




다양한 일일 과제와 미션, 잠겨 있는 오퍼레이터들은 다양한 게임 모드를 즐길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일 과제 또는 미션을 완수할 경우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으며, 특정 미션들은 무기의 외형을 바꿔주는 치장성 아이템을 보상으로 제공합니다.

멀티플레이 모드의 오퍼레이터들은 바로 직전 콜 오브 듀티인 블랙옵스4처럼 각자 개성 있는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저 캐릭터의 모습만 반영하는 치장성 요소죠. 플레이어는 양 진영별로 다양한 오퍼레이터 중 원하는 인물을 선택해 멀티플레이는 물론 협동전 모드에서도 자신의 분신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중 몇 개의 오퍼레이터들은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클리어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지만, 몇몇 오퍼레이터들은 멀티플레이에서 일정한 조건을 달성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접 무기로 적을 뒤에서 25번 처치'나 특정 협동 미션 완수하는 것으로 오퍼레이터를 추가로 해금할 수 있는 식이죠. 물론, 온전히 치장용인만큼 추후 과금이 필요한 오퍼레이터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끝으로, 협동전은 4명이 한 파티를 구성해 AI 적들과 전투를 벌이는 PvE 콘텐츠입니다. 멀티플레이 모드와 장비 구성 및 오퍼레이터 등을 연동하기 때문에, 멀티플레이로 다양한 부착물을 얻었을 경우 협동전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협동전만의 특징으로는 각 플레이어들이 병과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 병과는 쿨타임을 채워 사용하는 특수 능력에만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런데 이 협동전의 난이도가 생각보다 상당한 편입니다. 분명 출시 전 인터뷰에서 개발자는 '캐주얼한 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캐주얼의 의미가 좀 다른가 봅니다. 어떤 미션이든 처음 부분은 몰려오는 적들을 쉽게 해치울 수 있었지만, 이후 조금만 후반으로 가도 중화기를 든 병사들이 무너기로 쏟아져 나옵니다. 심지어 200발을 다 맞춰도 멀쩡히 살아있는 '저거너트'들이 두세 명씩 등장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물론 아예 미션을 클리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고, 또 어려운 만큼 도전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혼자서 공개 미션에 들어갈 경우에는 클리어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음성 채팅을 해가면서도 힘들었는데,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과 플레이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죠.

또 한 가지 문제는 그 고생을 하고도 협동전을 제대로 클리어하지 못할 경우에는 아주 소량의 경험치만 얻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멀티플레이와 협동전은 경험치와 레벨을 공유하는데, 아무리 FPS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도 멀티플레이에서 경험치를 얻는 것이 훨씬 쉬울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아마도 PvE라는 이유만으로 협동전을 진행하기에는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차차 미션이 많아지면서 비교적 쉬운 미션이 생기거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 이상적인 협동전의 모습



▲ 협동전을 하는 나의 모습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中)


유행에 치우치지 않고 제대로 돌아온 '모던 워페어'
밸런스, 불안정한 시스템 문제들은 개선되기를




정리하자면, 약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번 '모던 워페어'는 최근 FPS 장르에서 유행하는 요소들에 치우치지 않고 '현대전'을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느낌입니다. 싱글플레이 캠페인도 과거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접했을 때와 비슷하게 긴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이었고요.

다만, 전장의 사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현대전에서는 군복으로 적을 구별할 수 없다"는 개발자의 말이 반영된 것인지 멀티플레이를 할 때 적을 정말로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은 있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는지, 적을 찾기를 포기한 이들 일부가 캠핑을 일관하고 있어 최근 커뮤니티에서는 '캠핑 워페어'라는 별명도 지어줬다고 합니다.

무기의 밸런스 문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과거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던 일입니다. 쌍권총 연발 글록으로 적진을 초토화시키던 사람, 심지어는 중거리 이상에서도 한 방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샷건을 양손에 든 사람도 있었죠. 다만 해당 문제의 대부분은 패치를 통해 수정이 된 바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차츰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 이번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는 FPS 팬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FPS의 팬이 아니라도 캠페인과 협동전(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신다면)은 스트레스받지 않고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테고요.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하자면, 개발자들은 엔딩 이후 쿠키 영상을 통해 이번 작품이 '모던 워페어'의 마지막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거의 매년 한 작품씩 나오고 있죠.

액티비전이 내년에 선보일 '콜 오브 듀티'가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될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 모던 워페어도 충분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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