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예상보다 대박 느낌 드는 돌토체스? "하스스톤: 전장" 직접 해보니...

리뷰 | 김경범 기자 | 댓글: 72개 |
이번 블리즈컨은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습니다.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의 오프닝-클로징이 묵직하게 치고 들어오다 보니 중간에 낀 하스스톤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식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젠 레드오션이 아닌가 싶은 오토체스류 게임이라니... 이미 행사 전 떠돌던 루머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기반의 "시공체스"가 나올 거라는 얘기가 더 그럴듯해 보였기에, 하스스톤의 새로운 모드인 "전장"은 본의 아니게 철저한 보안 유지가 된 발표 내용이 되어버렸죠.

비싼 뷔페에 내 돈 내고 가서 참치회나 즉석구이 스테이크가 보이는데 굳이 충무김밥 같은 걸 선택할 이유가 없는, 어찌 보면 블리즈컨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첫인상을 준 전장 모드였습니다.




어라? 그런데... 이 충무김밥. 왠지 묘하게 맛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데 밥은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졌고, 감싸고 있는 김은 눅눅하고 질기기만 한 여타의 그것과는 다르게 바삭함이 살아있습니다? 게다가 곁들여 나오는 섞박지는 아삭아삭하고, 어묵 무침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오징어 무침에는 그 비싸다는 오징어가 아낌없이 들어 있고요.

정신없는 블리즈컨 취재 와중에 짬을 내서 플레이한 전장 모드는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디아블로4나 오버워치2처럼 멋진 시네마틱 영상으로 무장하진 않았지만, 시연존에서 실제 플레이를 했을 때의 만족감 자체는 전혀 뒤지지 않는 고유한 맛이 있었습니다.




▲ 미궁탐험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익숙함, 하지만 독특함

전장 모드는 오토체스류 게임을 해본 플레이어라면 매우 익숙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준비 단계에서 제한된 골드를 소비해 영입한 하수인(오토체스의 기물)을 전장에 소환하면, 전투 단계에서 무작위 매칭된 상대와 자동으로 전투를 벌여 승패를 판정하는 방식입니다. 레벨업을 하면 준비 단계에서 무작위로 나오는 하수인의 평균적인 질이 올라가고, 하수인 목록이 마음에 안 들면 골드를 소비해 다시 굴리거나 마음에 드는 목록을 다음 턴에 사기 위해 잠그는 부분도 동일합니다.

다만 가로세로 일정 칸수가 있는 오토체스와 달리, 하스스톤의 전장은 최대 7개의 하수인만을 깔 수 있다는 차이가 있고, 실시간으로 모든 기물이 전투를 벌이는 대신에 가장 왼쪽에 있는 하수인부터 순차적으로 무작위 적을 공격하는 방식을 하고 있습니다. 순서가 정해진 대규모 실성으로 전투를 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그렇게 전투는 어느 한쪽의 전장에 하수인이 전멸할 때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승리한 쪽은 선술집 레벨과 하수인의 별을 합산해 상대의 명치를 후려친 다음 하수인이 부활하는 것으로 턴이 초기화되는 형태입니다. 결국 생명력이 0이 되지 않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순서대로 순위가 매겨지는 것도 오토체스와 유사합니다.




▲ 하수인으로 내 필드를 구성하면 그 후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하수인을 영입하는 비용인 골드는 오토체스와 달리 누적되지 않고, 지난 턴에 비례해 한도가 정해집니다. 일부러 이자를 먹기 위해 골드를 아끼고 패작을 하거나 할 필요가 없이 최대한 많은 골드를 그 턴에 다 쓰는 게 이득입니다. 거기에 오토체스의 기물이 레벨이 높을 수록 비싼 것과 다르게, 높은 레벨의 하수인도 3골드로 영입할 수 있어서 레벨업 타이밍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전장에 소환된 하수인은 준비 단계에서 전투의 함성 등으로 부여된 추가 능력치나 효과를 다음 턴에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하수인의 능력을 +1/+1 해주는 영웅 능력을 사용한다면, 턴이 지날 때마다 하수인이 그룰처럼 계속 성장하는 식으로요. 전투의 함성으로 능력치를 주는 하수인을 사서 소환한 후에 다시 팔아버리는 플레이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 하스스톤의 명언이 있죠. 아끼면 똥 된다는...


그렇다 보니 10 턴쯤 되면 1/1짜리 위습이 20/20의 능력치를 갖고 있거나 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합니다. 후반으로 갈 수록 승리한 쪽의 공격력이 강력해질 확률이 높아 한 게임이 엄청나게 길어지는 상황은 나오기가 힘듭니다. 흡혈충 같은 하수인으로 꾸역꾸역 버티는 퀘술사나 꾸역꾸역 하수인을 부활시키면서 버티는 부활사제 같은 덱을 상대하면서 갑갑함을 느꼈던 분들이라면 매우 편안하실 겁니다.

하수인이 공격하는 대상은 무작위지만, 도발 능력이 있는 하수인이 상대편에 있다면 그것을 먼저 공격하기 때문에, 천상의 보호막 효과와 도발이 같이 있는 하수인으로 최소 2회의 피해를 흡수하는 전략적인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상대의 하수인을 먼저 자르고 시작할 수 있도록 독성 능력이 있는 하수인을 왼쪽에 배치하는 방법도 있겠네요.

이런 하스스톤만의 고유한 효과가 반영된 전투는 오토체스와는 다른 의미로 전략적인 측면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오토체스류 게임보다 전장 모드가 좋았던 부분이라면 전투가 턴 방식이라 전투 양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후반으로 갈수록 하수인이 강력해지기 때문에 하스스톤 특유의 무지막지한 타격감이 고스란히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기존의 오토체스 아류작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후반이 되면 무지막지하게 성장한 하수인들의 묵직한 타격감이!


운빨X망겜? 그게 본질 아닌가요?

카드 게임도, 오토체스류 게임도 전술 운용에 있어 무작위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보니 이 두 가지가 혼합된 전장 모드는 운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당장에 시작 영웅을 선택하는 것도 24명의 영웅 중에서 선택된 3가지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고, 그렇게 고른 영웅의 영웅 능력과 선택 가능한 하수인이 제대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좋은 조합을 갖춘 상대와 매칭되어 트럭에 치이는 것도 그야말로 운이고, 공격하는 적의 선택도 무작위이기에 이 게임으로 대회가 펼쳐지면 "이게 e스포츠냐!"라는 말이 100% 나올 거라 확신합니다.




▲ 1위 덱과 계속 만나거나 하면... "나만 운없어!"


하지만 그런 측면이 오히려 즐겁게 다가옵니다. 애초에 하스스톤이 가장 흥했고 보는 재미가 있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정형화된 덱으로 순수하게 판단과 실력을 겨루기보단 "요그사론님이 다 해주실 거야!"하고 기도하던 때였습니다. 운의 요소가 강하다는 것은 초심자가 적응하기도 쉽고, 몇 번의 플레이를 통해 짜릿한 경험을 할 기회가 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것이 운에만 의존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영웅 능력을 충분히 고려해 하수인을 고용하고, 소환하는 위치나 순서, 상대의 공격을 좀 더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내 공격은 제대로 할 확률을 높이는 전술 측면은 말 그대로 실력의 부분이니까요. 그 누구라도 운으로 8명 중 1위를 할 가능성은 있지만, 꾸준히 4위 안에 드는 것을 결국 실력의 영역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결국은 충무김밥. 지속적인 관리와 변화가 중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장 모드는 장르가 갖는 약점을 모두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전투가 돌입하기까지의 정해진 시간은 플레이할 게 많다면 부족하겠지만, 자신의 필드가 어느 정도 완성형이 되면, 하수인의 진형을 조정해주는 것으로 전투 양상을 조율할 수 있는 오토체스보다 할 게 적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1분가량의 준비 시간이 마치 밧줄타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요.

또, 무작위로 등장하는 영웅이나 하수인들의 목록과 시너지에 변화가 없다면 하스스톤의 정규전처럼 획일화된 메타로 플레이 양상이 고정되어 금방 식상해질 우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스스톤의 주된 과금 요소가 카드팩 판매라는 걸 생각하면 정해진 카드풀로 플레이하는 전장 모드는 수익성이 애매해서 지속적인 관리를 과연 해줄까? 하는 우려도 어느 정도 있겠고요.

그래도 전장 모드는 매 확장팩의 메타 고정 시기나 1:1 대전으로 피곤해진 머리를 식히기에 좋은 콘텐츠입니다. 매 전투가 끝나면 MMR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수집품이나 통계 정보 등 동기 부여를 줄 요소도 일단은 갖춰진 상태고 말이죠.




▲ 수집 요소도 플레이 동기 부여에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과연 전장 모드는 하스스톤이 차지한 온라인 카드 게임의 지분을 노리는 도전자들을 막아내기에 충분할까요?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 확실한 것은, 개인적으로 이 모드가 하루빨리 본 서버에서 플레이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11월 2일부터 11월 3일까지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블리즈컨 2019이 진행됩니다. 현지 및 한국에서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블리즈컨 2019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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