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주얼리즘 RPG 그 다음 단계를 향한 비상, '엑소스 히어로즈'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49개 |

'비주얼'

지난 21일 출시된 엑소스 히어로즈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실제로 2018년 LPG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도 원화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래픽이 눈길을 끌었고, 그 관심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면서 비주얼은 엑소스 히어로즈의 아이덴티티처럼 자리잡았죠.

국내 게임 시장의 헤게모니가 PC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부터 2차 CBT까지 거치고 출시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엑소스 히어로즈는 2차까지 담금질을 거친 뒤에 출시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1차에서 아쉬웠던 점들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고,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수집형 RPG 중에서 기대할 만한 작품으로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엑소스 히어로즈'는 그 궤적을 꽤나 눈여겨봤던 작품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에서 CBT는 거의 출시 전에 막바지 테스트처럼 활용되다보니 그 이후에 게임이 확 좋아지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엑소스 히어로즈는 1차 CBT를 거치고 2차 CBT 때 정말 놀랍도록 좋아진 모습을 보였거든요.

뿐만 아니라 엑소스 히어로즈는 특유의 마나 충전 방식 및 브레이크 시스템 등 그 자신만의 개성을 2차 CBT까지 거치면서 조금씩 싹을 보였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 싹을 과연 개발 기간 동안 얼마나 틔웠을지, 또 어떤 식으로 자랄 수 있을지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죠.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
특유의 그래픽으로 담아낸 모험의 느낌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게임에서 그래픽과 비주얼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픽이 게임의 전부는 아닙니다만, 화면을 계속 보면서 플레이하는 게 게임이다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래픽이나 비주얼이 화려하고 좋으면, 또 자기 취향에 맞으면 어쨌든 시선이 끌리는 것은 사람의 심리죠. 마치 아름답고 좋은 옷, 취향에 맞는 옷에 눈이 쏠리듯이 말입니다.

'엑소스 히어로즈'는 이미 1차 CBT 때부터 비주얼에서는 완성이 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2차원풍의 카툰 렌더링 그래픽과는 다르게 원화의 느낌을 살려낸 듯한 그래픽은 여태까지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캐릭터들과 배경, 특수 효과가 서로 잘 어우러져서 비주얼적으로 봤을 때는 크게 지적할 부분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1차에서는 최적화라는 장벽이 가로막았지만, 2차 CBT 이후부터 굉장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블랙샤크2로 프레임을 체크했을 때 안정적으로 60프레임으로 구동이 가능했으니까요. 1차 CBT의 모습을 보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유저라면, 다시 한 번 해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점은 정말 많은 개선을 보였습니다. 특히 3스킬 연출에서 1차 CBT에서는 한 번은 버벅거렸다가 씬이 전환되고 연출이 나올 때가 꽤 있었는데, 그런 점은 2차 CBT 때부터 아예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레이드인 잊혀진 용의 둥지에서도 그런 일이 거의 없고요.




특히 각 지역 수도에 진입할 때도 처음에 병목 현상이 일어난 것마냥 갑자기 버벅거리는 일이 없어지다보니 좀 더 자연스레 그 지역을 훑어볼 수 있게 됐죠. 뿐만 아니라 씬과 씬의 전환에서 자잘한 로딩도 많이 없어졌고, 특히나 필드와 전장 그리고 비공정을 오갈 때의 로딩이 상당히 줄어들어서 불쾌감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엑소스 히어로즈는 스테이지 방식을 채택했지만, 매 챕터마다 이야기의 무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는 합니다. 설정상 주인공 일행은 비공정을 타고 다니면서, 제온의 목걸이에 걸린 저주를 풀고 명검 '엑시스투르크'를 얻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게 되죠. 그런 느낌을 비공정과 필드, 도시를 오가고, 그 지역에서 재료를 얻기 위해 캐릭터들이 탐색을 하는 식으로 해석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간중간 버벅거림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필드의 아기자기한 팝업북 같은 느낌이나,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배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어딘가 모험을 떠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죠.






▲ 팝업북 같이 아기자기한 필드에서 일일퀘스트를 진행하거나, 랜덤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 실제로 별 영향은 없지만, 가끔 가다가 이런 일이 벌어지고는 하죠


꼭 주인공이 착해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살려낸 시나리오




시나리오는 사실 개인차가 큰 요소입니다. 스토리를 하나하나 정독하면서 읽는 유저도 있고, 빠른 육성에 방해가 될뿐이라면서 스킵하기에 바쁜 유저도 있으니까요. 특히나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오면서 스토리는 나중으로 미루는 유저들이 많아졌습니다. 일일히 자기가 플레이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돌릴 수 있게 됐는데, 그러다보니 유저 간 격차가 더욱 더 벌어질 여지가 있었죠. 더 효율이 높은 구간을 빨리 뚫고 많이 돌리는 유저가 유리한 건 변함이 없지만, 자동이 공식적으로 지원되면서부터 그 돌리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히 시나리오가 좋지 않다면, 눈길을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모바일 게임은 그런 경향이 꽤 큰 편입니다. 태초에 천족과 마족이라는 밈으로 대변될 만큼, 그간 다수의 모바일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선한 세력을 대변해서 악한 세력과 싸운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죠. 그게 꼭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기는 부족했죠. 뿐만 아니라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이어지는 과정도 비교적 순탄한 편이죠. 고난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가 처음부터 호감을 갖고 있고, 그 호감 자체가 사라지거나 하진 않기 때문에 "어차피 이어지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많았거든요.

엑소스 히어로즈는 모바일 게임의 이런 클리셰적인 요소를 약간 비틀면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사실 전체 플랫폼에서 놓고 본다면 제온은 특별한 유형의 캐릭터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국내 모바일 게임 주인공 중에서는 꽤나 독특한 유형이죠. 태생이 특별하지도 않고, 정의감이 넘친다거나 소꿉친구가 있다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이것저것 하는 헌터고, 그 포지션은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에 확실하게 잡고 있습니다.






▲ 제온은 악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정의감 넘치는 클리셰적인 인물은 아니죠

히로인인 아이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에게 처음부터 반한다거나, 주인공에게 예스만 하는 그런 유형이 아니죠. 역시나 아이리스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온과 손을 잡았다는 느낌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습니다. 점차 제온과 의견을 같이 하게 되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에피소드가 꽤 지나야만 하거든요. 그 뒤에도 서로가 계속 의견이 갈리고, 차이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계속 조명이 되죠.

이게 엑소스 히어로즈의 시나리오 퀄리티가 아주 좋다거나 그런 말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기본적이지 않을까 싶은 부분일 수도 있거든요. 다만 그래픽과 캐릭터 일러스트 등 시각적인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캐릭터 각각의 개성이나, 시나리오를 풀어가는 내러티브에 신경을 쓰지 못하거나 하진 않았다는 것이죠. 엑소스 히어로즈는 적어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이 어떤 캐릭터인지 확립하고, 그에 맞춰서 내러티브를 이어간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 아이리스 역시 주인공에게 끌려다니기보다는, 자신의 목적 때문에 협력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 스토리를 진행하면서도 그 미묘한 관계가 갑자기 깨진다거나 하지 않고, 적절히 유지되고 있죠

무엇보다 세계관을 처음부터 시시콜콜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도 꽤나 큰 요소입니다. 처음 튜토리얼을 할 때 종종 "이걸 처음부터 알아야 할까?"라고 느낄 수 있는데, 그런 요소들은 다 쳐냈거든요. 세계에 관한 이야기는 모험을 떠나면서, 제온과 아이리스 그리고 모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알 수 있게끔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관에 대해서 알고자 하고 시나리오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유저/그런 거 관심없이 그냥 넘어가는 유저를 구분해서 배려했죠. 또 심도 있는 이야기나,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사이드스토리로 담아내면서 다각도에서 이야기를 조명하게끔 했습니다. 이 역시도 그냥 넘어가고 싶은 유저를 위해서 스킵하는 기능을 넣었죠. 다만 사이드스토리는 아직 나중에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이 없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스토리 옆에 말풍선칸을 누르면



▲ 지난 스토리를 보거나, 3성 클리어를 못하고 넘어간 스테이지를 다시 할 수도 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맞춰나간 전략의 맛
난이도 보정은 아쉽지만, 수호석과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균형을 맞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공개됐을 때는 '영상을 트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엑소스 히어로즈의 전투 공식은 다른 게임과 사뭇 다른 방식이었고, 1차 CBT 때는 그 로직을 눈으로 보여주질 않았기 때문이죠. 그 로직이 드러난 2차 CBT에서는 나름의 전략적인 전투를 보여준다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나가 차면 스킬을 사용한다는 로직은 동일하지만, 마나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각 클래스, 각 캐릭터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예를 들자면 제온은 공격할 때마다 마나가 차고, 글렌은 공격받았을 때마다 마나가 차는 식입니다. 그렇게 해서 쌓인 마나를 일정량 소모해서 스킬을 사용하게 됩니다. 즉 마나를 많이 쌓아놨다가 강력한 3스킬을 쓰거나, 혹은 2스킬을 그때그때 사용해나가거나 하는 식으로 설계할 수 있는 셈이죠.

여기에 수호석 시스템과 브레이크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전략성은 한 층 더 배가됐습니다. 수호석 시스템은 일종의 약점 시스템인데 속성별 상성과는 조금 다른 방식입니다. 각 캐릭터별로 다른 속성의 수호석이 있는데, 이 수호석을 깨기 위해서는 해당 속성의 공격을 해야 하죠. 그렇게 해서 수호석을 깨면 '브레이크'라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서 일체의 행동이 중단되고, 통상보다 더 많은 데미지를 입게 되는 시스템이죠. 일반 몹은 수호석이 한 개에서 두 개지만, 보스가 되면 세 개 이상의 속성의 수호석을 갖고 있는 만큼 캐릭터 속성 편성 및 배치도 신경을 쓰게 한 요소인 셈이죠.

그렇게 되면서 수동 조작의 이점도 살렸고, 적의 스탯이 급격하게 올라가서 막히는 구간을 풀 수 있는 단서가 생겼습니다. 수호석 시스템을 잘 활용해서 적에게 브레이크를 걸고, 제압해버리는 식으로 플레이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특히나 이 요소는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 전략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역상성 관계가 아니라, 해당 캐릭터가 어떤 수호석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맞춤식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점은 그간 다른 모바일 게임에서 보기 어려웠던 점이니까요. 그리고 이 시스템 때문에 광역기가 있는 일부 희귀 등급(3성)이 재조명받는 등, 캐릭터 밸런스로 볼 때 순기능도 있었습니다.



▲ 챕터가 지나면 수호석이 다섯 개쯤은 나오게 됩니다



▲ 전체 공격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든 같은 3성들이 재조명받고 있죠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베리 하드가 뜨는 구간은 평범하게 클리어하긴 어려웠습니다. 예전에는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어떻게든 몸을 비틀면 클리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드는 정도죠. 잡몹한테 한 대 맞아도 반 이상 체력이 다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디버프 및 회피와 막기로 데미지를 줄이면서 공략하는 방식이 점점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올라가는 시도들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코어한 유저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일반 유저에게는 여전히 난이도 보정에 따른 체감 난이도가 꽤나 하드한 편입니다. 베리 하드에서 노멀로 넘어갈 때 느껴지는 체감 난이도의 차이가 정말 크거든요. 실제 전투력이 조금밖에 차이가 안 나도 말이죠. 그래도 초반에 재화가 극히 부족했던 CBT와 달리,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얻게 되는 1성이나 2성 영웅을 팔고 콘텐츠를 몇 번 돌다보면 전투력이 조금씩 올라가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꾸역꾸역 전투력을 맞춰나가면서 클리어하는 맛은 줬습니다.




불편함의 미학은 단순히 불편한 게 아니다
고전 RPG를 의식한 것 같은 UI, 그렇지만 이해시키려면 이유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단순히 버튼으로 된 인터페이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과 마을에서 NPC 등을 만나거나 특정 시설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무언가 한다는 행동과 결과 자체는 같지만, 그 다른 과정에서 느끼는 것이 서로 다르니까요. 이것이 일견 사소해보일지 모르지만, 기존에 출시됐던 몇몇 게임만 보더라도 그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인터페이스창에 있는 상점에서 다 처리하는 것과, 마을에 가서 누구와 대화하면서 처리하는 것에 차이를 말이죠.

그렇지만 그것 하나하나가 쌓이면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기는 합니다. "굳이 여기서 이걸 해야 하나?"라고 말이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건 왜 안 돼?"라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통은 튜토리얼 등에서 '여기에선 이런 걸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지만, 왜 그게 안 되는지는 설명을 안 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은 필연적으로 '왜 이게 안 될까?'라고 묻게 되고, 거기에 게임 내적으로 이해가 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엑소스 히어로즈는 전자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게임입니다. 비공정의 중요성이나, 왜 그런 콘텐츠들이 비공정 안에서만 가능한지는 튜토리얼과 스토리를 통해서 계속 이야기를 해나가고 있거든요. 문제는 "왜 이게 안 돼?"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왜 수도에서 비공정으로 바로 갈 수 없을까? 그리고 비공정에서 수도로 바로 가는 건 왜 안 될까? 이런 것들이죠.



▲ 바로 세팅을 변경하러 가고 싶어도, 비공정으로 직접 갈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메뉴가 수도, 비공정, 필드에 따라 나뉘어져있는 것이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토리나 세계관 설정을 통해서 풀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도에서 비공정을 못 가거나, 비공정으로 수도를 못 가거나 하는 것은 좀 다른 느낌입니다. 각각 메뉴가 따로 따로 나뉘어져있는 것을 넘어서, 무언가 하나를 하려면 또 다른 하나를 번거롭게 거쳐야 하는 셈이니까요. 예를 들면 비공정에서 수도로 가려면 비공정-월드-각 지역의 수도 이렇게 해야 하는데, 굳이 그래야 할 뚜렷한 이유도 없을뿐더러 그 메뉴의 층위가 왜 그렇게 되어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외에도 팀 프리셋 같은 기본적인 기능이 없어서 매번 팀을 새로 짜야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특히나 탐색을 진행하면서 보게 되는 골렘이나 고대 토템은 각각 물리 면역, 마법 면역이라 맞춤식으로 덱을 짜야 하는데 그 기능이 지원되지 않다보니 짜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죠.



▲ 고대 토템은 마법 면역이라 물리덱을 짜야 하는데



▲ 그때마다 이렇게 덱을 바꿔야 합니다

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전에 적이 어떤 공격에 면역이 있다거나 하는 걸 디테일하게 볼 수 없다는 것도 불편하긴 하지만, 페이트/그랜드 오더 같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는 유저에 따라서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프나 디버프 아이콘이 너무 작고, 직관적이지 않다는 건 꽤 큰 문제입니다. 가면 갈수록 전략적인 요소를 위해서 적들에게 다양한 버프나 조건이 주어지게 되는데, 그걸 일일히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게끔 되어있거든요.

물론 고전 게임이라고 한다면 이런 요소들은 불편함의 미학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고전 게임들은 대부분 유저가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 수 없게끔 설계가 되어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공략을 보고 하거나, 무한 트라이를 해서 깨는 게 일상적이었죠. 그런 느낌을 살리려는지 스테이지 시작 전에 공략을 볼 수 있게끔 했지만, 굳이 게임 내 UI까지 그렇게 직관적이지 않게 설계해야 하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어쨌든 모바일 게임이고, 가뜩이나 여러 곳에서 불편한데 하다못해 버프 및 디버프는 직관적으로 체크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어땠나 싶었죠. 불편함의 미학은 단순히 불편하다고 해서 붙는 것이 아니니까요.



▲ 미리 플레이한 유저가 작성한 공략을 보면서 대비할 수는 있긴 하지만



▲ 어떤 종류의 버프, 디버프가 걸렸나 게임 내에서 알아보기 힘듭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그런데 누구를 위해서 준비한 것인지가 문제




최근 수집형 RPG는 특정 유저층을 처음부터 겨냥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미 수집형 RPG가 시장에 너무 많고 다양한데, 유저들은 한정된 자원으로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캐릭터를 수집하고 싶어하니까요. 그래서 좀 더 그럴 가능성이 높게끔, 아예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게임을 선택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엑소스 히어로즈는 다소 모호한 포지션입니다. 원화의 퀄리티는 굉장히 훌륭하고, 그 원화의 느낌을 온전히 인게임 그래픽으로 담아낸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어느 층을 노리고 만들었나 모호한 느낌이거든요. 정확히는 각 계층을 타겟으로 하는 캐릭터가 고루 퍼져있다보니, 누구에게 집중했는지 어려워보이는 것이죠. 미소녀부터 미녀, 미청년, 꽃미남, 꽃중년, 기계까지 다양한 유형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지만 이는 역으로 말하자면 자기가 원하는 유형의 캐릭터를 못 뽑을 확률도 좀 된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 각각의 취향에 맞춰서 캐릭터가 구비되어있긴 합니다

개발진은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들이 들려주고 싶은 스토리에 맞춰서 게임을 만들었고, 이를 수집형 RPG로 표현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즉 스토리에 맞춰서 캐릭터를 배치했다는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캐릭터를 유저에게 어필하고자 하면 꾸준히 퀄리티 있는 시나리오를 선보여야 합니다. 단순히 일러스트, 원화, 그래픽이 좋은 게임은 이미 기존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유저들로부터 차이점을 느끼게 하려면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그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왜 유저가 그 캐릭터를 주목해야 하는지는 결국 게임 내 스토리를 통해서 표현해야 합니다.

지금 시나리오는 모바일치고 괜찮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유저는 굳이 모바일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엑소스 히어로즈'만의 무언가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특징을 어필해나갈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캐릭터 게임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게임의 구조도 다소 애매한 느낌입니다. 쭉 보다보면 PVP를 좋아하는 유저를 노리는지, 아니면 PVE를 연구하는 유저를 노리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노리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면 PVP를 좋아하는 유저를 위해서라면, PVP에서 연구할 거리가 필요합니다. 어떤 덱이 가장 강력하고 또 어떤 덱을 상대로는 이런 덱이 좋다, 라는 식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하죠. 그렇지만 엑소스 히어로즈의 PVP는 유저가 직접 상대를 고르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매칭을 잡아주는 방식이다보니 그런 점이 부족합니다. 자신이 어떤 덱을 보유한 상대와 겨루는지 모르거든요.

자동으로 매칭을 잡는 방식에서 전략을 겨룬다면 대전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또 엑소스 히어로즈는 비동기식 대전이다보니 그 점에서도 메리트가 없죠. 물론 PVP를 좋아하지 않고 일퀘만 돌리는 유저 입장에서는 잠깐 주사위 돌린다는 느낌으로 하고 있지만, PVP를 좋아하고 이를 파고드는 코어 유저한테는 다르게 다가올 가능성이 큽니다.

거기다가 엑소스 히어로즈는 속성 시스템이 아니라 수호석-브레이크 시스템을 채택한 만큼 그 느낌이 확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술 더 떠서 제스를 쓰면 수호석까지 바꿀 수 있는 만큼, 적의 조합을 미리 봐도 확신이 안 서죠. 그러니 조합도 미리 확인 못하고 그냥 붙게 되면 그저 운과 내 캐릭터의 육성 정도에 맡긴다, 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자신도 몇 번 비틀면서 전략적인 승부를 걸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게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다보니, 조금은 김이 샐 수밖에 없죠.



▲ 매칭 전에는 누가 어떤 덱을 갖고 있는지 모르고



▲ 매칭이 잡히고 나서야 어떤 덱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레이드를 연구하는 유저를 위한다고 하기에는 좀 어폐가 있습니다. 특정 캐릭터들이 강제되는 구조거든요. 특히나 그 캐릭터들이 주로 전설, 운명 등급에 포진해있기 때문에 더욱 더 문제가 큽니다. 하다못해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희귀 등급에서도 대체제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물론 보상을 얻어야 하니까 레이드를 하긴 하지만, '없찐'이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썩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특유의 느낌은 보여준 '엑소스 히어로즈'
비주얼과 시나리오의 강점은 살리고, 편의성과 밸런스는 적절히 맞춰줘야 한다




사실 엑소스 히어로즈는 2차 CBT 전까지만 하더라도 1차 CBT에서 접했을 때의 느낌이 채 가시지 않았습니다. 캐릭터의 느낌이나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지만 지지부진했었고, 대체 어떤 로직으로 게임이 돌아가는지도 모호했거든요. 가뜩이나 스킵도 별로 지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비중 없는 카를로스가 스크립트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죠. 그렇지만 이를 개선해서 나온 2차 CBT 때부터 엑소스 히어로즈는 올해 출시하는 수집형 RPG 가운데 손꼽히는 기대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한된 시간만 플레이하는 CBT와, 앞으로 쭉 해야 할 라이브 서비스는 느낌이 다릅니다. CBT는 단기간에 끝나다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걸림돌이 될만한 것들까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초기부터 유저들 사이에서 육성 난이도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고, 그에 대해서 개발진이 수정하겠다고 피드백을 주기도 했죠.

비주얼과 시나리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CBT를 통해서 어느 정도 입증이 된 상태입니다. 다소 클리셰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착하기만 한 주인공이 호구처럼 이용당하는 모습을 주로 보던 모바일 게임의 스토리라인과는 다른 측면으로 접근하는 모습은 나름 신선했죠. 제온과 아이리스 사이의 밀당도 개연성 없이 갑자기 가까워진다던가 그런 느낌이 아니라는 점도 포인트였고요. 여기에 초반의 난이도는 개발진이 미리 언급했던 것처럼 피드백을 거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간까지 진도를 빼기에는 수월해진 상태라서, 어느 정도는 부담없이 스토리를 즐기면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 스토리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는 챕터 7까지는 이전보다 비교적 쉽게 올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로 발목을 잡을 요소들이 몇몇 보였습니다. 우선 편의성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단순히 모바일 게임치고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유없이 불편하다는 느낌에 가까웠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벌써부터 꺼내기엔 좀 이르지 않나 싶은 요소들도 보였습니다.

지금은 삭제된 한계돌파 시스템뿐만이 아니라, 특정 캐릭터에 크게 의존하게 되는 콘텐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말하는 '없찐'이 생기고, 그런 유저층이 격차를 느끼고 이탈하게 되니까요. 지금은 초창기이고, 서로 육성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크게 부각이 되지는 않지만 이런 기류가 장기적으로 흘러갈 때 과연 어떻게 될지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 개선하겠다고 언급이 된 만큼,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 유저들에게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한계 돌파는 바로 삭제됐고



▲ 편의성도 추가로 개선될 예정입니다

엑소스 히어로즈를 계속 플레이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꽤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캐릭터에 시나리오를 맞추기보다는, 자신들이 방대한 이야기에 맞춰서 캐릭터를 배치하고 모험의 느낌을 주기 위해서 설계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종종 전작인 엑소스 사가에서 미처 말하지 못했던 것을 푼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아예 그 틀을 좀 더 크게 잡으면서도, 디테일한 것까지 제대로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시나리오는 지금도 나쁘지는 않다고 하지만, '나쁘지 않다'는 것을 벗어나서 좋다고 확언할 수 있도록 계속 빌드업해나갈 필요가 있겠죠. 그래야 그 시나리오에서 축을 이루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유저들이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고전 콘솔의 불편함의 미학을 본따고 싶다면, 그에 맞는 요소를 챙기면서도 최근 게임 트렌드에 맞는 재해석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그게 이해가 가게끔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어떻게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모험 등, 엑소스 히어로즈가 지금 보여주지 못하는 요소들도 조금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유의 전략성은 인정하지만, 기본기 역시도 뒷받침되어야지 그게 더 빛이 나는 법이니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다시 '엑소스' IP의 재건을 꿈꾸는 엑소스 히어로즈가, 이번에는 못다한 이야기를 다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제온의 시점에서 또 다시 시작된 '엑소스' 시리즈의 못다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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