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바일에서 만난 유다희의 향기, '파스칼 웨이저'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20개 |

'기기의 한계'

모바일 게임하면 으레 나오는 말입니다. 우선 모바일 기기는 패드 혹은 키보드 같은 입력 장치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출력 장치인 모니터에 인터페이스 형태로 내재되어있죠. 그래서 조작을 할 때마다 화면이 가려질뿐만 아니라, 패드나 키보드를 누를 때의 '손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화면에 뜬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가 움직이고 스킬을 쓰고 한다지만, 실제 버튼을 누를 때의 촉감까지 구현한 것은 아니니까요.

이러한 한계 때문인지 모바일 게임은 점차 유저가 적극적으로 수동조작하는 형태보다는 자동을 곁들이는 형태로 변해왔습니다. 물론 일부 드물게 자동전투를 배제한 게임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자동전투를 자신들의 상황에 맞춰서 다양하게 채택하는 식이었죠.

그런 흐름이었던 만큼 수동 조작, 그것도 고도의 집중력과 컨트롤을 요구하는 이른바 '소울류' 액션은 정말 드물었습니다. 그러한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모바일 게임을 하던 유저들에게 맞춰 MORPG의 요소를 가미하는 식이었죠.

이와 달리 자이언트가 지난 16일 출시한 '파스칼 웨이저'는 패키지 형태로 소울류 액션을 모바일에 구현한 작품입니다. 현재 앱스토어에만 유료 다운로드로 출시된 상태고, 싱글플레이 게임입니다. 즉 게임을 다운로드 받고 나서는 어떤 외부의 도움 없이 유저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죠.



▲ 그 어떤 도움도 없이 혼자서 그 가시밭길을 가야만 하죠

차이나조이 2018에서 처음으로 시연 버전을 선보인 파스칼 웨이저는 소울류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화려함보다는 각종 불편한 요소들을 딛고서 적을 한 땀 한 땀 힘겹게 물리치는 액션을 일부 보여준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유저가 몇 번이고 죽으면서 컨트롤을 레벨 업해나가는 것이 소울류의 묘미인 만큼, 짤막한 시연 버전으로는 이런 맛을 잘 구현해냈나 파악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약 1년 반이 지나서 정식 출시된 파스칼 웨이저를 직접 해보았습니다. 일단 결론을 짤막하게 먼저 말씀드리자면, 많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어찌저찌 극복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중이죠. 즉 앞서 말씀드린 소울류의 기본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의: 폰을 던지지 마시오"
소울류의 기본에 충실한 전투 방식, 불친절한 레벨 디자인과 스토리, 스트레스 요소


보통 소울라이크, 소울본, 소울류 이런 식으로 지칭되는 액션 게임들은 일단 어렵다는 건 기본입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어려운 것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 어렵게 만들었는지도 이 카테고리 안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소울류 액션하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패턴은 구르고 피하면서 야금야금 갉아먹는 방식일 겁니다. 공격과 방어, 회피가 무한정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제한된 스태미나를 활용해서 그 모든 것을 다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뿐만 아니라 쫄몹부터도 상당히 강력하다보니 몇 대 툭툭 맞다보면 금방 죽기 일쑤인데 몇 대 친다고 해서 오냐오냐 죽어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공격, 방어, 회피 모두 신경쓰면서 신중하게 플레이할 수밖에 없죠.



▲ 하나도 버거운데 뒤에서 추가로 덮치기까지...

파스칼 웨이저 시연 버전 영상을 봤을 때 확실히 그런 액션을 볼 순 있었긴 했습니다. 그나마 몇 대 맞아도 그렇게까지 체력이 달지는 않다보니 "할 만 하겠는데?" 싶은 분들도 있었을 거고요. 하지만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좀 달랐습니다. 진짜 몇 대 맞으면 바로 데스양이 영접하러 나오고는 했죠.

또 소울류는 일반 액션에 비해서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공격에서 즉각적으로 방어, 회피로 전환이 되는 게 아니라 아주 약간의 텀이 있는데, 그런 요소까지도 구현을 해두었습니다. 거기다 쫄몹도 공격을 막으면서 반격을 해오거나 정말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갑자기 기습해오다보니 순간 방심하면 바로 검은 화면을 보기 일쑤였죠. 그걸 순간적으로 반응했다고 해도 회피하다가 낙사하는 등, 소울류를 하다가 흔히 겪는 일들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겪었습니다.



▲ 아차하면 그냥 가는 겁니다

그러는 사이에 캐릭터가 레벨 업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점차 적의 공격 타이밍을 읽고 패리하고 반격하거나, 회피 없이 뒤로 빼서 적을 때려잡을 수 있게 됐죠. 즉 캐릭터가 레벨 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반복 학습으로 컨트롤을 레벨 업해서 극복한다는 소울류의 기본을 플레이하면서 여실히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작감뿐만 아니라 분위기나 레벨 디자인, 스트레스 요소를 봤을 때에도 확실히 기본이 잡혀있었습니다. 소울류의 원조인 다크 소울의 특징을 꼽자면 액션 외에도 유저에게 불친절한 레벨 디자인과 스트레스 요소, 어둡고 황량한 나머지 유저가 직접 하나하나 다 파헤쳐가면서 알아가는 스토리, 세계관 등이죠. 그것들까지도 고스란히 담았기 때문이죠.


심지어 일종의 체크포인트인 제단뿐만 아니라 UI나 메뉴창까지도 콘솔 게임의 그것을 그대로 넣었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에만 익숙하던 유저에게는 상당히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그 흔한 자동장착이나 팁 같은 것도 거의 없고, 퍽을 올려서 스킬을 배우고 그런 것도 일일히 제단 가서 해야 하는 식으로 해뒀거든요. 아이템칸도 단순히 아이템만 누르면 바로 장착되는 게 아니었고요. 지도도 지원 안 하는데다가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이기 때문에 길을 찾기도 어려워서 헤매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제단 못 찾고 죽으면? 시작 지점부터 다시 해야 하는 거죠.



▲ 스킬을 어디에서나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 제단에 가야지만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소울류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면 "이걸 무슨 재미로 하라는 거야?"라고 언뜻 생각이 들 순 있을 겁니다. 흔히 말하는 쉽고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게임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장르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파스칼 웨이저는 소울류의 기본기와 불편함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게임입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소울류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이를 극복하면서 느끼는 재미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거든요.

다만 모바일인 만큼 다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 느껴졌습니다. 맵은 좀 구조가 꼬여있긴 하지만 규모 자체는 콘솔 게임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편이었고, 특히 자유도에서는 좀 아쉬웠습니다. 무기에 따라서 플레이스타일이 바뀐다던가 그런 요소들이 없었으니까요. 대신에 이는 테런스, 비올라, 놀우드 세 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를 태그 액션식으로 상황에 따라 교대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식으로 보완을 했습니다.



▲ 총검으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지만 패리가 불가능한 '비올라'



▲ 강-약 공격 연계로 다채로운 공격이 가능한 '테런스'



▲ 속도는 느리지만 안정적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놀우드',
이 셋 중 둘을 데리고 가서 플레이하는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모바일'을 빼면 어떨까?
기본기는 보여줬지만, 플러스 알파가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언급했던 모바일 기기의 한계를 파스칼 웨이저가 온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소울류는 패턴과 타이밍을 칼 같이 포착해서 조작하는 세밀한 컨트롤이 생명인 장르죠. 그런데 그런 컨트롤을 모바일 화면으로 하기란 상당히 어렵고 불편합니다. 안 그래도 시야가 좁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손가락이 화면 일부를 필연적으로 가리다보니 더 심기가 불편한 것도 있고요.

이건 사실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는 아니고 하드웨어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그 조작감이 불편한 대신, 유저가 좀 더 버티고 플레이할 수 있게끔 캐릭터 스탯을 올려줄 아이템 제작이나 퍽 등 요소를 채택하면서 보완하기도 했죠.

물론 그걸 착용했다고 해서 무쌍을 찍는 게 아니라, 세 번 맞아서 죽을 걸 네 번으로 늘려준다던가 하는 정도로 절충해서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제작을 위해서 이전에 클리어하거나 진입했던 지역으로 가더라도 타 모바일 게임처럼 회귀 메뉴가 있는 게 아니라, 복귀 지점까지 유저가 직접 가게끔 해서 쉬운 반복 사냥-스펙 업-쉬운 클리어의 루틴이 되지 않게끔 조절하긴 했죠. 게임패드만 연결해줘도 한결 낫습니다.



▲ 하다보면 폰으로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전까지 몇 번 죽었는지는 비밀

▲ 재료를 모으기 위한 반복 플레이는 가능하지만 복귀할 때도 그 지점까지 직접 가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파스칼 웨이저가 처음부터 패드로 플레이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콘솔 게임 스타일에 충실한 UI다보니 메뉴창에서 아이템을 장착하고 그런 것도 오히려 패드가 더 편했거든요. 그래서 처음 스테이지를 깬 이후에는 아이패드에 컨트롤러를 연동해서 플레이하는 식으로 즐겼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느낌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확실히 파스칼 웨이저는 소울류 액션의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전투 메카니즘, 레벨 디자인뿐만 아니라 스토리, 세계관을 드러내는 방식도 마찬가지죠. 갑작스럽게 거상, 센드릴 등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올뿐만 아니라 그걸 시시콜콜 설명해주지도 않아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주인공 테런스는 테레사를 찾기 위해서 교회기사를 그만뒀다고 하는데, 그 테레사가 누구인지, 어떤 일이 있는지도 일언반구도 없어 유저가 직접 그 흔적을 찾아가야 하죠.

맵 중간중간에 보면 여러 수기들을 줍게 되는데, 그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세계관과 스토리에 대한 정보를 알아가고 공백을 메워가는 형태입니다. 그마저도 괴물들이 출몰할 뿐만 아니라, 일부 광신자들이 괴물을 잉태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광기어린 세계다보니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것도 많고요.



▲ 과거는 묻지 마세요 기조다보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 멀쩡한 사람도 괴물 만드는데 쓰고는 하는 광기어린 세상이니 제대로 된 기록이 남을 리가...

여기에 앞서 언급한 전투, 레벨 디자인까지 포함하면 흔히 생각하는 '소울류'의 기준에는 부합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상 무언가 보여줄 것이 없다는 게 파스칼 웨이저의 한계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파스칼 웨이저만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무언가가 뚜렷히 드러나진 않는 거죠. 다크할 뿐만 아니라 설명도 제대로 안 되어있어서 유저가 직접 알아가야 하는 캐릭터, 세계관은 소울류를 위시한 작품들 다수가 차용하는 것이니 그렇다고 치죠. 그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기본기는 갖췄지만 그 이상은 보여주진 못하거든요. 그것이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나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정이 됐던 것이죠.


모바일 환경에 타협하지 않은 소울라이크, '파스칼 웨이저'
기본기는 충실, 플러스 알파는 부족, 10연차 한 번 포기해서 해볼 가치는 충분


파스칼 웨이저가 모바일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건지, 아니면 모바일이라는 것을 핑계로 그 정도로만 만들었는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모바일이라는 점을 빼고 보면 소울류의 기본기를 갖춘 게임 딱 그 정도라는 점입니다. 다만 그걸 '모바일'로 충실하게 구현했다는 점은 확실히 인정할 만하다는 거죠.

물론 모바일이라는 점만으로 가산점을 주기엔, 소울라이크 장르의 각 팬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워낙 매니악한 장르인 만큼 이 장르를 즐기는 팬층은 확고하고도 엄격한 잣대로 게임을 평가하기 때문이죠. 파스칼 웨이저의 한계를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한계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지덕지하기에는 딱 기본기만 갖췄으니 섭섭할 수밖에 없거든요.



▲ 급하면 물약 어떻게 틈내서 먹고, 마음 다잡고 피해서 공격하는 소울류의 기본기는 확실합니다

특히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소울류 콘솔 게임들을 모바일로 즐긴다고 가정한다면 그 한계는 더더욱 뚜렷합니다. 아직 레이턴시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장은 파스칼 웨이저가 경쟁력이 있겠지만, 점차 레이턴시가 해결됐을 때 그것만의 요소를 즐기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게임이거든요.

그런 아쉬움은 있지만 파스칼 웨이저는 현 단계에서 분명 의미 있는 게임이라고 하겠습니다. 모바일의 작은 화면, 입출력 장치가 한꺼번에 있는 제한적인 환경에서 소울라이크의 기본기를 충실하게 담아냈다는 것,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한계에 최소한으로 타협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 때문이죠.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보이는 태그 액션 등을 차용하긴 했지만, 그 외에 육성 및 플레이 메커니즘에서 그 전통적인 불편한 모델을 그대로 고수해서 넣었으니까요.

아마 모바일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정통파 콘솔 유저라면 성에 안 찰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은 보통 휴대용 콘솔은 소지하고 있을 것이고, 그걸로 원조를 즐기면 될 테니까요. 더군다나 아직 한국어화 출시도 안 됐다는 점도 아쉽긴 합니다. 그렇지만 모바일 게임도 즐기는 분, 그 중에서 자동 사냥이 아닌 모바일로 손맛과 짜릿함을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10연차 한 번을 참고 구매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하겠습니다. 도처에서 기다리는 데스양을 피해 손을 이리저리 놀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죽으면서 계속 도전하는 그 맛, 느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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