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보토미 해본 사람한테 참 좋은데...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16개 |


⊙개발사: 프로젝트 문 ⊙장르: 배틀 시뮬레이션 ⊙플랫폼: PC(STEAM) ⊙출시: 2020.05.15(얼리 액세스)


인간이 먹어치우지 않으면 24시간마다 그 수가 2배로 늘어나 세계를 덮어버리는 케이크.
그 모습을 묘사한 글만 읽어도 정체불명의 병에 걸려버리고 마는 거대한 해양생물.
바라는 무엇이든 진짜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소녀.


기이한 이상·환상체를 세계로부터 격리하고 관리하는 SCP 재단은 위키계의 타임머신으로 불립니다. 시작은 도시 괴담쯤으로 여겨지는 이야기들을 묶어 마치 진짜 있는 것처럼 여기는, 일종의 취미였죠. 그런데 설정이 잡힌 격리체의 수가 수천 종에 이르고 재단 자체에 대한 배경도 이런저런 살이 붙다 보니 단순히 취미로 여길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죠. 한번 읽기 시작하면 맨정신에 뜨는 해를 보는 것도 금방입니다.

이처럼 컬트적인 인기를 끄는 SCP 재단이기에 게임화도 종종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만듦새는 그저 그랬습니다. 대개 무료로 배포되는 개인 창작 게임이거나 특정 격리체의 설정만을 가져온 게임에 그쳤으니까요. 그래서 2016년 처음 등장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에 쏠린 관심은 더욱 컸습니다.

거대한 시설에 온갖 기묘한 환상체를 격리한 회사. 그 뒤에 감춰진 모종의 음모. 플레이어는 이 회사의 관리자가 되어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의 형태로 직원을 조종합니다. 자연스레 SCP 재단이 떠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죠. 여기에 영화 케빈 인 더 우즈처럼 환상체가 탈출해 벌어지는 혼돈까지 제대로 그려냈습니다. 팬들의 상상력이 처음 게임으로 온전히 구현된 겁니다.

그렇게 전 세계에 숨어있던 미스터리 팬들을 게임 하나로 엮어낸 개발진은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번에는 픽션계에서 신비로움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바벨의 도서관을 기반 삼았죠. 장르에, 모습도 전혀 다르지만, 큰 이야기만큼은 찢어진 종이를 맞춰보듯 완전하게 들어맞는 후속작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Library Of Ruina)의 이야기입니다.





무한대의 도서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끝나는 도서관의 이야기

아르헨티나의 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사에 전환점을 찍고 미래로 나아갈 길을 연 인물입니다. 특히 평생을 도서관에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묘사한 바벨의 도서관은 인문학의 역사를 10페이지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글로 담아낸 작품으로 유명하죠.

바벨의 도서관에 속한 사람들은 평생을 이 안에서 책을 읽으며 삽니다. 육면체의 방이 무한대에 가까이 연결된 이곳에서 그들은 글자의 나열일 뿐인 책 중 미래를 예언하고 진리가 담긴 가치 있는 도서를 찾다 삶을 마감하죠. 게임 속 도서관은 자연스레 이 바벨의 도서관을 떠올리게 합니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과 SCP 재단의 관계처럼 말이죠.

게임 속 도서관의 관장이자 사서인 앤젤라는 무의미한 책들 속에 진짜 가치가 있는 책을 찾고자 도서관으로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도서관에 초대된 사람은 접대를 통해 각각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환원됩니다. 그 책을 통해 또 다른 사람을 초대하고 초대하다 보면 그 끝에는 바라 마지않는 진리와 복수의 길이 있다고 앤젤라는 믿고 있죠.

그리고 이 은 게임의 진행부터 성장, 전투, 장비, 그리고 스토리의 진행까지 두고두고 쓰입니다. 스토리 상에서도 포인트가 되는데요. 전작의 환상체 자리를 이런 책이 대신했다고 보면 됩니다.




개념적인 부분에서 설명했으니 이번에는 한발 게임 쪽으로 다가와 이 책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네요.

게임은 책을 사용해 사람을 초대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예를들어 신데렐라라는 책이 있으면 백설공주를 초대하고 접대할 수 있습니다. 앤젤라는 주인공에게 접대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는 그들을 없애는 전투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백설공주를 없애면 신데렐라는 신데렐라의 책이나 다른 것으로 환원되는 식이고요.

이렇게 얻은 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게임의 진행 방향을 결정합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초대하고 스토리를 진행해도 되고 연소라는 방식을 통해 소모할 수도 있습니다. 책을 연소하면 그 안에 담긴 낱낱의 책장(冊張) 분해되는데요. 이 책장에는 접대했던 책의 주인이 장비 형태로 나올 때도 있고 전투에 카드처럼 사용하는 책장으로도 나옵니다.

전투에서 얻는 책의 획득과 연소한 책장의 종류. 이들 모두 어느 정도 운적 요소에 따라 드랍됩니다. 자연스레 원하는 책과 책장의 획득을 위해 반복이 필요한데요. 스토리 바깥에서는 책에 조합에 따라 초대 인원도 달라지니 파고들기 요소만큼은 확실하죠. 반복 성장이 필요 없다면 초대에 필요한 책만 모아 메인 스토리를 먼저 밀어도 됩니다. 대신 희귀 책의 획득에 따라 스토리와 결말 차이는 있을 테지만요.



▲ 스토리 진행에는 필요한 책이 있고 전투에서 드랍되는 책도 따로 존재한다



▲ 스토리 진행 대신 연소를 통해 아이템, 장비를 얻는다고 이해하면 편하다

게임은 이처럼 하나의 아이템쯤으로 쓰일 책이라는 개념을 플레이어가 가치를 구분하고 여러 방식으로 활용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진정한 가치가 담긴 책을 구분하고 이를 향해 전진해나가는 게임 속 사서의 역할을 체감하도록 짜 맞춰진 셈이죠.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그 이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단호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물들



▲ 실시간으로 거대한 격리 시설을 관리해야 했던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던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신경 쓸 요소도 많았고 환상체 탈출이나 직원들의 돌발 행동도 재빠르게 제압해줘야 했습니다. 특히 관리 지역이 넓어지면 일시 정지를 해도 손과 뇌가 오작동을 일으키며 실수하는 순간이 오곤 했죠.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는 이런 부분들을 과감히 쳐냈습니다. 대신 전투와 성장, 팀 구성 등의 도서관 파트와 스토리가 진행되는 이야기 파트에 집중했죠.

이야기 파트는 플레이어가 말 그대로 이야기 전개에만 신경 쓰도록 했습니다. 일러스트는 위아래로 짜부라트려 데포르메 된 전작의 캐릭터 대신 8등신의 사실적인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귀여운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아쉬운 일일 테지만, 몰입감은 분명 더해졌죠.

여기에 뒤틀림 현상이나, 미래인지 과거인지 알 수 없는 독특한 세계관의 모습도 대사와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작에서는 1인칭 시점에서 하루하루 지나가며 단편적으로 주어졌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제삼자의 관점에서 진행됩니다. 다른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읽고, 보는 비주얼 노벨처럼 막힘 없는 전개가 이어집니다. 여기에 텀블벅 후원 달성을 통해 추가된 성우들의 더빙 연기도 몰입을 돕죠.



▲ 책이 된다는 의미를 목적을 위한 과정으로 여기는 앤젤라

책이라는 개념이 게임의 주요 시스템이자 도구로 쓰였다면 스토리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볼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사서의 초대를 받는 인물들은 뒷골목을 전전하는 해결사 따위입니다. 피지배층, 혹은 사회 시스템에서 배제된 사람들이죠. 일부는 사람을 요리 재료로 쓰는 살인마고 일부는 자신의 몸 하나 기댈 곳 없어 희망을 품고 생존을 위해 도서관을 찾습니다.

사서 앤젤라에게 이들은 책이 될 존재이며 가치 있는 무언가로 이끌 수 있는 표지판쯤입니다. 하지만 책으로 환원된다는 건 게임 내에서도 분명히 '죽음'으로 분류되어 있죠. 그리고 이런 행위에 환멸을 느끼는 인물도, 동료의 죽음에 좌절하는 인물도 등장합니다.

이처럼 게임 속 주역들과 이를 바탕으로 조작하는 게임 세계 모두 가치를 지니지 못한 책은 도구의 개념에 그칩니다. 게임 초반 앤젤라가 이런 가치관을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지고요. 당연히 게임이 이어져가며 플레이어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적을 책으로 만들고, 그 책을 소모할 텐데요. 이야기 파트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을 통해 문득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통렬하게 인식시켜줍니다. 그리고 뭐가 옳은지 생각하게 합니다. 굳이 이게 잘못됐다, 혹은 옳은 일이다 설명하지 않지만요.



▲ 하지만 책이 된다는 건 일반 사람들에게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전작을 즐긴 팬에게는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다시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말쿠트나 예소드 등 전작의 직원들은 게임의 주역 사서로 등장하는데요. 도서관 각 층을 담당하는 그들은 책 연소나 특정 조건을 만족할 때마다 개별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메인 스토리와 함께 이들의 이야기를 확인해나가면 거대한 게임 세계에 구멍이 하나하나 메워지듯 이야기가 맞춰지게 됩니다.

팬심을 자극하는 요소들도 다수 담겼습니다. 주인공 롤랑의 넥타이를 가다듬어 주는 예소드나 급격하게 흥분하는 말쿠트, 무기력함에 눈조차 뜨기 싫어하는 빠진 네짜흐 등은 가슴 한편 어딘가를 간질간질하게 합니다. 덕심을 흔든다고나 할까요. 그 덕에 일본, 중국에까지 인기를 넓혀갔던 전작 이상의 다양한 2차 창작도 기대해봄 직합니다.



▲ "넥타이를 다시 매어드리죠"


'복잡'을 '전략'으로
적응은 어렵지만, 깊이는 확실한 전투

접대. 그러니까 전투는 게임의 핵심임과 동시에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세부적으로 설명한다면 기사 오른쪽 스크롤 크기가 절반으로 쪼그라들 거예요. 그 정도로 복잡하다고 느낄 요소가 많은데요. 이게 직접 플레이하며 익숙해지면 크게 '복잡' 보다는 '전략'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고 깨달을 겁니다.



▲ 앤젤라가 말하는 접대란 이런 것입니다...는 몽둥이 스매시!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접대는 고전 RPG에서 보던 턴제 전투에 카드 대전을 더한 방식입니다. 아마 이런 종류의 게임이 왕왕 있어 인디 게임 좀 해봤다면 나름 감이 올 겁니다. 문제는 일반적이라고 생각해왔던 것과는 UI와 조작이 많이 다르고 거의 상용어처럼 쓰이는 기존 게임 용어를 이번 작품 세계관에 맞춰 바꿨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게임의 도움말이 준비되어 있기는 한데 복잡한 게임 UI와 엮여 한눈에 보기 쉽게 만들어져있지는 않습니다. 잠깐 언급했듯 그냥 설명하기 거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요.

그래도 전투 핵심을 설명해보자면 전투는 크게 각 캐릭터의 공격 순서를 정하고, 원하는 책장을 선택, 적을 지정하고 턴을 종료하면 됩니다. 그럼 남은 건 순서에 따라 알아서 공격하는 일만 남습니다. 매 턴 이런 방식으로 전투가 이어지고 모든 적을 책으로 만들면 끝이죠.



▲ 화면 곳곳에 플레이하며 확인해야 할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다

핵심만 설명하면 간단한데 여기저기 생각할 거리가 넘칩니다. 공격 순서에 따라 적이 공격 대상을 지정하면 속도가 더 빠른 캐릭터로 먼저 제압할 수도 있고 공격 타깃을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공격에 쓰이는 책장은 공격, 방어, 회피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적의 공격을 회피로 흘리거나 공격을 더 강한 공격으로 제압하는 것도 됩니다.

캐릭터마다 정해진 속성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죠. 모든 캐릭터는 참격, 관통, 타격 3가지 타입의 공격에 취약, 약점, 보통, 견딤, 내성 등 5가지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체력 외에 흐트러짐 게이지를 먼저 제거하면 1턴 동안 공격도 방어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 수 있는데요. 이게 체력과는 다른 내성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어 무엇을 먼저 공격할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전투에 쓰이는 책장은 0부터 3까지 빛 소모값이 있는데 각 캐릭터의 빛은 기본적으로 턴 당 1씩 회복됩니다. 그러니 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죠. 여기에 적과의 합을 통해 감정이 고조되면 환상체 카드를 써 강력한 효과를 내게 됩니다. 감정이 고조된 적은 더 높은 가치의 책으로 환원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나름 간단히 설명해도 그저 글만 보면 쉽게 알아듣지 못할 부분이 많습니다. 대신 단어를 조금 비틀면 그나마 이해에 도움이 될 겁니다. 감정은 흔히 공격하거나 피해를 당하면 생성되는 특수 게이지쯤으로 이해하고 자원은 마나 개념쯤으로요. 흐트러짐은 대전 격투 게임에서 가드 해제에 따른 스턴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요.

이 정도 이해하고 직접 플레이하다보면 보기와는 다르게 전투의 깊이를 나름 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또 용어 자체가 어렵고 직관적이지는 않지만, UI는 익숙해지면 나름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고요.

아쉬운 점은 공격 순서와 각 책장의 공격, 방어 수치가 랜덤으로 결정된다는 점인데요. 물론 머리를 써가며 적절한 카드를 배치하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분명 이길 게임도 주사위 신의 미움을 받는다면 길게 늘어지기 쉽습니다. 아무리 대전 게임이 아니더라도 간절한 기도를 통해 승부가 가려지는 건 썩 좋은 경험은 아니죠.



▲ 트레일러에서 이미 지옥같은 '운빨'을 암시하고 있었다... 패치로 나아지긴 했지만


후속작이라는 개념에 너무나도 충실한 이야기
모든 게 깊이 있고도 불친절하다

여기까지 왔다면 게임 자체만을 설명하는데 정말 많은 고유 단어와 시스템들이 나왔다는 걸 체감할 겁니다. 그게 바로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SCP 재단을 떠올리게 하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그들을 가두고 관리하는 회사의 암약과 그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를 배경에 깔았습니다. 재단 자체가 괴담과 도시 전설을 묶어 관리한다는 설정놀음이었는데 여기에 더 많은 설정과 이야기가 덧붙여진 거죠.

이번 게임에는 전작 이상의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는데 개발진은 이를 용어부터 시스템까지 게임 전 부분에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도 직관적으로 이해되기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해야하고 고민해야 하는 게임이 되어버렸죠. 이런 부분은 게임이 전작의 시간적 후속작, 그러니까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결말 뒤로 이어지는 시퀄(Sequel)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 전작 이야기 갈래에서 이어져 나온 뒤틀림 현상들

결말에서 이어지니만큼 당장 지목하기에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요소도 많습니다. 이름이나 명사 하나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전작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글에 올릴 스크린샷 하나도 혹여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을지 노심초사해가며 확인해야 했죠.

그렇다고 이전 작품을 즐기지 않았던, 새롭게 유입된 팬들을 위한 안내가 잘 마련된 건 아닙니다. 시리즈가 오래 이어진 게임들은 으레 해설이나 용어집을 시스템으로 마련해두거나 등장인물이 자연스레 관련 설정을 설명을 넣어두는데요. 하지만 앤젤라와 게임 속 사서들은 플레이어의 존재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목적과 그에 따른 이야기를 꺼내놓으니 처음 게임을 하는 유저는 무슨 소리인지 답답해질 수밖에 없죠.

그나마 주인공을 L사와 관계없다고 설명된 인물인 롤랑으로 설정해두긴 했습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도서관에 적응해나간다는 식의 설정인데요. 그 역시 어디 먼 차원에서 건너온 인물이 아니라 암울하고 기괴하기 그지없는 이 도시의 인물입니다. 플레이어만큼 이 세계에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거죠.



▲ 생각한 걸 우리한테도 좀 자세히 알려줬으면

대신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플레이한 유저에게는 쓸데없는 이야기 없이 전작 이후 펼쳐진 세계, 그리고 그 배경과 미처 풀리지 않았던 이야기들까지 곧장 전개됩니다. 대부분의 인디 게임이 더 많은 팬을 끌어모으기 위해 전혀 다른 게임에 전작의 이름을 빌려 내놓는 것을 생각하면, 팬으로서는 이만한 게임이 없는 거죠.

물론 몇몇 인물이나 사건들은 그 등장이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요. 이게 게임을 집중해서 하지 않아 지나친 건지, 아니면 전작에서 다루지 않았던 설정인데 마땅한 설명이 없어 전작에도 나왔던 거라고 착각한 건지 도통 알기 어려웠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를 뒤져가며 설정집을 찾는 플레이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용어 해설집 기능은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 모두에게 필요해 보입니다.


이미 검증된 소통 능력
얼리 액세스, 그리고 패치, 또 패치



▲ 전투에 활용되는 책장들

사실 못다 한 전작의 이야기를 즐기고 머리를 굴리며 전투에 담긴 전략을 체험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적은 설정이나 적응 문제 이전에 튀어나오는 크고 작은 버그였습니다. 초반부터 아예 게임이 멈추기도 했고 적을 잡아도 필요한 책이 나오지 않아 스토리가 막힐 때도 있었죠.

진행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도 몇 보였는데요. 장비와 공격에 필요한 책장을 획득하는 연소가 층이라고 표현된 스쿼드마다 따로 이루어지니 굳이 여러 층을 키울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양한 사서와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책이 필요하니 의미 없는 반복 전투를 강요한 셈이죠.

이렇게 기사에 적어 넣으려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단점들을 하나둘 따로 끄적여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때마다 몇 개씩 다시 지워야 했는데요. 출시 이후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수정되는 패치 덕이었죠. 게임 플레이를 크게 방해하는 버그는 대부분 잡혔고 책과 책장의 드랍률로 조정됐습니다. 전투 밸런스를 위해 주사위 굴리며 합을 맞추는 전투는 최소, 최댓값을 구분하는 등 핵심적인 부분도 손봤습니다.



▲ 하루에도 몇 번씩 패치, 패치, 패치, 오류 수정, 패치

아마 이런 개선을 위해 얼리 액세스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는데요. 모든 작품이 착실한 단계를 밟아가며 개발을 이어가지는 않습니다. 좋은 예는 아니지만,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게임 개발을 중단하는 예도 종종 있고 개발 속도가 늦어지는 게임도 있습니다.

개발사 프로젝트 문은 서비스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10번 이상의 크고 작은 업데이트를 마쳤죠. 앞서 국내 인디 개발사임에도 외국어 포럼을 열고 팬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통해 유저들과의 꾸준한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게임 만듦새를 나날이 높였단 점도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단점이 하루가 다르게 수정되리라 기대할 수 있게 하고요.




바다가 깊을수록 다양한 해양 생물이 살고 볼거리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헤엄치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깊은 바다는 선뜻 발 담그기 어려운 기피의 대상이겠죠. 그렇다고 물을 길어 얕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잠수 장비를 빌려주든 유리 해저 터널을 뚫든 그들에게 신비로운 바닷속 세계를 선보일 방법은 많으니까요.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는 이미 충실한 세계관과 전략을 품었습니다. 이제 그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조금은 친절한 안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개발진이 꿈꾸었던 마블 유니버스와 같은 프로젝트 문 세계관을 만드는 것도 꿈은 아닐 겁니다.

물론 전작의 모든 것을 낱낱이 즐긴 이라면 아직 엔딩 챕터가 나오지 않은 얼리 액세스 만드로 그 가치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일단 로보토미 코퍼레이션부터 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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