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아.. 멘탈이 치유된다아...♥" 요시 크래프트 월드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11개 |

삶에서 지치고 스트레스가 뚝뚝 묻어나올 때, 우리는 어떤 게임을 해야 하고 어떤 느낌을 받아야 할까.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 계속해서 출시되는 요즘. 강렬한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극복의 카타르시스를 강조하는 방법으로 재미를 주는 게임이 늘어나고 있다. 극복과 성공의 카타르시스는 매우 크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극적인 요소가 없어도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들이 소소하게나마 등장하고 있다. 평화로운 분위기와 아트, 단조롭지만 깊이 있는 플레이를 통해서 확실한 영역을 구축한다. 한편으로는 아동용 게임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나, 적어도 전연령 게임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치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자극적인 요소를 사용하지 않고 잘 짜인 레벨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멘탈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으니까.

지난 3월 29일 정식 출시한 요시 시리즈의 최신작 '요시 크래프트 월드'도 이와 마찬가지다. 종이 공작품을 테마로 삼은 아트웍, 횡스크롤 플랫포머라는 기본에 충실한 레벨 디자인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난이도를 어렵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플레이어를 어떻게 게임에 파고들게 할 것인지를 고민한 모습이다.




마리오의 그림자 아래에서
특징 그리고 한계

요시 시리즈는 첫 타이틀인 '요시 아일랜드'시점부터 다름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시리즈 전반에 영향을 미친 키워드이자, 시리즈를 제작하며 항상 던질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큰 틀에서 보면 횡스크롤 플랫포머지만, 세부적인 시스템과 개념 등은 같은 장르의 게임들과 차이점을 두려는 모습을 보인다. 일종의 강박관념처럼 보일 정도다.

요시 시리즈는 첫 작품, '요시 아일랜드' 이후 시리즈에 큰 그림자가 남기 시작한다. 게임이 워낙 잘 나오기도 했던 탓도 있겠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횡스크롤 플랫포머 장르에서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당장 닌텐도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같은 장르에 '슈퍼 마리오'라는 거물이 버티고 있다. 게임사에 큰 획을 그은 게임 시리즈가 말이다. 그렇기에 요시 시리즈는 태생적으로 마리오의 그림자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름부터가 '슈퍼마리오 요시 아일랜드' 였으니 말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어디까지나 예상 가능한 액션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명확한 한계점이 됐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나름 새로운 액션을 선보이려고는 했으나 벗어날 수 없는 지점은 존재했다. 어느 정도의 틀 안에서만 액션과 시스템을 활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시리즈 내내 한계점에 따른 매너리즘과 연결됐다.

물론, 마리오 시리즈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시리즈 내내 있었다. 독립된 시리즈로 구성되는 만큼, 이를 벗어나야만 세일즈 포인트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시 시리즈는 '아트'와 '레벨 디자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첫 작품의 '빡세던' 난이도를 버리고 모든 이들을 위한 구성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천천히 느긋하게 플랫포머 장르를 음미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클리어보다는 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진 요소들을 찾고 수집하는 과정에 더 큰 목적을 둔다. 플레이 자체는 난이도가 낮게. 대신 수집으로 100%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향성이다.

요시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요소들은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두 가치를 중점으로 게임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시 시리즈가 요시 시리즈일 수 있는 정체성이기 때문이며, 명확한 한계를 가진 시리즈에 변화점을 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 전작 요시 울리월드도 이와 같은 방향성이다.

스테이지의 앞 그리고 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도록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간 플랫포머 게임과는 달리, 요시 시리즈는 수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얼마나 빠르게, 떨어지지 않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잘 짜인 스테이지를 바탕으로 개발자가 숨겨둔 요소들을 하나하나 찾은 과정에 무게를 둔다. 이와 같은 지향점은 이번 '요시 크래프트 월드'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요소는 '깊이'다. 크래프트 월드는 게임플레이 전반을 통해 단순한 횡스크롤 플랫포머가 아님을 강조한다. 난이도가 낮아진 만큼, 탐색할 거리를 깊이라는 개념을 통해 숨겨뒀다. 코스(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은 평면이 아닌, 스테이지 배경과 같은 곳에 있다. 플레이어는 알을 던짐으로써 배경 오브젝트를 제거하고, 개발자들이 숨겨둔 요소를 하나하나 찾아 나간다.



▲ 횡스크롤 플랫포머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또한, 크래프트 월드라는 게임의 이름처럼 '종이공작' 개념을 이용한 요소들이 코스 전반에 녹아들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코스를 단순히 평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3D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단순 평면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배경에 알을 던지는 행위, 오브젝트의 뒷면을 이용하는 퍼즐 풀이 등은 2D라는 고정 관념을 파괴하게 한다.

더불어 크래프트 월드는 '스테이지의 앞, 뒤'라는 개념을 도입해 스테이지를 다각적으로 해석한다. 플레이어는 스테이지 처음으로 들어서며 일반적인 플랫포머 형태로 게임을 진행한다. 스테이지의 좌측에서 우측으로 정주행하며, 만나는 적을 제거하는. 장르의 문법 그대로의 형태다. 이전 시리즈는 물론이고 동종 장르와 비교해서도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그러나 코스를 처음으로 완주한 순간, 게임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코스의 뒷면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같은 스테이지 임에도 새로운 느낌을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기존과는 다른 수집 목표를 제공하며 코스를 반복해서 활용한다. 3D로 제작된 횡스크롤 플랫포머임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법이다. 분명 게임 콘텐츠의 반복이지만, 새로운 목표와 배경이 제공되면서 재탕이라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플레이 면에서는 한 번 왔던 길을 역으로 반복하는 셈이지만, 플레이의 양상은 달라진다. 코스의 깊이를 강조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며, 다른 시각으로 코스를 바라보게 했다. 코스의 앞과 뒤. 그리고 새로운 수집 요소까지 전부 사용하면서 게임의 콘텐츠는 더욱 밀도 있게 구성된다.

그동안 출시가 연기되었던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지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만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한정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 없이는 나오지 않았을 구성이다. 분명히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통해 만들어졌음을 예상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키워드는 '힐링'
진정한 의미로 평화로운 아트

스테이지의 모든 요소를 활용하는 게임 디자인과 더불어, 종이 공작을 테마로 만들어진 그래픽도 일품이다. 크래프트 월드의 제작사인 '굿 필(Good-Feel)'이 2015년 '요시 울리 월드(털실 요시)'에서 보여줬던 감성이 게임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그래픽을 구성하면서 재질을 먼저 정하고 그에 따라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굿 필만의 특징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애초에 난이도가 낮아지고 있는 시리즈인 만큼, 주변 환경과 그래픽을 감상하는 것도 최근 요시 시리즈의 장점이 된다. 나지막이 들리는 배경 음악과 함께, 컨셉에 딱 맞춘 게임 그래픽은 플레이어에게 안정감과 평화로움이라는 감정을 전한다. 한편으로는 힐링 게임이라는 키워드가 딱 어울리는 그래픽이라고 평하고 싶다.







그래픽, 컨셉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은 부분은, 단순히 그래픽에 그치지 않고 레벨 디자인 전반에 이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코스에 깊이라는 개념을 가져온 것도 종이 공작이라는 테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그래픽 요소로 끝나지 않고 발상을 게임 전반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매우 평화로운 게임이기에, 시간제한과 같이 플레이어가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이 들게 하는 시스템은 없다. 아트를 감상하며 코스를 완주하고, 다른 각도에서 다시 감상하고 완주하는 과정이 이어질 뿐이다. 코스 내에서 살짝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게임의 시작부터 엔딩까지 매우 느긋한 플레이가 계속된다. 한 번 달성한 목표는 완료된 것으로 유지되니, 한 번에 모든 것을 달성하려는 강박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 그저 되는대로 모으면 된다.

대신, 클리어를 쉽게 만들고 수집 요소를 늘리는 선택지를 택했다. 다양한 각도로 코스를 완주할 수 있도록 설계한 만큼, 반복 시마다 새로운 수집물을 제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코인, 스페셜 플라워는 물론이고 코스 클리어 이후 제시되는 숨겨진 요소 찾기 등 소소하지만 새로운 목표를 제공하려 했다. 이리저리 잘 숨겨놓은 것들이 많아 이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아놓은 수집 요소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잘 구성해뒀다. 이 부분도 컨셉과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 지역마다 뽑기 기계가 존재하고 모아놓은 코인을 사용해 요시가 장착할 수 있는 코스튬을 얻는 방식이다. 코인을 뽑기 기계에 넣고 돌리면, 미리 설정한 확률에 따라서 코스튬이 나온다. 꽤 많은 코스튬이 존재하므로 다 모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 뽑기 이긴 한데, 10번만 돌리면 모든 코스튬을 다 얻을 수 있다.

정말 쉽다. 그러나 100%는 어렵다
요시 시리즈다운 플레이와 수집물들

콘텐츠 볼륨 면에서 코스는 전체 50개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전작인 털실 요시와 비슷하거나 살짝 적은 수준이다. 난이도는 극도로 쉬워졌다. 코스튬의 방어 기능으로 체력이 줄어드는 것도 방지할 수 있는데다, 체력이 다하더라도 체크 포인트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닌텐도가 출시한 같은 장르의 게임들과 난이도를 비교하자면, '크래프트 월드' < '뉴 슈퍼마리오 U 디럭스'< '동킹콩 컨트리 트로피컬 프리즈' 로 나열할 수 있겠다. 코스의 구성에 따라서 약간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따지자면, 플레이 자체는 극도의 순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인 털실요시와 비교해서도 난이도 자체는 매우 쉬운 편이다.



▲ 난이도를 매운 걸로 치자면, 대충 이런 느낌.

레벨 디자인은 더 대중성 있도록 만들었다는 방향성이 확실하게 보인다. 코스에 따라 다른 테마로 구성되어 흥미를 자아낼 뿐 아니라, 차근차근 새로운 오브젝트와 장애물들을 선보였다. 난이도가 수직 상승하는 공간은 없으며, 이전 코스에서 만났던 새로운 오브젝트를 새로운 코스에서 적절하게 활용했다. 구체적인 튜토리얼이 없더라도 적응할 수 있도록 잘 꾸며뒀다. 닌텐도산 플랫포머가 보여준 훌륭한 레벨 디자인은 크래프트 월드에서도 여전하다.

시리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집품'도 여기저기 숨겨두기는 했지만, 악독한 난이도는 아니다. 피지컬을 요구하기보다는 여기저기 잘 숨겨놓았다고 할 수 있다. 꼼꼼하게 코스를 확인하면서 플레이하면 가능성이 보이기도 한다. 차근차근, 반복적으로. 딱 이런 느낌이다.

어차피 강제적으로 요구되는 것도 아니므로 완전한 클리어, 반복 플레이를 위한 도전과제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외에도 코스의 뒷면, 포치 찾기, 숨겨진 물건 등 여러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반복적인 플레이를 위한 요소가 된다. 즐겁고 가볍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 100%를 달성한 스테이지는 꽃이 핀다.

다만 매운맛이 거의 없도록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몇 가지 단점이 눈에 밟힌다. 첫 번째는 깊이 때문에 발생하는 조작 실수다. 이번 작품에서 스테이지에 깊이를 넣은 것은 좋았으나, 알을 던지는 부분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스테이지 안쪽에 오브젝트가 배치되어 있고, 그 앞쪽에 적 캐릭터가 있을 때에는 때때로 원하지 않은 대상에게 알을 덜질 수밖에 없다. 던지는 방향에 따라서 타겟이 달라지는데, 투사 궤적이 겹칠 경우의 우선순위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느낌이다.



▲ 오브젝트가 겹치면 이래저래 던지기 힘들다.

다음으로는 반복 플레이를 염두에 둔 것 같은 '알의 갯수 설정'이다. 개발진은 한 번의 플레이로 모든 수집품을 찾기 어렵게 만든 것처럼 보인다. 알을 마구마구 던질 수 있었던 플레이는 이번 크래프트 월드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협력 플레이에서는 알이 무제한이 되지만, 솔로 플레이에서는 빠듯한 수준이다.

오브젝트 또는 적의 숫자와 공급되는 알의 숫자를 비교하면 알의 숫자가 딱 맞거나 조금 적게 만들어뒀다. 어찌 보면 치밀하게 설계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캐주얼함을 강조하기 시작한 타이틀이기에 너무 빠듯한 게임 플레이가 아닐까 싶다. 수집물을 잘 숨겨놓았기에 알 정도는 많이 던질 수 있도록 해뒀다면 시리즈의 정체성이 더 강조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던질 알이 없다...

어려운 게임에 지쳤습니까?
그렇다면 요시 크래프트 월드로 오십시오.

물론, 요시 크래프트 월드는 전연령가 게임이다. 그러나 단순히 '애들이나 하는 게임'이라고 깎아내릴 정도의 게임은 아니다. 죽음을 극복해야 하는 게임,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 다수 등장하는 현재 상황에서 크래프트 월드의 평화로운 모습은 오히려 눈에 띈다.

그렇다고 게임을 허투루 만든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플랫포머라는 장르의 문법에 충실하며, 요시 시리즈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구축하려는 노력을 잊지 않았다. 마리오 시리즈의 그늘을 벗어나 구성된 아트와 레벨 디자인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모습과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털실요시부터 개발을 담당한 굿 필이 시리즈의 개발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 2인 플레이도 되고...

삶에 지치고 업무에 치이는 요즘 사회인에게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힐링 게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동심으로 돌아가 게임을 플레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연령 게임이라는 것은 곧, 아동만이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 먹힐 수 있는 게임 디자인을 보여주어야 함을 내포하기도 한다. 그리고 적어도 크래프트 월드는 뛰어난 구성으로 전연령에 매력을 보일 수 있는 게임이 되었음을 증명했다.

크래프트 월드는 점프하고 수집한다는 플랫포머 장르의 단순한 문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춘다. 그저 쉽게만 만들어 둔 것이 아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모두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한 모습이 보인다. 그렇기에 자신 있게 이 게임을 추천하고자 한다. 난이도를 낮추면서도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는 구성이기에 생각보다 긴 시간. 휴식하듯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 요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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