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층 더 농염해지다 - 캐서린 풀 보디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11개 |


⊙개발사: 아틀라스 ⊙장르: 호러 퍼즐 어드벤처 ⊙플랫폼: PS4, PS VITA ⊙발매일: 2019년 4월 25일

캐서린은 "문제작"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했다. '캐서린'은 예전 PS3 시절부터 이런 미묘한 평가를 가진 타이틀이었다. 오죽하면 대놓고 개발사에서도 " 세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쓸 정도니까.

캐서린은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연애사를 다룬 게임이다. 오랜 연애에서 오는 편안함과 권태감의 중간에서, 새로운 이상형이 나타나 뜻밖의 로맨스가 벌어지면서 일어나는 상황. 머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몸은 솔직한 주인공. 남녀 간의 깊은 연애사를 다루는 만큼, 표현이나 게임의 수위 자체도 높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묘사와 상황은 매우 노골적이다. 하지만 수위를 결코 넘어가지 않고 절대로 당신이 원하는 걸 보여주지 않는다. 치사하지만 세련된 묘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캐서린의 진정한 가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마 앞서 언급한 부분만 있는 서사 중심의 게임이었다면 PS3 버전이 걸작에 들어갈 정도의 평가를 받지 않았을테니까. 캐서린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퍼즐'에 있다. 호러 액션 퍼즐이라고 할 정도로, 캐서린의 퍼즐은 짜릿한 긴장감과 성취감을 제공한다. 물론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서사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상당히 괴로운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퍼즐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점점 서사를 넘기고 퍼즐을 하고 싶은 욕구에 빠져들게 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퍼즐을 만들어놓았다.

그럼에도 남녀 간의 서사에서 풍기는 야릇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직까지도 캐서린을 퍼즐 액션 게임보다는 다른 게임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선뜻 추천하기도 애매하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문제작'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던 타이틀이 '캐서린'이었다.

'캐서린 풀 보디'는 PS4, PS VITA(국내 미출시)버전으로 나온 캐서린의 완전판이다. 여기서 '풀 보디'는 와인에서 볼 수 있는 '풀 보디'가 맞다. 네이밍 센스 하나는 기가 막힌다. 현실은 더욱 농염하게 변했고, 퍼즐은 한계까지 무르익어 더욱 짜릿하고 강렬한 긴장감을 준다. 한층 더 무겁고 진해진 풀 바디 와인처럼, 한층 성숙해진 캐서린이 돌아왔다.




더욱 발전한 끔찍한 사각의 연애관계
더 진한 풀 보디 와인처럼, 진하고 묵직하게…




캐서린은 크게 현실과 악몽으로 나뉘어 게임이 진행된다. '현실 파트'에서 주인공 빈센트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유저들이 관망하거나 선택하게 되고, 현실 파트가 마무리된 뒤 빈센트가 잠에 들면 본격적인 호러 액션 퍼즐이라고 할 수 있는 '악몽 파트'가 진행된다. 캐서린 풀 보디는 당연하게도 이 두 파트 모두에게서 변경점이 있었다.

먼저 현실 파트에서는 가장 먼저 새로운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린'이 추가됐다. 이렇게 연인 캐서린 맥브라이드(K)와 어느 날 나타난 이상형의 캐서린(C), 그리고 갑자기 인연이 이어진 캐서린(Q, 린)과 빈센트, 그리고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각관계와 아수라장을 다룬다. 세 번째 캐서린인 린은 생각보다 매우 빠른 시기에 스토리에 편입된다.



K서린과는 현실적인 고민을 공유하게 된다.

기존의 K와 C에서 삼각관계를 이루게 되던 빈센트는 캐서린 풀 보디에서 K, C, Q와의 사각 관계가 형성된다. 캐서린 맥브라이드(K)는 오랜 기간 연애를 해 온 애인이고, 캐서린(C)은 어느 날 갑작스레 나타난 빈센트의 이상형이다. 린(Q)은 귀엽다. 이렇게 세 명의 히로인 사이에서 빈센트가 겪게 되는 일들은 더욱 혼란스럽고, 사람으로 하여금 양심과 욕망의 중앙에서 가혹한 결정을 강요한다.

풀 보디에서 현실 파트에서는 이렇게 갈라진 사각관계를 더 많은 애니메이션과 추가적인 연출, 대화를 통해 풀어낸다. 여전히 PS3에서 보여줬던 모습도 그대로 보여주지만, 때로는 새롭게 등장한 린을 소재로 대화와 사건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신선함과 분위기를 마련했다.



당신의 이상형에 맞춰, C서린의 목소리가 변화한다. 세상에...

추가적으로 DLC를 구비하면, 캐서린(C)의 목소리를 원하는 스타일로 바꿀 수 있다. 솔직히 이 목소리를 보고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상의 보이스'를 찾아내라는, 직접 11명의 여성 성우를 캐스팅해서 추가적인 목소리 녹음을 한 건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마음대로 자신의 '캐서린'을 찾으면 된다.

새로운 히로인과 이상형의 캐서린 목소리 선택, 그리고 다양해진 연출은 캐서린의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고 아름답게, 야릇하게 만들고 플레이어들을 유혹한다. 외형적 이상형, 그리고 내면적 이상형들이 끊임없이 현실의 연인과 경쟁하면서 플레이어를 유혹하고, 가책 받게 하는 선택을 권유한다. 그렇게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르익은 분위기는, 거대한 진실의 장막을 들추며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파멸이 있을지, 자유가 있을지. 혹은 진실한 사랑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건 바로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이렇게 어른들의 동화를 보고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들은, 당신에게 단순한 생각과 일탈만을 꿈꾸게 하지 않는다.

캐서린에서 풀어내는 복잡한 이야기는, 엔딩까지 이야기를 다 본 후 유저들을 여러가지고 고민하게 만든다. 속시원하면서도 찝찝하고, 때로는 한도 끝도 없이 착잡하며 행복한 느낌 단 하나만 들게 만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캐서린'의 이야기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간혹 캐서린들과의 추억, 이미지가 핸드폰으로 전송되어온다. C서린은 주로 화장실에서 볼 수 있다.







진정한 백미, 더욱 완벽해진 '퍼즐'
배려와 난이도 모두를 잡은 훌륭한 디자인

캐서린의 백미이자 진정한 재미는 바로 악몽 파트, 퍼즐에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 빨리빨리 퍼즐을 넘기고 싶었다면, 퍼즐에 맛을 들이는 순간 캐릭터들을 뒷전으로 보내고 퍼즐을 즐기게 되는 마력이 있다. 물론 캐서린의 퍼즐은 과거부터 악명이 높을 정도로 쉽지 않았고, 이후 개발사에서 유저들이 좀 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쉬움 난이도를 추가한 바 있다.

완전판인 '캐서린 풀 보디'에서는 퍼즐 게임에 취약한 유저들을 배려하기 위한 장치가 추가됐고, 게임의 구조 자체도 바뀌었다. 전작에서 재도전의 횟수 증가로 사용되던 '베게'는 퍼즐을 이전 단계로 돌리는 'UNDO'횟수 증가로 변화했고, 재도전 횟수는 무제한으로 변경됐다.


그리고 퍼즐에 취약한 유저들을 위한 새로운 게임 모드인 세이프티 모드도 추가됐다. 세이프티 모드로 플레이를 할 경우 함정이나 각종 방해요소가 대부분 삭제돼서 퍼즐의 난이도가 매우 쉽게 작용된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R1 버튼을 눌러서 '오토 모드'로 퍼즐 부분을 진행할 수도 있다. 여기에 새로운 히로인 린이 악몽에도 등장해 플레이어를 돕는다.

물론 퍼즐을 하고 싶은 유저들을 위해서도 새로운 장치를 마련해놓았다. '어레인지' 모드의 추가로 기존 캐서린의 퍼즐이 새롭게 변화했다. 한 개씩만 움직일 수 있던 퍼즐은 여러 개가 하나의 개체로 묶여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변경되었으며, 기존의 아이템들도 사용 효과가 조금씩 바뀌었다. 이전 시리즈의 노말 난이도도 상당히 어려운 편. 또한 퍼즐을 하고 싶은 유저들끼리 대전을 할 수 있는 모드나 챌린지 모드 등 한층 더 깊은 파고들기 요소들을 마련해 놓았다.

'캐서린'의 심오하고 성취감 있던 퍼즐은 '캐서린 풀 보디'에서 성공적으로 진화했다. 초심자를 위한 배려, 퍼즐을 즐기고자 하는 유저들을 위한 고난이도의 퍼즐을 배치함으로써 정말 완벽한 '완전판'의 퍼즐을 만들어놓았다고 생각한다.

더욱 짜릿해졌고, 더욱 심오해졌으면서도 재미의 본질은 유지했다. 복잡한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망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딱 적당한 수준만큼으로 변화를 맞았다. 게다가 멀티 플레이를 통해서 자웅을 겨룰 수도 있다. 정말 퍼즐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위해서 할 건 다 해놓았다. 퍼즐의 점수는 100점을 줘도 부족하지 않다.



'린'이 등장하면서, 중간층은 정말 '휴식'이라는 분위기를 한껏 뽐내게 바뀌었다.







풀 바디 와인을 누구나 선호하는 건 아니다
조금 아쉬운 그래픽, 그리고 스포트라이트와 서사.




완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캐서린 풀 보디'. 하지만 누구나 완숙한 풀 보디 와인을 원하는 건 아닌 것처럼, 캐서린도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 캐서린도 자신을 농염하게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불순물이라고 할까.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눈에 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그래픽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에는 가정형 콘솔만 지원하던 게임이 PS4와 휴대용 기기를 같이 지원하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그래픽이 PS4 수준으로 보기에는 저하된 느낌이다. 세부적인 사물의 묘사는 흐릿해지면서 미묘하게 변했다.

때로는 다소 그윽한 조명을 보여주었던 현실 파츠에서는 너무 강렬한 빛 때문에 인물들이 흐려 보이기도 한다. 분명히 모델링을 보면 몇 가지 개선한 부분이 보이는데, 강렬한 라이팅으로 흐려져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 PS5에서 만들어둔 훌륭한 카툰렌더링이, 캐서린 풀 보디에서는 조금 빛이 바랬다고 할 수 있다.



이른 시점부터 이야기에 편입되는 린. 하지만..

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린'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들도 왜 애매한 평가를 내렸는지 충분히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 히로인의 추가는 나름 신선한 요소로 작용했지만, 득과 실을 따지자면 애매하다.

새로운 히로인 '린'이 등장해 새로운 사건과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자체는 매우 흥미롭다. 또한 다른 캐서린들과의 뚜렷한 차별점과 매력을 만들어 낸 점도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새 히로인과 기존 히로인들이 모두 등장하는 무대의 스포트라이트 조절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린도 가끔씩 사진을 보내온다. 귀엽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일탈을 꿈꾸는 이들이 부담없이 접근해볼 수 있는 타이틀




그렇다고 해서 캐서린 풀 보디가, '완전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작품은 아니다. 또한, 원래 캐서린이 보여주었던 긴장감과 성취감 있는 퍼즐, 보는 이를 두근거리고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매혹적인 상황 묘사와 심리적인 줄타기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제 와서 다시 보면 좀 억지스러운 전개도 없잖아 있지만, 대부분 다른 전개를 위한 복선이다.

여전히 캐서린이 추구하던 재미는 어디 가지 않았다. 걸작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원작의 개성과 재미 요소는 분명히 발전했지만 '대격변'이라고 할만한 수준의 변화는 아니다. 유저에 따라서 '신선함'이 부족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술한 보여준 변화점과 추가 요소는 충분히 '완전판'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다. 원작이 워낙에 재미있었기에, 원작을 해치지 않고 조금씩만 발전시킨 '캐서린 풀 보디' 역시 걸작의 반열에 무리 없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OST는 더 이상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엄청난 진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고유의 오리지널 곡뿐 아니라 클래식과 재즈의 명곡들을 어레인지한 캐서린의 OST는, 빈센트의 심정이나 상황 묘사와 기가 막히는 하모니를 이룬다.



묘사는 노골적이나 "더 이상 보여주지 않는다"는 단호한 카메라 워크를 보여준다.

캐서린은 여전히 '문제작'이다. 신사들의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퍼즐의 완성도가 정말 좋고 기발하다. 퍼즐게임만으로도 완성도가 매우 좋다. 게임의 분위기는 '노골적'이지만 세련됐다. 가릴 건 다 가리고 "더 이상은 보여주지 않는다"라는 치사하고 단호한 카메라 워크를 통해 플레이어를 안달나게 만든다.

결혼까지 고민되고 있는 기나긴 연애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권태감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 대시해오는 이상형의 여인. 솔직히 어디 가서 "만화 좀 그만 봐"라고 할 시나리오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누구나 꿈꾸는 이상형이 눈앞에 나타난다는 건 즐겁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뤄진 캐서린의 주제는 누구나 쉽게 어느 자리에서나 꺼내기 쉬운 소재나 이야깃거리는 아니다. 오히려 그윽한 분위기의 술집에서, 가볍게 취한 상태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맞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캐서린은 '문제작'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문제작이라면 사실 손에 닿기에 꺼려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지 않은가? 그게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그런 매력을 듬뿍 담아낸 타이틀이 캐서린 풀 보디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지위와 위치, 양심, 죄책감을 생각하면서 닥친 현실을 택할지, 그런 건 다 가식이라고 생각하고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욕망에 충실한 나날을 보낼 것인지. 때로는 '게임 속에서' 이런 고민과 욕망을 마음껏 경험해보고 결과는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캐서린은 그렇게 어른들을 위한 하나의 동화를 '게임'으로서 풀어낸다. 부담없는 일탈을 꿈꾸는 당신에게, '캐서린 풀 보디'는 훌륭한 한 잔의 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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