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다크 소울의 정서까지 담아낸 진짜배기 소울라이크, '모탈 셸'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7개 |



언제부터인가 소울라이크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다른 특징을 제치고 미칠듯한 어려움이라는 게임의 난이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게임 종료 시 나오는 You Died란 표현은 유다희양이라고 불리며 일종의 재미 요소로 여겨질 정도죠. 물론 LIKE라는 이름에서 보듯 소울라이크가 정확한 장르적 구분이라기보다 소울 시리즈의 특징 일부분을 옮겨다 놓는 것에 붙이는 태그 정도입니다. 그러니 어렵기만 한 게임에 소울라이크 태그를 붙이는 게 문제도 없고요.

하지만 소울 같은(Like) 게임 대개가 소울 시리즈의 정서를 그리 깊이 있게 공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높은 난이도는 게임의 핵심 중 하나였지만, 이게 그저 어렵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죽음이라는 행위를 게임 안과 밖 모두 전면에 두고 반복을 통해 플레이어가 성장하는 매개로써 게임을 극복하도록 했죠.



▲ 스팀에서 소울 스타일 태그를 달고 있는 게임들. 비슷한 게임도, 전혀 다른 게임도 있다.

여기에 다크한 중세 판타지가 모호하게 뒤섞인 세계 속 스토리는 플레이어에게 그 이야기를 유추하게 합니다. 지도 하나 제대로 없는 거대한 세계를 탐험하게 만들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긴장도록 하죠. 공격과 방어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꽂히니 털 한 올까지 곤두세우고 집중해야 하는 건 덤이고요.

게임 전반에 존재하는 음울하고 끈적한 특징은 게임 깊숙이 빠져들었을 때야 깨닫는 몰입감으로 바뀝니다. 평평한 땅에 발을 딛고 조금씩 나아가고자 생각했지만, 결국은 이 땅이 턱 아래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높이까지 나를 빨아들인 늪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이런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는 유저가 많아 다크소울은 플레이어 대비 달성률이 굉장히 낮은 게임입니다. 오죽하면 화톳불에 불을 붙이는 아주 초반 단계까지 도달한 플레이어가 70% 남짓. 그것도 게임의 명성이 오른 후에야 이루어진 것이겠지만요.

소울 시리즈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깔아두고 시작할 수밖에 없는 건 소개하는 이 게임이 그 감성을 정말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격 한 번에 체력이 뭉텅 썰려 나가고 무기 하나만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적을 수십 번 두들겨야 하는 전투도 담았죠. 중세 세계관에 큰 틀을 둔 배경도 마치 그래픽 좋은 소울 시리즈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즐거운 모험을 강조한 여타 판타지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다크 소울.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을 통해 발생하는 죽음이라는 현상을 개발진이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내고 있는지가 게임에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색다른, 혹은 그래픽 좋은 소울 시리즈의 외전쯤으로 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개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핵심인 전투와 세계 속 개념은 자신들만의 색을 입혔죠. 기본 틀은 소울 시리즈와 같지만, 어떻게 소울 시리즈를 재해석했는지. 2020년 출시를 앞둔 모탈 셸 오픈 베타 내용을 통해 직접 전해드립니다.


모탈 셸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

다크 소울이 플레이어에게 스탯이라는 선택지를 주고 자신의 대체자인 불사자를 세상에서 죽어가도록 두었다면, 모탈 셸은 이미 죽어있는 인간이 곧 플레이어가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인간 형태를 한 무언가입니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 중 인간이었던 기사 해러스와 도적으로 보이는 티엘의 시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이들에 손을 댄 후 플레이어는 이들을 직접 조작할 수 있는데, 모습만큼 특징도 다릅니다. 일종의 클래스인데 게임에서는 이들을 셸(Shell)이라고 부르죠.
▲ 해러스를 자신의 대체할 신체, 셸로 만드는 주인공

껍데기(Shell)라는 이름처럼 게임에서 이 셸은 주인공 자체가 아닙니다. 그래서 셸의 체력이 다하면 곧바로 죽지 않고 주인공이 셸에서 빠져나오죠. 이 상태로 그냥 싸울 수도 있지만, 이때 셸을 만져 다시 그 속에 들어가면 다시 온전한 체력으로 한 번 더 생이 이어지죠. 곧 인간으로서의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 셈입니다.

베타 속 내용에서 주인공에 대한 정보, 그리고 셸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죽음과 삶의 반복이라는 행동 양상에 자신들만의 세계관과 개념으로 의미를 부여했다는 건 눈에 보이는 이야기죠.

그리고 이번 베타에서는 앞서 설명한 두 셸만 등장하는데 메뉴에는 더 많은 셸이 등장하고 있어 다양한 클래스로 입맛 따라 플레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셸에서 빠져 나온 상태로 싸울 순 있지만 최대 체력이 정말 한 틱. 가학 플레이가 아니라면 위험하다


플레이어게 쥐여주는 약간의 주도권, 전투 속 경화

전투의 큰 틀은 다크 소울과 똑같습니다. 3인칭 시점과 칼의 무게감이 화면 너머 패드로 느껴지는 공격, 그리고 피격 몇 번에 셸에서 빠져나가 버리는 적들의 높은 피해량까지. 그냥 보면 소울 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다 박았습니다.

더 서지나 로드 오브 더 폴른도 그런 특징을 잘 살리긴 했죠. 하지만 모탈 셸의 몇몇 특징이 전혀 다른 전투 양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핵심은 경화(Harden)입니다.

우선 경화는 셸과 주인공 모두 가능한 기술로 신체를 단단하게 바꾸는 능력입니다. 일종의 방어 시스템인데요. 모탈 셸은 여타 소울 시리즈의 전투 시스템을 차용한 게임들과 다르게 방패가 없습니다. 이 경화가 곧 방패를 대신 하는 거죠.

별도의 버튼이 부여된 경화는 사용하면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는 대신 적의 공격을 그대로 흘려낼 수 있습니다. 그럼 사실상 방패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기존 방패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게 별도의 모션 없이 언제든 쓸 수 있습니다. 누르는 순간 경화되고 버튼을 풀어주거나 공격을 받았을 때야 해제되죠. 그러니까 적의 공격을 도저히 피하지 못하는 순간 경화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겁니다.

▲ 경화를 잘만 이용하면 여럿을 상대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경화는 공격에서도 위력을 발휘합니다. 앞서 아무 때나 경화를 쓸 수 있다고 했죠? 그렇다고 이게 모션을 취소하는 캔슬기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공격 중에 경화를 하면 경화 해제 시에 공격이 나가죠. 활용법을 좀 설명하자면 해러스의 강공격은 적을 찌르는 형태로 이어집니다. 찌르기 전, 그러니까 몸을 굽혔을 때 경화를 하면 적의 공격을 한 번 막아내겠죠? 그럼 경화가 풀리며 찌르는 모션이 이어집니다. 공격의 방어와 공격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셈이죠.

이런 모습을 격투 게임의 반격기 정도로 생각하면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공격 하나하나가 생사를 가르는 모탈 셸에서라면 그야말로 생존력 끝판 스킬이 되어버립니다.

소울 시리즈에 근간을 둔 만큼 패리도 존재합니다. 대신 방패가 없으니 패리는 패리 만을 위한 버튼을 눌러 이루어지죠. 적의 공격을 정확하게 튕겨내야 하고 방어인 경화와는 별도로 실행되다 보니 적절한 타이밍에 쓰는 게 쉽지 않습니다.

대신 성공 시 효과는 훌륭합니다. 패리에 성공한 후 공격을 연계하면 기본 공격의 3-4배는 되는 피해량에 특수 게이지를 소모해 체력을 회복하는 기능까지 있습니다. 경화와 버튼이 분리되어 있다고는 해도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이 둘을 헷갈리는 일도 점점 줄죠. 혹 패리에 실패했더라도 경화로 한번 버틸 수 있는 여지도 있으니 불리한 상황을 벗어나 공격 주도권을 뒤집는 데는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 딱 봐도 실패한 패리 타이밍. 맞는 소리가 난다. 처맞는 소리


캐릭터의 성장 < 플레이어의 성장

아무래도 죽음이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게임인 만큼 플레이를 하면서 죽는 장면을 맞이하는 게 꽤 익숙해질 겁니다. 아무리 경화로 공격 주도권을 뒤집을 수 있다지만, 적의 수가 둘, 셋이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난이도는 모탈 셸에서도 여전합니다.

기본적인 졸개만 하더라도 공격 한 번에 체력 1/4 이상을 깎습니다. 크고 강력한 적일수록 공격 범위나 판정도 좋고 피해량도 높죠. 또 눈치는 얼마나 빠른지 여럿 모여있는 상태에서 적 하나, 둘만 유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경화 한 번에 공격 한두 번이야 막을 수 있다지만, 그 이후의 연이은 공격에는 맥을 못 추리죠. 결국, 훌륭한 방어 스킬이 있음에도 적을 조심조심 유인하는 소극적인 플레이가 기본이 됩니다.

▲ 갑자기, 뒤에서. 소울 시리즈의 적 기본 소양

여기에 느릿느릿 움직이는 캐릭터는 게임의 난이도를 한껏 끌어 올립니다. 묵직함이 장점인 게임이니까 굼뜬 움직임이 당연한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요. 단순히 캐릭터의 움직임이 느리다는 것 이상으로 키 입력에 따른 반응 자체가 한발 늦게 이루어집니다. 순간의 입력이 생사를 가르는 게임 특성을 생각하면 정말 치명적이죠.

핵심 시스템인 셸은 입맛따라 선택할 수야 있다지만, 외형이 아니라면 특별한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공격력을 올리거나 스태미나 소모 시 체력일부를 비례해 채워주는 등 셸마다 존재하는 어빌리티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지도 않습니다. 결국, 비교적 굼뜨게 움직이는 셸을 가지고 강공격과 약공격, 그리고 특수 기술만으로 적을 제압해나가야 하죠. 그래서 보스를 잡는 데만도 십 수 분이 걸리고요.



▲ 보스와의 대결은 인내가 필요

그래도 이런 불합리함이 마냥 불리하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난이도는 셸의 성장 요소는 적지만, 플레이 하는 게이머의 성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딱 끝쯤에 있다고 할까요. 다크 소울 시리즈 엔딩도 울어가며 겨우 보는 수준이었지만, 모탈 셸의 괴악한 보스도 깰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처음 베타 종료 구간에 도달하는 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2번째 도전은 게임 초반 숨겨진 보스 루트까지 끝내고 나서도 40분이 조금 넘는 정도였거든요. 물론 베타 버전의 보스인만큼 패턴 자체는 몇 없었고 베타를 통해 공개된 레벨 디자인도 비교적 단순했고요. 아마 영상으로 보이는 딱 그 수준의 어려움이며 초기 다크 소울 정도의 플레이어 성장 기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소울 라이크가 아니라 소울 시리즈 라이크가 될 수 있도록

다크 판타지라는 틀에 부합하는 몬스터 디자인과 배경, 그리고 모션 블러 등의 효과는 15명의 팀이 만든 인디 게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권장 사양인 지포스 1070, RX 베가 56 수준만 돼도 풀 옵션으로 여유롭게 돌아가는 것도 좋고요. 실제로 위 사양보다 떨어지는 RX 580로도 3440 X 1440 해상도로 게임을 진행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었죠.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입력 지연 현상에 꽤 자주 발생하는 오류로 온전하게 게임을 즐기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이제 막 오픈 베타를 시작했을 뿐입니다. 기존 영상에서는 음성과 행동의 싱크가 제대로 맞지 않을 정도로 게임 세계관 급의 처절한 최적화를 보여줬단 것도 같이 생각해보면 개선될 여지는 차고 넘치기도 하고요.

그보다는 확인하지 못한 레벨디자인의 만듦새가 어떨지가 게임 성패에 더 중요할 듯 보입니다. 미로처럼 꼬이고 얽혀있지만, 이게 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이어지는 게 소울 시리즈의 특징이었죠. 모탈 셸의 오픈 베타도 숨겨진 보스 등에서 그런 특징을 일부 보여주기도 했지만, 저장 포인트와 주요 보스를 잇는 숏컷, 또 세계가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 등은 아직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전투와 난이도만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여기에 이어지는 세계의 모습이 소울 시리즈를 만드는 핵심이었으니까요.



▲ 분위기만큼은 딱 소울 시리즈. 그래픽은 그 이상,

세계적인 인기를 쌓고, 그에 따라 초심자 유입을 고려해 도입부를 나름 신경 쓴 다크소울3를 생각하면 모탈 셸은 조금 더 예전 느낌이 납니다. 그래픽 수준이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고 UI도 세련됐죠. 하지만 초반 단계에부터 집요하게 플레이어를 다그치는 모습이 예전 소울 시리즈의 느낌, 그대로입니다. 분명 힘들고, 고된 게임임에도 끈적끈적한 몰입감으로 어느 수준만 넘기면 플레이할수록 맛이 느껴지는 그런 게임 말이죠.

물론 난해함과 어려움을 덜어내 더 많은 유저에게 어필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소울 시리즈 본연의 감성을 게임에 옮기며 진짜 팬들이 원하는, 소울 시리즈 같은 게임을 만들어 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개발사에 아직 어떤 모습의 결과물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저 몇 시간의 오픈 베타로도 그런 감정을 전했으니 제대로, 온전하게 출시된 게임은 더욱 괴롭고, 답답하고, 그렇지만 손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전해주리라 믿습니다. 이제는 소울라이크 대신 소울 시리즈 라이크라는 말을 붙여줄 수 있도록 말이죠.

참, 그리고 올해 정식 출시 때는 한국어 자막도 지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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