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누구도 상상 못한 '테틀로얄', 이건 규칙의 승리다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22개 |

개발사인 ARIKA, 방송을 준비한 닌텐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플레이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시각 14일 진행한 닌텐도 다이렉트 이후, 가장 직접적인 반응을 가져올 것이라 말이다.

공개 즉시 그리고 무료 플레이라는 '테트리스99'의 전략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평단의 긍정적인 반응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트위치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시청자 수를 기록하는 등 의외의 한 수가 됐다. 1984년 첫 출시 이후 35년이 지났지만, 게임의 재미는 여전했고 오직 한 사람이 승리하는 긴장감이 있었으니까.



▲ 시청자 수도 준수하다. 많이 보고 플레이하는 상태다.


테트리의 역사 = 룰 발전의 역사
단순히 줄만 지우는 게임이 아닌 이유

테트리스99는 아주 간단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를 바라보면서 '다수가 싸우고 단 한 명이 살아남는다'는 규칙을 테트리스 대전에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전에 테트리스 대전 게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과거 괴물과 같은 플레이어들이 즐비했던 한게임 테트리스를 생각해보라.

물론, 그간 수많은 변종이 시장에 출시되기도 했기에 '테트리스99'의 평가가 너무 긍정적인 것이 아닌가란 의문을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규칙의 추가는 테트리스에서 매우 큰 변화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테트리스라는 존재가 꾸준히 룰을 추가함으로써 현대의 테트리스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 요즘 테트리스는 옛날 테트리스에는 없던 것들이 많이 생겼다. 정말로.

고전 테트리스가 '한 줄을 만들면 블록(테트리미노)이 지워진다'는 간단한 규칙에서 출발했다면,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테트리스는 게임을 전략적이고 깊이 있게 만드는 여러 규칙이 추가됐다. 테트리미노의 색상이 모양에 따라 고정되어 있다는 점, 7개의 테트리미노가 한 주기가 되어 같은 비율로 나온다거나 하는 규칙들이다. 그러니까, I 테트리미노가 필요할 때만 안 나온다는 느낌은 그저 기분 탓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테트리미노를 사용하지 않고 킵 해두는 '홀드', 방향을 회전 중이면 고정되지 않는 '인피니티' 등도 현대 테트리스의 전략성을 한층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회전했을 때 공간에 맞춰 테트리미노를 집어넣을 수 있는 '슈퍼 로테이션 (Super Rotation System, SRS)'과 같은 시스템은 현재 우리가 즐기는 테트리스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 세부 규칙은 좀 복잡하지만, SRS란 이런 것.

새로운 규칙들은 게임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줄을 맞추면 사라진다는 기본 규칙에, 공격과 방어 등 테크닉을 좌우하는 규칙들의 발전이 지금의 테트리스를 만들었다. 35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서 인기를 구가한 테트리스의 발전상은 곧 규칙의 추가와 발전인 셈이다.

따라서 라스트 맨 스탠딩이라는 룰을 추가한 것만으로도 게임의 양상이 바뀔 수 있다. 기본 규칙은 간단한 게임이기에, 오히려 룰의 변화가 더 크게 와 닿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은 변화로도 커다란 효과와 재미를 줄 수 있으니 말이다.



▲ 배틀로얄 특유의 '심장 터질 것 같은 긴장감과 희열'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테트리스99의 정체성
게임 시작부터 이어지는 무수한 악수의 요청

테트리스99는 단순히 참가 인원수만 많아진 것이 아니다. 단 한 사람이 살아남는 라스트 맨 스탠딩이지만, 내부적인 시스템에서는 플레이어가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타게팅' 시스템과 '배지'가 있어서다. 이 두 요소 덕분에 게임의 플레이가 그저 빠르게 한 줄을 지워나가는 것을 벗어나게 했다. 그리고 게임의 흐름과 양상을 한층 더 복잡하게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배지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공격력을 늘려주는 요소다. 상대에게 방해 블럭을 보낼 때, 방해 블럭 줄 수에 영향을 미친다. 상대를 KO 시키면 배지 조각을 획득하게 되며, 보유한 조각의 수에 따라 최대 4단계까지 강화된다.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공격력은 25%씩 증가하므로, 4단계에 이르러서는 상대에게 두 배의 방해 블럭을 보낼 수 있는 셈이다.



▲ 공격력이라는 개념이 배지 시스템에 녹아들었다.

개발사는 배지 시스템으로 적극적인 공격을 유도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리스크가 되도록 규칙을 설계했다. 테트리스99에서는 상대방을 KO 시켰을 때, 상대가 보유하고 있던 배지 조각이 자신에게 들어온다. 이는 곧 상대가 나를 쓰러뜨렸을 때 더 많은 조각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격력은 높아졌으나, 오히려 집중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불안요소가 추가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언제, 어떻게, 누구를 공격하여 배지를 강화할 것인지는 테트리스99의 전략적 요소로 자리 잡는다. 테트리미노가 내려오는 것을 정렬하면서도 누구를 노릴 것인지. 그리고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빠르게 고민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타게팅 시스템이다. 현재 테트리스99의 타게팅 시스템은 네 가지 선택지를 지원한다. 98명의 플레이어 중 무작위로 공격하거나, 위태위태한 플레이어를 노리거나. 그리고 배지를 많이 가진 자를 노리는 방법과 나를 공격하는 플레이어를 노리는 방법이다.



▲ 타게팅과 배지로 인한 공격력 증가. 이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맞췄다.

배지 시스템을 중심에 둔 채, 타게팅 시스템은 배지를 어떻게 획득하고 사용할지에 대한 답안을 제시한다. 다른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이라면, 파밍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이를 적극적 공격해서 파밍을 할 것인가. 또는 안전하게 외곽에서 파밍을 마치고 승리로 다가갈 것인가.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 언제,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

테트리스99는 다수의 공격을 막아내기 어렵다. 실제로 다수의 공격을 받을 때는 화면 80%에 이르는 방해 블럭이 한 번에 채워질 정도다. 그러므로 집중포화를 당하지 않을 정도의 배지 수를 판단하고, 나를 공격하는 상대를 제거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 시작과 동시에 무수한 악수의 요청이 들어왔더랬죠.(웃음)

얼핏 보기에는 그저 99명이 테트리스만 하는 것 아니야?라고 일축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한 명만 살아남기 위해 택해야 하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잘 설계된 새로운 규칙들이 녹아들어 있다. 티를 내지도 않고 겸손하게. 추가적인 튜토리얼 없이도 충분히 어떤 시스템이 배울 수 있도록 해뒀다.

그렇기에 테트리스99는 매우 잘 설계된 게임이며, 계속해서 플레이할 만한 가치를 가진다. 라스트 맨 스탠딩은 처음이 아니었을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긴장감.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플레이는 고스란히 계승했기 때문이니까.



▲ 아무렇게나 하는 게임이 아니다. 이 말입니다.


테트리스99, 닌텐도 온라인의 한 수
1년 20달러. 이 게임만으로도 아깝지가 않다

온라인 서비스 신청자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기는 하지만, 심지어 이렇게 잘 만들어진 게임이 무료다. 개인적으로는 이것 만으로도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닌텐도의 전략이 테트리스99로 온라인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었다면, 이미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테트리스 팬들은 물론이고 간단하게 잠깐 게임을 하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적격인 물건이니 말이다.

1년 기준으로 19.99 달러. 한화 약 2만 원이 넘는 가격이 아깝지 않으리라 장담한다. 그 정도로 테트리스99는 가치가 있다. 닌텐도 온라인을 신청한 사람이라면. 테트리스 팬이라면. '테트리스99'는 반드시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규칙을 하나 추가하는 것만으로 다른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점. 여기에서 지금 업계에 시사하는 점을 엿볼 수 있다. '테트리스99'에 여러 모드를 넣는 것은 물론, 테트리스가 아닌 다른 게임에도 지금과 같은 대전 구조를 접목할 수 있을법하다. 대전 규칙만 잘 만들 수 있다면, 동전 쌓기 배틀로얄도 나올 수 있을 테니까.



▲ 물론, 아직 1등은 못해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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