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액션 RPG에서 느껴지는 대전 게임의 향기, '커츠펠'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36개 |

지난 21일, KOG가 개발 중인 온라인 게임 '커츠펠'이 스팀을 통해 글로벌 CBT를 실시했습니다. 왜 스팀일까 싶은 것도 있지만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넘어가도록 하죠. 중요한 건 마침내 CBT를 실시했다는 거니까요. 아무튼, 게임 좀 해봤다 하는 유저들이라면 아마 몇 번 들어본 타이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랜드체이스', '엘소드'로 유명한 KOG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신작이자 지스타에 두 차례나 출전한 게임이니까요.

그렇지만 여전히 '커츠펠'이 여러모로 생소한 게임인 건 사실입니다. 지스타에 출전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본격적인 체험기를 얘기하기에 앞서 '커츠펠'이 어떤 게임인지 간단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간단히 말해 '커츠펠'은 그간 보아온 여타 온라인 게임들과는 좀 다른 게임입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액션 RPG 같지만 PvE가 아닌 PvP에 집중했거든요. 와우로 치자면 투기장이 메인이고 인던이 사이드인 셈입니다. 물론 단순히 PvP 기반이라서 특이하단 건 아닙니다.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액션 RPG에서 대전 격투의 향기가 느껴진달까요?




자, 게임에 대한 얘기는 이쯤하고 이제 CBT가 어땠는지 얘기할까 합니다. 우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걸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취향을 꽤 탈 게임이라는 것도요. 그래픽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 전투 시스템이 대전 격투 게임의 그것과 비슷했거든요. 대전 격투 게임이 얼마나 취향을 타는지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 거에요. 호불호가 분명하죠.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전 격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저도 '커츠펠'은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본격적인 CBT에 대한 얘기를 해보죠. '커츠펠'이 어떤 게임인지 말입니다.


차별점 첫 번째, 듀얼 액션 시스템
카르마의 조합이 승패를 결정한다



▲ 카르마(클래스)는 마을에서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여타 게임들과 다른 '커츠펠'만의 차별점은 뭘까. PvP가 핵심인 점? 중요하긴 한데 '커츠펠'만 PvP가 있는 게 아니니 좀 애매합니다. 그렇다면 카툰렌더링 그래픽? 이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매력적이긴 한데 '커츠펠'만의 특징은 아니죠. 개인적으로는 듀얼 액션 시스템이야말로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 '커츠펠'만의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2개의 무기를 전투 중 자유롭게 바꾸는 그 듀얼 액션 시스템말이죠.

얼핏 직업 2개를 바꾼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PvP를 몇 판 해보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유저의 실력 외에도 클래스 조합이 승패에 영향을 끼친 걸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단순히 원거리가 좋아서 윈드 오브 댄스랑 디아볼릭 위치 조합으로 PvP를 했습니다. 그랬는데 무참히 패배했죠. 물론, 익숙하지 않아서 어버버하다가 당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조합을 몰랐기 때문에 졌다는 표현이 정확할 겁니다.

윈드 오브 댄스와 디아볼릭 위치는 슬레이어로 공격력이 강한 대신 방어력이 낮고 다소 높은 조작 난이도를 요구하거든요. 그리고 CC(군중제어)도 없습니다. 이런 것도 모르고 슬레이어로만 조합을 짰으니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렇게 심기일전하고 몇 판을 하니 그제야 조금씩 '커츠펠'이 자랑하는 듀얼 액션의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격투 게임 같달까요. 상대 캐릭터를 보고 어떤 콤보를 넣을지, 어떻게 대응할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거랑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커츠펠'에서도 상대를 보고 어떤 클래스로 대응할지 고심했거든요. 아, 이게 '커츠펠'이 보여주고 싶은 듀얼 액션의 묘미구나 싶었죠.

하지만 아직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이번 CBT를 통해서는 듀얼 액션의 가능성을 엿본 동시에 해결해야 할 숙제 거리도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클래스간 밸런스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니까요.

다만, 앞으로 더 많은 클래스가 구현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CBT지만 4개의 클래스밖에 없어서 조합이 한정적이었거든요. '커츠펠'이 자랑하는 듀얼 액션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선 향후 더 많은 클래스가 필요하단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별점 두 번째, 커맨드 시스템
액션 RPG에서 느껴지는 대전 격투의 향기


듀얼 액션 시스템이 겉으로 보이는 '커츠펠'의 특징이라면 커맨드 시스템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내재된 특징이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커츠펠'을 했을 때는 평범한 대전 액션 게임이라고만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단순히 클래스 간 상성이 전부인 건가 싶었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커맨드 시스템을 알게 되자 기존의 액션 게임들이 보여준 PvP와는 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죠.

'커츠펠'의 커맨드 시스템은 격투 게임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대신, 액션 RPG에 맞게 살짝 간략화한 형태죠. 처음에는 사실 이걸 굳이 익힐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커맨드를 알아야 하기 때문인 점도 있었고요. 그런데 커맨드로 기술을 쓸 수 있는 것과 없는 게 PvP에서 꽤나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콤보를 넣느냐 마냐에 따라 실제로 줄 수 있는 데미지가 몇 배는 차이가 날 정도였으니까요.


여기까지만 보면 결국 그러면 잘하는 유저가 무조건 유리한 게 아니냐 싶을 수도 있습니다. 격투 게임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모르면 맞으면서 배워야 한다고. '커츠펠' 역시 그런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커맨드를 잘 쓰는 유저가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요.

다만, '커츠펠'은 기력 게이지를 넣어서 고수와 하수의 격차를 다소나마 완화했습니다. 공격할 때마다 기력 게이지가 소모돼서 큰 콤보를 한 번 넣으면 거의 다 달거든요. 이를 통해 '커츠펠'은 무조건 고수가 유리하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기력이 다 달면 지친 상태가 돼서 움직임도 느려지고 공격도 할 수 없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단축키로 발동하는 스킬과 커맨드 시스템의 조합은 썩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액션 RPG들이 선보였던 PvP와는 다른 깊이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여기에 격투 게임 젬병인 저도 금방 익힐 정도로 커맨드가 간략화된 점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발진이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어요.

이처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전투 시스템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방어 스킬의 부재였죠. 기본적으로는 회피 외에는 적의 공격에 대응할 방법이 전무합니다. 한번 콤보를 맞으면 그냥 그대로 상대가 지쳐서 안 때릴 때까지 맞는 수밖에 없어요. 여기에 쓰러진 후 스킬을 날리면 그냥 허탈할 때도 있고요. 여러모로 '커츠펠' 개발진이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고마해라... 마이 무웃따 아이가...


듀얼 액션의 의미를 알 수 있었던 CBT
나쁘지 않은 첫인상. 다만,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다


액션 RPG라는 장르적 특성을 떠나서 '커츠펠'의 핵심은 대전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PvE는 그저 부가 요소에 불과해요. 게임의 배경을 알기 위한 장치 정도죠. 그리고 지금까지 줄곧 얘기한 것처럼 PvP 시스템 자체는 많이 고민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대전 게임을 하는 필수 요소 한 가지는 느낄 수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바로 승리의 쾌감입니다. 격투 게임이든 MOBA든 대전을 근간으로 한 게임들은 이 승리의 짜릿함이 필수죠. 그런데 '커츠펠'에선 그걸 느낄 수 없었어요. 단순히 CBT여서 깊게 몰입하지 못했다거나 보상이 없다거나 한 문제가 아닙니다. 나름 치열하게 싸우긴 하는데 전체적으로 너무 가볍달까요.

지금까지 CBT를 해본 경험에 따르면 전투 자체가 너무 막싸움에 가까워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1:1 싸움에서는 어느 정도 공방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도중에 한 명이 가세하면 그냥 막싸움이 되거든요. 그래도 이번 '커츠펠'의 듀얼 액션이 뭔지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운 CBT였습니다.

아직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사실 뼈대를 잘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없죠. 이 뼈대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실패한 게임들이 부지기수니까요. 그런 면에서 '커츠펠'의 뼈대는 꽤나 튼튼한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콘텐츠라는 근육과 살을 붙이는 일뿐이죠. 알파 테스트 이후 개선된 모습을 보여준 '커츠펠'입니다.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는 이번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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