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액션 게임의 개정판 교과서, '데빌 메이 크라이5'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22개 |

2001년, PS2로 출시된 '데빌 메이 크라이(이하 데메크)'는 당시 액션 게임에 판도를 바꾼 타이틀이다. 카미야 히데키라는 걸출한 인물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고, 액션 게임에서 강력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발점이 됐다. 더불어, 시스템과 모션 면에서는 이후 출시될 여러 액션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교과서라고 평해도 좋을 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8일 출시한 '데빌 메이 크라이5'는 다시금 액션 게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 한다. 정식 넘버링으로부터 11년. 그리고 2013년 닌자 시어리의 리부트로 실패를 겪은지 6년 만이다. 그러나 후속작의 부재와 리부트의 실패를 겪으면서도 개발진은 자신들이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잊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 속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전작의 장점을 가다듬으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렇게 캡콤의 대표 액션 타이틀은 연타석 홈런을 준비한다. 그것도 새로운 옷을 입고 더욱 강력해진 액션을 보여주며 말이다.





집중할 것은 '액션'
길찾기, 퍼즐 빼고 액션만을 다루다

11년 만에 출시된 정식 넘버링인 만큼, 개발진은 새로운 엔진과 틀을 게임에 입히고자 했다. RE 엔진을 사용하여 발전된 그래픽, 페이셜 캡처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최신작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부분은 개발진이 10년을 기다린 팬들에게 '어떤 데메크'를 보여주고자 고민한 결과물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최신작 데메크5는 오직 액션에 집중한다. 그간 전작들이 어드벤처 게임의 틀에 멋진 액션을 붙인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오직 액션. 그것도 굉장히 멋진 액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퍼즐이나 길찾기 요소가 대폭 줄어들었다. 4에서 보여줬던 맵 재탕도 사라졌고, 캐릭터별로 만날 수 있는 보스를 구분 지어 반복된다는 느낌을 줄였다.



▲ 맵 재탕도, 보스 재탕도 없다.

전작 4에서 스트레스 그 자체였던 주사위 같은 억지 퍼즐은 없다. 맵은 기본적으로 일자형 구조로 설계됐고 여기에 비밀 미션이나 체력 칸을 늘려주는 오브를 찾기 위한 약간의 샛길을 마련해 뒀을 뿐이다. 플레이어는 오직 앞만 보고 달려나가며, 전투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자연스레 스트레스 요소는 사라지고, 쾌적한 진행과 전투만이 이번 작품의 주요 요소로 자리 잡는다. 그간 시리즈에서 퍼즐에 고통받던, 점프에 고통받던 팬들이라면 이런 변화는 충분히 환영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시리즈의 정체성을 액션과 캐릭터로 보고, 여기에 집중한 개발진의 선택은 매우 옳았던 것 같다. 덕분에 오롯이 액션만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



▲ 퍼즐은 시점을 활용한 비밀 미션 정도. 스트레스가 없다.


신규 캐릭터 V의 존재
막타만 쳐도 멋지게 만들 수 있다

퍼즐의 삭제와 더불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새 시스템이 얼마나 잘 녹아들었나'다. 그런 면에서 아주 많은 불안감이 남았던 캐릭터가 있다. 스타일리시 액션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소환 캐릭터 'V' 말이다.

'V'는 중간에 시리즈가 10여 년 간 (DMC는 잊자) 멈췄었기에, 급격한 변화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다. 조작으로 시원시원하고 화려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시리즈의 특징을 살펴보면 더더욱 그렇다. 소환수를 가지고 전투한다는 컨셉 자체가 시리즈의 특징과는 정반대의 것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V를 보면서 기대 반, 걱정 반의 감정이 있었다. 체험판에서도 플레이할 수 없었고 제품판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실제 V의 플레이는 깜짝 놀랄 정도로 데메크스러운 시스템으로 마감됐다. 다른 구조로 흐름을 설계하면서도 보여줄 것은 전부 다 보여주는 만족스러운 전투 시스템이다.



▲ 참 걱정이 많이 됐던 캐릭터, V.

V는 전투 흐름이 단테나 네로 같은 캐릭터와는 정반대로 구성되어 있다. 몸으로 부딪히는 전투가 아니라, 소환수를 이용한 전투다. 직접 공격은 가능하나, 리치도 짧고 대미지도 약하다. 액션의 대부분은 소환수들의 조작에 비중이 맞춰져 있고 전투에서 조금 떨어진, 관망하는 시점을 가진 캐릭터로 설계됐다.

직접 전투를 진행하지는 않지만, 캡콤은 이 단점을 '막타'로 해결한다. 소환수는 적을 직접 제거하지 못한다는 전제를 집어넣으며, 반드시 플레이어의 개입이 이루어지게 했다. 마지막 일격은 무조건 V가 공격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다른 캐릭터만큼이나 바쁘고 화려한, 그리고 멋진 전투 연출을 곁들인다. 심지어 짧은 거리는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해둬서, 직접 전투를 진행하지 않아도 화려하고 템포가 매우 빠르다.




소환수의 조작과 마지막 일격이라는 개념 사이에서 캡콤이 줄을 잘못 탔다면? V는 분명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캡콤은 둘 사이의 밸런스를 제대로 맞췄다. 직접 조작하지 않기에 쉬운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늘었다.

캐릭터 하나의 조작만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최대 세 마리의 소환수 관리, 막타를 치기 위한 V의 위치 선점 등 제대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기존 캐릭터 이상으로 손이 많이 간다. 애초에 원거리 캐릭터가 아니라 중거리 캐릭터라서, 생각보다 적에 가깝게 접근을 해야만 한다. 효율적으로 공격하기 위해서 각 소환수의 기술 커맨드를 조합하는 재미도 보장되니, 분명 잘 만들어진 캐릭터임은 틀림이 없다.

만약 다른 게임에서 소환수를 이용해 전투하는 캐릭터를 낸다면, 벤치마킹할 만한 교과서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평가하고 싶을 정도다. 시리즈 전체로는 매우 실험적인 캐릭터였지만, 재미있고 화려하게 잘 만들어졌다.



▲ 소환캐인데, 이런 조작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손이 더 많이 가는 면도 있다.


완성된 시스템에 α를 더하다
시리즈 완전체들의 변화

새로운 시스템과 캐릭터를 선보였던 'V'는 꽤 공들인 모습으로 마감됐다. 그렇다면 3과 4를 거치며 시스템이 완성되었던 '단테', 4에서 나름 확실한 정체성을 각인시켰던 '네로'는 어떨까. 10년이 넘게 지난 이야기지만, 네로와 단테는 어느 정도 전작의 기본적인 틀을 따라간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시스템을 덧붙여 액션의 깊이를 부여하는 선택지를 택했다.

대표적인 것이 네로의 '데빌 브레이커'다. 이미 게임쇼 데모와 체험판, 인터뷰를 통해 잘 알려진 이 시스템은 전작에서 단테보다 단조로웠던 네로의 액션에 활기를 부여한다. 이제 버스터만이 아니라, 다양한 효과가 있는 팔들을 이용해 네로는 복잡한 액션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데빌 브링거가 사라졌지만, 전작 이상의 액션을 보여준다.



▲ 데빌 브레이커는 이번 작품, 네로 액션의 핵심이다.

이번 타이틀에서 네로의 액션은 바로 이 데빌 브레이커가 중심이다. 로켓 펀치부터 번개, 기술 강화형, 짝퉁 버스터까지 두루두루 갖춘 의수들은 스타일로 대변되는 단테만큼 액션의 폭을 넓힌다. 적을 잡아오는 스내치 기능은 유지되니 어느 정도는 기존 느낌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의수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데빌 브레이커를 소모품으로 설정하는 선택지로 강제성과 긴장감을 부여한다. 쓰고 싶은 팔을 쓰기 위해서 이전 팔을 버릴지 말지도 선택지이며, 탈출기로 팔을 버릴 것인지. 아니면 강력한 기술을 쓰고 여분으로만 둘 것인지도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다.



▲ 어떤 팔이 좋을지를 선택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



▲ 이렇게 컨셉 면에서 미친. 진동 기능 지원할 것 같은 팔도 있다.

주요한 정체성이었던 '익시드'도 판정이 조금이나마 후해졌다.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더라도 게이지 1칸은 차도록 변경되어 기술을 조금 더 편히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부릉부릉 거리는 효과음과 함께, 멋들어진 전투 OST, 데빌 브레이커의 타격감까지 섞인다면? 여러모로 '스타일리시 액션' 이라는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속된 말로 '뽕맛'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격한 감정이 차오르기 마련이다.

조작 면에서 입문자를 위해 너무 빡빡한 판정을 하지 않으려는 개발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여러모로 전작보다 입문 단계는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실력을 가르는 기준으로는 충분하다.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테지만, 적어도 엄두를 못 낼 정도의 판정은 아니다. 게다가 2회차가 들어가면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완전체가 되어버리니, 액션 면에서는 시리즈 최강의 캐릭터로 성장하기도 한다.




스타일 + 무기 변환이란 단테의 시스템은 이번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사실, 워낙에 유명한 캐릭터이기에 손대기 어려운 면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큰 변화는 없는 캐릭터로 마감되었고 기존 시리즈를 플레이했던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공격이 무거워지고 일부 조작이 조금 변화하여 적응하는 과정 필요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 대신 무기를 전부 장착해서 다니다 보니, 오히려 이리저리 바꿔 싸워야 해서 난이도가 올라간 느낌이 있다. 무기는 뺄 수 있으니, 기존 플레이 스타일을 원한다면 몇 종류만 장착하고 가면 된다.

더불어 그래픽이 향상되면서 모든 액션과 이펙트가 화려해졌다. 단테는 스타일에 따른 다양한 기술이 존재하는 캐릭터인 만큼, 전작보다 강화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뒀다. 이미 전작에서 완성된 시스템을 보여줬던 캐릭터들이기에 급격한 변화보다는 모자랐던 부분을 보완하고,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4에서도 전투 시스템은 완성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타이틀은 액션의 다양성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개발진의 의도는 적절하게 작용한 듯하다. 막상 바뀐 것은 크게 없음에도 전작보다 화려하고 액션의 다양성이 늘었다.



▲ 한마디로, 더 '쩔어'졌다.

마지막으로 적들의 패턴도 변수를 갖고도록 설계됐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사실상 전투가 90%를 차지하는 게임에서 액션 다양성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플레이 재미를 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타이틀에서는 늘어난 액션만큼, 적들의 패턴도 늘리고, 변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간 시리즈 전반을 돌이켜보면, 일반 적들의 패턴이 어느 정도는 예상되는 면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초반부터 만나는 적들이야 패턴이 단조롭지만, 초반만 조금 지나더라도 적들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예상하기 어렵다. 순간 이동으로 공격하거나, 공중에 떠있다면 바로 상단 공격을 해오는 도 존재하며, 멀리서 굴러 오거나 벽을 밟고 달려오는 적 등 적들의 공격이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하게 바뀌기도 한다.

패턴을 예상하기 어려우므로 이번 타이틀의 전투는 계속해서 긴장감이 유지된다. 전투 시간으로만 보면 짧은 편이지만,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처럼 항상 긴장하게 한다. 예측은 어렵고 단조롭지도 않다. 더 진화한 전투 시스템과 더불어, 상대하는 적들까지 변칙성을 갖게 되어 이번 작품의 전투 시스템을 시리즈 최고의 퀄리티로 마감한다.



▲ 가장 많이 진화한 전투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캐릭터의 매력이 곧 데메크다.
니코부터 라이브 컷신까지, 터져 나오는 병맛들

화려한 전투 외에 시리즈의 정체성을 하나 더 꼽자면,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쾌남 그 자체인 주인공 '단테'는 물론이고, 발도 간지의 인기 캐릭터 '버질', 차세대 주인공 '네로' 그리고 '트리쉬', '레이디' 등 매력적인 조연들이 존재하는 게임이니까.

해당 캐릭터들은 전투와는 별개로 성격이나 게임 내 묘사가 아주 매력적으로 완성됐다. 진지한 와중에도 여유롭게 농담을 던지던 단테의 대사를 기억해보라. 쾌남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단테는 시리즈 정체성의 한 축을 담당한다. 데메크 시리즈의 첫 작품 이후에 다른 게임들이 데메크의 시스템을 차용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시스템만을 두고 시리즈의 정체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특징적 시스템이 보편화되며, 지금은 오히려 단테라는 캐릭터 자체가 시리즈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다. 쾌남 단테가 없는 데메크는 상상하기 어려운 면도 있으니까



▲ "잭팟" 단테라는 캐릭터가 곧 데메크다.

이번 타이틀에서는 모델링 전반이 매우 달라졌음에도, 캐릭터들의 매력은 여전하다. 한창 진지한 와중에도 입담을 쏟아내는 단테, 한층 더 아름다워진 트리쉬와 레이디, 리부트 DMC의 흔적이 남아있는 네로 등 진일보한 그래픽만큼 모델링도 변화했다. 조금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럼에도 데메크스러운 매력이 돋보인다.

진지한 와중에도 개그 욕심을 숨기지 못하는 개발진이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시리즈 전반적으로 진지한 와중에도 빵빵 터지는 연출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빈도가 꽤 자주 나온다. 보스전 앞에서 만날 수 있는 버스 컷신, V의 소환수 그리폰의 입담, 공대여신 니코까지 깊은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들이 다수다.

게다가 디럭스 패키지로 제공되는 라이브 액션 컷신을 게임 내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게 해놨다는 점도 포인트. 개발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해 찍은 영상이지만, 직접 게임 내에서 사용하다 보면 게임의 B급 감성이 더더욱 두드러진다. 디럭스판 구매 유저라면, 라이브 액션 컷신으로 바꿔 2회차를 플레이해볼 것. 개발진은 분명 웃기려고 작정하고 이걸 특전으로 준 것이 분명하다.

▲ 한창 진지한 와중에도 터지는 개그들. 이게 데메크지!



▲ 라이브 액션 컷신은 진짜 웃음벨 수준.


그 외 살짝 아쉬운 점
번역 그리고 최종장 스토리

체험판 때부터 지적되었던 것이긴 한데, 번역 수준이 엉망이다. 게임은 정말 잘 만들고 재미있지만, 군데군데 나오는 번역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당장 처음부터 "조금만 버텨(Hold On!)"라는 대사를 "꽉 잡아"로 번역한 것은 양호한 수준이다.

부활 선택지에서 '부활하려면 오브를 사용하지 마십시오'라고 적혀있는 등 오역은 곳곳에서 나온다. 뉘앙스가 다른 오역이 아니다. 번역 작업에 다수가 참여한 듯한데, 검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분명 막을 수 있고 수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확인만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일격픽살'같은 오타도 있고, 갤러리에서 '진동 전환' 이라던가, 해방을 무료로 번역한다거나. 이런저런 번역 오류가 매우 눈에 띈다. 추후 패치를 통해서라도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 잘 만들어졌기에, 오역으로 인한 불편함이 더더욱 크게 느껴진다.



▲ 앗! 소환수, 데빌 브레이커보다 싸다!

엔딩까지 도달해서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시리즈 전통의 B급 정서를 기반으로 두면서도 나름 괜찮을 수 있는 시나리오를 보여주기는 했다. 다만, 인기 캐릭터인 버질의 등장을 트레일러부터 공개한 것치고는 전체적인 당위성이 매우 떨어진다. 초중반까지 이야기에 나름의 무게감이 있다고 평가한다면, 후반부에 가서는 '???'라는 감상을 내비칠 수밖에 없다.

스포일러를 피하는 선에서 말하자면, 초반부터 단테의 패배를 보여주며 '매우 강한 적이 나왔다'라는 사실을 강조했던 것치고 최종장에서의 임팩트가 부족하다. 직전까지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지만 뭔가 결론이 영 애매하게 났다고나 할까?

물론, 원래 데메크 시리즈가 스토리보다는 액션에 중점을 두는 게임이기는 하다. 그러므로 허술한 마무리를 두고 끝까지 데메크스러웠다고 하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러 발전을 보여준 것과는 반대로 마무리가 허술한 면이 있어 아쉽다. 일단 최종 장에서 단테의 대사 하나로 스토리가 요약될 정도니, 최종 시나리오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다.



▲ 이쯤되면 1편 최종보스, 문두스를 재평가해봐야 된다.


우리 오래오래 행복 합시다
큰 단점이 없는. 장르의 교과서적 작품으로 마감되다.

총평을 내리자면, 11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임에도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면서 오히려 시리즈의 정체성은 강화했다고 할 수 있다. 시스템 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리즈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개발진이 확실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다.

시리즈를 꾸준히 플레이한 한 명의 팬으로서 충분히 만족스럽다. 게다가 시리즈 정체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캐릭터들의 매력도가 역대급으로 뽑혔다는 점도 칭찬하고 싶다. 주조연 모두 매력적으로 디자인 및 설정되면서 어느 하나 버릴 캐릭터가 없다.

개발사인 캡콤은 자신들이 정립한 스타일리시 액션이라는 장르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고, 어느 부분에서 매력을 가졌는지를 확실히 아는 회사가 됐다. DMC라는 실패를 겪으면서도 배웠고, 이를 후속작에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데빌 메이 크라이5'는 스타일리시 액션의 지향점을 다시금 제시한다. 멋진 연출과 타격감으로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은 지금 시대에 맞는 옷을 입으며 개정판이 나왔다.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장점들은 이후 수많은 게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로 호쾌하고, 멋진 게임이니까.



▲ 캡콤,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게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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