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턴제 전략에 녹아든 기어스의 박력, '기어스 택틱스'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7개 |



2006년 출시된 '기어스 오브 워'는 TPS의 새로운 장을 연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은엄폐를 중심으로 한 분대 전투 시스템, 그리고 화끈한 액션은 수많은 유저들을 매료시켰고 그로 인해 순식간에 헤일로 시리즈와 더불어 엑스박스 진영을 떠받치는 양대산맥으로까지 성장했다. 헤일로와 기어스를 하기 위해서 엑스박스 360을 산다는 얘기가 들려올 정도였으니 그 인기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 인기는 비단 기어스 시리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후 수많은 TPS들이 기어스 시리즈를 벤치마킹했으니, 말 그대로 TPS 장르는 기어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E3 2018 미디어 쇼케이스에 등장한 '기어스 택틱스'는 시리즈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지금까지 시리즈의 정체성이랄 수 있던 TPS와 안녕을 고하고 턴제 전략(택틱스)으로 변화한 것이다.




처음에는 왜 턴제 전략이었을까 의아했던 것도 사실이다. 기어스 시리즈라고 하면 화끈하고 호쾌한 연출이 특징인 TPS다. 하지만 턴제 전략은 이러한 연출을 살리기 힘들다. 턴제라는 제약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속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별반 기대도 하지 않았다. 기어스 스킨을 입힌 엑스컴. 이게 '기어스 택틱스'의 첫인상이었다. 그러나 직접 해보자 이런 생각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엑스컴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일부에 불과했다. '기어스 택틱스'만의 시스템으로 중무장해 턴제 전략이라지만, 엑스컴과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TPS에서 턴제 전략으로 변신을 꾀한 기념비적인 타이틀 '기어스 택틱스'다. 과연 엑스컴과 차별화된 '기어스 택틱스'만의 매력은 뭘까. 정식 출시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XBOX 측으로부터 프리뷰 코드를 받아 지난 주말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자, 이제 그 매력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 잔혹한 표현이 담겨져 있습니다. 시청에 주의 바랍니다.


택틱스 한계 돌파, 지루한 턴제는 가라!
'기어스 택틱스', 턴제인데 빠르다?




'기어스 택틱스'의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큰 틀에서 보면 엑스컴을 비롯한 다른 턴제 전략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다. 각 캐릭터들은 여러 개의 행동점수(행동력)을 지녔으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전투를 치러야 한다. 행동점수를 여러 개 써서 먼 거리를 이동할 수도 있고 혹은 이동에는 하나만 쓰고 남은 행동점수로 적을 공격하거나 경계하는 데 쓸 수도 있다. 플레이어의 분대는 4명밖에 안 되지만 적인 로커스트는 몇 배나 되기에 이를 전략적으로 써야 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다른 턴제 전략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리드 방식이 아니라는 걸 제외하면 은엄폐나 거리에 따라 명중률이 달라지고 무기를 쓰면 재장전해야 하는 등 많은 부분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어스 택틱스'는 여기에 다양한 스킬과 처형 시스템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기어스 택틱스'의 적들은 대부분 바로 죽지 않는다. 래치나 티커 같은 작은 적이나 일부 적들은 체력이 다하면 그냥 죽지만, 대부분의 적들은 체력이 다해도 바로 죽지 않고 빈사상태에 빠진다. 얼핏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는 시스템이지만, '기어스 택틱스'는 이를 호쾌한 연출을 살리는 요소로 삼는 한편, 턴제 전략의 단점으로 손꼽히던 속도감을 해결하는 열쇠로 삼았다.

빈사상태의 적들은 가만히 놔둬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죽지만, 일일이 처형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빈사상태의 적을 처형하면 다른 분대원들에게 +1의 행동점수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즉, 적 셋을 빈사상태에 빠뜨리고 다음 턴에 한 명이 전담해서 전부 처형하면 남은 분대원 3명에게는 기본 행동점수 3개에 처형으로 인한 행동점수가 더해져 최소 6개의 행동점수가 쌓이는 셈이다. 여기에 장비에 붙은 스킬이나 특정 스킬을 배운다면 그 이상의 행동점수를 얻을 수도 있다.



▲ 처형만 잘해도 2턴 분량의 행동점수를 얻을 수 있다

당연하겠지만 이 정도의 행동점수가 있다면, 말 그대로 해당 턴을 종횡무진 누빌 수 있다. 행동점수를 전부 다 써도 처치하기 힘든 부머를 손쉽게 처치하는 건 물론이고 배나 많은 적들도 한 턴만에 정리할 수 있을 정도다.

동시에 '기어스 택틱스'는 근접 공격을 통해 이러한 속도감에 더욱 힘을 실었다. 기어스 시리즈를 대표하는 랜서 전기톱과 레트로 랜서의 총검 돌격은 '기어스 택틱스'에서도 여전하다. 화끈하면서도 강력하다. 근접 공격이 통하지 않는 몇몇 적을 제외하면 말 그대로 한 방이다.




'기어스 택틱스'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행동점수를 늘릴 수 있도록 디자인된 이유는 단순하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속도감이 가진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행동점수가 적다면 자연스레 전투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기어스 택틱스'는 처형을 통해 행동점수를 수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러한 단점을 해결했다.

또다른 이유는 소수 분대원으로 몇 배나 많은 적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적들이 많은데 여기에 이머전스 홀이 나타나서 적들이 쏟아지는 상황까지 온다면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이머전스 홀을 막는 동시에 쏟아지는 적들을 막아야 하니 자연스럽게 더 많은 행동점수가 필요하다. 턴제 전략이지만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선다는 건 그만큼 많은 행동점수를 얻을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기본적으로 적들은 대부분 아군보다 많다. 그렇기에 공격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큰 변화는 아니다. '기어스 택틱스'역시 기존에 정립된 턴제 전략의 문법을 착실히 따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 덕분에 다른 턴제 전략과는 다른 속도감 있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무조건 많은 행동점수를 주고 그치는 게 아닌, 전략에 따라 속도감을 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한 덕분이다.


샷건 버리고 수류탄 들어!
입맛대로 키우자, 스킬&장비 시스템




'기어스 택틱스'의 매력은 처형 시스템으로 인한 속도감만이 아니다. 이러한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완하는 요소로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들고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지만, 플레이어의 분대는 4명으로만 구성되어 있기에 몇 배나 많은 로커스트를 상대하자면 수적열세이기 일쑤다. 그렇기에 게임은 이들을 정예병으로 만들도록 해 난관을 해결하도록 했다.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크게 2개로 구분된다. 분대원이 가진 클래스의 특징을 강화하는 쪽과 전혀 다른 클래스를 창조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클래스가 가진 부족함을 메꾸는 방식이랄 수 있다. 저격병을 예로 들자면, 강력하지만 장탄 수가 적다는 단점이 늘 따라다닌다. '기어스 택틱스'는 이런 문제는 다양한 장비로 해결했다.





▲ 커스텀하기에 따라선 클래스가 가진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턴이 시작될 때 주무기에 1개의 탄약을 재장전하는 '자동장전기' 스킬이 붙은 장비와 장탄 수를 늘리는 '연장 탄창' 스킬이 붙은 장비를 장착하면 강력하지만, 탄이 적다는 태생적인 단점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명중률을 높이는 장비 세트(파츠)를 부착하기까지 하면 탄이 넘쳐나는, 일격필살의 저격병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클래스를 창조하는 방식은 '기어스 택틱스' 커스터마이징의 다양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요소다. 물론, 이 역시 기본적으로는 클래스가 가진 스킬과 맞물리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클래스의 특징을 강화하는 게 아닌 전혀 다른 스타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스터마이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 도구 벨트 스킬만 있다면 당신도 어엿한 한 명의 척탄병



턴제 전략 장르에서 다수의 적을 한 번에 공격할 수 있는 투척 무기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그렇기에 한 번 쓰면 오랜 턴을 기다려야 한다. 어떻게 보면 최종병기이자 일발 역전의 무기인 셈이다. 하지만 커스터마이징하기에 따라선 수류탄을 원 없이 쓸 수도 있다. 기존 클래스에는 없는 척탄병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이렇게 육성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기어스 택틱스'의 장비들은 기본적으로 임무를 클리어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선 다소의 위험을 무릅쓰고 선택 목표를 꼬박꼬박 완료하거나 전투 중 곳곳에 놓여있는 장비들을 빠짐없이 파밍해야 한다.



▲ 장비는 임무로만 얻을 수 있기에 파밍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어스의 박력에 엑스컴의 전략을 더하다
어렵지만 재밌다! '거대 보스전'

한 방에 적을 처치하는 근접 공격과 처형으로 말미암은 속도감, 그리고 커스터마이징 덕분에 호쾌한 전투가 가능한 '기어스 택틱스'의 일면만 놓고 보면 얼핏 마냥 시원스런 턴제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반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한번 흐름을 타면 말 그대로 몰아치듯이 전투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그렇게 진행됐다면 택틱스라는 이름이 울었을 것이다.



▲ 보스전을 하다 보면 왜 브루먹이나 콥서가 나오면 그 야단을 쳤는지 알게 된다

'기어스 택틱스'는 거대 보스전을 통해 다소는 아쉬웠을지 모를 전략 요소를 극대화했다. 시리즈를 통틀어 강렬한 위용을 선보인 브루먹이나 콥서의 위세는 이번 편에서도 여전하다. 아니, 장르 특성상 그저 잘 쏘고 잘 피하면 될 뿐이었던 기존 시리즈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어려워졌다. 하나같이 피통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많고 잘못하면 한 턴만에 죽을 정도로 강력하기에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보스를 돕기 위해 계속해서 적이 추가돼 온전히 보스에만 집중할 수 없도록 한 것 역시 보스전의 난이도를 더욱 높인다. 제한된 맵에서 보스한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보스의 공격을 피하면서 적을 상대해야 하기에 더욱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해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간 자기도 모르는 적의 공격에 몰려서 옹기종기 모이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 계속해서 추가되는 적들을 처리해야 하는 건 예사고


▲ 잘못하면 지뢰 + 보스 공격 + 이머전스 홀 콤보에 당할 수도 있다

다만, 그렇다고 어떻게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는 건 아니다. 브루먹은 양팔의 기관총을 먼저 파괴하면 난이도가 대폭 감소하고 미사일은 피하기 쉬울뿐더러 잘만 유도하면 팀킬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유도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잘만 이용하면 행동 점수를 아끼면서 적을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스의 공격마저도 이용하기에 따라선 하나의 전략이 되는 셈이다.


'기어스 택틱스', 단순한 외전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다
시리즈를 이끌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도...

결론을 내리자면 '기어스 택틱스'는 기어스의 매력을 턴제 전략이라는 장르에 담아내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엑스컴이 정립한 턴제 전략의 문법을 따르는 한편, 처형 시스템으로 말미암은 빠른 속도감,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거대 보스전 등 기어스만의 장점으로 중무장했다.

여기에 외전이지만 스토리가 본편과 연결되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는 것 역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흥행하기에 따라서는 단순히 하나의 외전으로 끝나는 게 아닌 후속 시리즈가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어스 시리즈가 오래도록 TPS 외길을 걸어왔기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나온 만큼 반갑기 그지없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낳는 것만은 아니다. 원작이 가진 TPS의 묘미만큼은 어떻게 해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원작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있어선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색다른 기어스를 맛보고 싶은 유저와 기존의 턴제 전략과는 다른 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들에게 있어서 '기어스 택틱스'는 좋은 선택지이기도 하다.

그러니 '기어스 택틱스'의 성공적인 데뷔를 통해 TPS라는 장르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기어스가 되길 바란다.



▲ 그리고 겸사겸사 게이브를 주인공으로 한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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