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은 차이가 만든 '인왕2'의 재미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3개 |



보통 게이머들은 후속작에 두 가지를 바라곤 합니다. 하나는 발전한 그래픽입니다. 처음부터 후속작을 낼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고 해도 게임을 하나 완성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리곤 합니다. 당연히 기술적으로 더 발전하기 마련이기에 게이머들 역시 전체적인 퀄리티가 발전하는 걸 기대합니다. 두 번째는 콘텐츠의 진화입니다. 하나로 이어지는 시리즈이기에 뼈대는 유지하면서도 더욱 발전된 시스템을 요구하죠. 개발자들에게 있어선 참 어려운 문제일 겁니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줄타기에 성공한 게임들은 예외 없이 좋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인왕2' 역시 게이머들의 이러한 바람에 직면했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알파 테스트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인왕2'는 얼핏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픽적인 발전은 미미했고 전체적인 시스템 역시 큰 변화가 없어서 넘버링 후속작이라기보단 확장팩에 가까운 모습이었죠. 출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공개한 최종 체험판에서는 그나마 바뀐 부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는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인왕2'가 정식 출시하자 분위기는 바뀌었습니다. 우려와 달리 호평이 이어졌죠. 메타크리틱 평점은 86점(3월 16일 기준)으로 88점이었던 전작과 엇비슷할 정도였습니다. 단순히 전작을 잘 답습한 것만으로는 받기 어려운 점수죠. 그렇기에 이러한 호평의 원동력이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확장팩인지 후속작인지 애매하다는 말을 들어왔던 '인왕2'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인왕2'의 전체적인 시스템은 전작인 '인왕'과 거의 같죠. 그러니 이번 리뷰에서는 세세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겠습니다. 대신 좀 다르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았던 '인왕2'의 변화에 대해서 말이죠.


'인왕2'의 새로워진 전투 문법 첫 번째
전투를 더욱 화려하게, 요괴 스킬과 영암

'인왕'에는 없는 '인왕2'만의 차별점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먼저 무기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도끼와 언월도낫 두 개의 무기가 추가됐죠. 하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이 무기들에 대해선 굳이 다루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무기가 추가됐다지만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 바뀐 건 아니니까요. 요괴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짝 바뀌긴 했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인왕'의 쓰쿠모 무기랑 거의 같습니다. 명칭을 바꾸고 살짝 손본 정도라 변화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 새롭게 추가된 언월도낫은 자세에 따라 변형되는 기믹이 특징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리뷰에서는 '인왕2'의 핵심이랄 수 있는 바뀐 전투 문법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전작인 '인왕'의 전투 시스템을 한 번 살펴보죠. 큰 틀에서 보자면 '인왕'의 전투 시스템은 소울라이크 시스템입니다. 공격과 회피, 적의 공격을 가드하면 스테미너(기력)가 다는 방식이죠. 무작정 공격에 나서다간 스테미너가 바닥나 아무것도 못 하고 죽기 일쑤였기에 적의 패턴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인왕'이 그저 소울라이크를 답습하기만 한 게임이란 건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인왕'은 소울라이크를 근간으로 했지만, 자세와 잔심을 넣음으로써 '인왕'만의 고유한 전투 시스템을 확립했습니다. 속도감도 빨라 정통파 소울라이크와 비교하면 상당히 화려한 게 특징이죠.

그리고 이게 바로 '인왕2'를 우려한 이유입니다. 이미 '인왕'의 전투 시스템은 완성된 형태인데다가 꽤나 복잡합니다. 그렇기에 여기서 어떻게 더 차별화를 꾀할까 출시 전부터 의문이었죠. 그대로 놔두자니 '인왕'과 차이가 없고 그렇다고 크게 손보자니 '인왕'만의 색이 옅어질 위험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팀 닌자는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기존의 전투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인왕2'만의 새로운 전투 시스템을 추가했죠. 알파 테스트에서 공개한 요괴 스킬과 영암이었습니다. 요괴를 쓰러뜨리고 얻는 다마시로를 수호령에 장착해 쓰는 요괴 스킬은 인왕의 색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인왕2'만의 새로운 전투 스타일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영암 역시 마찬가지였죠. 영계의 강화판으로 기력 회복 속도가 저하하지만 요괴화나 요괴 스킬이 강화되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쓰도록 유도했습니다. 무기와 자세를 중심으로 치러졌던 전투에 요괴 스킬이라는 새로움을 더한 거죠.



▲ 다양한 요괴 스킬을 입맛대로 쓸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단순히 스킬이 하나 추가되고 끝난 게 아닙니다. 요괴 스킬 덕분에 전투의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전작에선 최대한 하나씩 상대해야 하는 적들을 요괴 스킬을 이용한다면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어서 더욱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설 수 있게 됐죠. 보스전에선 위기의 순간을 벗어날 기사회생의 한 방으로 작용할 정도였습니다.

더욱이 요괴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다마시로가 있어서 입맛대로 커스텀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죠. 무기와 자세, 스킬에 이어서 요괴 스킬까지 더하면 말 그대로 무궁무진한 가짓수가 나올 정도입니다. 말 그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인왕2'의 새로워진 전투 문법 두 번째
인왕에 추가된 묵직한 손맛, 큰 기술과 특기

하지만 못내 아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전작과 차별화된 '인왕2'만의 강점으로 내세우기엔 뭔가 미묘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팀 닌자 역시 이런 분위기를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비장의 한 수를 끝까지 숨겨놨다가 마침내 공개했죠. 큰 기술과 특기였습니다.

'인왕2'에 등장하는 적 대부분은 '인왕'의 에셋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공격 패턴 역시 비슷하죠. 하지만 그대로 가져오기만 한 건 아닙니다. 새로운 전투 시스템인 큰 기술이 추가됐죠. 큰 기술은 간단히 말하자면 예고 공격이랄 수 있습니다. 모든 적들이 가진 고유한 필살기로 붉은 안광을 흩뿌린 뒤 강력한 공격이 날아옵니다. 유도성에 슈퍼 아머 상태여서 끊거나 피하기도 쉽지 않죠.

이런 큰 기술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게 바로 특기입니다. 수호령에 따라 맹, 환, 신 세종류로 구분되는데 맹은 강력한 공격으로 적의 큰 기술을 끊는 방식이며, 신은 빠르게 적에게 잔상을 남기고 돌진하는 방식, 그리고 환은 가드로 튕겨내는 방식입니다. 각각의 방식은 다르지만, 적의 큰 기술을 끊는다는 점은 모두 동일하죠.



▲ 큰 기술을 끊었을 때의 그 쾌감이란!

요괴 스킬과 영암이 있음에도 큰 기술과 특기를 굳이 가장 큰 차별점으로 거론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필요성 때문입니다. 요괴 스킬과 영암은 어떻게 보면 '인왕'이 가진 화려함을 그대로 이어가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넓은 범주에서 보자면 새로운 무기나 스킬이 추가된 거라고 볼 수도 있죠. 그렇기에 필요성 역시 적습니다. 새로운 무기가 추가된다고 해서 꼭 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죠. 잘 쓰면 좋지만, 안 써도 크게 상관없습니다. 굳이 쓸 생각이 없다면 이전에 하던 대로 인술이나 음양술 위주로 플레이해도 문제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큰 기술과 특기는 다릅니다. 반드시 쓰게 만들었죠. 보스전에서 큰 기술을 특기로 끊느냐 끊지 않느냐에 따라서 전투의 향방이 갈릴 정도입니다. 큰 기술을 끊으면 적의 기력을 깎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력은 빠르게 회복하는 동시에 빈틈을 만들 수 있어서 전투를 더욱 수월하게 이끌 수 있습니다. 일석이조인 셈으로 익숙해지면 적의 큰 기술을 기다릴 정도입니다. 효율성은 물론이고 묵직한 손맛이 화려함 위주였던 '인왕2'에 색다른 중독성을 선사하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작은 차이가 만든 '인왕2'의 재미

최근 나온 후속작들 가운데 이만큼 전작과 유사한 후속작도 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인왕2'는 '인왕'과 유사합니다. 아니, 사실상 '인왕'이라는 완성된 요소에 새로움을 더한 게 '인왕2'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에 여전히 확장팩이라고 하는 게이머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저 역시 알파 테스트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지난 주말 '인왕2'를 하면서 이런 생각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얘기,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인왕2'가 바로 그랬습니다. 크게 바뀐 점은 없었습니다. 냉정하게 보자면 거의 80% 정도는 '인왕'을 그대로 가져온 모습이었죠. 하지만 요괴 스킬과 영암, 그리고 큰 기술과 특기를 넣음으로써 전작과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분명 작은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인왕2'의 전투는 더욱 깊어지고 재미있게 변했습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것처럼, 작은 변화가 '인왕2'만의 고유한 재미를 만들어낸 겁니다.

알파 테스트때만 해도 확장팩인지 후속작인지 애매하다는 평가를 했던 '인왕2'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평가를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차이로 무장한 '인왕2'는 분명한 후속작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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