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 게임의 주인공은 자유도가 아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2'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8개 |

지난 10월 26일 출시한 레드 데드 리뎀션2(이하 레데리2)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올해의 기대작으로 손꼽힌 타이틀입니다. 몇 차례의 발매 연기. 그 와중에 게임의 디테일을 공개하지 않았던 터에, 팬들의 기대감은 그야말로 하늘을 뚫을 정도로 상승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기대할 만한 작품이었고 뛰어난 오픈 월드 게임을 선보였던 락스타 게임즈의 신작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출시 이후, 레데리2의 세계는 압도적인 퀄리티의 세계를 플레이어들에게 선사했습니다. 1899년 무법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시대로. 세밀하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보여줬던 전작의 프리퀄로. 모든 것을 한층 강화한 압도적인 완성작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지금까지 락스타 게임의 집약체
미친 디테일과 세밀함, 인물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몰입감.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모든 플레이어가 겪는 경험은 아마 같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롤로그부터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자연환경의 디테일, 그리고 밀도 있게 들어찬 나무와 수풀, 바위. 황량함과 풍족함을 짧은 시간에 모두 느낄 수 있는 락스타의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 때마다 RAGE(Rockstar Advanced Game Engine)를 매번 개선하고 있는 락스타 게임즈는 이번 레데리2에서도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GTA4 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이 엔진은 1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오픈 월드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개발 면에서도 충분히 많이 이용했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최적화와 그래픽 표현 모두를 잡았습니다. 간헐적인 프레임 드랍이 있기는 하지만 월드의 크기와 기기의 성능을 생각하면 매우 뛰어나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환경 표현 부분은 최근 게임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산맥이 보이는 날씨부터,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찬 안개 낀 숲, 흐르는 강 등 모든 것들이 감동을 줄 수 있는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로딩도 존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기자의 기기가 노멀 PS4임에도 압도적인 자연환경을 보여줍니다. 1899년의 미국 서부, 그 자체죠.



▲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를 놀라게 하는 '자연환경'

세밀한 것은 환경뿐만이 아닙니다. 사전 영상을 통해서 공개했던 대로, 게임 속 인물들과의 상호작용과 게임의 디테일은 입을 못 다물 정도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락스타 게임즈의 전작이었던 'GTA5'와 비교하면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예로, GTA5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시민의 반응을 돌이켜보면 이야기가 쉽습니다.

길을 가는 것을 가로막는 수준. 또는 이동형 지갑 정도의 역할만 하던 NPC들은 '레데리2'에서는 보다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는 존재들로 바뀌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들의 반응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는 플레이어의 게임 플레이가 달라지는 경험을 낳게 됩니다.

여차하면 총으로 서로의 머리를 날릴 수 있는 시대적 배경은 누군가에게 접근하기 전, 상대를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으로 요구됩니다. 따라서 게임 또한 거의 모든 인물마다 몇 개의 선택을 마련해두고 언젠가 결과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 작은 무법자 예의 없어요? 당신의 머리 납탄으로 대체되었다.

경험했던 것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볼게요. 처음 방문하는 마을 '발렌타인' 앞에서는 집을 짓고 아버지와 아들들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인사뿐. 막 뼈대를 세우고 있는 와중에 들려서 인사를 하고, 간단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따로 퀘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지가 생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더빙된 대사 몇 줄이 나오고, 플레이어가 NPC를 간단하게 돕고, 집을 짓는 이유를 알아갈 뿐입니다. NPC와 플레이어의 관계가 막 시작된 셈이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장소를 방문해 보면 집이 어느 정도 지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딱 두 개. '인사하기' / '적대시하기' 뿐이지만,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되고 관계가 발전합니다. 몇 번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 NPC는 퀘스트 또는 정보를 주고, 플레이어에 이득이 되는 보상을 얻게 됩니다.

지도를 가득 채우는 마커도 없고, 힌트도 거의 제공되지 않습니다. 레데리2의 세계는 무작위로 펼쳐지는 이벤트,뛰어난 자연환경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세계를 모험하는 데 필요한 것은 모르는 이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플레이어의 친절함과 관찰력. 단 두 가지뿐입니다. 그리고 레데리2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설계합니다. 이로써 그저 병풍에 가까웠던 NPC에 의미가 부여되고, 세계는 흐름을 갖기 시작합니다.



▲ 간단한 퀘스트를 주지만, 과정은 매우 길었던 그것.

게임 내의 모든 시네마틱은 인게임 화면으로만 표현됩니다. 이는 그만큼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의미이자, 별도의 로딩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입을 다물게 하지 못할 정도로 디테일을 살리려 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눈길을 걸어갈 때의 발자국 표현, 진흙탕에 구른 부분에만 진흙이 묻어나는 표현 등, 현실에 가까운, 굳이 이런 것까지 표현했을까 의문이 드는 '미친'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주인공 아서 모건의 모든 행동에 애니메이션이 별도로 들어가 있습니다. 총을 닦는 모션, 서랍을 뒤지는 모션, 고기를 굽는 모션 등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행동 하나하나에 별도의 애니메이션을 넣어뒀습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 이런 수많은 행동과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도록 해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은 '시네마틱 카메라'를 통해 의도적으로 이벤트 - 플레이 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기는 합니다만, 레데리2에서 시네마틱 카메라의 연출은 많은 공을 들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볼 수 있는 캐릭터 감정선을 더더욱 깊이 있게 만듭니다.



▲ 인게임 시네마틱이 너무 좋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기능이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고 봅니다. 게임내에서 별도의 로딩 없이 시네마틱 전환이 된다는 것과 맞물리면, 어떤 것이 시네마틱인지 혼동이 오기도 하고요. 게다가 미션 구조를 살펴봤을 때에는 일부러 시네마틱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극후반 이전까지 미션에 꼭 동료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동하는 구간이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서 시네마틱을 사용하라는 의도가 눈에 보입니다. 플레이어의 이동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동시에, 동료 NPC와 함께 나아가는 유대감과 몰입감, 오브젝트 로딩 시간 등을 확보할 수 있거든요. 여러모로 참 노련미 있게 만들어뒀습니다.



▲ 시네마틱인 줄 알고 넉 놓고 바라봤던 경험은 그야말로 간만.


제발 편하게 좀 만들어주세요.
UI, UX의 불편함. 조작감의 문제.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난 디테일과 몰입감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이런 경험들을 가로막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UI와 UX 부분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소한 행동에도 애니메이션이 디테일이 들어가면서 '굳이 이런 부분에도?'라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서랍 하나를 뒤지는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거나, 은행을 털고서 돈을 챙기는데 느릿느릿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가장 답답한 부분은 시체를 뒤지는 연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꼭 다리 사이에 시체를 두고 수색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미션에서 전투를 한 번 할 때마다 수십 구의 시체가 생기는 것을 고려하면, 전투 시간보다 시체 뒤지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게다가 총알이나 화살 등은 지나가는 행위만으로 획득되니, 굳이 아이템 획득에 별도의 모션이 꼭 들어가야 했을 까란 의문은 사라지지 않죠.



▲ 특히, 말에서 내리면, 무기 세팅이 초기화되는 이런 부분요.

UI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Xbox 기준으로 키배치가 되어있는데, 버튼을 바꾸는 옵션이 없다는 점. 그리고 키배치가 묘하게 혼동이 온다는 점입니다. 말에서 내리고 말 턱에 주먹을 선사한다거나, 조작에 혼동이 와서 인사를 한다는 게 총을 쏴버린다거나. 이런 것들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품을 집는 키가 어떤 때는 △ 였다가 또 어떤 때는 □로 되어있는 등, 일일이 화면 하단의 키를 봐야 하는 것도 불편함입니다.

게다가 메뉴 하나를 들어가고 나오기도 번거롭습니다. 새로운 동물의 정보를 확인한 뒤, 취소키로 메뉴를 빠져나오려면, 취소 버튼을 최소 3회 반복적으로 누르거나, 길게 누르고 있어야만 하죠. 게임 속 디테일을 엄청나게 챙긴 것치고는 UI 관련 편의성은 전혀 없거나 있으니만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캠프에 아이템을 기부할 때는 모두 기부 버튼이 없어 X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반대로 모두 판매 기능이 있다면, 차라리 X를 연타하는 게 빠릅니다.

40대 아저씨의 동작을 그대로 형상화한 듯, 반 박자 늦게 입력이 들어가는 조작감도 많이 지적되는 부분입니다. 원래 락스타 특유의 조작감이 느린 편이긴 한데, 레데리2는 여기에 데드존 기본 옵션이 꽤 높게 설정되어 있어 가뜩이나 더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게임의 템포 자체가 GTA 보다 느린데다 답답한 조작감까지 겹쳐지니 쉬이 짜증을 유발하기도 하고요. 적응되면 익숙해지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게임적 허용은 어디까지가 적당할까?
락스타는 그저 레데리2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았다.

때로는 불편할 정도로 느껴지는 레데리2의 디테일은 우리에게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던집니다. "게임 내에서 자유도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며,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레데리2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너무나도 세밀한 디테일로 가득합니다. 일일이 자라나는 수염, 잠을 자지 않으면 말에서 졸거나, 실제처럼 시체를 일일이 수색해야만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캐릭터의 살이 찌는 등 때로는 쓸데없을 정도의 디테일이 게임에 녹아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실에 가까운 사항들을 넣은 것이 오히려 플레이어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역할로 작용한다는 것이죠. 레데리2를 플레이하는 내내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게임의 디테일 자체는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 중 최고입니다. 다만, 처음에야 신선했던 디테일과 애니메이션이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불편함이 되기도 합니다. 맘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지고, 플레이어의 의도를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특히, 시민의 AI와 범죄 판정이 그러합니다. 혹여나 길에서 뛰어가다 어깨로 사람을 치면 범죄가 되기 일쑤고. 대도시에서 말을 타고 속도를 내면, 사람 또는 마차에 부딪혀 바로 범죄자가 됩니다. 범죄자가 되면 따로 현상금을 내거나 도망을 가야 하니 불편함이 가중되죠. 결국, 내 마음대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제한을 받고 과속은 꿈도 못 꾸는 준법정신 투철한 악당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범죄 판정이 매우 빠듯합니다. 보안관이 나만 미워한다 싶을 정도로요.

더불어, 개발진들이 이 디테일을 보여주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른다는 느낌이 게임 내에서 묻어납니다. 개발진은 플레이어에게 원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도와 상호작용을 주는 한편, 이 모든 것을 한편으로는 제한하는 설계를 해뒀습니다. 고생해서 만들었으니, 거의 모든 것을 플레이어가 경험하게 하고 반복시킵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 신경썼다'는 인식은 곧, '굳이 왜 여기까지?'라는 인식으로 바뀌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 서브 퀘스트에서의 장면입니다. 레데리2의 미션 하나는 길어도 약 15분 내외에서 클리어가 되는데, 클리어 시간보다 긴 분량을 극장에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물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공연 중간에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굳이?'라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는데도, 의도적으로 보라고 만든 콘텐츠니까요. 그냥 '보고 나왔다'는 연출만 보여줘도 시나리오 진행에는 무리가 없었을 겁니다.

▲ 극장 내부 공연만 약 10분. 미션의 대부분 내용을 차지합니다.

네. 이렇듯 락스타는 레데리2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빠른 탈것이 없는 시대적 배경은 플레이어가 기존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필드에서 시간을 보내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동 중 만날 수 있는 랜덤 이벤트, 일일이 씻기고 관리해야 하는 말과 아서 모건을 통해 의도적으로 흐름을 조절합니다. 자신들이 만든 세상을 좀 더 둘러보고, 할 수 있는 것을 플레이어가 알아가고 배우기 위한 시간을 부여합니다.

이는 곧 의도적인 불편함이자, 지루함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든 것이었습니다마는, 부정적인 평가는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하는 사소한 요소들은, 비현실성을 추구하는 게임에서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 총기 수입도 한편으로는 귀찮은 요소입니다. 안 닦으면 성능이 떨어지고요.


장점과 단점이 만난다면?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 '이야기'

미친 디테일이 게임 플레이에서 양날의 검이 되었음에도, '서부 시대 세컨드 라이프'라는 평가를 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제한하는 싱글 플레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프리퀄인 만큼 아서 모건의 이야기는 결말이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고, 갱단의 운명도 이미 전작을 해봤다면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레데리2에서의 싱글 플레이에서 플레이어는 아서 모건이 아니라, 아서 모건의 일대기를 관찰하는 관찰자가 됩니다. 다른 오픈 월드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 분기 등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틀이 되었다면, 레데리2의 싱글 플레이는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제한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싱글 플레이 도중 플레이어의 선택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매우 적거나, 큰 결과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서 모건이 낼 수 있는 결과는 정해져 있고, 마치 종착지가 있는 열차처럼 흘러갑니다. 죽는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고, 플레이어는 그저 바라만 보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락스타는 NPC와의 상호작용, 그리고 결과나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두고도 스토리에서 플레이어의 행위가 들어갈 수 있는 틈을 막아 뒀습니다.



▲ 레데리2는 스토리에서의 자유도가 매우 제한됩니다.

딱 짜여진 세계는 레데리2식 오픈 월드의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방향성은 온라인 플레이로 역할을 넘기고, 게임을 확실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요소로 스토리를 선택한 셈입니다. 그렇기에 자칫 방향성을 잃기 쉬운 오픈 월드에서, 레데리2는 아서 모건의 일대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메인 퀘스트는 노란색으로 표시되고 별도의 미션으로 제공되니, 다른 게임들처럼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도중 딴짓으로 빠져 방향성을 잃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마커가 거의 없는 것도. 드넓은 필드를 랜덤 이벤트와 수렵으로 디자인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 외적인 즐길 거리인 랜덤 이벤트, 상호작용, 도박, 현상금, 수렵 등은 메인 시나리오와는 별개의 요소로 배치해두고, 메인 퀘스트를 끝내야만 만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도중 필드에서 랜덤 이벤트가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메인 퀘스트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확실히 강조하고, 나머지 서브 퀘스트는 주 스토리에서 떨어져 나온 조연들의 이야기, 아서의 내면적 갈등을 적당한 분량으로 그립니다. 한참을 방황하다가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 게임 진행을 재촉하는 요소를 스토리가 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아서 모건과 갱단의 이야기는 참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렇기에 레데리2의 오픈 월드는, 싱글 플레이 기준으로 매우 잘 짜인 레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레일 위에 멈춰서 시선을 돌릴 수는 있지만, 종착지와 방향은 락스타가 의도한 대로 흘러갑니다. 그렇기에 혁신이라는 표현보다는 락스타가 생각하는 오픈 월드의 집약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디테일한 상호작용으로 대표되는 자유도는 바로 이 레일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아름답고 밀도 있게 만드는 요소라고 볼 수 있고요.

드라마를 아예 배제하고 오브젝트, NPC와의 상호작용을 크게 늘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락스타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락스타가 싱글 플레이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세 명의 군상극이었던 GTA5가 그러했듯이, 싱글 플레이는 아서 모건의 감정선에 공감할 수 있도록 플레이어를 이끌어나갑니다.

스토리 전체는 6개의 챕터와 2개의 에필로그. 전체 107개의 퀘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는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지만, 후반부인 5 챕터와 6 챕터는 숨 쉴 틈 없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왜 이런 구조일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는데, 엔딩을 보고 난 뒤에는 답이 나왔습니다. 전반부의 느릿한 템포는 아서 모건이란 캐릭터를 플레이어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락스타가 짜놓은 레일은 분명합니다. 플레이어가 아서 모건, 그리고 갱단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 것. 그렇기에 캠프를 업그레이드하고, 말에 애정을 쏟고, 매력적인 동료들과 풍부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여기에 템포는 느릿하게. 플레이어가 상호작용을 하는데 긴 시간과 공을 들이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를 통해 위기부터 절정까지의 모든 순간에 감정을 투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긴 시간은 결국 갱단에 감정을 투영하는 과정입니다.

아서 모건이 몸담은 갱단, '반 더 린드'는 시놉시스와 전작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전작이 잭 마스턴의 복수와 죄를 그렸다면, 프리퀄인 레데리2는 몰락과 상실의 과정이 메인입니다. 락스타는 무언가를 잃고 실의에 빠지는 상실감. 그럼에도 실낱같이 이어지는 희망을 플레이어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싱글 플레이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뛰어난 상호작용과 디테일. 더불어 서정적인 OST 등은 모두 아서 모건의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무법자 시대의 몰락기. 악당이라는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고자 하는 아서 모건과 그의 본성, 희미한 선함을 표현하기 위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레데리2 싱글 플레이는 자유도보다는 주제의식과 캐릭터, 스토리를 더 내세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온도에 따라서 말 X알이 줄어들고 늘어나는 디테일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서 모건의 심리적 갈등,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이 레데리2 싱글 플레이의 주안점인 셈입니다.

▲ 연출을 보면, 자유도가 아니라 캐릭터와 스토리를 내세우고 싶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레데리2의 본질은 스토리다.
싱글 플레이는 스토리, 온라인은 자유도.

리뷰의 제목에서 자유도가 주인공이 아니라고 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게임의 디테일과 자유도는 인상적이고 잘 만들었으나, 싱글 플레이에서는 자유도의 한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시리즈의 주안점인 스토리를 강조하기 위하여 의도적인 제한을 뒀고, 플레이어는 이 위를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게임적 허용 안에서 자유로이 플레이하는' 의미의 자유도는 레데리2 온라인의 역할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조작감과는 별개로 게임이 '생각보다 별로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여기서 나옵니다. 게이머들의 기대치는 빠른 템포의 자유도 높은 서부극이었을 테지만, 시리즈 전반적인 방향성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강조하는 전형적인 서부극이었으니까요. 전작이 그러했듯이 때로는 불편할 정도의 현실감을 갖춘, 락스타 게임 중 유독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는 시리즈가 레데리의 정체성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전작을 플레이했던 경험을 떠올리건대, 불편했던 점들이 디테일의 상승과 맞물리면서 조금씩 강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분명 전작에서 눈알 빠지게 비버를 찾아다녔던 경험이 있는데, 전설 비버를 찾자고 똑같은 짓을 후속작에서도 하는 자신을 발견했거든요. 전작에서 불편했던 점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레데리2 온라인에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에, 어떻게 될 것이라고 속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싱글 플레이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특징들을 살펴보자면, 기대했던 만큼의 자유도를 맛보리란 기대를 하기 충분해 보입니다. 이야기에 중점을 두면서 제한되었던 자유도는 온라인 플레이에서 진정한 모습을 보일 것이 분명하니까요.

그렇기에 레데리2는 PS4의 황혼기에서 반드시 플레이할 만한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락스타 내부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서정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온라인 플레이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상호작용과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게임 시스템 면에서든 연출과 시나리오 면에서든 PS4를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플레이할 만한 게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 PS4를 구매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죠.

에필로그 이후 엔딩까지 마무리한 지금, 앞으로 공개될 온라인이 한없이 기대됩니다. 디테일과 자유도는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관계에서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료 기자를 밧줄로 포박해서 악어 밥으로 준다거나, 고루 묶어 기찻길에 던져놓고 농담을 던진다거나. 포커를 치는 도중 타짜를 머리를 날려버리는 등 상상해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플레이가 가능할 테니까요.



▲ 동료와 함께하는 은행털이,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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