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푸른 눈의 기자가 처음 본 듀랑고, 그는 어떤 점이 궁금했을까?

인터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38개 |


▲ 듀랑고를 처음 본 외국 기자, 닉 도라지오

'듀랑고: 야생의 땅 (이하 듀랑고)'이 E3 2017을 통해 서구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었다. 국내 기준으로 2015년 지스타 빌드를 가지고 나왔다. 넥슨은 사우스홀에 작지만 편안한 구성의 '듀랑고' 시연 장소를 만들어 서구 게이머들과 스킨십을 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마테오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인벤 글로벌의 기자 '닉 도라지오(Nick D'Orazio)'의 눈에는 동양에서 건너온 이 독특한 소재의 모바일 MMORPG가 생경하게 보였다. 벽안의 닉에게 '듀랑고'는 어떻게 보였을까. 이은석 디렉터가 그의 질문에 답해줬다.

- 관련기사: [인터뷰] E3에서 만난 이은석 디렉터 "티라노사우르스에 깃털을 다는 것 만큼은..."



[왓스튜디오 이은석 디렉터]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이 죽게 될 이유가 궁금하다. 날씨가 추워서 죽게 될지 굶주림으로 죽게 될지, 혹은 공룡에서 물려서 죽게 될지.

= 단편적인 생존만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게임은 아니다. 생존을 테마로 한 게임은 미국 시장에 대단히 많고, 그 게임들과는 조금 다르다. 생존 요소가 있지만, 생존이 중심이라기보다는 성장과 개척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물론 초반에는 생존이 커다란 과제이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부터는 생활지를 개척한다거나 협동을 한다거나 등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돈 스타브' 같은 게임은 가만히 서 있으면 배가 고파서 죽으므로 해가 떠있을 때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물론 듀랑고도 생존을 위해서는 그래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주 벌어지지는 않다. 어쩌면 생리현상과 싸우는 생존보다 공룡과 싸우다 죽는 일이 더 빈번히 생기기는 하겠다.


일반적인 MMORPG에서는 흔히 말하는 '탱, 딜, 힐'로 클래스를 구분 하는데 '듀랑고'에도 이러한 분류의 클래스 구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 일반적인 MMO 게임들은 전투가 주이므로 '탱, 딜, 힐'을 나눠 클래스를 구분 짓는다. 그러나 '듀랑고'의 전투는 게임 일부이며 전부가 아니다. 최종적으로 사용자들에 의한 사회 건설이라는 큰 목표를 제시한다. 사회를 유지하려면 전투를 주업으로 삼는 전사의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사회를 만드는 게 게임의 주목적이다.


만약, 이은석 디렉터가 '듀랑고'의 세계에 실제로 갇히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수행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인가?

= 난 하루도 못 버티고 죽을 것 같다. 아마 공룡들에게 영양을 공급해 주지 않을까? (웃음)


서구권에서는 요즘 '불살(不殺)' 플레이가 유행하고 있다. '듀랑고'도 죽이지 않고 생산 콘텐츠만을 즐기면서 게임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 '듀랑고'는 구조적으로 불살로 디자인된 게임은 아니지만, 충분히 불살 플레이로 즐길 수 있다. 채집만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 잠깐, 물고기를 잡는 것도 불살에 어긋나는 것인가?


음... 그 정도는 괜찮다.

= 그럼 낚시를 해서 단백질을 얻을 수도 있다. 농사만 지어도 되고. 정말로 전투를 전혀 하지 않고 생활을 영위하는 게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LBT 때 요리사 역할이 의외의 주목을 받았다. 큰 부족의 요리사 같은 경우 온종일 마을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요리만 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자조적으로 '노예'라고 스스로 부르기도 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열차에 앉아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고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백그라운드가 게임 플레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초반 얼마 정도는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겠으나, 이후에는 사용자의 의지, 사용자의 영향으로 캐릭터가 성장하는 부분이라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가령 가정주부 같은 경우 부엌칼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초반 몇 시간 정도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게임을 만들면서 선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처음에 뭣도 모르고 캐릭터를 골랐는데 이 때문에 게임 플레이가 아주 다른 경험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캐릭터를 포기하지 않게 했다. 게임 디자인 원칙 중 하나였다.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중 가장 크고 자주 일어났던 문제가 뭐였는가?

= 전부 다(웃음). '듀랑고' 플레이의 무대가 되는 섬은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프로시저 제네레이션(procedure generation)기법으로 무작위로 만들어 진다. 이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이다. 테마파크형 MMORPG들은 어느 시점에서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할지 디자인하여 직접적으로 통제하는데, 이러한 게임과는 좀 다르다. 테마파크형 MMORPG가 'A'를 준다고 가정 하면 '듀랑고'는 'A'를 주는 로봇팔의 집게를 제공하는 느낌이다. 이 부분을 구현하는 데 힘을 기울였던 것 같다.


듀랑고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이 느꼈으면 하는 공통적인 감정 혹은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 '개척자'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 게임들의 하우징이 고정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구역에서 권리를 부여받아 건물을 짓거나 이미 지어진 집에서 월세 혹은 재화를 지불는 형태가 MMORPG 하우징 형태다.

그런데 먼 옛날, 아무 땅에나 깃발을 꽂고 자신의 지역임을 선포하고 집을 짓고 밭을 일구고, 마을을 만들던 진짜 '개척'의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 공룡 등과 함께 원초적인 느낌을 느끼며 사용자가 미지의 땅을 개척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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