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일런트 힐' 작곡가가 월드 오브 탱크와 협업한 이유는?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8개 |

얼마 전, 스웨덴 메탈 밴드 '사바톤'과의 협업을 발표하며, 앞으로도 뮤지션들과 소통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워게이밍이 이번에는 일본 작곡가 '야마오카 아키라'와 콜라보레이션 계획을 공개했다.

코나미 재직 시절, 여러 음악 게임의 작곡가로 활동한 '야마오카 아키라'는 호러 게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음악을 담당한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첫 작품인 '사일런트 힐'의 주제곡부터 이후 출시된 일곱 편의 주제가를 직접 작곡했으며, 세 번째 시리즈부터는 작곡뿐 아니라 게임 프로듀서 또한 겸임하기도 했다.

현재 '야마오카 아키라' 작곡가는 스다 고이치(SUDA 51)의 그래스호퍼 매뉴팩처에서 사운드 디렉터를 역임, 다양한 작품 개발에 참여하는 한편 투어 공연 또한 진행하고 있다. 이런 그가 '월드 오브 탱크' 콜라보레이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월드 오브 탱크'의 고향, 민스크 오피스에서 진행된 작은 공연을 마친 뒤, 작곡가 야마오카 아키라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게임뿐 아니라 영화까지, 말하자면 '사일런트 힐' 음악의 아버지쯤인 셈



■ "4년 동안 즐겨온 게임과 콜라보레이션, 결과가 기대된다"



▲ 작곡가 야마오카 아키라(山岡晃)

이번에 워게이밍과 콜라보레이션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개인적으로도 게임을 꽤 오랜 시간 동안 즐겨왔기 때문에, 워게이밍과 '월드오브탱크'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직접 소통하게 된 계기는 작년쯤, 공연차 민스크에 방문해 '월드 오브 탱크' 광고를 보고 반가워서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연락을 주고받게 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차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이들과 '월드 오브 탱크'라는 IP로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또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어떤 결과가 탄생할 것인지도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월드 오브 탱크'를 4년 가까이 즐겨왔다고 들었다.

한 3년 정도 PC를 통해 즐겨오다가 컴퓨터가 고장이 나면서 잠깐 쉬었는데, 이후 PS4용 '월드오브탱크' 출시 소식을 듣고 최근에 PS4 버전으로 다시 시작했다. 작년 여름부터 다시 즐겁게 하는 중이다.


그 정도로 '월드 오브 탱크'를 즐긴 팬이라면, 좋아하는 전차 하나 정도는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티거 전차를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일본 전차들에 마음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전차를 타고 모든 노력을 쏟아서 독일 전차들을 상대로 이길 때 기분이 좋기 때문에, 항상 노력하고 있는 편이다.

▲ 2015년 민스크 공연 영상 (사일런트 힐3 OST - You're not here)

'사일런트 힐'의 음악으로 유명한 만큼, 전혀 다른 장르인 '월드오브탱크'에서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게임 장르별로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따로 가지고 있나?

간단하게 말하면, 게임 음악은 작곡을 한다기보다는 게임 개발 과정의 하나라는 느낌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일런트 힐'의 경우를 예를 들면, 호러 장르에 맞게 어떤 구간에서는 무서워지는 느낌을, 또 어떤 구간에서는 슬픔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반면, 월드 오브 탱크는 MMO 전략 장르고, 타인의 전차를 노려 파괴하는 것이 게임의 주된 요소이지 않나. 이러한 게임의 주된 요소를 어떻게 부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음악을 통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 방법을 찾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곡가로서 평소 음악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 편인지도 궁금하다.

많은 듣는 질문 중 하나인데, 보통은 사람들과의 대화 안에서 영감이라고 할까, 어떤 '인상'들을 많이 받는 편이다.

음악이든 게임이든, 결국 사람들에 의해 창조된 것을 누군가가 즐기는 것 아닐까. 그만큼 타인의 의견과 생각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타인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이를 통해 '이렇게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얻고는 한다.




워게이밍 민스크 오피스 방문은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사운드 스튜디오를 방문한 소감이 듣고 싶다.

민스크는 저번 공연으로도 방문했지만, 워게이밍의 오피스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운드 스튜디오는 정말 굉장했다. 워게이밍이 만일 RPG 등 여러 가지 게임들을 개발하는 회사라면 덜 놀라웠을 텐데, '월드 오브 탱크' 하나만을 위해서 이런 오디오 설비를 갖춰놓았다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오디오 디자이너들이 각자 작업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평소에도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설비였던 것 같다.


이번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언제부터 논의가 이뤄졌나? 어떤 것들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논의는 작년부터 있었고, 올해 들어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어떤 형태로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됐다. 아무래도 처음 발표는 게임스컴에서 이뤄질 것 같고, 그 다음은 도쿄 게임쇼 등 점차적으로 발표를 할 계획이다.

사운드트랙에만 국한되지 않고, 보다 장기적인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기대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역시 작곡가와의 협업인 만큼, 음악이 빠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총 몇 곡 정도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나?

마음 같아서는 100곡이고 200곡이고 만들고 싶지만(웃음), 아직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있는 단계라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워게이밍 오디오 팀과 어떤 방식으로 작업해 나갈지 이야기하면서, 기존 게임 내 음악부터 새로운 음악까지 여러 방면으로 (작업)리스트를 정하고 있는 중이다. '월드 오브 탱크'의 메인 테마부터 신규 배경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월드오브탱크' 팬들에게 영상 편지를 하나 부탁해도 괜찮을까?

그럼, 물론이다.





■ "현지인이 들었을 때도 진짜 같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 목표"



▲ 알렉세이 토마노프(Aleksey Tomanov) 워게이밍 오디오 팀 리드

이렇게 만나서 반갑다. 오디오 팀 스튜디오에 대해서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민스크 오피스에 위치한 워게이밍 오디오 팀 스튜디오는 PC버전 '월드 오브 탱크'와,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에 사용되는 음악과 효과음 모두를 담당하고 있다. 콘솔 버전 '월드 오브 탱크' 같은 경우는 미국 시카고에 오디오 팀이 따로 있다. 특히, 이곳 스튜디오는 동유럽 최고 수준의 음향 설비가 갖춰져 있다고 자부한다.

여섯 명의 팀원들이 이곳에서 음악 및 효과음을 제작하고 있는데, 게임에 들어가는 약 70~80%의 음악이 이곳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밖에 게임에 등장하는 아시아나 태평양, 아랍 지역의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작곡가들과 협업을 하는 방향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게임 내 사운드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니 놀랍다. 전반적인 사운드 작업이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는지 알려줄 수 있나?

모든 작업 과정을 다 설명해주고 싶지만, 그러면 3일은 족히 필요할지도 모르겠다(웃음).

게임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인 포탄을 발사할 때 효과음을 예로 들자면, 잘 들어보면 매번 발사할 때마다 조금씩 새로운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각의 효과음은 10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매번 새롭게 조화되면서 조금씩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내도록 되어 있다.

모듈에는 폭발음을 듣고 나면 귀속에 남아있는 간지러운 느낌이라든지, 포신에서 들려오는 공명음 같은 것도 포함해 더욱 현장감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전차별로 장착된 포의 구경이나, 거리에 따라서도 다르게 들릴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다.



▲ 오디오 스튜디오의 모습, 디자이너마다 각자 작업 공간을 가지고 있다

효과음도 그렇지만, 스탈린그라드 같은 전장의 배경 음악은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다. 각 지역별 전장의 특생을 살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게임이 여러 나라의 여러 지역을 무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해당 지역의 전통음악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하는 편이다. '스탈린그라드'와 같은 CIS(독립 국가 연합, 1991년까지 소련 연방의 일원이던 독립 국가들)지역의 음악은 이곳 출신인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해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악을 작곡하기가 수월한 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지역들, 예를 들면 아랍권이나 아시아를 무대로 하는 전장의 배경음을 만드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어떤 음악이 이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우리의 귀로 듣는 다른 지역의 음악은 때때로 전혀 음악처럼 들리지 않기도 한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지역에 있는 '월드 오브 탱크'의 팬들이 듣고 실망하는 배경음을 추가하는 실수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이 때문에 위에서 설명했듯이 해당 지역의 음악과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현지 작곡가와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를 예를 들어 설명한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혹시 이번 콜라보레이션 외에도 아시아 지역 작곡가와 협업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같은 아시아 지역이라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음악과 문화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다. 음악이 그저 '아시아 풍'으로 비슷하게 들리기만 하는 것은 우리도 원하지 않는다. 현지인이 들었을 때도 진짜 같은 음악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이 자리에서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여러 지역의 현지 아티스트들과 연락을 취하며 협업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한다.


그렇다면, 현지 작곡가들과 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없는지 궁금하다.

한 번은 코카서스 지역의 사운드트랙을 녹음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현지 합창단과 협업을 했던 적이 있다. 아카펠라 형식으로 녹음을 진행했는데 2달 정도 걸렸다.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대신 최고의 퀄리티를 가진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곡가 야마오카 아키라와의 콜라보레이션이 발표됐다. 어떤 방향이 될것으로 기대하는가.

아직까지는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단계고, 도전적이라고 할 부분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고, 야마오카씨와 함께 일하면서 정신적으로도 보다 가깝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아직 기획 단계이기 때문에 세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나, 이번 콜라보레이션의 주된 목표는 타이틀 테마에 대한 콜라보레이션과, 기존 '월드오브탱크' 음악에 야마오카 아키라라는 작곡가의 감성을 섞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혹시 '월드 오브 탱크'의 OST를 모은 사운드트랙 앨범을 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언제가 될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OST 앨범을 제작할 계획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콜라보레이션 외에, 앞으로 계획된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달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계획은 PC 버전 '월드 오브 탱크'의 HD 그래픽 개선과 함께, 오디오 품질 또한 점차 개선해 나가는 업데이트를 예정하고 있다. 결국 최종 목표는 게임의 비디오/오디오 품질을 향상시켜 '월드 오브 탱크'를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것인 셈이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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