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수, 코치, 감독... 또 한번의 도전 맞이한 '쏭' 김상수를 만나다

인터뷰 | 정재훈,석준규 기자 | 댓글: 35개 |
바로 얼마 전, NA LCS의 2018년 시즌에서 '임모탈즈'가 제외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워낙 뜬금없는 소식이다 보니 처음엔 그저 루머인 줄 알았다. 임모탈즈가 실력이 부족한 팀은 아니다. 바로 지난 정규 시즌인 섬머 시즌에서, 임모탈즈는 준우승을 차지했고, 월드 챔피언십에도 진출했다. 그렇다고 팀 외적인 문제가 불거진 것도 아니었다. 여러 루머만을 남긴 채, 임모탈즈 LoL팀은 그렇게 기록으로 남았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이 임모탈즈의 코치였으며, 시즌 종료 후 감독직을 맡은 '쏭' 김상수였다. 그는 날고 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LoL e스포츠 씬에서도 꽤 보기 드문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선수와 코치, 두 역할을 수행하면서 모두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선수에서 코치진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드문 것은 아니지만, 김상수는 선수 시절에도, 코치 시절에도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가 코치로 활동했던 섬머 시즌의 임모탈즈는 그 전 시즌인 스프링 시즌의 임모탈즈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정글러인 '엑스미디' 한 명 빼고는 같은 로스터였지만, 팀의 스타일, 실력, 그리고 성적까지 모든 면에서 월등한 향상을 이뤄냈다. 그런 그가 소속팀 없이 비시즌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LoL e스포츠 업계에서 계속 경력을 쌓아 나가리란 건 딱히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지금 최고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어느 팀에나 필요한 인재이기 때문이다.

마침 계절이 딱 좋았다. 월드 챔피언십이 끝난 후, 그는 한국에 돌아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회도 없고, 소속 팀도 없는 상황. 그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기엔 최적의 시점이었다. 오래간만에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그가 사는 일산으로 향했다. 이제 이 '거물' 코치가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물어봐야 할 시간이었다.



▲ '쏭' 김상수 전 임모탈즈 감독


Q. 몇 달 만에 뵙는 것 같아요. 지난 6월쯤 NA LCS 2라운드 때 뵙고 처음인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저야 뭐 잘 지내고 있죠. 월드 챔피언십도 끝났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마음의 짐도 없이 여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Q. 먼저 '임모탈즈'의 해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꽤 놀랐을 것 같은데, 어쩌다 그렇게 된 거죠?

저희 구단에선 NA LCS의 프렌차이즈 심사가 진행되어도 임모탈즈가 잔류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외된 것을 알았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죠. NA LCS에 합류하지 못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되었어요. 그래서 임모탈즈 LoL팀은 해체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어요. 이번 NA LCS에 잔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루머가 도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만간 라이엇에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돼요.


Q. 지난 시즌에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팬덤도 꽤 만들어진 거로 아는데 말이죠. 아쉽겠어요.

아쉽죠. 지난 시즌 성적도 괜찮았고, 다음 시즌에 대해 기대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코치 자리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 오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 좋은 성적을 거둔 2017년 섬머 시즌의 임모탈즈


Q. 선수들도 충격을 받았을 텐데, 소속 선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임모탈즈 모든 선수가 당연히 임모탈즈는 NA LCS에 잔류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에 충격이 컸었죠. 그래서 몇몇 선수들이 트위터에 글도 남기고 했던 것 같아요. 선수들도 짧은 시간 동안 올해 좋은 성적도 내고, 서로에게 신뢰도 얻어가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내년의 임모탈즈에 대해 기대했을 텐데 참 많이 아쉬웠을 것 같아요. 다들 좋은 선수들이다 보니 내년 NA LCS에 다들 남게 될 것 같고 각자의 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얼마 전에 쏭 코치가 새 팀을 찾는다는 기사가 나왔어요. 어느 팀으로 갈지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작년부터 해서 워낙 커리어도 괜찮았고, 딱히 허점도 없었으니까요. 일각에서는 TSM의 코치 퇴임과 관련해 TSM으로 이적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있던데, 만약 TSM에서 제안을 했다면 코치로 가실 생각이 있나요?

아마 고민은 해야겠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은 해요. 개인적으로 TSM은 세계팀들과 경쟁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팀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코치로 가게 된다면 NA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TSM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 같네요.


Q. 그렇다면 LPL, LCK, NA/EU LCS에서 각각 제안이 왔다면, 팀 수준에 관계없이 리그만 보았을 때 어떤 리그로 가고 싶으신가요?

리그만 두고 선택하면 음…. 글쎄요.(웃음)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현재로선 NA와 LCK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일단, 올해 미국에서 코치를 생활했던 건 제게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보통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 코치, 스태프들이 겪는 향수병, 혹은 미래에 대해 불안함 보다는 즐거움이 더 많았어요. 사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건 마찬가지이겠지만, 미국에 있을 때는 그저 드라이브하거나 주변 자연환경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리더라고요.

LCK는 LCK 두 팀이 결승을 두고 다투는 것을 보며 괜히 저 또한 마음이 불타오르더군요. 저도 올해 기회가 된다면 LCK에 소속된 팀으로 MSI나 월드 챔피언십 같은 국제대회에서 큰 활약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하지만 두 지역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 모든 팀을 고려중이지만, NA LCS와 LCK에 관심을 두고 있다.


Q. 선수들도 새 팀을 찾고 있을 텐데 어느 팀을 갈지 정해진 선수가 있나요?

아직까진 정해진 선수가 없을 거예요. 다들 계약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임모탈즈 선수들은 좋은 팀들에게 연락이 왔을 거로 생각해요. 다들 좋은 선수들이고 잘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을 것 같아요.


Q. NA LCS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신인 선수를 보기 참 힘든 것 같아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맞아요. 신인이 등장하기 힘들죠. 예전처럼 2팀 체제로 정규 리그를 돌릴 때는 그만큼 팀에 필요한 선수들도 많았기 때문에 신인 선수들도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았어요. 하지만 규정이 바뀌면서 다시 신인들이 활약하거나 경험을 쌓을 기회가 사라졌어요.

솔로 랭크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는 점도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스포츠에서 시합하기 전에 가볍게 운동을 하거나 기초 훈련,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LoL에선 솔로 랭크를 한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솔로 랭크가 선수들의 팀워크나 팀 게임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어렵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기본 능력치를 보여주는 지표라 생각해요.

개인의 능력치를 향상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솔로 랭크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해요. 그래서 NA의 모든 게이머들이 솔로 랭크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 일원이 된다면 큰 영광이겠고요. 이 노력은 지역 리그의 발전과 새로운 신인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로 생각해요.


Q. 월드 챔피언십 이야기로 잠깐 넘어가 볼게요. 이번 월드 챔피언십의 구도가 어느 정도 예상한 대로 되었나요?

대부분 결과는 예상한 대로 나온 것 같아요. 스코어나 경기 내용에서는 제가 생각했던 거랑 조금 다른 부분들이 있었지만요. 특히 조별 스테이지부터 8강에 이르는 구간이 제 생각과 다른 부분이 많았어요. 부진할 거라 예상했던 팀들이 의외의 저력을 갖춘 것을 자주 보았어요. 상대 팀 입장에선 굉장히 당혹스러웠을 거에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가장 다른 모습을 보여준 팀들은 '미스핏츠'와 'WE'에요. 서로 반대되는 경우긴 하지만요. '미스핏츠'는 제 예상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서 놀랐고, WE는 예상보다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미스핏츠는 정말 좋은 팀 같아요. 사실 그들이 시도한 전략들은 큰 국제전 무대에서 쉽사리 꺼낼 수 없는 카드들이거든요. 그것들을 망설임 없이 실전에서 투입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상대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있다는 거죠. POE의 '내셔의 이빨' 같은 경우요. 사실 전 지금도 잘 이해는 안 되는 아이템 빌드지만, 팀원들은 받아들여 주었고, 좋은 성적을 냈잖아요. 기가바이트 마린즈가 보여준 전략도 놀라웠죠.



▲ 월드 챔피언십은 생각한 대로 흘러갔다고 한다


Q. '임모탈즈'는 8강 진출에 실패했는데, 많이 아쉬웠나요?

매우 아쉬웠죠. 사실 처음 B조에 배치되었을 땐, 충분히 8강에 오를 만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뭐 이미 지난 일이니 변명을 좀 하자면, 저희 팀의 스타일과 경기 메타가 잘 안 맞는 시점이었다고 생각해요. 팀 선수들, 그리고 저도 이 메타에 적응하기 위해 꽤 스트레스를 받았죠.

저희 팀은 매우 공격적인 스타일의 팀이었기에 팀의 스타일을 살려서 가는 방향으로 연습을 했을 때, 성적도 딱히 좋지 않고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선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메타에 맞춰가는 방향으로 연습을 진행했는데, 이게 저희 팀과는 딱히 맞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죠. 서포터인 '올레'만 해도 공격적인 챔피언을 선호하는 선수예요. 정글러인 '엑스미디'도 상대 정글러를 심리적으로 압도한 후, 앞선 운영으로 차이를 벌리고자 하는 스타일인데, 현대 메타는 몇몇 특정 라인을 키워주면서 자리만 지켜줘도 되는 상황이거든요.

탑 레인도 공격적인 챔피언을 선호하는데, 워낙 바텀 레인이 중요한 메타이다 보니 탑에서 공격적인 선택을 할 수 없었어요. 한 번은 시도해봤거든요. 탑 레인에 집중해 정글러의 동선을 탑 위주로 잡았더니, 바텀이 아예 터져버렸어요. 경기가 어떻게 이겼는데, 굉장히 힘든 승리를 거두었죠.

그렇게 메타를 따라가려다 보니, 현 메타에 익숙하지 못한 선수들이 꽤 힘들어했어요. 단기간에 메타에 적응하려다 보니 실수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조별 리그, 그리고 그 전에 한국에서 진행한 부트캠프부터 해서 전체적인 팀들의 분위기가 '불타는 향로'를 주력으로 하지 않는 전략 모두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어요. 향로가 뜨는 순간부터 공격적인 서포터들이 힘들어지고, 게임이 기울어졌죠. 손해만 많이 안 보면 트위치, 잔나같은 듀오가 캐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모든 팀과 선수들 내에서 약간 지배적으로 퍼져 있었어요.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코치진들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죠. 실제 대회 초반 경기에서도 메타를 거스르는 전략이 잠깐씩 나오곤 했지만, 전부 성적이 좋지 않았거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며 확신이 서버린 거죠.

하지만 저희가 탈락하고 나서 8강 경기부터는 또 달라졌죠. 미스핏츠가 언제부터 그걸 준비했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메타를 거스르면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거든요.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부트캠프 당시 저희랑 스크림을 했을 땐 그런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저희도 그렇게 빠르게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죠.



▲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 선 임모탈즈


Q. TSM의 탈락도 꽤 충격적이었어요. LCK 상위권 팀 감독들이 입을 모아서 TSM이 이번에는 8강에 진출할 거라고 말했었거든요.

아무래도 불타는 향로가 메타의 중심이 되다 보니, 그만큼 한타 싸움의 중요도가 높아져서 그런 말이 나왔을 거에요. 원거리 딜러가 중심이 되는 메타는 몇몇 선수의 슈퍼 플레이보다 얼마나 조직적인 한타를 할 수 있냐가 곧 실력이 되거든요. 그리고 TSM은 실제로 한타를 굉장히 짜임새 있게 하는 팀이에요.

이전에는 보통 운영과 스노우볼링과 다르게, 향로라는 존재 때문에 운영과 스노우볼링을 하기 위해선 꼭 한타싸움을 해야만 하는 메타가 됐어요. TSM이 그 한타 싸움에서 좋은 실력을 보여주다 보니 다른 감독님들도 라인전과 별개로 TSM을 고평가한 거죠. 그런데도 결과가 달라진 건, 단순히 상대 팀들도 그 정도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Q. 월드 챔피언십이 끝나면 곧 대규모 패치가 진행되면서 게임 내적으로 많은 것들이 변할 예정이에요.(인터뷰 당시는 7.2.2 적용 전) 이런 변화들이 프로 수준의 경기에서도 변화를 줄 것으로 생각하나요?

예전에 라이엇에서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저도 함께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의 변화만 보면 엄청나게 많이 변할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당시는 대규모 패치 초창기였고,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닐 수도 있지요.

정식 패치가 적용되고 나서 이 변화가 경기의 양상은 바꿀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변화들이 게임의 근간 자체를 뒤흔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EU 스타일의 근본을 바꾼다거나 하는 그런 것 말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효과들이 많이 추가되니,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나 보는 입장에서나 재미는 더 있을 거예요. 사실 지금까지의 LoL은 조금씩의 메타 변화만 있었을 뿐, 너무 비슷한 구도의 경기들이 오래 지속되었어요.


Q. 월드 챔피언십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아요. 다시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아와 보죠. 아직 어느 팀을 갈 지 정해진 건 아니지만 코치 생활을 이어갈 것 같은데, 혹시 자리를 제안한 팀이 있나요?

제가 과분한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을 좀 받아요. 행복한 일이죠. 제가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구직 글을 올린 후 꽤 많은 팀이 좋은 자리를 제안해주셨고, 그중에는 제 마음에 드는 팀도 있어요. 빠르진 않겠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새 팀을 말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지역마다 다르더라고요. 어떤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교해 더 이른 시점에 팀 로스터를 짜기도 해요. 이적 시장이 열리는 시점이 지역마다 다른 거죠.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비전을 가진 팀이 어디일지 고민하고 있어요. 각 지역 팀마다 제가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조금씩 다르니까요.



▲ 올해가 끝나기 전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Q. 임모탈즈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혹은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시즌 초였죠. 섬머 시즌 초에 제가 팀에 왔을 때, 분위기가 진짜 안 좋았어요. 오자마자 들었던 말이 '팀에 문제가 많다'였죠. 실제로 스크림을 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고요. 꽤 많이 졌었죠.

게다가 첫 주차 경기 상대가 TSM이었어요. 당시 우리 팀 선수들은 패배에 꽤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TSM을 이긴다면 이런 분위기를 단박에 엎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TSM을 이겼죠. 아마 그 첫 주차에 승리하지 않았다면, 최종 성적이 조금은 달랐을 거예요. 좋은 기억이면서 동시에 힘들었던 기억이죠.


Q. 팀을 이끈 시간이 꽤 짧았는데, 임모탈즈에서 코치로 활동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나요?

그럼요. 저희가 공격적인 운영 뿐만 아니라 지금 메타에 맞춰 카이팅을 하거나 한타를 잘 할 수 있는 팀이라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임모탈즈는 저와 엑스미디 선수가 합류하고 6개월을 지낸 팀이었을 뿐이잖아요. 팀의 역사가 짧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는데, 더 오래 있었다면 더 좋은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었겠죠.

그런데 생각치 못한 이유로 팀을 떠나게 되니 그 점이 가장 아쉬워요. 선수들끼리도 많이 친했고, 스탭들도 굉장히 화기애애했거든요. 그런 면들이 저에겐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나와요.



▲ 섬머 시즌 당시의 '쏭' 김상수


Q.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 하고 싶어요. 쏭 코치는 선수로 시작해서 코치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e스포츠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나중에 5년, 10년이 더 지나고 나면 e스포츠 씬에서 계속 지내고자 하나요? 아니면 언젠가는 또 다른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글쎄요…. 사실 선수에서 은퇴할 땐 아무런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 않았어요. 코치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죠. 그런데 박정석 감독님이 절 계속 설득하셔서 코치하게 되었죠. 제 인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매우 감사한 제안이었죠.

그렇게 코치를 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좋은 성적을 거두고, 보람도 느끼게 되었네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e스포츠 업계의 관계자가 될 수 있었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e스포츠 업계에서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북미 e스포츠 시장이 조직적으로 커가는 것을 보고 그것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코치 생활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어요. 언젠가는 감독이 될 수도 있고, e스포츠 씬에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겠죠. 아직 모호한 미래이니만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제가 몇 년 더 e스포츠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업계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면, 나아가 e스포츠 업계가 제가 평생 활동할 업계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면, 이 업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마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가지 않을까 싶어요. 경영을 배워 구단의 일원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심리학을 공부해 선수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마 시간이 더 지나고, 나이가 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세가 되는 게임도 달라질 거예요. 그때가 되어서 지금처럼 제가 게임과 관련된 깊고 다양한 지식을 쌓는다는 건 무리겠죠. 그때가 되어 제 경험을 살려 구단에 도움을 주거나, 제 경험을 살려 선수가 받는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게 돕고,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개개인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가에 대해 경험에 빗댄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지금은 게임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프로 게이머가 게임을 잘 할 방법, 즉 게임 내적인 부분을 가르치고 있는 거지만, 그때가 되어서도 제가 그렇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때가 되면 게임 외적인 면에서 프로 게이머들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해요. NA에서는 다른 스포츠 업계에서 정통적으로 선수 심리학을 배운 이들이 이런 역할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들 또한 e스포츠에 딱 맞춘 이들은 아니니까요. 언젠가는 e스포츠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이제 또 다른 팀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하게 될 텐데,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다음 팀에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한 3년 코치 생활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이 딱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어느 팀을 가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은 일단 기본이고요. 어느 지역에 간다 해도 열심히 활동해 e스포츠 업계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그런 코치가 되려고 해요.

그리고 한마디 더 하자면, 프로팀에서 활동하는 많은 코치분이 힘을 내셨으면 해요. 코치라는 자리가 관중의 입장에서는 꽤 애매해 보이는 자리지만, 굉장히 스트레스가 심한 자리거든요. 코치들도 선수들과 같이 팀을 만들어가는 일원이니, 많은 응원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보통 팀에 대한 비난을 보면 선수로 시작해서 결국 코치에게 가기 마련이거든요. 게다가 올해 유독 코치에 대한 이슈가 많았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요. 코치분들은 다들 힘내시고, 팬분들은 팀의 숨어있는 코치들도 선수들과 함께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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