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팀 스위니, "올해 목표는 모든 플랫폼의 포트나이트 유저를 연결하는 것"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4개 |


▲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Tim Sweeney) 대표

지난해 에픽게임즈는 GDC 2017 키노트 행사에서 ‘The Human Race’ 영상과 함께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을 소개하며 강연장 내의 관중들에게서 즐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발표자의 조작에 따라 그저 배경에 재생해놓은 동영상인줄 알았던 자동차의 색상이 이리저리 바뀌었던 모습은 아직도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올해도 에픽게임즈는 사람 얼굴의 미세한 부분까지 그대로 실시간으로 구현한 리얼타임 디지털 휴먼 '사이렌'부터, 디지털 페이스 캡쳐로 탄생한 배우 앤디 서키스의 영상, 거기에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까지 또 다시 모두가 놀랄만한 기술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모든 파라곳 에셋 무료 배포 소식과 함께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의 리플레이 시스템까지. 키노트에서 많은 것이 발표되었지만, 왠지 더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는 GDC 2018의 넷째 날, 에픽 게임즈의 대표, 팀 스위니(Tim Sweeney)를 만나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Q. 이번 GDC 2018에서 어떤 화두가 가장 인상깊었는지, 개인적인 감상을 듣고 싶다.

이번 GDC를 통해 느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미국 모바일게임시장이 캐주얼 게임 위주에서 점점 더 하드코어한 게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포트나이트 모바일부터 PUBG의 모바일 버전이 등장하는 등,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이러한 트렌드가 미국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에 대해 아주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다.

렌더링 분야에서의 큰 발전 또한 이야기할 수 있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DXR API를 통해 레이 트레이싱 기술을 공개하면서, 언리얼 엔진 뿐 아니라 여러 주요 개발사들이 이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이런 부분들이 흥미로웠던 것 같다.


Q. 모바일 플랫폼의 변화가 북미 시장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찾아오리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모바일게임 시장이 캐주얼 위주의 게임에서 하드코어 게임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시절부터 게임을 친숙하게 즐겨온 세대에게 있어, 모바일게임은 앞으로 실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경험을 줄 것이다. 정말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개발자의 입장으로서는 (하드코어 게임 위주로 변한 시장에서) 기존보다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Q. 2017년 한 해를 보내며 바라본 VR시장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했던 것 같다. 하지만 VR은 여전히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잠재력을 가진 가능성 있는 시장이다. AR과 VR 분야는 최소한 10년은 두고 봐야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VR의 시작을 알렸던 1세대 기종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세상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최근 발표된 매직리프는 AR 분야에서 많은 진보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을 지켜보는 입장이나,또 개발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아직은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대응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Q. 지난해 언리얼서밋에서 AR을 일컬어 '새로운 혁명'이라고 이야기했다. AR이 일상에 정착하기까지는 어떤 과제들이 남았다고 생각하는지?

먼저 모션이나 위치, 손 등 여러 부분을 인식하는 트래킹과 관련된 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면에서는 지금보다 더 고해상도를 지원하면서 넓은 시야각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가 개발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AR 환경에서의 UX를 재정의할 수 있는 UI 소프트웨어의 발전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지난해에 이어 올해 키노트를 통해서는 디지털 페이스 캡처와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실시간 퍼포먼스 캡처 기술 등을 소개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정말 모든 것들이 '실시간'이 되고 있다는 기분인데, 그 다음에는 어떤 혁명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하나?

앞으로 5년 안에는 영화 산업이나 TV 프로덕션 산업에서 리얼타임을 지원하는 게임 엔징을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업계의 콘텐츠 제작 과정을 혁신전으로 바꿔 놓을 것이며, 생산성 또한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장기적으로 바라본다면, 실제 공간에 존재하는 물체를 실시간으로 가상 현실에 대입할 수 있는, 그러한 형태의 AR이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상에서 다시 재탄생된, 현실과 가상이 구별이 되지 않는 오브젝트를 활용한 전혀 새로운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또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탄생하는 것이다.


Q. 게임 외적으로도, 언리얼엔진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비 게임 분야에서 언리얼 엔진이 다른 게임 엔진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사진과 같이 정밀한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는것이 언리얼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이다. 건축, 자동차, 산업 디자인 등의 비게임 분야에서는 실시간 렌더링은 물론 아주 사실적인 시각화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3ds 맥스를 포함, 비게임 영역에서 자주 쓰이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데이터를 언리얼 엔진으로 그대로 가져올 수 잇는 툴셋 또한 지원한다. 이를 통해 높은 퀄리티는 유지한 채 반복작업을 현저하게 줄이는 것이 가능하며,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렌더링 분야였던 제품 디자인 및 제조 분야에 실시간 시각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Q. 지난 2013년 유니티 엔진은 인공 수족의 디자인에 활용된 사례로 관심을 받았던 바가 있다. 언리얼 엔진 또한 특별한 영역에 사용된 사례가 많을 것 같다.

머리속에 바로 떠오르는 것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비행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언리얼 엔진을 활용했던 사례다. ISS를 언리얼 엔진 속에서 재현해, 우주 비행사들이 복잡한 시스템과 모듈에 대해 훈련하는 형태였다.

그리고 Zoox라는 회사에서는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의 AI를 언리얼 엔진을 통해 교육하고 있다. 현존하는 도시의 지형을 그대로 엔진 속으로 옮겨놓고 AI에게 주행을 하도록 하는 것인데, 가상세계에서 운전 연습을 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게 교육시킬 수 있는 것이다.


Q.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 같지만, 파라곤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계기와 모든 에셋을 무료로 제공하고자 결심하기로 한 이유가 궁금하다.

'파라곤'은 MOBA라는 장르에 보다 빠른 액션과 사실적인 그래픽을 조합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 결정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전략적인 MOBA와 빠른 액션에 매료된 많지 않은 숫자의 팬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보다 넓은 대중에게 확대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영혼을 담아 개발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적절한 조합법을 찾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와 동시에 포트나이트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 많은 유저들이 사랑하는 '포트나이트'를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해 파라곤의 서비스를 종료하는 결정을 내렸다.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다음 날부터, 아트팀에서는 '파라곤'의 에셋을 정리하며 더욱 더 다듬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이번 GDC가 시작하는 날 언리얼 엔진의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무료로 배포한 에셋들을 사용하여, 언리얼 개발자들이 우리가 끝내 찾을 수 없었던 조합법을 발견해 더욱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Q. 최근에는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의 모바일 버전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도 건설 기능을 사용해야 하다 보니 조작에 제한이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모바일 버전 포트나이트에서는 간단하게 건설 모드로 토글할 수 있는 UI를 제공한다. 게임 자체가 실제로 건설이라는 콘셉트 때문에 다른 게임과는 다른 형태로 플레이가 가능한데, 예를 들면 누군가에게 총으로 공격을 당하면 곧바로 맞서 싸우기 보다는 벽을 만들어 방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총기만 가지고 즐기는 게임보다는 오히려 더욱 편한 마음으로 게임에 적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Q. 이번 GDC에서는 e스포츠 또한 중요한 주제였다. 혹시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을 활용한 e스포츠 사업에 뛰어들 계획은 없나.

물론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e스포츠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할 수는 없다. 일단 공식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유저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포트나이트' 토너먼트가 생기고 있는 만큼 여기에 대한 기술 지원은 최대한 해 나갈 예정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키노트에서 발표한 '리플레이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비공식 토너먼트도 트레일러를 제작하는 수준의 퀄리티로 중계 영상을 손쉽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리얼 타임 컴포넌트도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요소들은 포트나이트 리플레이 시스템 뿐 아니라 언리얼엔지4에도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e스포츠를 준비하고 있는 언리얼 개발자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Q. 그렇다면, 게임회사로서 포트나이트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임은 없는지 궁금하다.

아직 이름밖에 공게되지 않았지만, 다음 프로젝트로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개발한 체어 엔터테인먼트에서 '스파이징스'라는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프로젝트인 상태로, 현재 대다수의 개발진들은 포트나이트를 더욱 더 잘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 포트나이트 다음으로 준비하는 작품으로는 '스파이징스'가 있다


Q. 끝으로 에픽게임즈가 2018년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달라.

먼저, 맥과 PC, 모바일, 콘솔 등 모든 플랫폼의 '포트나이트' 유저를 문제 없이 모두 연결하는 서비스를 이뤄내는 것이 목표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은 PC와 콘솔처럼 가상의 친구들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친구들과 함께 할 때 그 의미가 강력해진다고 생각한다. 실제 친구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 개발해 나갈 생각이다. 또한 게임에 새로운 기능이나 여러가지 개선을 통해 더 나은 게임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물론 언리얼 엔진의 렌더링 및 시각화 부분 또한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우리의 엔진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에게 지속적인 도움 또한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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