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FPS의 '레고'같은 게임이 되겠다"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20개 |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에게 2018년은 서비스 1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10년 전, 넥슨이 밸브와 손을 잡고서 서비스를 시작한 '카스'는 당시에도 괜찮은 FPS로 떠올랐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FPS 장르는 영웅들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하이퍼 FPS'나 대규모 배틀로얄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카스'는 '캐주얼 FPS'로 입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때때로 '카스'는 '좀비 온라인'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카스'가 국내에선 최초로 선보인 좀비 모드는 새로운 유행을 선도했고, 게임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좀비 모드로 인해 FPS 본연의 모습이 가려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하이퍼, 배틀로얄, 대규모 전쟁 모드가 FPS에 등장한 현시점, 그리고 '좀비 온라인'이란 별명에 대해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개발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 생각을 두 명의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개발 팀장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왼쪽부터) 유환국 개발1팀장, 최진혁 개발2팀장

이두현 기자 : 인터뷰로 '카스' 유저와 만나는 건 처음일 텐데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유환국 개발1팀장 : 저는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의 개발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 개발1팀은 '카스'의 큼지막한 업데이트를 기획하고 맡는 팀이에요. 유저분들이 경험한 업데이트로는 시나리오와 파츠가 있죠. 최근에는 여름 업데이트인 '리바이브'를 진행했습니다.

최진혁 개발2팀장 : 저는 개발2팀을 맡고 있어요. 저희 개발2팀은 라이브 서비스에 들어가는 업데이트와 세세한 부분을 신경 쓰는 부서죠. 개발1팀이 게임을 장기적으로 바라본다면, 저희는 단기적으로 바라봅니다. 유저분들이 당장 사용하는 상점과 인벤토리, 매칭을 개선하고 있죠. 또, 유저 분들이 편히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 개선과 다른 편의성 부분을 신경 쓰고 있어요.


이두현 : 지난 1월에 '카스' 10주년 행사를 두 분 다 참석하셨어요. 하나의 게임을 10년 동안 무사히 서비스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당시 10주년 행사를 치른 소감이 듣고 싶습니다.

유환국 : 저희 개발자들은 그동안 외부 행사를 많이 다니지 않았어요. '카스' 게시판을 보면 아시겠지만 항상 좋은 글만 있는 건 아니라서요. 어떻게 보면 유저를 직접 만난다는 데에 두려움이 있었죠. 많이 걱정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유저의 순수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지금도 그때 의견들을 개발 회의 과정에서 꺼내 보고 있습니다.

최진혁 : 저는 '카스' 개발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좋은 기회로 10주년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게임을 담당했지만 '카스' 10주년 행사만큼 유저 반응이 뜨거웠던 행사는 처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그동안 해외에 외국어로 서비스되는 게임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카스' 행사 때는 우리나라 말로 국내 유저에게 소개를 할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그 자체만으로도 기뻤던 10주년이었습니다.


이두현 : 저도 10주년 행사를 취재하러 갔었는데, 행사장 내에 유저들이 수많은 의견을 메모지로 써 붙인 게 기억납니다. 지금 기억나는 인상적인 메모가 있다면요?

유환국 : 많은 유저들이 무기 밸런스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10주년 행사장은 민감한 자리여서 현장에서 바로 피드백을 드리기는 어려웠는데요. 모든 메모지는 모아서 저희 개발팀이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카스'가 오랫동안 서비스되는 게임이다 보니 무기 밸런스를 섣불리 패치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유저들의 생생한 피드백을 현장에서 보니 다양한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앞으로의 업데이트에서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 '카스'가 20주년까지 이어지길 바랐던 한 유저의 메모

이두현 : 올해 들어서 큼지막한 패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서는 '리바이브' 패치를 단행하셨고요.

유환국 : 매년 꾸준하게 좀비 DNA 패치는 진행했었어요. 그동안 좀비 DNA에 집중한 이유는 신규 유저도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좀비를 강화하고 진화시키는데 꽤 시간이 걸리다보니... 저희의 처음 의도와 맞지 않아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플레이에 변화는 없고 단순히 체력만 늘린 거 같다는 유저의 따끔한 피드백도 있었고요.

'리바이브' 패치는 우선 좀비 DNA를 기본 능력으로 통합했습니다. 그동안 복잡했던 DNA 시스템이 좀 더 단순화되고, 통합된 정보는 감염체, 숙주, 강력한 숙주에 따라 차등 적용됩니다. 또, 그동안 라운드 시작과 함께 사망해 3분간 관전만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이를 방지하고자 '45초 영구킬 제한' 패치가 이번 업데이트에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좀비 스킬과 점수 방식을 새롭게 개편했습니다.


이두현 : '리바이브' 업데이트 이후에 재밌는 유저 동향이 있다면서요?

최진혁 : 이번 패치로 플레이 시간 조건만 충족시키면 초월 무기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스튜디오 모드로 일명 '잠수방'을 만들어 아무것도 안 하는 유저들이 생기더라고요. 오직 플레이 시간만 늘리기 위한 방인 거죠. 개발팀에서는 아무도 이런 방이 생길 거라곤 예측을 못 해서 놀랐습니다.


이두현 : 앞으로도 큰 업데이트가 두 번 남았는데요.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최진혁 : 먼저 경매장을 크게 개선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진행될 4차 업데이트에서는 좀비 시나리오 시즌7이 시작되고요. 또한 다크나이트와 팔라딘과 관련된 업데이트를 계획 중입니다.



▲ FPS에 신선함을 일으켰던 좀비 모드

이두현 : 지금까지 업데이트 이야기를 들으니...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이 어느새 좀비 게임이 돼버린 거 같아요. FPS 본연의 재미를 위한 패치는 없을까요?

유환국 : 최근 진행된 랭킹전 업데이트가 오리지널 FPS를 위한 패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FPS의 핵심적인 요소를 개선하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에요. '카스'는 이미 10년 동안 서비스한 게임이고, 그 게임성을 좋아하시는 유저분들이 상당하니까요. 너무 갑작스러운 업데이트보다는 조금씩 개선해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 있을 '건 데스매치' 업데이트가 조금씩 개선될 업데이트라 소개할 수 있겠네요. 전형적인 FPS의 재미에 충실한 업데이트입니다. 넥슨 내부에서도 어떻게 하면 오리지널 FPS 재미를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요. 앞으로 꾸준한 업데이트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두현 : 요즘 어마어마한 FPS 게임이 많습니다. 영웅들이 다양한 능력을 펼치는 '하이퍼 FPS'도 있고, 수십 명이 배틀로얄을 벌이는 게임도 있고요. 이런 FPS 시장에서 '카스'의 경쟁력은 어떤 걸까요?

유환국 : 아직 주목받지 않았지만 '카스'에는 유저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스튜디오 모드가 있어요. ('해머 에디터'처럼 스튜디오 모드에서) 유저가 직접 맵을 만들고 밸런스를 설정할 수 있죠. 앞으로 이 모드를 더 개선해 유저에게 자유로운 환경을 드리려고 해요. 유저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FPS, 이게 앞으로 '카스'의 경쟁력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최진혁 : '카스'가 FPS에 좀비 모드를 확립시킨 이후로 많은 게임들이 따라 했는데요. 저희는 아직도 '카스' 좀비 모드만의 매력이 있다고 여깁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있으니까요. 좀비 모드의 매력을 비대칭 밸런스에서 오는 긴장감과 재미입니다. 또, 인간인 내가 좀비가 되어도 이어지는 플레이의 연속성에서 재미를 느끼죠. 이 부분에서 '카스'만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이두현 : 앞으로 '카스'를 통해 어떤 FPS 게임을 만들고 싶으세요?

유환국 : FPS 기획자 1년 차에는 조금 더 PVP 성향이 강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FPS의 실력은 에임과 피지컬, 맵 이해도가 모든 것이라 생각할 때였죠. 3년 차 유저든 5년 차 유저든 오로지 실력만이 결정짓는 게 FPS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FPS 게임을 서비스하다 보니 초보 유저들이 떨어져 나가는 걸 보게 됐어요. 그 초보 유저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실력의 영향을 덜 받는 좀비 모드가 등장하게 됐었죠. FPS 개발자로서는 고수와 초보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최근 진행한 리바이브 업데이트는 이런 생각이 잘 담겼다고 봅니다. 동향을 보면 고수는 킬을 많이 내서 즐겁고 초보는 죽더라도 '내가 뭔가 해볼 게 생겼다'고 여겨 재밌어해요. 긍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최진혁 : 총싸움 게임은 FPS, TPS, 탑 뷰 시점의 게임으로 나뉩니다. 저는 플레이어 시점에 따라 총싸움 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시점에 따라 재미가 극대화된 총싸움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카스' 좀비 국가 대항전

이두현 : 예전에는 '카스' e스포츠가 활발했었죠. 그런데 최근 1년 동안은 꽤 조용했습니다.

최진혁 : 우선, 올해 말에 '카스' e스포츠 대회가 열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좀비 관련 업데이트가 많다 보니 내부에서 밸런스를 검증하는 단계가 길어져 대회 준비가 힘들었어요. 저희는 언제나 e스포츠 대회를 진행할 마음이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기 이르나, 연말에는 열릴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죠. '카스' e스포츠 대회는 언제나 관심을 두고 지원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카스' e스포츠 대회는 단순히 오프라인 대회에 그치고 싶지 않아요. 게임을 즐기는 모든 유저가 즐기는 행사가 되길 바랍니다. 1등만 가리는 대회가 아닌, 모든 '카스' 유저가 즐기는 파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두현 : '카스'를 즐기는 유저이자 만드는 개발자로서 개선하고 싶은 요소가 있을 텐데요.

최진혁 : 서비스 10년을 맞은 게임이니 '카스'에는 올드 유저가 많습니다. 이분들이 밸런스 요소에서 상위권을 다수 차지하고 있고요. 이분들과 신규 유저가 게임을 하면 당연히 아이템 구성, 맵 이해도, 숙련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요. 모두가 즐거운 게임을 만들도록 격차를 줄이고 싶었어요.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게 최근에 패치된 '러스티 윙'입니다.

'러스티 윙'이 나오게 된 배경을 소개해드리면... '카스' 좀비 모드에는 좀폭(좀비 폭탄)을 터트려 높게 점프하는 플레이어가 있어요. 좀폭을 이용해 적을 감염시키는데, 올드 유저만이 즐길 수 있는 플레이였습니다. 신규 유저도 멋진 플레이를 할 수만 있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신규 유저가 공중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러스티 윙'이 추가됐습니다.



▲ 좀비 모드에 새로운 메타를 일으킬 '러스티 윙'

이두현 : 10년간 서비스됐으니, 앞으로 10년도 바라보실 겁니다. 20주년을 맞은 '카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최진혁 : 현재 '카스'는 세 가지 방향성을 갖고서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20주년을 맞이할 때는 이 세 가지 모습이 다 갖추어졌을 거라 기대해요. 먼저 FPS 본연의 재미를 유지하고, 좀비 게임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더 자유로운 스튜디오 모드를 기대하고 있어요. 유저들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스튜디오 모드가 되도록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이두현 : 소개를 들으니 앞으로의 '카스'에는 스튜디오 모드가 중요해질 거 같네요.

최진혁 : 앞서 스튜디오 모드의 '잠수방'이 재밌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최근에는 잠수방의 규칙을 깨고 서로 편을 갈라 노는 방도 생겼더라고요. 스튜디오 모드가 개발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유저의 재능을 깨운 거 같았죠. 오직 개발자만이 유저의 플레이를 예측하고 통제한다면, 그 게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반면, '카스'는 유저가 직접 놀 거리를 찾고 만들 수 있으니 오래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최근에는 '카스'가 FPS 게임의 '블록 장난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인기를 끄는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이나 하이퍼 FPS 게임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피규어라면, '카스'는 다소 투박한 블록 같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많은 것을 만들고 즐길 수 있죠. 현실엔 '레고'가 있고 게임으로는 '마인크래프트'처럼요. 저는 '카스'가 FPS 장르 중에서는 '레고'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두현 : 레고와 같은 게임이라... 끝으로 오랫동안 함께한 '카스' 유저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유환국 : 큰 패치 이후 지속적인 추가 업데이트가 없었는데요, 이제는 밸런스 패치를 자주 하겠습니다. 이번에 큰 패치를 했지만, 아직 유저 분들이 보시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저를 비롯한 개발팀원들이 플레이하면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카스'에 많은 관심을 두고 사랑해주세요.

최진혁 : 개인적으로 많이 쓰는 문구가 '변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는다'인데요.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이 앞으로 20주년을 맞이하려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화에는 큰 변화와 작은 변화가 있는데, 유저와 소통하면서 변화의 방향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20주년까지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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