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초이스 배승주 과장, "완벽한 현지화는 기술적 접근도 필요하다"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글로벌 시대라는 개념이 등장한지도 어언 10여년이 지났습니다. 한때 국산 게임의 해외 수출 자체가 기삿거리였지만, 이제는 게임사들이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는 것이 드물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많습니다. 게임이 해외 시장에 적합한지 따져봐야 하고, 시장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죠. 또한 게임의 현지화도 뺴놓을 수 없습니다.

"유적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의 사례처럼, 아무리 게임이 좋아도 어색하고 어설픈 번역, 퀄리티를 고려하지 않은 현지화는 게임의 몰입감을 해치고 유저의 반감을 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게임 개발사가 요구로 하는 역량과 현지화 작업에 필요한 능력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없기 때문에, 대체로 외부 업체에 의뢰하게 되죠. 이번 지스타 2018 BTB에 참가한 e초이스 역시도 현지화 전문 업체 중 하나입니다.

10년 이상의 게임 현지화 경력을 가진 e초이스는 라그나로크, 메이플스토리 등 국산 게임의 해외 로컬라이징 작업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퍼펙트 월드의 신의 대륙 등 해외 게임의 국내 로컬라이징을 진행한 업체입니다. 이번 지스타 2018에서 e초이스의 배승주 과장을 만나 완벽한 현지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과 현지화 작업에 관해서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e초이스 배승주 과장

Q. e초이스가 어떤 회사인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배승주 과장(이하 배승주): 저희 e초이스는 1998년도에 번역 회사로 시작해서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때도 종종 게임 번역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게임 현지화 작업은 10년 정도 전부터 쭉 진행해왔죠.

웹게임,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까지 플랫폼이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번역 및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의 국내 로컬라이징도 맡고 있어요.


Q. 어떤 게임들을 현지화하셨나요? 또 게임 현지화가 게임 내 스크립트 번역 외에도 다양한 영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부분도 케어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배승주: 일단 국내외 대형 회사들이 퍼블리싱하는 게임들의 내부 문장, 아까 게임 내 스크립트라고 하셨는데 로컬라이징 업계에서는 인게임 스트링이라고 부르는 파트를 많이 작업하죠.

사실 말씀하신 대로 현지화는 인게임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에요. 마케팅이나 개발 문서, 기획서도 포함되는 개념이에요. 이런 것이 뒷받침이 되어야 비로소 현지 사람들에게도 어필이 되는, 완벽에 가까운 현지화가 가능해지니까요. 이런 게임플레이 외적인 부분도 번역 및 현지화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현지화 작업을 말씀드리자면, 아케인 스트레이트를 6개 언어로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반다이남코에서 만들고 있는 유명 IP 기반의 게임들 현지화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고요.



▲ e초이스는 국산 게임의 해외 로컬라이징 및 해외 작품의 국내 로컬라이징을 진행하기도 했다.


Q. 게임업체들이 주로 어느 시장을 겨냥해서 로컬라이징 의뢰를 진행하고 있나요? 또 해외 업체들도 우리나라 로컬라이징 의뢰를 많이 진행하고 있나요?

배승주 과장: 아마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은 중국에서 정말 게임들이 문자 그대로 쏟아져나오고 있어요. 그 게임사들이 한국어 번역을 의뢰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요. 그 다음에는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 위주로 번역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서구권을 말씀드리자면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다음에는 북유럽권, 프랑스어, 러시아어 의뢰가 많고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유럽-남미권에 쓰이는 언어들은 꾸준히 수요가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언어도 꾸준히 수요가 있긴 하지만, 동남아시아 언어의 경우 아직은 영어를 앵커 언어로 삼은 뒤에 영어-현지어 번역이 가능한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중국 게임들이 우리나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그런데 중국 업체들이 한국어 현지화 작업을 의뢰할 때 보통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나요?

배승주: 중국 업계를 보면, 대형 게임사들은 산하 개발 스튜디오가 엄청 많아요. 그리고 그 스튜디오별로 타이틀 하나씩은 뽑아낸다고 보면, 엄청난 양의 게임들을 만들어내는 셈이죠.

그 외에 중소형 개발사들도 굉장히 많았는데, 그 회사들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시작하려는 경우가 많아요. 중국 내에서 어느 정도 반응이 좋아서 글로벌 진출을 하려고 하면, 그 첫 시작을 한국으로 잡는 거죠. 그러다보니 여러 곳에서 의뢰가 계속 들어오곤 합니다.

중국 업체들과의 컨택은 보통 저희 협력사나, 혹은 저희와 작업했던 회사들이 다른 회사에 소개하면서 진행이 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회사의 레퍼런스나 비용 같은 점을 산출, 분석한 뒤에 접근하지만 중국은 이런 식이죠. "여기가 괜찮다고 모 회사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컨택을 하게 되면, 업체들은 현지화하고자 하는 타이틀을 저희에게 먼저 보내고 일정 체크를 하죠. 대다수의 경우는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런칭 직전의 마지막 공정에 저희에게 언어 현지화를 의뢰하곤 해요.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게임 내에 있는 언어를 번역하고, 게임 내 최종 빌드에 적용하는 단계인 거죠. 그 작업이 여유롭진 않아요. 대부분 1주일 가량을 잡고 의뢰를 하는데, 책정해보면 번역회사 기준으로 약 30에서 50페이지 분량을 처리해야 끝마칠 수 있는 분량을 넘겨받곤 하죠.

작업을 제일 빠르게 했을 때가 아마 300만 자를 3개월만에 끝냈었나 그랬을 거에요. 그게 끝나마자마 빌드에 바로 입히고 출시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현지화 과정을 그렇게 빡빡하게 잡으면 번역 이슈가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보이는데요.

배승주: 그런 부분은 현지화 업체에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물론 경력이 쌓이면 그 리스크들이 확실히 줄긴 해요. 현지화 작업은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와 맥락을 캐치하는 능력이 필요하거든요.

게임 현지화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가야 돼요. 이게 게임 내 어떤 부분에 나올 것이고, 또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인지 짐작하거나, 파악해나가야 하죠. 예를 들자면 서유기 베이스 게임을 보죠. 배경 자체가 불교를 바탕으로 하고, 요괴도 나오고 하죠. 그래서 맞딱뜨리는 과정에서 법문이 활용될 수 있는데, 이 흐름을 미리 아는 것과 아무 것도 모르고 글자만 대면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요.

중국 게임 시장을 살펴보면 삼국지, 서유기 등을 활용한 게임의 비중이 매우 높고, 꾸준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런 게임들이 국내에도 들어오고 있고요. 그런 상황에서 번역, 현지화 업체들이 그 맥락과 문화, 흐름을 모르고 익숙하지 않다고 하면, 품질이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죠. 현지화를 잘 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언어 능력만으로 불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강조드리겠습니다.


Q. 국내 기업들은 현지화 작업을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 궁금합니다.

배승주: 일단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을 구매해서 국내에 퍼블리싱하려는 회사는, 중국 업체와 비슷한 방식으로 의뢰가 많이 들어오곤 해요.

다만 인디 게임사의 경우는, 정말 다방면에 걸쳐서 분석을 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언어로 출시할 때 현지화 업체들의 레퍼런스, 경력 등을 꼼꼼히 살펴보시고 컨택하시죠. 물론 때론 다급하게 빨리 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도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현지화에 대해서 조금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비용을 책정할 때, 현지화에 대해서 좀 더 이해가 필요하지 않나 싶을 때가 있긴 합니다. 비용 절감이 단순히 처음 맡긴 가격이 싸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Q. 많은 업체들이 실제로 현지화에서 고민하는 게 비용 절감 부분인데,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배승주: 일단 업계 분들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신경쓰시는 것이 초기 비용이에요. 현지화 업체에게 처음에 맡겼을 때 산출되는 비용이죠. 개발이 어느 정도 끝났으니 이제 최종 빌드에 스크립트만 번역해서 넣으면 되겠지?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종종 게임 현지화 경력이 없는 업체나, 프리랜서 번역을 초기 비용이 싸다고 컨택했다가 나중에 다른 업체에 수정해달라고 요청하신 적도 종종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수정을 하는 과정에서 또 비용 문제를 제기하는 분도 계세요. "그냥 번역만 고치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이죠.

물론 때론 번역 상태만 수정하면 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땐 그냥 번역만 수정해서 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기술적으로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많이들 간과하시는 부분인데, 현지화 작업은 기술적인 부분도 수반하는 작업입니다. 요즘은 조금 나아졌는데, 예전에는 글자 폰트나 그래픽, 인터페이스에 관련된 부분도 현지화 작업에서 고려해야 하고, 그에 맞춰서 좀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셨어요. 이걸 왜 고쳐? 이런 작업을 왜 해? 라고 오히려 반문을 하곤 하셨죠.

일단 한글을 예로 들어볼게요. 흔히 외국 업체가 게임 스크립트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냈다고 쳤을 때 유저들이 가장 경악하는 글씨체가 궁서체, 굴림체잖아요? 이건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하는 게 아니라, 그 글씨체 자체가 게임에 쓰기엔 제약이 심한 글씨체에요.

원문을 번역하면 보통 원문보다 1.2배에서 1.5배 길어져요. 즉 그만큼 스크립트의 길이나 분량이 늘어난다는 거죠. 그런데 궁서체, 굴림체 같은 글씨체는 폰트 장간이 넓어서 그 문장들을 한 화면 안에 의미있게 다 담기 어려워요. 그래서 칸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글씨체들, 여기에 게임의 분위기와 캐릭터의 느낌에 맞는 폰트를 적용하거나 찾아서 집어넣는 것이죠. 정 여건이 안 된다고 쳐도 기본 글씨체를 사용한다고 해도 고딕류 폰트나 나눔고딕류를 쓰지, 우스갯소리로라도 그 글씨체를 쓰진 않아요.

이런 사례는 한국어는 구사할 줄 알지만 번역 경험, 특히 게임 번역 쪽에 관련이 없는 비원어민이 맡았을 때 종종 발생해요. 그런 경우가 역으로 우리나라 업체에서 외국어 번역을 할 때 일어나는 경우도 있죠. 외국어 역시도 폰트의 특징에 따라서 스크립트가 UI에서 벗어나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이런 건 현지화 기술 중에서 가장 단순한 부분이에요. 그런데도 이런 부분을 미처 파악하지 않고 대충대충 넘어가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죠. 그럼 수정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수정하면서 추가로 비용이 더 들거나 아니면 차라리 처음부터 해야 하는 경우가 있죠. 폰트만 말씀드려서 실감이 되지 않겠지만, 폰트 외에도 종종 수정 요청이 들어온 게임의 인게임 스트링 사례를 보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인 것들도 많거든요.

이건 비단 국내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고, 어느 나라에서건 게임 업체들이 현지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 중 하나에요. 이 부분에은 좀 더 신중하게, 그리고 초기 비용에만 얽메이지 말고 좀 더 세부적이고 길게 내다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현지화에서는 UI, 그리고 그 안에 사용되는 폰트 같은 사소한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한다


Q.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은 특히나 내용이 계속 추가되는 만큼, 번역과 현지화의 퀄리티를 지속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죠. 그래서 초기에 방향을 잘 잡아둬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배승주: 이것 역시도 비용을 절감하고 싶다면, 꼭 생각하셔야 하는 부분입니다. 요즘은 게임을 단순히 한 번 출시하고 끝이 아니라, 계속 업데이트하고 내용이 추가되잖아요? 그 추가되는 내용에 대해서도 현지화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죠.

초기 번역에서 오류가 나게 되면, 리터칭으로 베이스를 다시 다져야만 합니다. 일을 두 번 하는 거죠. 그러면 당연히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이걸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뿌리가 잘못되어버렸는데 열매가 날 일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니까요.

처음에 번역이 잘 됐다고 해서, 나중까지 그 퀄리티가 쭉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사실 없어요. 현지화엔 정말 여러 가지 난관이나, 이슈가 엮여있거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현지화 업체들은 번역 관리툴을 활용해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CAT툴을 활용하고 있죠. 이런 관리툴이 좋은 점은, 기존에 번역을 했던 데이터들이 아카이브식으로 쌓이고, 이걸 활용해서 번역의 퀄리티, 맥락을 유지하기가 쉬워진다는 점이죠. 작업 시간도 빨라지고, 또 작업 시간이 단축되니까 시간에 따른 비용도 줄어들죠.

국내에서도 현지화 업체뿐만 아니라 개발사에서도 CAT툴을 활용하거나, 혹은 자체적으로 번역 관리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 툴을 모르거나, 툴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업체도 있고요. 이걸 반드시 써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현지화 작업을 염두에 둔다면 체크해두는 게 좋다고 봅니다.


Q. 로컬라이징 업체의 입장에서 볼 때 최근에 업체들이 주 로컬라이징 타겟으로 잡고 있는 게임 시장은 어디인가요?

배승주: 예전에는 중국이었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중국 내에서 판호 발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보니, 국내 업체나 다른 곳에서 중국 로컬라이징 의뢰를 하는 비중이 많이 떨어졌거든요.

최근에 일본 게임계가 모바일 시장에서 굉장히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요. 로컬라이징 현황을 통해서 보면 일본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을 만들어서 해외로 적극 나가기도 하면서, 또 해외의 다양한 모바일 게임을 일본에 들여오고 있기도 하죠.

그 외에는 독일과 프랑스 쪽에도 수요가 꽤 있어요. 그러다보니 국내 업체가 유럽권 취향에 맞는 게임이 적절한 현지화를 거쳐서 출시하면 꽤 호응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흔히 말하는 남미권은 언제나 수요가 꾸준히 있던 시장이고요.


Q. 일부 국내 게임들이 동남아시아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고, 동남아시아에 젊은층 비율이 높아서 잠재력이 있는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기도 하는데 로컬라이징 업체에서 본 동남아시아 시장은 어떤가요?

배승주: 저희가 직접 그 시장으로 컨택하지는 않아서 명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일단 로컬라이징을 할 때 바로 한국어를 바로 동남아시아 쪽 언어, 예를 들면 태국어로 바꾸는 게 아니라 영어로 일단 번역하고, 영어를 바탕으로 해서 태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업체와 연결하는 거죠. 이때에도 태국 업체와 계약하는 게 아니라, 영어-태국어 번역이 가능한 다른 국적의 업체들과 작업하는 거거든요. 비단 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도 비슷해요.

어찌 됐건 QA와 검수를 하려면 시장을 보긴 해야 하니까 종종 동남아시아 시장을 보는데, 그쪽에서도 직접 개발을 하고 있지만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꽤 컸어요. '퀄리티 좋은데? 이거 그곳에서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잘 살펴보면 중국에서 만든 게임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런 경우를 보니까 중국 게임들이 정말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퀄리티도 상당히 좋아졌다는 게 느껴졌어요. 거기다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세계 곳곳에 진출하려고 시도하는 것도 새삼 느낄 수 있었고요.



▲ 중국 업체들은 한국에도 많은 게임을 출시하지만, 그 외에 여러 곳에 공격적으로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고


Q. 앞서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주로 어떤 부류의 작품을 로컬라이징을 하고 계시나요? 또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배승주: 일단 일본 쪽 작품들을 보면, 스토리를 즐기는 유형의 모바일 게임이 많았어요. 스크립트가 굉장히 긴 작품들이죠. 우리나라에서는 방대한 세계가 뒷받침이 되는 MMORPG가 큰 반향을 일으켰고, 또 시장의 주류가 됐잖아요? 아직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은 그런 방대한 세계관, MMORPG보다는 소소한 일상, 혹은 아주 방대한 필드는 아니지만 깊이가 있는 스토리와 세계관 쪽에 좀 더 큰 반응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국내에서도 방대한 세계 속 모험을 그린 MMORPG가 아닌, 스토리와 스크립트, 세계관에 좀 더 치중한 작품을 만들려는 개발사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점차 일본 쪽으로 눈을 돌리고 계시죠. 실제로 저희가 일본 출시 전 현지화 작업 의뢰를 받은 작품들의 비중을 보면, 스토리 중심의 게임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전에는 일본 모바일 게임 업계가 뭐라고 해야 할까, 해외 작품들에 대해서 닫혀있고, 또 수입을 안 하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해외 게임도 받아들이려고 하고, 반대로 또 해외로 적극 나가려는 회사들도 늘었어요. 개인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지켜볼 만하다고 보고 있어요.

물론 스토리 중심의 게임은 그만큼 스크립트에 대한 분석과 현지화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해요. 그것이 게임의 몰입감과, 수명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니까요.


Q. 현지화 의뢰를 하기 전에, 이 부분은 꼭 고려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배승주: 현지화는 문화를 반영해요. 어느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에만 그치지 않죠. 다른 언어에 담겨있는 문화를 담아내야 비로소 몰입감이 생기고 유저에게 의미가 전달이 됩니다. 그 부분을 현지화에 담아내려면, 저희 같은 현지화 업체들도 기획자의 의도를 우선 알아야 하죠.

가장 좋은 것은 현지화 업체들과 컨설팅을 주기적으로 하면서, 의도를 계속 전달하는 것이에요. 이 게임의 시대적 배경이나 공간적 배경이 중세다, 현대다, SF다, 이런 것부터 만약에 SF라면 스팀펑크냐, 사이버펑크냐, 중세면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중세물이냐, 대체역사물이냐, 판타지냐, 또 모티브는 어디에서 따왔나, 이런 부분들까지 공유가 되면 될수록 현지화 업체들이 더 정확하게, 그 의도를 캐치해서 반영할 수 있어요.

물론 그런 여건이 안 되는 업체들도 많을 거에요. 그렇다면 최소한 스크립트를 보내실 때 기획서도 같이 보내주시면 좋습니다. 어떤 의도로 이 게임을 만들었다, 이것이 전해져야 비로소 저희가 그걸 캐치하고, 타 지역 문화에서 그 의도가 온전히 전해지도록 현지화를 진행할 수 있거든요.


Q. 게임 번역, 현지화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현지화 작업을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배승주: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뒷받침이 되어야 해요. 게임의 흐름과 스크립트의 흐름, 그리고 장르 특성과 그에 맞는 분위기를 포착하고 이를 타 언어로 바꾸었을 때도 그 핵심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하거든요. 그렇게 하려면 게임을 알아야 하고, 또 많은 게임을 다뤄보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언어 능력은 물론 필요하죠, 그 나라 말을 모르면 말짱 소용 없으니까요. 다만 언어 능력만큼 중요한 게 게임에 대한 이해도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죠.

또 중요한 건 문화와 맥락을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하라는 것이죠. 특히 게임의 맥락을 짚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일관적인 맥락이 흐트러지면, 몰입감이 흐트러지거든요.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거에요. 툴을 활용하거나 혹은 경험에서 우러난 방식을 활용하든, 요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해야 할까요? 게임 현지화는 단순히 문장 번역, 문단 번역이 아니에요. 그렇게 해온 것들을 기술적으로 계속 체크하면서 완성해나가는 것이죠.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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