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다" - 스튜디오 도마 양승혁 감독

인터뷰 | 양영석 기자 |
게임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 같다. 국내에 있는 여러 사운드 스튜디오 중 게임 음악과 관련해서 꼽을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이곳. 바로 '스튜디오 도마'다.

스튜디오 도마는 던전앤파이터, 킹덤 언더 파이어, 리니지 등의 게임에 참여하면서 역사적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유저들을 만나온 스튜디오다. 또, 2013년에는 텐센트 음악상을 받기도 했으며 해외의 게임사들과도 자주 작업을 진행할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게임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영상물의 사운드에도 참여했고, 최근에는 바른손과 넥슨의 신작 MMORPG '아스텔리아'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외 게임 쇼 및 GDC에도 자주 참여하면서, 해외 게임사들과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계속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스튜디오 도마.

이번 지스타2018 현장에서 '스튜디오 도마'의 부스를 BTB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부스에 있던 스튜디오 도마의 양승혁 감독은 게임 사운드에 대해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멋진 게임 음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도마의 양승혁 감독

Q. 먼저 스튜디오 도마를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스튜디오 도마는 미디어 음악, 영상 음악과 포스트 프로덕션을 메인으로 하고 있다. 게임에서는 인 게임에 들어가는 음악과 사운드 이펙트, 오디오 설계를 종종 작업하는 편이다. 오디오 설계를 쉽게 말하자면, 게임에서 스킬이 발동될 때 주변 볼륨이나 스킬의 볼륨을 조절하지 않으면 음압에 대응이 안될 수가 있다. 그런 걸 조절하거나 음악이 랜더마이즈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오디오 디자인을 하는 거라고 보시면 된다.


Q. 최근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스텔리아'의 작업도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

=아스텔리아는 오랜만에 대규모 MMORPG로 출시되는 온라인 게임이다. 그만큼 공을 들여서인지 성우들의 녹음 시간으로만 거의 100시간 가까이 작업을 진행한 것 같다. 상당히 힘든 녹음이었고, 우리는 이 부분을 전담한 거라고 보면 된다. 아스텔리아는 개발사 내부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하고, 우리는 전체적인 성우 녹음만 진행했다.



스튜디오도마는 넥슨의 아스텔리아의 성우 녹음을 맡았다.

Q. 그러고 보니 더빙 작업도 이제는 보이스 레코딩 프로그램 수준이 올라서 직접 작업실에 가지 않고 더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물론 해외에 있는 성우가 녹음실로 가지 않고, 집에서 하는 케이스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급적이면 녹음실에서 하는 걸 선호하고 원하는 편이다. 우리가 해외에 가지 않거나, 혹은 해외에서 녹음을 요청할 때 스카이프를 이용해서 원격으로 진행하는 시스템은 갖추고 있다.

녹음 전용 워크스테이션과 스카이프 전용 워크스테이션 두 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서 스카이프로 들어오면 판단이 힘들다. 그래서 오디오 장비에 직접 연결해서 라우팅을 통해 깨끗한 성우의 목소리를 스카이프로 듣는 셈이다. 단지 페이스 투 페이스만 안 할 뿐이지 큰 차이는 없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약된다. 가끔 국내에서도 대구나 부산에 계신 개발자들과 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이렇게 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직접 방문하시거나 우리가 가거나 하지만 국내에 계신 분들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절약되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Q. 스튜디오 도마는 한국에 있는 스튜디오인데, 텐센트나 넷이즈 등 중국 게임사들의 음악도 작업을 많이 한 편이다. 중국 게임사들과 음악을 작업하면서 느낀 점이 있을 것 같다.

=중국과 국내의 비율은 비슷하게 반반 정도로 콜라보를 진행한 편이다. 개발사가 내부에서 오디오 기기나 사운드 기획을 하는 분들은 일단 엔진 안에서의 사운드 구현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중국과의 협업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부분이다. 텐센트, 넷이즈의 내부 사운드 담당팀은 오디오의 기획, 디자인에 대해서 포커스를 맞추는 편이다.

그 정도 규모의 팀이면 한 곡의 좋은 음악, 사운드 이펙트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만들 수 있지만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 리소스 부분은 우리에게 맡기고, 좋은 리소스를 들고 '디자인'을 하는데 집중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게 개인적으로는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중국 쪽의 개발사들이 사운드 자체를 하는 것보다는 사운드를 이용한 디자인을 하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더라.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중국 게임사들과도 많이 일할 기회가 있던 것 같다.


Q. 과거 스마트폰 초창기에는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 거의 1순위로 사운드가 쳐내지곤 했다. 그리고 게임 플랫폼 특성상 소리를 듣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양도 늘어나는 등 변화가 돼서 좀 자유로워진 거 같다.

=초창기에는 대부분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모바일, 스마트폰의 사양이 늘어나고 사양이 변해갈수록 오디오에 할당되는 폭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사운드를 모노로 하고 용량을 줄이라는 압박이 예전보다는 훨씬 더 줄어든다는 걸 체감하고 있는 편이다.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들은 보통 이동 환경에서, 교통수단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성상 사운드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그중에 이어폰을 끼고 플레이하는 분들이 있긴 하다. 그래서 그 이어폰을 이용해서 하시는 분들도 자주 보는 편이다. 그걸 보게 되니까 끝까지 계속 신경을 써야 된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덕분에 더 신경 쓰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Q. 그동안 많은 게임들을 작업해왔는데, 그중에 좀 특별하게 인상을 받거나 애착이 가는 게임 관련 작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직 출시가 되지 않긴했는데…엔젤게임즈의 '히어로 칸타레'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간다. 다른 부분을 떠나서 엔젤게임즈 개발팀에서 음악이나 오디오가 적극적으로 유저들의 재미와 인터랙션을 도와주는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셨다. 그리고 우리와 콜라보레이션을 정말 강하게 하고 있는 작업물이기도 하다.

한국만 보고 있지 않고 해외 오케스트라나 미국 및 일본의 가수들과도 콜라보를 진행할 정도다. 게임의 방식 자체도 그동안의 사운드와는 다르게 준비해야 돼서 애착이 가고 있다.

물론 다 따져보면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한 건데, 애착이 안 가는 작품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그중에서도 히어로 칸타레는 게임의 방식과 수단으로 음악이 기획되고 있어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엔젤게임즈의 히어로 칸타레.
게임에 음악적인 부분을 의미있게 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Q. 게임 음악을 작업할 때 가장 힘들거나 난해한 점은 어떤 부분이라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다른 거보다는 그냥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다. 다른 필름물에 비해서 인 게임의 음악은 굴곡을 크게 만들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격상, 딴 생각 안 하고 집중하는 게 길어봤자 30분이 고작이다. 그러다 보면 집중이 좀 풀려서 딴 생각이 들면 다이나믹 어레인지, 곡의 굴곡이 좀 커질 때도 있어서 이걸 다시 체크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계속 체크하는 거다.

다이나믹 어레인지가 크면 안 어울린다기보다는 엔진에서 컨트롤을 하기가 애매해지는 경우가 있다. 조용한 음악인데 갑자기 크게 터져버리면 게임하고 안 어울리는 경우도 생기니까. 이게 컷씬처럼 픽스된 영상이면 자유롭게 조절해서 클라이막스를 만들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인 게임 음악이면 그럴 수 없다. 그냥 당연한 거고, 이런 어려움은 그냥 개인적인 게 맞는 거 같다.

물론 컷씬이나 연출 흐름이 자유로워서 가끔은 그런 클라이막스나 굴곡이 큰 음악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일종의 인터랙티브 뮤직인데, 연출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음악적 강도가 바뀔 수 있으면 유저들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긴 하다. 이런 시도는 중소 규모보다는 넉넉한 대형 개발사에서 많이 하는 것 같다.


Q. 그동안 게임 사운드를 작업해오면서, 작업에 대한 철학도 생겼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게임에서의 사운드는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우스갯소리로 오디오 하는 사람들도 이런 말을 한다. 오디오 안에서도 음악을 하는 사람이 밸런스를 잡으면 사운드 이펙트가 작고 음악이 커지고, 이펙트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음악이 작고 이펙트가 커진다고. 전체적인 게임 오디오를 본다고 하면 1순위를 잡아야 하는 건 유저의 감정이다. 사운드가 있는 순간에 유저가 경험하는 감정이 제일 중요하다.

게임 사운드는 결국 유저가 느껴야 하는 경험을 서포트하는 게 좋은 오디오라고 본다. 좋은 음악이라고 할지라도 유저의 경험과 어긋나면 안 된다. 유저의 경험에 부합하는 음악을 하는 게 나름 개인적인 철학이다.


Q. 게임사들이 사운드 관련해서 아웃소싱을 할 때 참고할만한 간단한 팁을 전해줄 수 있을까?

=지금도 작업을 할 때 큰 어려움은 없긴 한데, 생각하기로는 대면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자료를 준비해서 한다면 그거는 그거대로 자료를 분석해야 하니 과다한 코스트가 들어갈 수 있다. 대면을 해서 어떤 오디오 기획을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상당히 힘들다. 이게 사운드는 눈으로 보이지 않아서 설명하기가 힘든데, 이를 설명할 때 그냥 음악적인 언어로 설명해주시기보다는 직접적인 언어로 설명을 해주시는 걸 더 바라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게 말하면서 진행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강렬한, 박력 있는 사운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시면, 그게 묵직한 느낌인지 쨍하는 소리인지 음악적으로 해석해서 캐치하는 건 우리가 할 일이다. 그냥 직접적인 언어로 기획이 어떻다라고 설명해주시고 어떤 오디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그걸 피드백으로 다시 질문하는 건 우리가 할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Q. 마지막으로 '스튜디오 도마'가 꿈꾸는 목표, 이상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찌들지 않고 자연스러운 아트, 사운드를 보여주는 거다. 그걸 위해서 우리도 보통 아침부터 일하고 야근을 지양하는 편이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고,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위대한 아트가 나온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우리는 유저들이 게임을 즐겁게 즐기기는 마음에 일조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도 즐겁지 않으면, 즐겁고 기분 좋은 음악이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즐겁게,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즐거운 결과물이 나온다고 믿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자세를 유지할 생각이다.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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