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예 다른 게임, '블레스 언리쉬드'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50개 |
▲ '블레스 언리쉬드' 실제 시연 영상


저도 처음 소식 들었을 때 솔직히 의문이었습니다. "블레스란 IP를 또 쓴다고?"

솔직히 빈 말로도 한국에서 성공했다 말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패에 대한 실망감도 컸어요. 지금 시점에서 '블레스'라는 이름을 신작에 붙이는 건, 그 실망감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국내 유저들에게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네오위즈는 콘솔 신작 MMORPG의 이름을 '블레스 언리쉬드'라고 붙였습니다. 의문을 품고 있던 때, 올해 GDC 현장에 블레스 언리쉬드가 출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운 좋게도 반다이남코 아메리카 부스에서 직접 해볼 수 있었습니다.

XBOX One 전용인 만큼, 엑박 패드로 했는데... 먼저 깜짝 놀랐다는 것부터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기억하는 블레스의 그 느낌이 정말 1%도 없었습니다. 블레스보다는, MMORPG의 틀을 덧댄 '다크소울'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위 영상의 보스전을 보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시연하면서 느낀 점 몇 가지만 적어볼게요.

1. 전투는 다크소울 풍 콘솔 액션 게임의 그 느낌과 거의 유사합니다. 전체적인 움직임이 무겁고, 타이밍 및 거리 재는 게 중요합니다. 공격을 실수하면 그만큼 큰 리스크가 따릅니다.

2. 그래픽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MMORPG란 장르를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최상위권입니다.

3. 데모 버전 기준으로 일반 몬스터는 거의 '때려주세요'하는 수준인데, 보스 몬스터는 '지금 널 죽여버리겠다' 하는 느낌입니다.

4. 적 보스 몬스터는 한 방에 플레이어를 즉사시키는 스킬이 있었습니다.

5. 공격 이상으로 회피가 중요합니다. 보스 패턴을 회피하면서 하나씩 외워야 합니다.


블레스란 이름을 고수한 이유는, 인터뷰를 하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기존 작품과 유사점이 거의 없고, XBOX One 전용으로 서양 게이머들을 타깃으로 한 데다 한국 출시일은 미정입니다. 서양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다면, 애초에 블레스란 IP는 기대작이란 인식 자체가 없었기에 기존 IP를 그대로 가져가도 큰 리스크가 아니었던 겁니다.

가져온 건 이름 뿐, 겉과 속이 모두 다른 네오위즈 게임즈의 진짜 '신작'입니다. 반다이남코 아메리카 황인준 시니어 디렉터를 만나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갖게 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 반다이남코 아메리카 팀과 함께 촬영한 황인준 시니어 디렉터(가장 아래)





Q. 언제부터 블레스 언리쉬드의 개발에 착수했는지 궁금하다.

약 3년 동안 Round8 스튜디오에서 블레스 언리쉬드 개발을 진행했다.


Q. 실제 블레스 언리쉬드를 플레이해보니 전투를 비롯한 많은 면에서 원작 블레스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형은 MMORPG지만, 전투 시스템은 다크소울에 가까워 보였다. 이러한 전투 시스템을 채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에 하나 둘씩 출시되고 있지만, 개발 시작 당시 콘솔에서 MMORPG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장르였다. 그래서 우리는 콘솔의 MMORPG 유저 뿐 아니라 콘솔에서 액션 RPG를 즐기는 유저층까지 포용하는 것이 목표였고, 자연스럽게 콘솔의 액션 RPG 유저들이 익숙한 액션 스타일을 목표로 잡았다.


Q. 그 말대로 액션이 크게 강조된 점이 눈에 띈다. 액션에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줬는지, 또 이를 개발하면서 참고한 작품이 있다면?

사실 블레스 언리쉬드는 MMORPG이기 때문에 정밀한 수준의 액션이나 박진감 있는 액션을 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액션 게임을 벤치마킹하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콘솔 게이머들이 익숙한 스타일을 재구성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흔히 말하는 논타게팅, 즉 보고 피하고 때리는 형태의 전투가 자리잡았다. 액션 RPG로 분류할 수 있을 법한 게임들은 모두 레퍼런스 대상으로 삼은 것 같다.


Q. 그래픽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원작 블레스와 비교해 기술적으로 발전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한다.

블레스도 그래픽적으로 워낙 뛰어난 게임이었지만, 오랜 기간 개발하다보니 한계 또한 뚜렷했다. 블레서 언리쉬드는 언리얼 엔진4로 바꾸면서 PBR 기반으로 에셋을 전면 수정했고, TOD 시스템 등을 통해 월드에 생동감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 외 동적으로 생성되는 구름이나 대기에 산란 효과를 주는 포그시스템, 실시간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등이 추가되어, 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Q. 원작 블레스는 전체 월드 크기가 꽤 큰 편이었는데, 블레스 언리쉬드의 맵은 어느 정도 규모로 제작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블레스의 월드가 워낙 크기 때문에, 블레스 언리쉬드에서는 이것을 확장한다기보다는 월드에 어떤 콘텐츠를 채워넣는가에 집중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콘텐츠 외에, 시간에 따라 나타나거나 희귀하게 발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배치해서, 월드를 탐험하는 재미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Q. 그렇다면 블레스와 비교해 시스템이나 콘텐츠 적으로 차별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모든 시스템을 하나씩 검토해서 수정, 보완 또는 완전히 새롭게 제작했다. 전작을 플레이한 분들이 똑같다고 느끼는 부분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새로운 시스템도 많이 추가되었는데, 예를 들어 염색이나 옷장을 통해 형상변환, 업적, 하우징 시스템, 월드에서 벌어지는 신탁 퀘스트, 월드에 나타나는 엘리트나 보스급 몬스터와 이를 사냥하는 지역 퀘스트, 평판과 PK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능과 콘텐츠가 추가되었다.


Q. 데모버전을 기준으로 보면, 일반 몬스터는 어렵지 않았지만, 보스전은 상당히 어려웠다. 실제 출시되는 버전도 지금과 비슷한지 궁금하다.

액션 게임 제작에 가장 어려운 점이 난이도 평가의 개인차가 굉장히 크다는 점이다. 데모 버전 역시 너무 쉽다는 평가부터, 어려워서 못 깨겠다는 의견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그래도 지난 PAX WEST 때 기억을 되살려 보면 컨트롤러에 익숙한 게이머들이 많아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적응해서 놀랐던 경험이 있다.

실제 게임은 데모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극초반을 제외하고는 보스의 패턴을 익히고 대응하지 않으면 공략이 불가능할 것이다. 장비를 파밍해서 체감 난이도를 낮출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보스의 패턴을 보고 피하고 딜타임을 찾아야 한다는 액션의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MMORPG 중에서 가장 액션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Q. 블레스 언리쉬드를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어디인가.

많은 부분들이 있지만, 가장 고민한 부분이라면 MMORPG의 문법에 대한 것이다. WOW의 성공 이래, MMORPG에는 일종의 문법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과연 2019년에도 유효한 것인지, 콘솔 게이머에게도 유효한 것인지 굉장히 많은 토론과 고민이 있었다.

콘솔에서 발매되는 유명 IP 게임을 보면,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시스템으로나 컨텐츠면으로도 많은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충분히 인정받는 게임들도 끊임없는 발전과 변화를 추구하는데, 15년 지난 MMORPG의 문법을 답습하는 것이 과연히 옳은가 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다. 우리가 블레스 언리쉬드를 제작하면서 추구했던 것들이 모두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틀을 아무런 비판 없이 답습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Q. 얼마 전 국내 다른 MMORPG 전문 게임 개발사도 회사 대표작을 XBOX 전용으로 출시했다. 이렇게 XBOX에 MMORPG가 들어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개발의 편리함인가, 아니면 MS에서 지원해주는 혜택이 큰건가.

XBOX에 먼저 출시되는 것은 전략의 일부분일 뿐이고, 사실 콘솔에 게임을 출시한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과거 온라인게임 위주의 우리나라 게임 업계는 모바일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었지만, 콘솔 쪽은 여전히 불모지에 가까웠다. 콘솔시장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콘솔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면서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Q. XBOX one 전용이라는 점에서 철저히 북미 시장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생각이 든다. 북미 게이머들의 성향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블레스 언리쉬드가 이들에게 어떤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게임 런칭 초반에는 북미와 서유럽 마켓에 포커스를 맞출 예정이다. 물론 북미와 서유럽 마켓의 규모는 방대하고, 특징과 성향도 매우 다양하다. 모든 게이머들의 취향을 맞추기는 어렵다.

블레스 언리쉬드는 콘솔을 보유하고 있는 액션 RPG 장르 팬들을 위해 디자인된 게임이다. 현지에서 콘솔 시장의 규모는 매우 크다. 액션과 RPG 장르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른바 '슈퍼 장르'로 간주된다. 추가적으로, 콘솔 유저들은 높은 그래픽 충실도와 품질을 대형 고선명 TV 스크린에서 즐기는 거에 익숙해져 있다. 대형 TV 스크린에서 게임을 하는 것은, PC 모니터나 핸드폰 스크린으로 게임을 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콘솔 유저들은 보통 TV와 게임 하드웨어가 있는 거실에서 게임을 즐긴다. 친밀하고 밀착된 게임 경험을 주는 개인 PC나 모바일 게임과 달리, TV와 게이머들 사이에는 일정 거리가 있다. 우리는 이것을 '10-foot experience'라고 부른다. UX / UI는 10+ 피트 거리에 떨어져 있는 TV 화면에서 고화질 그래픽을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블레스 언리쉬드는 만족스러운 콤보 기반의 액션 컴뱃 조작감과 콘솔 게이머들이 몰입할 수 있는 판타지 RPG 세계를 제공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콘솔 게이머들에게 새롭게 느껴질 MMO의 소셜 기능을 소개할 예정이다. 물론 언리얼 엔진4를 활용하여 뛰어난 그래픽을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4K와 HDR을 지원한다. 최고의 그래픽과 빠른 속도의 액션 컴뱃이 결합된 이 게임은, 길드, 레이드, 멀티플레이 던전 및 전장과 같은 핵심 MMORPG 피처를 통해 대규모로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UX 관점에서는 컴뱃 액션을 수행할 수 있는 콤보 시스템과 콘솔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퀵 타임 이벤트를 도입했다.



Q. 출시일 기준으로 선보이는 클래스는 몇 종인가.

오픈 기준으로 디펜더, 버서커, 레인저, 메이지, 프리스트까지 총 5종류 클래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종족은 인간, 엘프, 루푸스, 마스쿠까지 네 종족이 준비됐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블레스 언리쉬드에서는 모든 클래스가 딜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면서 각 클래스의 특징에 맞는 동작을 설계하는 것이 중심 목표다. 예를 들어 가디언은 더 강한 공격을 하려면 방어를 통해 자원을 모아야 한다. 버서커는 넒은 공격 범위와 강력한 공격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느린 동작이 단점이고, 자신의 체력을 소모해 더 강한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레인저는 훌륭한 원거리 공격 능력을 가지고 있고, 조준 사격을 통해 강력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지만, 화살 장전이 필수이기 때문에 적절한 장전 타이밍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느린 캐스팅이 특징인 전통적인 마법사와 달리, 블레스 언리쉬드의 메이지는 속도감 있는 마법의 시전이 특징인 캐릭터다. 점멸을 통해 빠르게 전장을 벗어날 수도 있다. 힐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클래스가 프리스트지만, 힐에만 주력한다기 보다는 딜러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힐링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 클래스다.

무엇보다, 각 클래스가 가진 특징과 스킬은, 블레싱의 교체를 통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블레싱을 장착하고 사용하는 가에 따라 같은 클래스라도 전혀 다른 택틱과 플레이 패턴을 가져갈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블레싱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된다.


Q. 블레스 언리쉬드는 지난해 PAX WEST에 참전해 시연 버전을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유저들의 평가는 어땠는지, 가감없이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

유저 평가를 솔직하게 나누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유저 평가는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이벤트에서 수천 명의 하드코어 북미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소개했으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들은 시각적인 면에서, 그리고 게임 플레이 측면에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해줬다. 덕분에 개발팀에 사기가 올랐고, 한편으론 안도감을 받았다.








Q. 반다이남코에서 바라보는 원작 블레스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반다이남코와 네오위즈의 파트너십은 블레스 언리쉬드를 개발하는 Round8 스튜디오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게이머 입장에서 바라본 인상을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블레스 온라인은 아름다운 게임이다. 아트 디렉션과 에셋의 시각적 품질은 아주 뛰어났다. 하지만 컴뱃 시스템이 실망스러웠다. 구식적인 탭 타게팅 컴뱃 조작은 현재의 시장 트렌드와 선호도에 부합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아름답고 광대한, 그리고 개방적인 월드였지만 생동감, 역동성이 부족했다.


Q. PS나 PC로 출시 계획은 없나. XBOX one이 한국에 출시되기는 했지만, 국내 유저들에게 친숙한 콘솔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새로운 MMOPRG를 콘솔로 개발하는 것은 큰 프로젝트다. 현재 우리의 포커스는 XBOX One에 있고, 다른 플랫폼 출시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


Q. 과금모델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F2P 모델로 출시될 전망이다.


Q. 출시 예정일이 궁금하다.

아직 구체적인 출시일은 미정이나, 곧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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