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저니'에 대한 1,600통의 감사 편지에서 탄생한 게임, '스카이'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7개 |

누군지 모를 낯선이였지만, 여행이 끝날 때에는 정말 소중한 친구가 됐다.

댓게임컴퍼니의 2012년 타이틀, '저니'가 많은 사람들에게 가져다준 감동이었다. 헤어진 친구에게 한마디를 남기기 위해 많은 유저들이 게시판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름도 나이도 국적도 모를, 낯선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그리고 지난 7월 댓게임컴퍼니의 신작, '스카이: 빛의 아이들(Sky: Children of Light)'이 iOS로 출시됐다. (안드로이드에서는 현재 사전예약이 진행중이다) 좀 더 천진난만해지고, 알록달록해지고,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저니'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관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와 철학을 전달한다는 점은 그대로 유지됐다.

제노바 첸(Jenova Chen) 대표는 신작 '스카이'를 유저들의 소망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저니'를 플레이한 유저들이 댓게임컴퍼니에게 1,6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에 담겨있었던 유저들의 마음과 소망을 시작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유저들이 보낸 1,600통이 넘는 감사 편지 속에 담긴 유저들의 소망은 무엇이었을까. '스카이'에 담긴 댓게임컴퍼니의 개발 철학과 제노바 첸 대표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댓게임컴퍼니 제노바 첸 대표


'스카이'에서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가 된다
'저니'와 '스카이', 가장 큰 변화는?

'스카이'는 게임 플레이도 그렇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저니'와 비교하면 더욱 색감이 다채로워지고, 캐릭터에겐 팔도 생겼는데. 어떤 콘셉트로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저니'와 '스카이'는 콘셉트가 전혀 달랐다. '저니'는 사막의 유목민을 떠올리면서 시작됐다. 황량한 사막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천을 두르고 있는... 그런 콘셉트. 처음에는 일본의 닌자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팔다리가 있는 캐릭터로 구상했다. 문제는 닌자의 외형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액션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이었다. 나도 닌자고, 저 멀리 다른 닌자가 보인다면. 뭔가 전투가 일어날 거라 예상하지 않나. 나는 '저니'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작고 약하다고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두 팔도 없애버렸고(웃음), 천을 이용해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 동시에 성별이 두드러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저니'의 핵심은 성별, 나이, 인종,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편견 없이 똑같이 받아들여지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미국에 살고 있지만,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영어에 특유의 억양이 있다.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때문에 나는 언제나 아웃사이더였다. 누구든 아웃사이더로 취급받지 않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연약한 개인, 차별받지 않는 세계 - '저니'

'스카이'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아이'가 된다. 헤어스타일에 따라 남자아이처럼 보일 수도, 여자아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도 자신의 진짜 성별을 알 수 없다. 다들 어린아이일 뿐이다.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 마음 깊숙이 들어가면 우리는 누구나 어린아이가 아니던가.

어린아이라는 콘셉트였기 때문에 '저니'와 반대로 두 팔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아이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무언가 서로 던지고, 잡고, 만지는 모습이 연상되니까. 그리고 손을 잡는다는 점에서도 두 팔은 중요했다.



망토나 헤어스타일 등을 활용해서 외형을 어느 정도 바꿀 수도 있다. 이러한 요소를 추가하게 된 이유가 있나?

'저니'에서는 살아있는 모든 것이 같은 근원에서 시작되었다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플레이어는 모두 산을 오르고자 하는 여행자고, 모두 근원이 똑같다는 점에서 무의식적으로 서로에게 애정을 가지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설정은 '스카이'에서는 큰 문제점이 됐다. 8명의 '저니' 플레이어가 한 장소에 모이게 된다면,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정말 어렵지 않나. 두 명으로 이루어져 있던 '저니'에서는 그냥 자신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카이'에서는 여러 명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다른 사람들이 다가온다면?

따라서 '스카이'에는 외형을 바꿀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추가됐다. 머리스타일, 망토, 바지, 마스크... 하지만 여전히 게임을 막 시작한 사람들은 서로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 머리스타일과 망토를 두르고 있으니까. 따라서 이름을 부여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요약하자면, '저니'와 '스카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어린아이'라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니'에서 그랬듯, 기본적으로 모두가 편견 없이 똑같이 받아들여지는 세계를 만들자는 의도는 그대로 유지했다.




▲'스카이'에서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가 된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배경도 좀 더 다채로워졌다.

처음 '스카이'를 구상할 때는 '저니'와 같은 패키지 게임으로, 비슷한 느낌의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세계와 단순하고 선형적인 구성의 게임. 하지만 F2P 게임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문제가 된 것은 사람들은 F2P 게임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친구를 만들 기회도 만나보지 못한 채 게임을 꺼버릴 수도 있었다.

또한, F2P에서 사람들은 확실한 가상 커뮤니티가 구성됐을 때 사회적 지위를 위해 돈을 지불한다. RPG 강한 캐릭터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도, 캐주얼 게임에서 스태미너 팩을 구매하는 것도, 모두 가상 사회에서의 지위를 위한 소비다. 스킨을 구매하는 것도 비슷하다. 내가 이 캐릭터를 정말 좋아해, 라는 어떤 사회적 표시를 남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에 위치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소비한다.

'저니'와 같은 게임에서는 불가능한 부분이었다. 확고한 사회가 만들어져있는 게임이 아니니까. 사람들이 모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게임 안에 할만한 콘텐츠를 많이 담는 것이 중요했다. 사람들을 게임 속에 좀 더 오래 머물러 있도록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앞서 말한 다양해진 외형 요소까지, 하나하나 추가하다 보니 게임이 조금 커졌던 것 같다.





'스카이'는 현재 iOS로만 출시되어있는데, 다른 플랫폼으로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현재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데, 조금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우리는 퍼블리셔도 없고, 광고도 많이 하지 못하는 인디개발사다. 게임 내에도 가챠나 루트박스도 없어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도 없고. 최대한 유저들을 기만하지 않는 방향으로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니 여러 가지 어려움은 뒤따르는 것 같다. 많은 한국 유저분들에게 다가갈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친구가 되어야, 대화를 할 수 있다
'스카이'에서 친구의 이름을 내가 지어주는 이유

저니 출시 이후, 저니를 두고 '감정을 재정의하는 게임'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번 스카이의 게임 콘셉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첫번째는, 사회 역학을 꼽을 수 있다. '스카이'는 두 명 이상의 사람들 간의 관계를 담고 있다.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할지, 서로 적대적이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지 고민이 많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2대2로 나뉘어 서로에게 적대적으로 대하기도 하고, 친구 다섯 명이 모이면 괜히 뉴비들에게 다가가 괴롭히기도 하지 않나. '군중'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도록 인도할 것인가가 가장 주요한 포인트였다.

두번째는 수익화였다. 우리는 '스카이'를 무료 게임으로 만들어야 했다. '스카이'는 관계에 대한 게임이고, 그만큼 최대한 많은 사람이 함께 플레이하기를 바랐으니까. 유로 모바일 게임을 사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고, 따라서 게임을 무료로 출시하고 다른 수익화 모델을 구상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유저들을 존중하면서도 개발자들을 먹여 살릴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많은 F2P 게임들이 유저들을 기만하는 수익화 모델을 가지고 있더라. 계속해서 고민해나갈 부분이기도 하다.




▲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했다

스카이는 엔딩 이후 끝나지 않고 시즌 콘텐츠를 출시하는 라이브 서비스 형태인데, 패키지 형태로 만들지 않은 이유도 그와 연결되어있나.

무료로 출시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플레이하기를 바라면서 만들었는데, 유료 게임이 되면 4인 가족에게는 패키지 4개를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또한, 게임을 하고 좋은 경험을 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권하기를 바랐다. 게임을 잘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들, 게임에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도 이러한 주변의 권유를 받고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개인적으로 어떤 시가 떠올랐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인데, 첫 구절을 읽어줘도 될까?

물론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스카이'에서 처음 관계를 맺을 때 서로의 초에 불을 밝히고, 이름을 붙여주는 시스템이 이 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름'이 관계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오, 흥미롭다. 처음부터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저니'에서도 랜덤한 이름을 부여하기는 했었다. 다른 사람과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소리를 내면 등장하는 랜덤한 표식을 통해 서로를 구분할 수 있다. 문제는 플레이어 대부분이 그것이 자신에게 부여된 이름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알아볼 수 없는 언어니까 기억하기도 어려웠고.

따라서 '스카이'에서는 직접 유저가 이름을 지어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신의 언어로 지어줘도 되고, 누군가는 이모지(emoji)만 사용하는 사람도 있더라.



개인적으로는 직접 이름을 지어줄 수 있어서 그런지 더 가까워진 기분도 들더라.

근본적인 이유를 이야기해볼까. 나는 서로에게 영향을 받기 쉬운, 가까운 관계가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서로를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무적의 상태라면, 음, 예를 들어 유튜브 댓글을 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아무도 내가 누군지 알 수 없고, 따라서 내 행동에 어떠한 책임도 뒤따르지 않는다. 사회적으로는. 쉽게 말해 나쁜 말을 한다고 해서 내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쁜 마음을 먹은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가장 자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어한다. 가장 자극적인 것들은 대부분 무례한 말들이고. 어떻게 보면 사람의 자연적인 행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장 작은 행동으로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 아기들도 그러지 않나. 인터넷 세계에서 우리는 아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이름을 짓고 공개하는 것은, 물론 자신에 대해서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만, 동시에 편견이나 잘못된 판단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예를 들어 '히틀러 킬러'라는 아이디가 있다면, 어떤 느낌의 사람일지 예상하게 되지 않나.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러한 요소는 게임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나는 게임에서 서로를 판단해버리고, 편견으로 다가가지 않게 하고 싶었고,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몰입감을 해치는 요소를 배제해야 했다. 따라서 유저가 직접 친구들의 이름을 지어주도록 만들게 됐다.




▲'스카이'에서 유저들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직접 이름을 부여한다

회색빛의 타인에서 초를 서로 밝혀주고 이름까지 지어주게 되는 과정도 인상 깊다.

앞서 말했듯, 기본적으로 게임과 그 속의 경험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구상했지만, 철학적 구조도 담겨있다.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에 갔다고 생각해보자. 대부분이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방문할 것이다. 디즈니랜드에서 우리는 낯선 사람들과 친구가 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지만, 그들은 '모르는 사람'일 뿐이고, 배경일 뿐이다.

'스카이'에서 멀리 있는 모르는 유저가 회색빛으로 표현되는 이유도 이와 연관되어있다. '스카이'에서 모르는 유저들은 회색빛으로, 특징도 표현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맺을 수 있는 가장 먼 관계다.

이제 놀이기구를 위해 줄을 섰다고 생각해보자. 당신 앞뒤로 당신과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서 있다. 그러다 잘못 부딪히면 우리는 미안하다고 인사하고, 괜찮다고 답을 한다. 아주 가벼운 상호작용이지만, 서로 닿게 된다. 최소한 그 사람의 외형을 파악하게 되고, 기억하게 된다.

'스카이'에서는 촛불을 주고받는 단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친구가 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이름이 뭔지, 성격은 어떤지 알 수 없다. 알아보는 단계다.

그러다 다른 놀이기구를 위해 줄을 섰다가 그 부딪혔던 사람을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알아보게 된다. 인사도 건네기도 한다. 이름을 알려주기도 하고, 괜히 어색해서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친구는 아니지만 서로를 인지하게 된 것이다.

그 이상의 관계가 되면 친구가 된다. 무언가 함께 하면서 친구가 되고, 더욱 친해지면 '스카이'에서는 상대방을 끌어안을 수 있다. 포옹은 서로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옹까지 관계가 진전되면, 그제야 채팅이 가능해진다. 채팅은 그때부터 가능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되었을까

대화할 준비가 되어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뜻인가?

친하지 않은 사이일 때, 대화는 주로 표면적인 주제에 대해서만 이루어진다. 나는 유저들이 날씨와 같이 무의미한 대화, 지루한 대화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랐다.

영상학을 전공했는데, 대본을 쓸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캐릭터가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가다. 캐릭터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는 그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드러난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싶으면, 상대가 진정한 친구인지 확인하려면, 상대의 행동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카이'에서 우리는 유저들이 대화하기 전에 먼저 서로 행동하고, 함께 선택해나가길 바랐다. 선택은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서로가 흥미로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나는 사람들이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좀 더 친근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채팅은 서로 포옹하고 나서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웃음).



언어가, 대화가 관계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하나?

언어는 의사소통에 있어 낮은 차원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문장은 작곡을 담당하고 있는 동료가 했던 말인데. 그가 말하길, 약혼녀와 다툴 때 그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해줄 단어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주 음악에 의존하게 된다고. 음악은 감정의 언어고, 그 느낌을 그대로 담는다. 하지만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베토벤의 음악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나? 언어는 2진법과 같다. 하양과 검정과 같이. 물론 회색도 있지만, 그 세분되어있는 모든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언어는 그 과정에서 힘을 잃는다.

앞서 시를 읊어줬으니, 시에 관해서 이야기해볼까. 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시는 단어 간의 공백을 활용하는 예술이다. 시에서 중요한 것은 쓰인 단어라기보다는 그 사이의 담긴 의미다.




언어는 사람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주고, 크게는 언어권 전체의 문화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언어에는 '리소스'라는 단어가 없다더라. 리소스는 지극히 서양의 단어다. 자원을 가져와서 사용한다는 개념의 단어고. 서구권에서 리소스라고 지칭하는 대상의 대부분을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형제, 자매'로 표현한다. 나무, 꽃, 동물 등. 그래서 행동도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달한 사람들이 아니다. 따라서 남녀 간, 상사와 사원 간,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이루어져도 자주 다툼이 일어나게 된다. 채팅 시스템이 있는 온라인 게임에서 채팅으로는 좋은 경험을 하기 어렵다. 우리는 대화하는 것을, 단어를 고르고 사용하는 것을 끔찍하게 못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한 경계가 지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나쁜 말들이 오갈 수밖에 없다.



스카이는 계속해서 플레이어끼리의 협력을 의도한다.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구성한 의도는 무엇인가.

뭐랄까, 어색함을 풀어주는,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플레이해도 문제는 없다. 다른 유저들과 협력해야만 열리는 문들은 꼭 열어야 하는 문이 아니고, 소셜 모션이나 코스메틱 아이템을 해금해줄 뿐이다. 혼자 플레이하는데에도 문제는 없다. '저니'도 그랬고.



▲함께 해야하는 퍼즐은 친해지기 위한 계기다


'스카이', 유저의 소망에서 탄생한 게임
'저니' 이후 댓게임컴퍼니가 받은 편지 1,600통에 담긴 내용은?

댓게임컴퍼니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서, 게임을 통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너드(Nerd)다. '저니'와 '스카이', 게임들을 하나씩 디자인해나가면서 배운 것은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시스템과 상황이 나쁠 뿐. 누구나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나쁜 점들이 시스템이나 상황에 따라서 극대화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 어떻게 피드백을 하느냐에 따라서 인간의 긍정적인 면을 조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난 중국에서 자랐고, 중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법을 어기며 살아간다. 누구나 무단횡단을 한다(웃음).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우리 중국인들은 그냥 태생이 나쁘고, 무례한 건가 봐'라고 생각했다. 근데 재밌는 것은 많은 서양인들이 중국에 오면 중국인처럼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무단횡단도 하고, 뇌물도 주고받고.

나는 미국으로 온 후, 자연스럽게 여기 시스템에 맞춰 살아갔다. 시스템이 무단횡단한 사람을 보호하지 않았고, 처벌하는 시스템도 만들어져있었으니까.

간단하게는 무단횡단에서, 크게는 복수나 부패까지 모든 것이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라는 유명한 사례도 있지 않나. 인간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혼재되어있는 존재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법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사회의 모습도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법을 바꾸고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가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쉽다. 게임은 개발자가 법을 만드는, 작은 사회라고 볼 수 있다. 게임 속에는 미래의 사회에 대한 프로토타입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누군가는 게임 속 사회에서 세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저니'는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게임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넓은 의미에서 게임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게임 속에 담은 메시지를 보고 유저들이 감동하니까. 농담으로 게임이 눈물을 흘리게 하지 못한다면 예술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게임은 누군가를 눈물짓게 할 수 있다.

'예술'이라는 단어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언어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예술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예술이란 무엇인가. 게임이 예술인가, 이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정의에 대해서 짚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언론이나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의미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댓게임컴퍼니는 그간 생각해볼 수 있는. 메시지를 담긴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개발 과정의 방향성, 회사 내부에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는지 궁금하다.

어떤 분야든, 예술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필연적으로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왜 우리는 여기에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내가 하는 이 모든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종교, 예술, 철학으로 이어지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건축가, 소설가, 화가... 모두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게임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의 시각을 담고자 하는 것이다. 삶, 관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중에서도 '관계'의 의미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특별히 관계라는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

사실 '저니'는 개인적으로 소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감정을 주고받는 게임이 목표였으니까. '소셜'은 단순히 친구의 농장에 가서 밭을 클릭하는 것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소셜은 감정을 주고받을 때 의미가 있다.

'저니'를 통해서 배운 것은 게임 문법으로 쓰여진 사회학이 정말 흥미롭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욕망을 어떻게 표출하는지,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스카이'를 개발하게 된 이유도 그와 관련이 있나?

두 가지 이유로 나눠볼 수 있겠다. 먼저,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고, 멀티플레이가 게임의 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이제 더이상 싱글플레이 게임은 잘 안 하게 되더라. 꿈이라고 할 정도로 모바일 게임을 꼭 개발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MMORPG. 확고한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장르고, 그만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쉽다. 언젠가 MMORPG를 개발해볼지도 모르겠다(웃음).

'저니'를 출시하고, 우리는 1,600통이 넘는 감사 편지를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모두 다른 나이대, 성별, 문화권의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서로 비슷했다는 점이었다. '저니'를 플레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나보낸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익명의 사람과 플레이하면서, 물론 이성적으로는 그 상대방이 살아있는 낯선 누군가라는 것을 알지만, 유저들은 떠나간 자신의 가족, 연인, 친구를 투영해서 바라봤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딘가 아름다운 곳으로 떠나갔다는 위로를 받고 우울함에서 회복될 수 있었다고 하더라.



'힐링 게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한 번도 내가 누군가를 치료해주는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감사 편지를 보고 책임감이 느껴졌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이러한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고, 게임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은 폭력이나 경쟁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강력한 힐링의 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사편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피드백도 '스카이'를 개발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니'의 경험을 아내와,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어했다. 이러한 피드백을 충족시켜주고 싶었고, '스카이'를 개발하게 됐다. 정말 유저들의 피드백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들의 소원이 담긴 편지는 우리가 댓게임컴퍼니를 계속해나가는 이유다. 유저들이 원했던 대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게 된 것은 우리에겐 크나큰 행운이자 영광이고, 그 소망을 담은 게임이 바로 '스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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