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 최적화부터 도시 설계까지, '유니티 시뮬레이션'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2개 |


▲대니 랭(Danny Lange) 유니티 인공지능 및 머신 러닝 담당 부사장

대충 그린 그림을 완벽한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인공지능처럼 AI의 발전은 창의적인 분야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유니티는 2017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ML 에이전트를 공개했으며,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최초의 인공지능 평가 공모전 ‘옵스타클 타워 챌린지(Obstacle Tower Challenge)’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유나이트 코펜하겐에서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유니티 시뮬레이션'이 공개됐다. 유니티 기반의 프로젝트를 대규모로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로,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을 동시다발적으로 실행해 단시간 내에 분석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LG 전자에서는 이를 활용한 자율 주행차 시뮬레이션, LGSVL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니티 시뮬레이션과 옵스타클 챌린지,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유니티의 대니 랭(Danny Lange) AI & 머신러닝 부사장을 만났다. 대니 랭 부사장은 우버, 아마존, MS에서 머신러닝 개발을 주도한 머신러닝 분야의 전문가로, 지난 2016년 유니티에 합류해 머신러닝 기술의 민주화에 힘쓰고 있다. 2년 전 인터뷰에서 ML 에이전트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대니 랭 부사장. 2년이 지난 현재 ML 에이전트가 현실로 만들어낸 성과는 무엇이며, 어떤 프로젝트가 앞으로 가능해질까. 유니티의 AI에 대한 비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이번 코펜하겐 키노트에서 구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유니티 시뮬레이션을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어떤 작업들이 가능해질까.

게임 테스팅이나 최적화 작업, 로봇 공학, 자동차 제조 산업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시뮬레이션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뮬레이션은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수작업으로 산출해낼 필요없이 수많은 시나리오를 검토해 도출해낸다. 간단하게 한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로봇이 플레이하는 데이터를 보고 게임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좀 더 데이터 기반의 판단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시뮬레이션은 수학적 계산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활용됐다. 로봇의 디자인을 구상한다고 생각해보자. 다리의 길이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관절은 몇 개나 들어가야 좋은지. 모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보면 최적의 디자인을 산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유니티 시뮬레이션은 3D 리얼타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사건을 다룬다. 키노트에서 공개했던 게임 테스팅부터 산업분야에서 자율 주행 자동차 시뮬레이션까지.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3D 공간에서 이루어지니까.



▲수많은 시나리오를 동시에 검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니티 시뮬레이터

Q. 2년 전 GDC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ML 에이전트가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제 머신러닝을 활용한 벨뷰의 도시 계획이나 자율주행 자동차 시뮬레이션까지, 하나씩 현실화되어가고 있다. 2년 동안 ML 에이전트가 진행해온 프로젝트에는 무엇이 있고, 앞으로는 어떤 것들이 가능해질까.

먼저 게임분야에서는 AI를 캐릭터로 활용한 게임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몬스터 AI의 경우, 직접 코딩으로 불가능했던 행동들을 트레이닝을 통해 구현했으며, 점차 ML 에이전트를 활용한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학생들이나 연구원들도 ML 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된 드론이나, 주차 방법을 학습한 자동차 등, ML 에이전트는 3D 기반 과제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ML 에이전트는 플레이 테스팅에서 활용되는 봇의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계를 확장시켜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금까지 ML 에이전트로 진행된 프로젝트들에 대해 자랑스럽고, 기쁘다.


Q. 어제 발표된 자율 주행 시뮬레이션인 LGSVL도 좋은 사례인데. 어떤 과정을 통해 개발되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기본적으로 LG전자 미국법인에서 유니티를 플랫폼으로 선택했고, 시뮬레이터를 개발한 것이다. 여기서 유니티 시뮬레이션의 역할은 이전까지는 하나씩 진행됐던 트레이닝을 수천 개가 한번에 가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 교통사고를 줄이고 안전한 도시를 계획하기 위해 유니티가 활용되기도 했다.

Q. ML 에이전트와 유니티 시뮬레이션을 통해 좀 더 규모 있는 문제도 다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제라든지.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ML 에이전트는 ‘트레이닝’을 다루는 툴이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전까지는 하나의 로봇을 학습시키는데 3일 정도가 걸렸다면, 이제는 유니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천 개의 데이터를 통해 짧은 시간 내, 3일을 수천 개로 나눈 정도의 시간만이 걸리는 것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ML 에이전트와 유니티 시뮬레이션의 조합은 이전까지는 소수의 거대 기업들만이 활용할 수 있었던 트레이닝 기능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나 바로 데이터를 넣고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수 있고, 자연스럽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도시를 계획해본다고 생각해보자. 일조권은 고려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누구나 햇빛 속에 살 권리가 있으니까. ML 에이전트는 수백만 개의 시나리오를 검토한 후 빌딩의 레이아웃을 산출해준다. 모든 사무용 건물과 아파트, 주택이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도시 구성에 따른 채광은 물론, 계절에 따라서, 시간에 따라서 변화하는 태양의 움직임까지 고려해 시뮬레이션한다. ML 에이전트와 유니티 시뮬레이션은 수많은 시나리오 검토를 필요로 하는 과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빠르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Q. 지난 2월부터 약 6개월간 진행된 인공지능 평가 공모전 ‘옵스타클 타워 챌린지’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다. AI 알고리즘이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구성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정확히 AI가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나.

좋은 질문이다. 옵스타클 타워는 단하나의 도전 과제에 초점을 맞춘 챌린지였다. 바로 인공지능의 핵심 기능인 일반화(Generalization)다.

기본적으로 옵스타클 타워는 문을 통해서만 다음 층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문제는 옵스타클 타워의 문들이 전부 다르게 생겼다는 점이다. 나무문도 있고, 금속 문도 있고, 중세시대 풍으로 꾸며진 문도 있다. 인간들은 전부 다르게 생긴 문을 보더라도 ‘문’이라고 인지한다. 다르게 생겼지만, 똑같이 작동하는 ‘문’. 하지만 에이전트들은 다른 모양의 문을 보면 이에 대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한다.

따라서 옵스타클 타워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에이전트들이 이러한 콘셉트를 일반화해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약 50% 정도 진행됐다고 판단하는데, 역시 아직까지도 어려운 문제다.

또 한가지의 도전과제는 비주얼적인 부분이었다. 타워 안에는 밝은 부분과 그림자 진 영역이 혼재되어 있는데, 그림자에 따라서 물체가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인지하기에 어렵게 만드는 요소기도 하다. AI 자동 청소기를 만든다고 설명할 수 있을까. 자동 청소기가 청소를 할 때 구석구석을 인지해 돌아다니지 않나. 이러한 부분 또한 옵스타클 타워 챌린지의 주요 도전 과제 중 하나였다.



▲'옵스타클 타워 챌린지', 한국 개발자가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관련 링크


Q. 옵스타클 타워 챌린지의 수상자는 평균 20층 정도까지 도달한 결과를 얻었는데, 이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맞다. 난 직접 플레이해도 15층까지밖에 못 가겠더라. 몇몇 사람들은 25층 정도까지는 가던데. 컨퍼런스에서 옵스타클 타워 챌린지를 게임 부스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공개한 적이 있는데, 9~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온종일 플레이하더라. 그럼에도 22층 정도까지 갔던 것 같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그렇다. AI는 20층 정도까지 도달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낮은 수치였다. 30층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확실히 어려웠던 것 같다.


Q. 이와 같은 챌린지로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또 있는지 궁금하다.

다른 연구원들이 필요한 목적에 따라서 옵스타클 타워를 변조해 새로운 챌린지로 실험해주길 바라고 있다. 옵스타클 타워는 오픈 소스로 공개되어 있으니까. 물론 우리가 직접 다른 챌린지로 변조해 다시 진행할 수도 있고.


Q.ML 에이전트는 AI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수월하게,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유니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고. ML 에이전트가 더욱 많은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는 추가 계획이 있나.

기본적으로 ML 에이전트에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게임 업계 외 다른 산업 개발자들을 위한 콘텐츠도 추가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주로 연구원들이나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툴이지만, 좀 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전문화된 콘텐츠를 추가해나가고 있다. 산업 분야의 연구원들이라면 주목할만한 툴이라고 생각한다. ML 에이전트의 활용 사례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현재 머신러닝&AI 팀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한 만큼, 더욱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이제는 포커와 같이 복잡한 게임을 수행해내는 AI나, 그림과 같은 창의력을 요구하는 작업을 해내는 AI 등 발전한 인공지능 개발 사례를 접하게 되는데, 정말 인간과 흡사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머지않은 미래에 개발될까.

물론 언젠가 개발되겠지만, ‘머지않은’이라는 말의 뜻에 따라 대답은 조금 달라질 것 같다(웃음). 언젠가 인간과 흡사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도래할 것이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툴들이 개발될 것이다. 아티스트들은 반복적이거나 단순한 작업을 수행해주는 툴을 사용해 좀 더 고차원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건축 분야에서는 머신러닝을 통해 계산된 모두가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도시 계획을 토대로 디자인과 같은 다른 부분에 바로 뛰어들 수 있다.

더욱 똑똑한 AI를 통해 효과적인 툴을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인간은 인간으로서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한다.


Q. AI와 머신러닝은 아티스트들에게 강력한 툴을 주는 것이지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는데, 창의적인 작업을 해내는 AI를 보면 한편으로는 그 이상을 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하는 것은 결국 아티스트들이 하고자 하는 영역을 좀 더 고차원화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AI가 만든 그림이 인간이 그려낸 그림보다 흥미로울 수 있을까. 체스의 예를 들어보자. 체스 AI는 월드 챔피언 체스 플레이어를 이길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체스를 플레이하는 것을 그만뒀나. 다만 다른 사람과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AI를 상대로 연습한다는 점만이 달라졌을 뿐이다.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것은 트레이닝이다. 어떤 사람보다도 더 체스를 잘할 수 있도록 컴퓨터 AI를 이용하는 것이다.

AI는 인간이 더욱 발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AI가 그린 그림을 미술관에 걸어두면 누가 보겠나. 물론 로봇이 와서 볼 수는 있겠다(웃음).


Q. ML 에이전트와 유니티 시뮬레이터는 AI와 머신러닝을 쉽게, 그리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제 유니티의 인공지능 팀에서 바라보는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느 정도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데, 이제 콘텐츠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ML에이전트를 통해 트레이닝이 가능하도록 했고, 유니티 시뮬레이션을 이 범위를 확장시켰다. 이제 필요한 것은 환경이다. 이를 활용할만한 도시나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로봇이나 드론을 학습시키거나 디자인을 하거나, 필요한 것은 ‘콘텐츠’다. 이를 적용할 콘텐츠를 확장시키는 데에 집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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