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래픽 개편한 아키에이지 "이제 시작, '아키에이지'는 더 진화한다"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71개 |
MMORPG의 호흡은 길다. 5~6년 이상 서비스하는 건 예사고 길게는 10년 넘게 서비스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20년 가까이 서비스하는 게임도 있을 정도다.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사랑하고 즐기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기에 피할 수 없는 문제를 마주하기도 한다. 바로, 그래픽에 대한 부분이다. 10년 넘게 서비스한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10년 전 그래픽이란 얘기다. 당연히 최신 게임과 비교하면 그래픽 퀄리티가 낮고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래된 MMORPG 가운데 일부는 대규모 그래픽 개선 업데이트를 단행하곤 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격전의 아제로스 확장팩을 출시하면서 캐릭터 모델링을 대폭 개선했고 '검은사막'은 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그래픽 개선 업데이트를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역시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정식 서비스를 실시한 지 6년 만인 지난 9월 5일, 그래픽 개선 업데이트를 진행해 최신 게임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다시금 끌어올렸다. 그간 '아키에이지'를 즐겨온 유저들에게는 반가운 업데이트가 아닐 수 없다.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그래픽 개선 업데이트다. 과연 '아키에이지'의 새로운 방점을 찍을 이번 그래픽 개선을 준비하면서 과연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을까? 업데이트를 진두지휘한 함용진 PD와 주재익 아트디렉터를 만나 그래픽 개선과 관련해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 엑스엘게임즈 함용진 PD, 주재익 AD


Q. 지난 9월 5일 대대적인 그래픽 개편이 진행됐다. 갑작스럽기도 한데 이번 개편을 진행한 계기가 뭔지 듣고 싶다.

주재익 AD : 근본적인 이유로는 '아키에이지'를 더 오래도록 서비스하기 위해서 진행했다. 그래픽 개선이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재도약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나. 그런 의미로 쉽게 접을 게임이 아니라고, 오랫동안 서비스할 게임이라고 선언한 거라고 보면 된다. 물론, 여기에 더해 유저들이 게임을 하면서 느꼈을 그래픽에 대한 아쉬움을 해결해주는 작업이기도 했다.

한편, 왜 이 시기였는가도 궁금할 것 같은데, 조만간 북미에서 '아키에이지'가 판매 방식을 바꿔서 재런칭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재런칭이다 보니 전보다 더 눈에 띌 필요가 있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어선 이목을 집중시키기 힘들 거라 여겼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역시 눈에 띄기 위해선 그래픽 퀄리티를 올리는 것만 한 게 없다고 여겨서 재런칭에 앞서 이번 업데이트를 준비하다 보니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여담이지만, 그래픽 개선 작업을 하면서 아예 엔진을 업그레이드하는 것까지 고려했다. 근데 그건 코스트가 너무 많이 들어서 우선 현재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들을 갖고 그래픽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함용진 PD : 그래픽 개선은 '아키에이지'를 알리는 작업인 동시에 유저들을 위한 개발사의 재투자 개념으로 봐주면 좋겠다.





Q. 보통 이렇게 그래픽을 개선하면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는데 '아키에이지'는 그렇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주재익 : 아무래도 조심스러웠다. 목표를 정하고 언제까지 그래픽 개선을 하겠다고 외부에 공개하는 순간 이건 개발팀, 그리고 아트팀에게 숙제가 된다. 당연히 해야하지만 그래픽 개선 작업 외에도 해야할 일이 많기에 여러모로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공개할 시간이 다가오면 압박을 받아서 제 실력을 못 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외부에 공개하기보다는 아트팀 내부에서 정해진 기일을 정하지 않고 작업하는게 보다 좋은 퀄리티를 낼 것으로 판단해 능동적으로 작업하는 식이 됐다.

함용진 : 다행인 점은 능동적으로 작업한 결과 즐기는 마음으로 세밀한 작업이 가능했다는 부분이다. 개발팀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어? 여기가 이렇게 횡했나?'하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쳐서 꽤나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낼 수 있었다.



Q. 단순히 라이팅이나 텍스쳐가 좋아진 것뿐 아니라 지형지물이 추가되기도 했다. 사양이 높아지진 않았을까 걱정된다.

주재익 : 모든 옵션에 대응해서 그래픽을 개선한 게 아니라서 괜찮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옵션이 5단계였다면 새롭게 6단계가 추가된 거라고 보면 된다. PC 사양이 높아서 더 좋은 그래픽으로 '아키에이지'를 즐기고 싶다면 그래픽 옵션을 높이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기존에 하던 대로 하면 된다.


Q. 어떤 기준으로 맵에 지형지물을 추가할지 아니면 라이팅이나 텍스쳐만 수정할지 정한 건가?

주재익 : 간단히 말해서 A급으로 맵의 퀄리티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을 때 B급 맵은 라이팅이나 텍스쳐를 추가하는 식으로 작업하고 C급은 지형지물을 추가하는 식으로 작업했다.





Q. 캐릭터 모델링이 변경된 점 역시 눈에 띈다. 아무래도 유저들이 가장 반길 요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엘프만 개편돼서 불만도 있는 것 같다. 다른 캐릭터들의 그래픽 개편 계획은 없나.

함용진 :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번에 엘프 모델링을 개선했으니 다음에는 동대륙 종족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모델링 개선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얘기가 나오고 있다.

주재익 : 페레의 경우 꼬리 모델링을 수정해달란 요청이 꽤 많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고려 중이다. 여러 종족 가운데 왜 엘프였는지도 궁금할 거 같은데 전체 종족 가운데 엘프를 플레이하는 유저가 적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런 미형 캐릭터를 많이 할 텐데 '아키에이지'는 그렇지 않았다. 그 원인이 뭘까 하니 아무래도 유저들이 원하는 만큼, 매력적이지 않아서 그렇다고 결론이 났다. 그래서 엘프 먼저 모델링을 개선했다.


Q. 모델링 개편이라고 뭉뚱그렸지만 텍스쳐, 애니메이션, 심지어는 폴리곤을 더 늘리는 것까지 방법이 다양하다. 어떤 식으로 개편했는지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주재익 : 폴리곤 갯수는 유지한 체 다른 방식으로 모델링을 개선했다. 먼저 얼굴의 디테일을 세밀하게 살렸다. 눈의 맵시나 음영 등을 통해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작업했다. 여기에 더해 캐릭터가 주는 느낌을 강화했다. 톤&무드라는 게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캐릭터가 주는 아우라, 분위기를 뜻한다. 실제로 그전에는 휴먼과 잘 구분이 되지 않았던 엘프였는데 이걸 조정하자 흔히 떠올리는 판타지 속 신비한 분위기의 엘프가 됐다.



▲ 엘프는 디테일을 살리는 식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강화했다


Q. 그래픽 개선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는 어떤가?

함용진 : 일단 모델링이 예뻐졌다는 얘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변화도 있다. 예전에는 봉제인형같이 얼굴과 몸을 다 가리는 옷을 주로 입고 다니는 유저들이 많았는데 캐릭터 모델링을 개선하고 성형권을 제공하니 얼굴을 드러내는 유저들이 많아졌다. 개발팀의 노력이 유저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졌구나 싶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Q. 엔진 업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지금도 고려 중인가?

주재익 : 엔진 업그레이드는 개발팀을 비롯해 사업까지 다 얽힌 부분이기에 이 자리에서 쉽사리 대답하기 어렵다. 다만, 무조건 그래픽이 좋은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언리얼4 엔진으로 만든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그래픽이 좋다고 해서 '아키에이지'도 그걸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아키에이지'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느냐다.


Q. 단순히 라이팅을 바꾸는 것도 큰일인데 텍스쳐부터 이것저것 다 뜯어고쳤다. 어려움은 없었나.

주재익 : 어려움투성이였다. 아예 처음부터 만들었다면 아무 걱정 없이 무조건 좋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아키에이지'는 이미 서비스한 지 6년이 넘었다. 이걸 건드리니 프레임이 확 떨어진다든가 로딩 속도가 길어진다든가 하는 문제들이 발생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눈에 확 띌 정도로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요소들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여기에 얼굴 두상을 바꾸니 헤어 싱크가 안 맞는 문제도 있어서 아트팀 내부에서 싱크를 맞추는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저기 얽힌 부분들이 많아서 개편해도 다른 부분엔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해서 굉장히 힘들었다.



▲ 머리카락이 장비를 뚫는 게 아닌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개선됐다


Q. 그래픽 개선을 결심하기부터 시작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순탄치 않았을 텐데, 얼마나 걸렸나.

주재익 : 1월부터 시작해 7월 30일에 끝났으니 7개월 정도 걸린 셈이다. 근데, 처음 3~4개월은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작업은 막판 3~4개월 정도였다. 그래도 이런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다음에는 더 빠르게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명확한 목표를 정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작업했다지만 그래도 나름 추구하는 목표치가 있을 것 같다.

주재익 : 정말 없다. 예를 들어서 모든 캐릭터 모델링 개선을 목표로 한다면 8개 종족 가운데 엘프 모델링을 개선했으니 12.5% 달성한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게 아니어서 수치적으로 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유저들이 이번 그래픽 개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멈출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능동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결과도 좋으니 좀 더 뻔뻔한 마음으로 개발팀 모두의 도움을 받으면서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Q. 그래픽 개선 결과물들 가운데 개발자 입장에서 가장 공들이고 유저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게 있다면?

주재익 : AD 입장에서 이거다! 하고 정하면 그걸 만든 개발자는 좋아할 텐데 다른 개발자들이 아쉬워할 것 같다(웃음). 음, 그래도 전체적인 부분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그림자에 대한 부분이다. 예전에는 협곡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태에서 캐릭터가 그 안에 있으면 캐릭터의 그림자가 묻히는 현상이 있었는데 그걸 해결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리얼한 느낌을 살릴 수 있게 됐다.

이펙트의 연출을 바꾼 점도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부분이다. 좀 더 보는 맛과 손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은 일부 스킬에만 적용했는데 곧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서 다른 스킬들에도 바뀐 이펙트들을 적용할 생각이다.








Q. 어떻게 보면 완결이란 게 없는 작업이다. 그래픽 개선의 다음 목표는 뭔가.

주재익 : 이번 그래픽 개선이 1차라면 2차에서는 동대륙과 관련된 부분들의 그래픽을 개선할 생각이다. 아마 캐릭터 모델링 개선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미형의 캐릭터, 배경을 만든다는 건 아니다. 원래부터 동대륙이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있지 않나. 매끄럽게 바꾼다기보다는 그 투박함마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그 외에는 역시 신규 종족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Q. 끝으로 '아키에이지'를 오래도록 즐겨온 유저들을 위한 한 마디 부탁한다.

주재익 : '아키에이지'는 잠재력이 큰 게임이다. 이번 그래픽 개선은 그 잠재력을 더 극대화하는 요소의 하나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그래픽 개선은 계속될 텐데, 이걸 보면서 유저들이 자신이 하는 게임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줬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더 나은 '아키에이지'가 될 테니 많은 사랑 바란다.

함용진 :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좋게 봐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아키에이지'는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잠재력을 더 극대화하는 측면에서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여러분들을 위한 변화이니만큼, 많은 응원 부탁한다.



▲ "앞으로도 '아키에이지'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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