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6세 로블록스 개발자 '티모시', 그리고 그의 아버지 '헨리'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5개 |



'로블록스'는 요 몇 년 간, 유튜버들과 어린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플랫폼입니다. 겉만 봐서는 '마인크래프트'와 유사한 게임으로 보이기 쉬우나, 2006년부터 서비스되었으니 사실 역사로 치면 마인크래프트보다 오래되었죠.

'로블록스'가 흥미로운 이유는 로블록스가 단순히 플레이만 가능한 게임이 아닌, 게임 제작 툴이자 동시에 만든 게임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해 게임을 만들 수 있고, 또 다른 이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의 샌드박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조금 낮은 편이지만, 로블록스는 글로벌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월간 접속 인원이 1억 명에 달할 정도의 인기를 보이고 있지요.

한국계 미국인인 '헨리 김'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 삶을 꾸린 1세대 교포입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 '티모시 김'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2세대 교포이자, 로블록스의 수많은 게임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인기 게임인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의 개발자입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티모시가 이미 개발의 달고 쓴맛을 모두 본 어른이 아닌 16세의 고등학생이며, 아버지인 헨리는 아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것이죠.

공간, 시간의 애로사항이 있어 직접 만나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저 먼 타향에서 이미 인기 게임을 만들어 개발자의 길을 가고 있는 한국계 개발자와,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로블록스 게임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의 개발자 '티모시 김(Timothy Kim. 우)'과 그의 아버지 '헨리 김(Henry Kim)'


Q. 서면으로나마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두 분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티모시 김(Timothy Kim): 안녕하세요! 저는 16세의 고등학생 티모시입니다. 저는 컴퓨터 공학을 좋아하고, 게임 개발에 열정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로블록스'를 통해 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헨리 김(Henry Kim): 안녕하세요. 저는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를 만든 티모시의 아버지, 헨리입니다.


Q. 먼저, 아드님께 질문드릴게요. '로블록스'를 어떻게 알게 되었고, 직접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티모시 김(Timothy Kim): 처음 로블록스를 알게 된 건 2010년이었어요. 제 가장 친한 친구가 저에게 로블록스를 소개해주었죠. 처음에는 주로 손님 계정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기만 했고, 1년이 지나서야 제 계정을 직접 만들었어요. 로블록스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15년 즈음인데, 그때 제가 가장 좋아하던 게임인 'Reason 2 Die'가 악성 유저로 인해 망가져버렸어요. 그래서 직접 제가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죠.


Q. 직접 개발한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줄 수 있나요?

티모시 김(Timothy Kim):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는 모두에게 익숙한 타워 디펜스 게임이에요. 조그마한 병사(tiny troops)들을 만들거나 건물을 지어 몰려오는 좀비들을 막는 게임이죠. 병사들은 여러 종류가 마련되어있고, 좀비에게 피해를 입힐수록 플레이어에게 돈을 줘요. 그러면 플레이어는 그 돈으로 병사들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부대 규모를 키울 수 있죠. 게임에서 완전히 승리하고 나면, 또 다른 병종을 해금하거나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코인을 얻을 수 있어요.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는 여러 맵이 준비되어있고,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죠.



▲ 2015년부터 개발한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


Q.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인기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티모시 김(Timothy Kim): 오로지 플레이어 분들의 인내와 관용이죠. 저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빠르고 즉각적인 업데이트를 원한다고 항상 믿고 있어요. 하지만 저와 게임을 함께 만든 제 동료는 새로운 게임 콘텐츠 추가와 대규모 업데이트를 위해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느라 오랫동안 업데이트를 하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플레이어 분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고 계세요. 늘 이분들께 감사드리고 있어요.


Q. 게임 개발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티모시 김(Timothy Kim): 저와 제 동료가 마주했던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한 번에 30,000명의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게임을 최적화하는 것이었어요. 본디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는 상용화 목적의 게임이 아닌, 단순히 제 개인적인 컴퓨터 과학 수업용 학교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2주 안에 개발을 마무리지어야 했고, 당연히 대부분의 코드가 매우 어설프게 만들어졌죠.

이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저와 동료는 스크립트를 세 번 정도 완전히 다시 작성해야 했고, 4일 밤을 새워가며 코드를 수정해야 했어요. 옛 코드는 그야말로 실수 덩어리였지만, 우리는 여기서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어요.





Q. 실제로 게임을 개발하면서 코딩 스킬이 꾸준히 늘었다고 생각하나요?

티모시 김(Timothy Kim): 몇 년 동안 개발을 이어오면서, 코딩 스타일은 점점 세련되게 변했고, 문제 해결 기술도 많이 늘어났어요. 코딩은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작업을 만들 수 있는 끝없는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중요한 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거죠.

저와 제 동료는 새로 코딩을 할 때마다 이전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쓰곤 해요. 매년 여름의 경우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로블록스 게임을 새로 코딩하는데 써요. 덕분에 컴퓨터 과학 수업에서 늘어난 문제 해결 능력으로 빠르게 오류를 잡아낼 수 있죠.


Q. 로블록스가 아닌 다른 상용 엔진을 활용해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 있나요?

티모시 김(Timothy Kim): 올해까지는 아직 경험이 없어요. 학교에서 유니티 관련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는데, 그 전까지는 사실 다른 엔진을 살펴볼 시간이 없었어요.


Q. 또 다른 게임을 만든다면, 이번에는 어떤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나요?

티모시 김(Timothy Kim): 오랜 시간 동안, 전 팀워크 기반의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를 만들기 몇 주 전에 실제로 개발을 시작하기도 했었죠. 웬만하면 연내나 늦지 않은 시간 안에 다시 개발을 시작해보고 싶어요.



▲ '로블록스 스튜디오'


Q. 본인이 생각하기에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소양은 무엇인가요?

티모시 김(Timothy Kim): 저는 게임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소양이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어요.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가 되지 않는다면 아이디어를 코딩으로 옮기거나, 버그를 해결하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워지죠. 게임 개발자는 언제나 버그와 싸워야 해요. 때로는 별 것 아니지만, 가끔은 게임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을 정도의 버그죠. 그래서 언제나 문제 해결을 위한 길을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해요.


Q. '게임 개발'이라는 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티모시 김(Timothy Kim): 가장 좋은 점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거겠죠? 전 언제나 게임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게임을 통해 수백만의 게이머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제가 하루를 마칠 때마다 늘 만족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게 해주는 기쁨이에요.


Q.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가 인기를 끈 이후 교우 관계나 학교 생활 등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티모시 김(Timothy Kim): 사실 게임을 개발한 이후 일상 생활에서 그리 큰 변화는 없었어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 게임에 대해 잘 말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거든요.

다만,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의 커뮤니티를 소홀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게임 개발과 학교 생활에서 균형을 맞추기 힘든 부분은 있어요. 지금 제가 가장 고민하는 것도 어떻게 하면 제 현실의 삶과 게임 개발자로서의 삶의 최적화예요.



▲ 지금 이 순간도 수천명이 타워 디펜스 시뮬레이터를 플레이중이다.


Q. 앞으로도 게임 개발을 계속 해나갈 생각인가요? 아니면 다른 장래희망이 있나요?

티모시 김(Timothy Kim): 당연히 저는 게임 개발을 계속 해나갈 것이고, 이를 경력으로 만들고 싶어요. 저는 게임 개발이 제가 영원히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어요.


Q. 한국 내에도 많은 게이머들이 로블록스를 플레이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티모시 김(Timothy Kim): 한국의 모든 로블록스 게이머들에게 '로블록스 스튜디오'에 도전해보길 권하고 싶어요. 게임을 만드는 과정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만큼이나 재미있거든요. 동료나 친구들과 콜라보레이팅을 한다면 더욱 즐겁죠.


Q. 그럼 이제 아버님께 질문을 드려보죠. 아드님이 만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한 경험이 있나요?

헨리 김(Henry Kim): 물론이죠. 아들의 게임을 돕기 위해 여러 번 플레이했어요.


Q. 아들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들었나요?

헨리 김(Henry Kim): 처음 제가 아들의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 굉장히 놀랐어요. 전 아들의 게임을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죠.



▲ 로블록스 개발자 컨퍼런스에도 아버지가 함께 참여했다.


Q. 아들이 게임을 만들기 전과 지금, 게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헨리 김(Henry Kim): 저는 게임에 대해 언제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게임은 즐겁고, 짧은 시간 안에 스트레스를 줄이며 사람들에게 활기를 줄 수 있어요. 다만, 너무 오래 하게 되면 가치있는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죠.


Q. 부모로서, 아들이 게임을 만드는데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헨리 김(Henry Kim): 부모로서 저는 아들의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리고 게임에 대해 계속해서 여러번 의견을 주고받았죠.


Q.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부정적 인식은 그 정도만 다를 뿐,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퍼져 있어요. 주로 게임의 폭력성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헨리 김(Henry Kim): 맞아요. 기성세대로서, 저는 게임 안에서 많은 폭력을 볼 수 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폭력적인 게임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게임 중에는 폭력적이지 않은 게임들도 많고, 가족을 하나로 묶어 소통하게끔 만드는 좋은 게임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죠.



▲ 게임의 '폭력성'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은 해외도 마찬가지


Q. 게임이 부모와 자녀 간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헨리 김(Henry Kim): 당연하죠. 확신합니다. 저는 게임이 아이들과 가족에게 협동심을 길러주고, 즐거움을 준다고 믿어요.


Q. 마지막으로 두 분 모두에게 질문드릴게요. 로블록스를 통해 게임 개발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그리고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 조언을 남길 수 있을까요?

Timothy 김(Timothy Kim): 로블록스를 통해 게임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로블록스 개발자 사이트를 참고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곳에는 많은 튜토리얼이 있고, 매일 새로운 지식들이 쌓이죠. 모르는 것들을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어요. 또한, 유튜브를 통해 게임 개발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AlvinBlox'와 같은 유튜버들은 매우 훌륭한 스크립트 설명서를 만들곤 하거든요.


헨리 김(Henry Kim): 게임을 만드는 자녀가 자신의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어떤 마음에 이를 하려 하는 건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의미한 시간 낭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프로그래밍이나 마케팅, 애니메이팅 등에서 놀라운 재능을 가진 자녀가 스스로의 재능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으니까요. 모든 부모들이 이를 한 번쯤은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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