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보토미 개발팀의 신작,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이야기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28개 |




지난 2018년 스팀으로 정식 출시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 번, 괴물 연구소 경영이라는 독특한 소재에서 두 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자그마한 인디 개발사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독창성과 대중성 사이 균형을 잘 맞춘 작품이었죠. 한창 인기를 끌 당시 개발사 프로젝트 문 김지훈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재미있다 생각한 것을 유저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엔 카페가 아니에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성공으로 프로젝트 문은 광교에 아늑한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작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같이 뛰노는, 따뜻한 분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프로젝트 문의 신작,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Library of Ruina, 이하 라오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배경이 도서관이라니, 전작만큼이나 독특한 소재입니다.


*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는 텀블벅에서 1월 27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입니다.




▲ 프로젝트 문 김지훈 대표





개발 기간이 얼마나 되었나요?

1년 8개월 정도요. 작년 4월에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정식 출시하고 바로 작업 들어갔으니까.


지난 인터뷰 말미에 '차기작으로 액션 요소 들어간 게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었는데, 결국 그 바람을 이루게 됐어요.

어렸을 때 대항해시대4 많이 했거든요. 거기서 백병전을 엄청 좋아했어요. 그냥 지켜만 봐도 재밌잖아요. 툭탁툭탁 싸우고, 그러다보면 코인 생기고. 라오루도 그런 게임을 목표로 했어요. 지켜만 봐도 재밌는 게임.


그간 개발 과정을 돌이켜본다면.

처음 프로토타입은 그냥 지켜만 보는 방치형 액션 게임이었어요. 세팅하고 스타트 버튼 누르면 자동으로 싸우고, 그 외엔 따로 할 게 없었죠. 근데 제가 봐도 그렇고 개발팀원들도 '모바일 게임 같다', '게임적인 요소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플레이어가 개입할 요소를 넣자, 해서 들어간 게 카드 시스템입니다. 턴마다 카드 넣고, 스페이스바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이런 템포를 일반 게임들보다 더 잘게 쪼갰어요. 지켜보는 재미와 카드 덱을 세팅하는 재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게 목표예요.



▲ "전투를 지켜만 봐도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전작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주 테마가 괴물 연구소 경영이었잖아요. 게임으로서는 보기 드문 소재였는데, 이번 작품도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게임플레이 방식으로는 아까 말한 대항해시대4가 있겠고... 또 하나가 있는데 음... '둥지짓는 드래곤'이란 게임이거든요. 성인 게임이긴 한데(웃음)... 여기 들어간 디펜스 요소를 대항해시대의 전투와 결합해 저희만의 시스템을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로보토미가 탄생한 배경은 당시 게임 시장과 연관이 있어요. 당시 게임 시장을 보니 '괴물 관리하는 게임이 없네'라는 생각에서 시작됐죠. 라오루는 단순해요. 이것저것 하다보니 형태가 잡힌 격이죠. 스토리와 설정은 꽤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고, 이 설정에 맞게끔 전투나 다른 시스템들을 다듬어왔다는 게 정확할 것 같아요.

스토리에 대한 영감은 소설 '바벨의 도서관'에서 얻었어요.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집필한 작품인데요. 라오루는 그 소설의 컨셉을 가져왔다고 보면 됩니다. 바벨의 도서관은 무한히 넓은 육각형 형태로, 수많은 책들을 보유했어요. 각 책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들로 작성됐지만,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 책이 어딨는지 알려주는 카탈로그도 있지만, 그 카탈로그의 위치조차 알 수 없고요. 재밌는 모순이잖아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라오루는 물론,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만들 때도 영향을 받았을 만큼.


전작 로보토미 코퍼레이션과 연관점은 없나요? 세계관이라던가.

세계관 공유해요. 로보토미에 '엔젤라'라고, 수동적으로 플레이어 보조하는 AI 비서가 있거든요. 그 친구가 라오루에도 나와요. 이번엔 이야기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죠. 또, 전작에 '세피라'라는 10명의 주요 NPC가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하고, 그 외 로보토미에서 따온 게 몇가지 더 있어요. 전작 해본 분이라면 반가울 거예요.

예전에 제가 강연할 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타입문이나 마블처럼 하나의 세계로 여러가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리 목표라고. 로보토미가 일부 세계관을 보여줬다면, 라오루는 그 세계를 더 넓게 조명하는 작품이에요. 그 중심에 있는 캐릭터가 엔젤라와 롤랑이고요.



▲ "라오루와 로보토미는 동일한 세계관입니다."


도서관이 배경이니 당연히 책과 관련한 시스템이나 콘텐츠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라오루에서 책은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매개체이기도 하지만, 캐릭터를 강화시킬 때 사용되기도 해요.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책 써서 스토리 진행할건지, 아니면 장비나 캐릭터 강화할건지 플레이어가 선택해야 합니다. 하스스톤 처럼 팩 하나 열면 그 안에 무기, 방어구, 장착 패시브 스킬 등이 우르르 나온다고 보면 되죠. 특정 책 구하려면 특정 캐릭터와 싸워야 하고, 이 부분에서 플레이의 반복성이 나오도록 유도했습니다.

또, 책을 써서 적을 소환하고 싸우게 되는데, 여기서 지면 사용한 책은 그대로 사라져버려요. 그럼 아랫등급 적 잡아서 책 모으고, 또 상위 적 잡아야 하는 거고요.


파고들기 요소가 꽤 있어 보이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디스가이아의 '아이템계'가 떠올랐어요.

몇몇 부분에선 비슷한 것 같아요. 파고들기 요소를 되도록 많이 넣고 싶기도 하고요.


얼리엑세스 기준으로 책이 총 몇 권인가요?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책보다는 그 책을 가진 손님... 그러니까 플레이어가 상대해야 할 적들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얼리엑세스 버전 기준으로 챕터가 3장까지일텐데, 손님 종류가 20명에서 30명 사이쯤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정식 버전 기준으로는 챕터 7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준비는 90% 가까이 진행됐고, 메인 콘텐츠 기획도 다 끝났어요. 구현만 하면 되죠. 초반 챕터의 등장인물은 그리 많지 않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모든 덱을 수집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한 100시간 정도? 정식 출시 버전 기준으로 그 정도 걸리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카드도 등급이 있나요?

있어요. 정말 희귀한 카드는 팩 여러번 까더라도 잘 안 나와요.



▲ "손님을 상대로 책을 얻어야 합니다. 그 책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렸죠."


전투 시스템이 독특해요. 실력과 운이 다 필요해보여요.

지켜보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어요. 여러가지 시스템을 테스트해봤는데, 결국 운적인 요소 많은 게 중요하더라고요. 플레이어는 배팅하고, 전투가 내 의도대로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게 핵심이 되도록 만들었어요. 주사위 시스템이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고요.


전투 중 캐릭터의 감정이 영향을 준다고 들었어요. 감정이 고조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나는 건가요?

제 생각에 한 30%에서 50% 정도? 감정이 전투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로보토미 때도 정신 붕괴로 인해 연구원이 패닉 상태에 빠지곤 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성격의 캐릭터는 정신이 붕괴되면 대미지는 올라가지만, 피아식별 없이 공격하게 돼요. 잘 사용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의도치 않게 아군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의미죠.

사실, 감정은 전술적인 의도로 들어간 게 아니에요. 그보다는 연출적인 면에 가깝죠. 아무런 감정 없이 전투가 진행될 경우, 캐릭터들이 그냥 체스 말처럼 보일 것 같았어요. 전 라오루의 전투가 '연극 무대'에서 펼쳐진다고 생각했어요. UI 역시 최대한 무대 느낌이 나도록 했고, 턴을 1막, 2막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2회차 요소도 준비 중인지.

일단 엔딩까지 무사히 개발하는 게 첫째 목표고요. 2회차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4월에 얼리엑세스 출시를 발표한 만큼, 이제 본격적인 개발 시작이란 느낌이 드는데요. 앞으로 어떤 시스템과 콘텐츠를 추가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얼리엑세스 버전엔 챕터 3까지 공개됩니다. 그 이후 12월까지 꾸준히 업데이트 일정이 잡혀있어요. 로보토미 만들 당시에는 1주일마다 환상체 2마리씩 추가하고 한 달에 한 번 스토리 업데이트했는데, 개인적으로 그 과정에서 오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읽는 게 참 즐거웠거든요. 그래서 이번 라오루 역시 연재하는 느낌으로 진행하려고 생각중이에요. 2주... 늦어도 1달에 1번씩 챕터 업데이트하려고요. 유저분들도 웹툰 연재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카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도 적극 지원할 생각이에요. 유저가 직접 그린 카드 일러스트라던가 공격 이펙트까지도 자유롭게 변경 가능하게끔 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물론, '무조건 하겠다'는 공약까진 아니지만, 개발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 번역 관련 얘기도 하고 싶어요. 로보토미는 외국 팬들이 자국 언어 패치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은 게임이었어요. 그래서 라오루는 처음부터 번역 파일을 엑셀로 뽑아서 작업할 수 있게끔 구조를 짰어요.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유저들도 쉽게 번역 작업을 할 수 있게끔 만드는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라오루의 전투 시스템이 지켜보는 요소가 강하다보니 컷씬 등을 추가해 액션성을 더 살리고픈 욕심이 있어요. 이 모든 게 정식 출시 이전까지 다 완료된다면, 이후 닌텐도 스위치 버전도 내보고 싶어요.


스위치 버전 개발도 처음부터 예정되었던 건가요?

로보토미 만들 당시에는 PC 외 플랫폼 출시를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스위치나 다른 콘솔로 출시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어요. 반면, 라오루는 처음부터 멀티플랫폼 출시를 염두에 뒀습니다. 한국 다음으로 우리 게임을 좋아해주는 나라가 일본인데, 스위치 버전이 출시된다면 현지 반응이 좀 더 올라갈 것 같아요. 플레이스테이션 버전도 고려는 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에요.


정식 출시 목표일을 올해 12월로 잡으셨는데... 음, 로보토미도 출시일 몇 번 미루지 않았나요.

맞아요... 12월에 100% 출시한다고 딱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내부적인 계획은 그렇게 잡았어요. 진짜 열심히 노력해야죠.


로보토미로 인터뷰할 당시 개발팀에 학생들이 많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금은 어떤가요?

나무위키 주석 보면, 저희 팀원들 전부 대학원 진학했다, 이렇게 써있는데요. 제가 대학원생 시절에 게임 만들었던 게 와전된 것 같아요. 지금은 저희 팀 전부 회사원이에요. 1명이 휴학중이긴 한데, 그 친구도 마지막 학기 남은 거고... 사실은 다 사회인이죠.

아, 그리고 트위터나 로보토미 갤러리에서 저희 게임보고 '너무 오덕스럽다' 이런 주제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오덕 게임 맞습니다. 저희만의 오타쿠 감성을 만들어보는 게 목표 중 하나예요. 일본에서 반응 좋으니 일본 지향적인 게임 만드는 거 아니냐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저희가 원래 이런 거 좋아하고, 잘 만들 자신이 있으니까 도전하는 거예요.





다음 작품 계획은?

라오루가 성공한다면, 개발팀을 둘로 나누고 싶어요. 한 팀은 모바일 게임 만들고, 다른 한 팀은 패키지 게임 만들고. 모바일 게임은 출시 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꾸준히 팬 분들의 니즈를 체크하고, 패키지 게임 팀에서 주기적으로 굵직한 게임 탁 탁 내면 좋을 것 같아요. 장르적으로 나눈다면 패키지 게임은 실험적인 요소를 강하게, 모바일 게임은 대중성을 강조해서 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문의 지향점을 듣고 싶어요.

저희는 꼭 인디만 지향할 생각은 없어요. 상업성도 적당히 가진, 중간 정도의 포지션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런걸 요즘 커머셜 인디라고 부른다면서요?

인디니까 우린 무조건 예술작품 만들어야 해, 이런 거 아니고요. 그렇다고 대기업 밑에서 돈만 바라보고 게임 만들 생각도 없어요. 인디라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우리 만들고 싶은 거 만들되 대중도 좋아할 수 있는, 그런 게임 만드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돈은... 음, 저희 사훈이 세후 월 500 이상씩 벌자, 입니다(웃음).

그리고 얼마전 시작한 텀블벅 펀딩이 8시간만에 5천만 원이 넘었어요. 일단 더빙은 확정됐으니, 기대 많이 부탁드립니다. 실력있는 신인 성우분들과 같이 지속적으로 커나가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 입구를 보니 제대로 찾아온 듯 합니다.



▲ 입구부터...



▲ 사무실까지 깔끔합니다.



▲ 사무실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프로젝트 문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 아주 크지는 않지만 아늑한 쉼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 얼마 전 스팀에서 직접 보내줬다고 합니다. 송년 기념 초콜릿이에요.



▲ 고층에 위치해서인지 창밖 풍경도 멋지네요.






▲ 신작 개발 기념 단체복도 맞췄네요. 끝까지 열정을 다해 개발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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