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VSPN 코리아 김기호 대표 "보여주고 싶던 e스포츠 만들겠다"

인터뷰 | 이두현,박범 기자 | 댓글: 11개 |
김기호 PD가 돌아왔다. 김기호 PD는 국내 1세대 e스포츠 콘텐츠 제작자이자 FPS 중계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최근 몇 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한 중국 e스포츠 방송 기술 중심에도 김기호 PD가 있었다. 그는 중국 롱주TV 자회사인 PLU로 이적을 시작으로 바나나컬처 등 방송사에서 다양한 e스포츠 중계를 지휘했다. 텐센트가 크로스파이어 리그 발전을 위해 직접 김기호 PD에게 요청했을 정도다.

이제 김기호 PD는 VSPN 코리아 대표라는 직함으로 한국에서 e스포츠 사업을 전개한다. 지난 2015년 만들어진 VSPN(Versus Programming Network)은 텐센트로부터 크게 투자받은 뒤로 '리그 오브 레전드', '크로스파이어', '배틀그라운드' 등 굵직한 게임들의 e스포츠 중계를 도맡았다.

최근 서울시와 협력해 e스포츠 경기장을 만든다는 소식으로 다시 등장한 VSPN. 본격적으로 한국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든 VSPN 코리아 이야기를 김기호 대표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 VSPN 코리아 김기호 대표

- 바빠 보이십니다.
우리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번에 나간 기사 덕분에 여기저기서 연락이 옵니다. 방금까지도 경기장이 만들어진 뒤에 어떤 게임을 할 것인지 게임사와 논의했었어요. 기사가 게임업계에 VSPN이란 회사가 있고, 이 업계에 김기호라는 사람이 있었지, 하고 다시 생각하게 생각나게 한 거 같습니다. 요즘은 경기장 구성을 어떻게 해야 좀 더 좋은 경기장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VSPN이란 회사는 아직 낯설어요.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도 'VSPN이 무슨 회사인데 e스포츠 경기장을 만들지?'라는 의문이 들어서였죠. VSPN은 어떤 회사인가요?
VSPN을 정의하면 본사가 있는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 북미 등 전 세계에 e스포츠 허브 역할을 자처하는 글로벌 최대 e스포츠 전문 제작사라고 할 수 있어요.

VSPN 본사는 텐센트가 e스포츠 산업을 위해 크게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전 세계 여러 지역에 e스포츠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마일게이트가 태창 스튜디오에서 '크로스파이어' CFS 2019 그랜드 파이널 조별예선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전 세계 직원 수는 1,000명 이상입니다.

VSPN 코리아는 2018년 설립 이후, e스포츠 제작과 그래픽 디자인, 예능 제작에 있어서도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론 PMSC 두바이, PAI 마카오, KPL, KCC, 방송 프로그램인 JTBC 예능 꽃밭에서, CJ E&M 인싸그램, 대도박스, 참지말고 로킥 등이 있죠.



▲ VSPN이 제작한 KPL(왕자영요) 결승전 모습

- e스포츠 업계에서는 '김기호 PD가 돌아왔다'고들 얘기합니다. 다만, 모를 수 있는 독자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려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3년간 OGN(과거 온게임넷) 제작 프로듀서로 e스포츠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서든어택과 크로스파이어 리그를 주로 맡았었죠. 초기 '롤챔스'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중국 e스포츠 제작사인 PLU과 NEOTV에서 총감독 및 부사장 자리를 맡았고, 2018년부터는 VSPN 한국 법인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VSPN 규모에 비해 그동안 한국 e스포츠 사업 전개는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우선 시청자들과 고객사에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VSPN만의 뚜렷한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때문에 설립 이후에는 VSPN 코리아 회사 내부 안정화와 역량 강화에 집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 고객사와 시청자에게 VSPN 코리아가 준비한 많은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e스포츠 경기장을 만드는 게 첫걸음입니다.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많은 파트너와 함께 한국 e스포츠의 발전과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더욱 고민하고 노력 중입니다.


- 서울시에 짓는 e스포츠 경기장이 궁금한데요. 만들게 된 배경과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시청자와 고객사에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려면 최소한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e스포츠 경기장이 있어야 한다고 여겼어요. 다만, e스포츠 경기장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건 회사로서 큰 부담입니다. 많이 고민하던 중, 서울시와 협의 해 업무협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경기장은 접근성을 고려해 송파, 강남, 동대문 일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400석 정도로요. 선수와 시청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e스포츠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현재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스튜디오는 모든 게 빌트인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는 기존 스타리그 구조를 빼서 쓰고, 카트라이더를 할 때는 레이싱 게임에 맞는 기구를 빼서 쓰는 식이죠. 빌트인 때에는 아예 새로운 무대로 채울 수도 있고요.

이처럼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는 e스포츠 경기장을 만드는 게 제 욕심입니다. 과거 PD 시절부터 꼭 이루고 싶던 목표이기도 하고요.


- 처음에 VSPN 등장은 중국 거대 자본이 본격적으로 국내 e스포츠 산업에 유입되는 거로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국내 e스포츠 산업을 긴장시키는 '메기효과'일까요?
VSPN 코리아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수출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한국 기업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 거대 자본이 장악한다고 보기보다는, 한국 e스포츠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중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다양한 해외 자본이 한국 e스포츠 발전에 양과 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봅니다.

미국 자본이든 중국 자본이든, 저는 한국 e스포츠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는 곧 우리나라가 글로벌 e스포츠 자본이 몰리는 중심지라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단순히 좁은 시야로 '중국자본', '중국회사'라고만 보면 눈앞의 발전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요?






▲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e스포츠 산업

-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 우리는 작은 아이디어와 뛰어난 창의력으로 우리만의 e스포츠 문화를 만들어왔습니다. 우리가 갖추고 있는 짜임새 있는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국내에서 e스포츠 산업 전반에 대해 정부 지원과, 여러 대기업의 후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e스포츠 강화해 경쟁력을 높인다면,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도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리그가 처음 생겼을 때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돈이 많아서 스타리그를 만들 수 있던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는 돈이 있어야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들 해요. 우리는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해 창의적인 생각으로 독특한 e스포츠 문화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돈이 없다고 기가 죽어서 더이상 뭘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게 가장 안타까워요.

e스포츠 산업은 단순히 무대가 크고, 화려한 조명을 쓴다고 잘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만의 디테일한 차이로 더 앞서나갈 수 있어요. 우리의 노하우로 짜임새 있는 e스포츠 경기를 다시 만들고 싶습니다.



▲ "우리의 e스포츠를 만들고 싶다"

- e스포츠 사업은 게임 IP 홀더와의 연계가 중요합니다. 블리자드나 라이엇게임즈, 넥슨과 이야기는 잘 되나요?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협력을 통해 더 만족스럽고 퀄리티가 높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e스포츠 시장에서 IP 홀더와 콘텐츠 제작사의 역할은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VSPN 코리아는 IP 홀더의 목적과 방향을 명확하게 확인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기존 게임채널 사업자와 라이벌 관계가 될듯한데, VSPN 코리아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경쟁사보다는 협력사라 생각해요. 같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협력 관계를 만들고 싶어요. 기존 산업의 경쟁 구도를 벗어나 업계를 위해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VSPN 코리아는 업계 최고 수준 디자이너들과 예능, e스포츠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PD들로 구성됐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전략사업본부와 콘텐츠 제작 본부가 두 축을 이뤄 OAP, CG, ENT, e스포츠를 제작하고 있죠. 임직원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회사 분위기는 자유롭고 늘 유쾌해요. 젊은 분위기의 능동적이고 열정적인 구성원이 VSPN 코리아의 최고 경쟁력이라 생각합니다.


- 앞으로 VSPN 코리아는 한국 e스포츠 산업에 어떤 역할을 할까요?
한국 e스포츠 시장의 잠재력을 믿고 확신합니다. 잠재된 시장의 성장력을 증가시켜 또다시 끓어오를 한국 e스포츠의 전성기와 전체적인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관객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드리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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