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11% 김강안 대표 "목표는 매출 3천억 원, 랜덤 다이스의 인기 이어가겠다"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24개 |



게임의 재미를 재단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는 재단하기 쉽다. 판매량, 매출이라는 정량적 척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한정한다면 매출 10위권에 위치하면 성공한 거로 보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오르는 건 아니다. 대형 게임사부터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 게임사들이 10위권에 오르기 위해 매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예 '랜덤 다이스'의 존재는 여러모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알 법한 대형 게임사도 아니다. 기존의 게임들은 하이퍼 캐쥬얼이라고 일컬어지는 심플한 게임들이 대부분이었다. '랜덤 다이스'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캐쥬얼한 랜덤 디펜스 장르. 이게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랜덤 다이스'는 오래도록 10위권에 자리하며 지금도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도대체 그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2017년 첫 인터뷰를 한 지 꼭 3년이 지난 이때, 다시금 111%를 찾아가봤다.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두 개의 자회사가 설립됐고 양을 앞세우던 전과 달리 이제는 질을 추구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은 게 있다면 김강안 대표의 포부 정도. 많은 게 바뀌었지만 자신만만한 모습은 여전했다. 중소 게임사로서는 흔치 않은 성과를 낸 111%다. 과연 김강안 대표는 이러한 성과 너머에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 111% 김강안 대표, 박진욱 CTO


Q. '랜덤 다이스'는 18일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순위 10위에 자리하고 있다. 대형 게임사도 10위에 오르기 힘든데,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강안 대표 : 솔직히 딱 이거다 싶은 원동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론적일 수도 있으나 어느 특정 요소가 인기를 끈 게 아닌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서 이처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더 오래 즐기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빠져들기 마련이다. '랜덤 다이스'는 대전 위주의 게임인 만큼, 그러다 보면 이기고 싶은 마음에 과금하는 경우도 많다. 그 덕분에 지금의 성과를 낸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까 주변에서 그런 얘기도 하더라. 요즘은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 많은데 매출 60위 안에 이런 캐릭터가 아닌 게임은 '랜덤 다이스'밖에 없을 거라고. 근데 생각해보면 이런 것도 반전 매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미소녀 캐릭터를 안 쓴 게 개성이 됐달까.

물론,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얻어걸린 케이스는 아니다. 내부에서도 '랜덤 다이스'를 개발하면서 랜덤 타워 디펜스라는 장르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대전이라는 핵심 재미를 결코 놓치지 않으면서도 111%의 강점인 캐쥬얼함을 유지하고자 했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전 게임이 된 것 같다.

박진욱 CTO : 개발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게임의 룰 자체가 심플하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 월메이드 게임들을 보면 그런 경우가 있다. 너무 시스템이 방대해서 복잡하게 다가오는 경우인데, 우리는 그런 부분에서 장벽을 한껏 낮췄다. 여기에 주사위를 수집하는 요소도 알게 모르게 인기를 끌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 같다.


Q. 이미 많은 유저가 즐기고 있는 게임이지만, 어떤 게임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김강안 : 예전에 랜덤 타워 디펜스 장르의 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이걸 좀 더 심플하게 만든 게 '랜덤 다이스'다. 지금은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최초로 서버를 쓴 게임이어서 모험이기도 했다. 다행히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과 대전 요소가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전작들은 글로벌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경우가 많았는데 '랜덤 다이스'는 어떤가.

김강안 : 나쁘지 않다. 대만,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에서 10위권에 자리했으며, 일본에서는 순위권은 아니지만 인스톨 대비 매출이 잘 나오고 있다. 3월부터는 마케팅에 좀 더 힘써서 미국, 일본에서도 매출 순위권에 오르도록 할 생각이다.


Q. 국내 매출이 큰 것 같다. 개발할 때부터 예상한 반응인가.

김강안 : 예상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전작들과 달리 '랜덤 다이스'의 주요 시장으로 국내를 신경 쓴 건 사실이다. 리뷰나 피드백 같은 게 워낙 칼 같지 않나. 대전 요소가 있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서 유저들의 의견이 중요해서 많이 신경 썼다. 여기에 바이럴이나 마케팅이 워낙 잘되서 국내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 마케팅을 하기 전에는 50위권이었는데 마케팅을 하니까 단숨에 올라서 우리도 놀랐다.

국내 시장은 이제 어느 정도 다져졌으니 다음은 미국과 일본이다. 두 달 뒤에는 국내에서의 매출이 나올 수 있도록 마케팅에 신경 쓸 생각이다.

한편, 이번에 좋은 성과를 낸 만큼, 앞으로는 국내 시장에 먼저 선보이고 해외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 같다.

박진욱 : 국내 유저들의 피드백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원체 분석력이 뛰어나다고 생각은 했는데, 어떨 때는 개발자도 놀랄 정도의 피드백을 보내준다. 덕분에 게임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



▲ 18일 기준, 매출 순위 10위에 자리하고 있다


Q. 타워를 주사위로 표현한 게 흥미로웠다. 요즘은 미소녀 캐릭터와 접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주사위였나?

김강안 : 랜덤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때 떠오른 게 주사위였다. 그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로는 워낙 심플한 걸 좋아해서 캐릭터를 넣기보다 도형으로 만드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성장을 주사위 눈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직관적이기도 했다. 여기에 캐릭터로 했다면 성장할 때 캐릭터가 커지거나 갑옷이 더 화려해지는 등의 요소가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면 게임의 핵심 재미보다는 아트에 더 집중해야 해서 캐릭터를 쓴다는 생각은 과감히 접었다.

박진욱 : 한편, 아트에 집중하기보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랜덤 다이스'가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Q. 매치 메이킹 문제일 수도 있는데 전설 주사위를 뽑았거나 고레벨 주사위를 가진 유저와 매칭이 곧잘 돼서 공정해 보이진 않았다.

박진욱 : 기본적으로 같은 랭크의 유저끼리 매칭이 되도록 하고 있는데 시작하자마자 과금을 해서 어느 정도 덱을 갖춘 상태인 유저가 많아서 그런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다. 가능하다면 전설 주사위와 일반 주사위 간의 밸런스 격차가 크지 않도록 할 생각이지만, 사실 굉장히 어렵다. 전설 주사위인 만큼, 일반 주사위보다는 좋아야 하지 않나. 어떻게 보면 끝이 없는 작업이지만, 최대한 유저들이 불만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김강안 : 가장 좋은 건 일반 주사위도 업그레이드에 따라선 전설 주사위를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거지만, 전설 주사위를 가진 유저들의 만족도도 어느 정도는 지켜줘야 하기에 어려운 문제다.


Q. 캐쥬얼한 게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한 것 같다. 진형이라고 해야 할까. 어디에 배치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김강안 : 배치도 랜덤이라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주사위 중에는 배치에도 영향을 끼치는 게 있다. 라인 쪽에 있는 게 더 좋은 주사위도 있고 연결되면 더 강력해지는 주사위도 있다. 이런 주사위들은 합성을 통해서 위치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부터 주사위의 배치까지 신경 쓰게 하면 복잡해질 거로 생각해서 이런 부분은 유저들이 주사위를 뽑고 합성하고 강화하는데 익숙해진 이후에 하도록 했다. '랜덤 다이스'의 전략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초반에는 랜덤하게 뽑는 재미를 추구한다면 후반부에는 배치에 따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 합성을 통해서 주사위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Q. 1:1 대전, 협동 모드 말고 다른 모드가 추가되도 괜찮을 것 같은데 혹시 구상 중인 모드가 있나.

김강안 : 기획은 계속 하고 있는데 아직 확정된 건 없다.


Q. 2017년 인터뷰한 후 3년이 지났다. 당시에 퍼블리싱 전문 회사와 미들코어 게임 개발 자회사를 설립했다고 했는데 그간의 성과에 대해 듣고 싶다.

김강안 : 111%, Zzoo, 0.1% 합쳐서 작년까지 연 매출 130억 정도 됐고 Zzoo랑 0.1%만 떼어놓고 봐도 10억에서 20억 정도의 연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아, 그런데 방향성은 좀 바뀌었다. 원래는 111%가 미들코어 게임을 개발하고 Zzoo는 미니 게임 퍼블리싱을, 0.1%에선 하이퍼 캐쥬얼 게임을 개발하려고 했는데 변화가 있었다.

111%가 미들코어 게임을 개발하는 건 여전하지만 Zzoo는 퍼블리싱에서 여성 유저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사가 됐으며, 0.1%는 웹툰 등 캐릭터 사업을 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Q. 2017년 당시에 25개의 게임을 서비스했었는데 지금 보니 상당히 줄어들었다.

김강안 : 지금까지 111%, Zzoo, 0.1% 합쳐서 150개 정도의 게임을 만들었는데 성과가 좋은 게임도 있었고 안 좋은 게임도 있었다. 지금까지의 사업 방향성은 이렇게 여러 게임을 만들고 크로스 마케팅을 하는 거였는데 안 좋은 게임도 있다 보니 중간에 유저가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리고 150개 정도 되다 보니 최신 SDK가 나오면 모든 게임을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애로사항이 있어서 상당수의 게임을 내렸다.

그러다가 최근에 '랜덤 다이스'가 꽤 좋은 매출을 내는 걸 보고 다시 매출이 안 좋은 게임들을 대부분 내려서 지금에 이르렀다. 예전 게임이라면 '비비탄' 정도만 남았는데 아마 이것도 올해 상반기에는 신규 게임을 출시하면 내리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다양한 캐쥬얼 게임을 낸다는 게 111%의 이미지였다면 앞으로는 오래 라이브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갖춰나가려고 하고 있다.


Q. 과거 인터뷰에서 '작게 시작하고, 작게 성공하라'고 했는데 포부가 커진 것 같다.

김강안 : 작게의 기준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100만 원을 들여서 게임을 개발했다면 이제는 1,000만 원을 들인달까. 하지만 여전히 작게 시작하고 작게 성공해야 한다는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게임을 만들어도 111%는 여전히 직원이 적다. 그리고 '랜덤 다이스'역시 엄청나게 투자한 게임이 아니었음에도 성공했다. 이런 면에서 그때의 초심을 계속 관철할 생각이다.





▲ 111%는 조만간 '미니언즈 리그', '크레이지 콜로세움' 2종의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다


Q. 111%의 목표는 뭔가.

김강안 : 정량적 목표와 정성적 목표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정량적 목표로는 올해 매출 3천억을 돌파하는 게 목표다. '랜덤 다이스'가 현재 일 매출 5억 원 정도이며, 월 매출은 150억 원을 넘어서는 수준에까지 왔다. 여기에 3월부터 신규 게임들도 나오는 만큼, '랜덤 다이스'의 매출과 합하면 올해 매출 3천억도 가능할 거라고 내부적으로도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올 초에 올해 목표는 3천억이라고 했을 때 말도 안 된다는 분위기였는데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보고는 모두 더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하고 있다. 물론, 이만큼의 매출을 낼 수 있도록 직원들도 더 뽑을 생각이다. 현재 자회사를 모두 합해서 37명이 재직 중인데 3월부터 바로 공고를 내서 올해 안에는 배로 늘릴 계획이다. 지금은 개발팀 상당수가 '랜덤 다이스'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CS, QA, 운영 등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직원들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모든 보직에서 채용할 생각이니 혹시 우리와 함께할 분들이 있다면 많은 관심 바란다.

한편, 정성적 목표로는 '랜덤 다이스'같은 오래갈 수 있는 게임을 더 만드는 게 목표다. 비단 '랜덤 다이스'만이 아닌, 주사위를 보면 바로 다이스 IP가 떠오를 수 있는 그런 게임들을 만들고 싶다. 그 결과 3년 내로 글로벌에서 제일 좋은 성과를 내는, 슈퍼셀같은 글로벌 게임사가 되는 게 목표다.

박진욱 : 탄탄대로인 111%의 앞길을 더 탄탄하게 깔아서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그 길을 다질 생각이다. 매출 3천억이 어떻게 보면 허황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랜덤 다이스'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 6종이 대기 중인 만큼, 걱정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개발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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