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엑스컴2 이후 5년, 핵심 개발자가 말하는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6개 |



어느 날, 여러 종의 외계인들이 마치 짠 듯 한날 한시에 지구에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지구는 외계인들의 침략을 막아냈습니다. 리부트된 엑스컴 1편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에 의해서요.

하지만, 전쟁에서는 패배했고 지구는 '이더리얼', 이른바 엘더의 지휘하에 모인 외계인들의 손아귀에 넘어갔습니다. 1편에서 그리 열심히 싸웠지만 별 소용이 없었죠. 그래도 어쨌거나, 엑스컴2를 플레이한 사령관들은 고난 속에서 저항군을 규합해 엘더를 물리치고 지구의 자주독립을 이뤄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엑스컴 시리즈에 등장하는 적대 세력인 외계인들은 태반이 엘더의 사이오닉 네트워크 안에 있었고, 엑스컴2에서 혼쭐이 난 엘더가 다 죽거나 도망쳐버리자 지구에 남아있던 외계인 친구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대범하게도 수년 간 엘더의 앞잡이로 자신들을 억압해온 이 외계인 친구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외계인 또한 침략하러 온 마당에 목적이 사라져버린 상황이니 머쓱해하며 머리를 긁고는 인류와 협력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외계인과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인 '시티 31'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인들끼리만 모여 살아도 온갖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판에 외계인들과 공존해가는 과정이 순탄할리 없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온갖 사고가 터지고, 경찰이라는 공권력의 첨단에만 의존하기엔 힘이 부족합니다.

이제 딱히 할일이 없어진 외계인 전담 조직 엑스컴이 이때 나섰습니다. 도시 치안 유지와 불안 해소를 목적으로 외계인과 인간, 그리고 혼종까지 포함된 특수부대를 조직했죠. 2020년 4월 24일 스팀을 통해 출시된 엑스컴 시리즈의 최신작.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의 이야기입니다.



▲ 엑잘알 인정

장르와 시스템은 유지되었지만, 컨셉과 배경이 변한 만큼 전작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습니다. 이번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수석 디자이너인 '마크 나우타(Mark Nauta)'에게 키메라 스쿼드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 마크 나우타(Mark Nauta)

-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리드 디자이너
- 엑스컴2 디자이너
- 잘생겼음
- 사진 출처: 마크 나우타 트위터(@M_Nauta)



Q. 이렇게 이야길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히 본인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마크 나우타(Mark Nauta)이고, 키메라 스쿼드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습니다.


Q. 전작의 확장팩인 WOTC(선택된 자의 전쟁) 이후 3년이 지났습니다. 차기 넘버링을 기대할 만한 시기인데, 외전격 작품을 먼저 선보인 이유가 있나요?

먼저, 저희는 WOTC 출시 이후 추가로 게임 플레이 요소를 다듬고자 했어요. 기존의 시스템에서 여러 변화를 주었고, 키메라 스쿼드에 그런 시도들이 많이 녹아들어 있죠. 각 캐릭터의 배경과 개성을 강화하고, 턴 간격을 추가한다거나 돌격 모드를 추가하는 식으로요.

엑스컴2 및 확장팩의 전반적 밸런스는 손대지 않은 상황에서,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독립 게임으로 준비된 것이 키메라 스쿼드입니다.



▲ 전작이 '전쟁'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특수 작전'의 느낌


Q. 전작들의 경우 병사의 배경과 캐릭터성을 게이머가 직접 부여할 수 있었어요. 다소 귀찮은 부분이기도 했지만, 덕분에 게이머는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죠. 이번 작품에서 미리 준비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유가 있나요?

전작의 확장팩인 WOTC에서 우리는 이미 특정 인물을 게임 내에서 활용한 바가 있어요. '엘레나 드라구노바'나 '프라탈 목스'같은 인물들이죠. 이들은 고유한 성격과 배경,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 인물들이 게임 내 내러티브에 굉장히 큰 몫을 했어요. 우리 또한 이런 방향이 바람직하다 느꼈죠.

독특한 성격과 배경을 가진 요원이라면 엑스컴 세계를 좀 더 세밀하게 전달할 수 있고, 세계의 깊은 곳까지 보여줄 수 있어요. 전장에서의 대화나 캐릭터 간의 케미를 통해 엑스컴2의 전쟁이 끝난 후 세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표현할 수도 있었죠.



▲ 매력적이었던 WOTC의 등장인물들


Q. 키메라 스쿼드는 엑스컴2가 마무리되고 5년이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 5년 간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시티 31이 왜 게임의 주 배경이 되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은 엘더의 지배하에 놓여 있더가 정신지배에서 벗어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그 외계인들과 긴 전쟁을 치른 끝에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저희는 하나의 세계에서 전쟁을 겪은 인간, 외계인, 그리고 이들에 의해 조작된 하이브리드가 모든 것이 다 끝난 시점에서 이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연출했습니다. 키메라 스쿼드의 요원들이 서로 다른 종족으로 이뤄진 이유는 도시 내면의 갈등을 여러 시점에서 풀어내고자 함이죠.



▲ 얘들이 이렇게 팔자좋게 대화를 나눌지는 상상도 못했는데

전작들은 거대한 공간적 배경을 무대로 하는 거시적 시점의 작전을 주로 다뤘습니다만, 키메라 스쿼드는 세계의 작은 부분,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르는 미시적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보다 좁은 공간에서, 디테일하게 세계를 경험하는 것 또한 시티 31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 중 하나죠.

시티 31은 인간과 외계인의 공존이라는 이상적인 미래를 대변하지만, 실은 살얼음 위의 평형 상태에 가깝습니다. 도시에 혼돈을 불러올 수 있는 지하 조직으로 인해 언제든 평화가 깨질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죠.



▲ 폭풍전야의 도시 시티 31


Q. 2012년에 엑스컴 시리즈가 리부트되면서, 서사적 요소가 강화되고 많은 인물이 등장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존 브래포드'나 '릴리 셴'과 같은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

아마 팬 분들이라면, 익숙한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Q. 엑스컴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전작의 주인공인 '사령관'의 정체인데, 이번 작품에서 이와 관련된 힌트를 찾을 수 있을까요?

사령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플레이어들의 상상에 맡겨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키메라 스쿼드를 구성하는 11인의 요원들이 주인공이니 말이죠.


Q. 전투 시스템에서 큰 변화가 있었어요. 팀 별로 턴을 진행하지 않고, 캐릭터마다 독립된 턴 순서를 부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전투 상황의 변수를 더 만들고 싶었어요. 전작의 경우 팀이 가진 공격 옵션을 그 턴 내에 다 활용하기만 하면 되었죠. 하지만 이번 작품은 요원마다 별도의 턴 순서를 지니고, 요원들의 능력도 모두 다릅니다. 당연히, 게이머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많이 벌어지죠. 한 턴 만에 적을 스윕하고 피해 없이 다음 전투에 돌입하기도 전보다 어려울 거고요.

때문에 게이머들은 더 많은 도전적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세 턴을 기다리면 지금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만, 그 사이 적의 행동이 남아 있을 때. 3번의 턴을 기다릴 것인지, 혹은 앞선 턴에서 임기응변을 발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죠.



▲ 사실 바이퍼를 다시 보는것만으로도 좋다


Q. 전작의 경우, 심각한 부상을 입은 요원들은 긴 치료 시간이 필요했고, 때문에 백업 요원들의 육성이 필수였습니다. 이번 작품은 요원이 11인뿐인데, 부상이 누적되어 과반수 이상이 이탈할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중상을 입은 요원은 '흉터(Scar)'가 쌓입니다. 흉터가 생긴 요원은 스쿼드에서 이탈해 이를 치료하는 훈련을 받아야 하죠. 당연히, 플레이하다 보면 어쩔수 없이 비효율적인 요원을 내보내거나 위험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만에 하나 요원이 부족할 경우 안드로이드 제조 능력을 잠금 해제한 후 비상시에 대체 투입할 안드로이드 병사를 최대 둘까지 투입할 수 있지요.


Q. 전작들은 지구 전역을 무대로 삼았고, 굉장히 강력한 매니지먼트 요소를 자랑했습니다. 이번 작품의 배경은 도시 하나에 국한되는데, 키메라 스쿼드의 매니지먼트 요소를 설명해줄 수 있나요?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키메라 스쿼드 또한 다양한 본부 활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나 기술자를 동원하는 것과 달리 요원 하나를 관리 감독으로 전담해야 하고, 때문에 요원이 일종의 관리 자원이기도 하죠. 전투나 임무의 성격에 따라 어떤 요원을 배치할 지, 첩보나 무기 관리를 어떤 요원에게 시켜야 할 지 늘 고민해야 합니다.



▲ 생각보다 바쁜 본부 생활


Q. 이번 작품에서 순수 외계인 요원들의 종족 구성은 섹토이드와 바이퍼, 뮤톤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안드로메돈이나 아르콘도 추후 등장할 수 있을까요?

아직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Q. 전작들은 샌드박스에 가까운 구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 덕분에 게이머들은 수백 시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가 되리라 생각하시나요?

키메라 스쿼드는 단독 게임이며, 기존의 엑스컴 시리즈와는 비슷하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한 번 플레이를 완료하는데는 20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나, 캠페인 진행에서 여러 분기가 있고, 요원 구성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번 플레이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봅니다.





Q. 엑스컴2가 고평가받은 이유 중 하나는 스팀 워크샵의 유저 제작 모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유저 제작 모드를 지원하나요?

물론입니다. 게이머가 직접 원하는 적이나 캐릭터, 맵 등을 제작해볼 수 있습니다.


Q. 한국 내에서 수많은 엑스컴 팬들이 존재합니다. 게임을 기다렸던 한국의 팬들에게 한 마디 남겨줄 수 있나요?

언제나 엑스컴 시리즈를 사랑해주신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키메라 스쿼드를 선보이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즐겁게 게임을 플레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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