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게더' 박찬제 대표, 크리에이터와 시청자를 잇다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17개 |
'트게더'는 트위치 대표 커뮤니티다. 트위치에서 방송하는 크리에이터들은 트게더를 통해 시청자들과의 공간을 갖는다. 이 공간에서 방송 중 명장면, 웃긴 모습 등이 공유되고 피드백도 서로 주고받는다. 크리에이터가 생방송 카메라를 끄더라도, 트게더 안에서 계속해 노는 셈이다.

5일 트게더를 만든 EJN 박찬제 대표를 만났다. 어릴 적 인터넷방송을 틀어놓고 게임을 개발하던 한 프로그래머는 어느샌가 젊은 창업자가 됐다. 왜 트게더를 만들었고,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 EJN 박찬제 대표

'트게더'는 익숙하지만, 'EJN'이란 회사 이름은 다소 낯설다.

= 1인 미디어와 아마추어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가 대세다. 트위치나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고 있다. EJN은 1인 미디어와 크리에이터들이 방송에서 나온 재밌는 콘텐츠들을 쉽게 시청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수익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회사다. 대표적으론 '트게더'가 있고 후원 및 오버레이 플랫폼 '트윕', e스포츠 플랫폼 '배틀독'을 함께 서비스 중이다. 그밖에 라이브 스트리밍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EJN이 공유하고자 하는 콘텐츠란 무엇인지.

= 콘텐츠를 만드는 거 자체는 크리에이터가 할 일이다. LCK나 인벤 '자낳대'처럼 퀄리티 있는 대회도 있지만, 크리에이터들이 시청자들과 함께 만드는 대회나 BJ끼리 만드는 대회도 있을 수 있다. 시청자 참여형 대회를 준비하는 크리에이터가 하는 얘기가 "꾸준히 하기 어렵고, 돈도 없어서 만드는 데 어렵다'는 것이다.

EJN은 크리에이터가 보다 쉽게 방송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일례로 '배틀독'은 크리에이터가 e스포츠 콘텐츠를 돈과 노하우 없이 의지만 있다면 열 수 있도록 한다. 또 방송 중에 재미난 부분은 핫클립으로 쉽게 공유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와 시청자가 콘텐츠로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현재 EJN이 무엇을 서비스하는지 정리를 해본다면.

= 트윕은 트위치 TV에서 서비스하는 오버레이 후원 플랫폼이다. 과거 트위치는 크리에이터에게 후원하는 방식이 다소 번거로웠다. 트윕은 낮은 수수료로 크리에이터에게 안정적인 후원을 할 수 있다. 또한 후원을 통해 방송에 직접 시청자가 메시지를 넣을 수 있는데, 더욱 다양한 효과로 방송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트게더는 크리에이터 중심 시청자 커뮤니티다.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소통과 함께, 크리에이터를 주제로 시청자들끼리 이야기를 한다.

배틀독은 풀뿌리 e스포츠 플랫폼이고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했듯이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를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 EJN 개발실 모습



▲ 다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한데.

= 어릴 때부터 인터넷방송에 관심이 많았다. TV 방송은 PD가 콘텐츠를 선택해 단방향으로 보내지 않나? 그러나 인터넷방송은 크리에이터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콘텐츠도 양방향으로 생산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피드백도 즉각 이루어지다 보니 시청자들이 소속감과 유대감을 갖는다는 게 좋았다. 이런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비즈니스적으로 확장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해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시작했다.

크리에이터들 중에는 방송은 잘하지만 컴퓨터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기술적인 부담은 덜고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트게더, 트윕, 배틀독을 만들게 됐다.


창업 초기 이야기를 듣고 싶다.

= 혹시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집에 계실 때 '6시 내 고향'과 같은 방송을 보지 않더라도 틀고 있지 않았었나? 화이트노이즈 개념처럼 그냥 켜두는 거다. 나도 웹게임 개발 공부를 하면서 항상 인터넷방송 등을 틀어놨었다. 그렇게 인터넷방송과는 친숙하게 지냈고, 2015년 9월쯤 트위치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많은 크리에이터가 넘어갔다.

트위치가 기존 인터넷방송 플랫폼과 달랐던 점은 서드 파티에 대한 개방성이다. 트위치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을 갖고서 내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트게더를 시작했고, 좋은 반응을 얻어 트위치코리아와 협업하게 됐다.

트위치 초기에는 페이팔로 후원할 수 있었는데, 국내 결제가 막히면서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웹게임 개발 시절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이 있어 도네이션 시스템도 금방 만들겠구나 싶었다. 2016년 2월에 트윕을 만들었고, 당시에는 트위치 자체에 크리에이터나 시청자가 많지는 않았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사건이 생기면서 트위치에 크리에이터나 시청자 파이가 커졌다. 트위치가 성장하면서 EJN도 성장했다. 지금도 트위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라이브 인터랙티브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었나?

= 취미로 웹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했었다. 돈 벌 생각은 없었는데, 어쨌든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더라. 웹게임을 서비스하던 중에 모인 유저들과 헤어지긴 싫어서 어떨결에 사업자 신청을 하고 게임배급업도 등록했었다. 그때가 2014년쯤이었다. 게임사일 때는 직원이 8명인 작은 회사였다. 그러다 게임 개발이 품이 너무 많이 드는 일어어서 고민이 많았다. 어떤 걸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트위치라는 블루오션을 발견해 뛰어들었다.



▲ EJN은 크리에이터와 시청자를 잇는 역할을 한다

현재 EJN 사업 현황을 소개해달라.

= 15년 12월 설립 이후 현재는 매일 25~30만 유저가 방문한다. 누적 게시물은 100만 개를 돌파했고, 댓글은 1,200만 개를 넘어섰다. 핫클립 페이지는 트게더 이용자가 매일 한 번씩은 본다. 지금까지 트게더는 핫클립이나 팬카페 성격이 강했다. 앞으로는 트게더 이용자가 핫클립을 통해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발견할 수 있도록 개편할 예정이다.

현재 직원은 총 23명이고, 개발자는 12명이다. 앞으로도 기술기반 회사로 만들고 싶어 개발자 채용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투자사로부터 5억 원 정도 투자를 받았다. 다른 투자사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어 후속 투자 유치도 준비 중이다. 자금 자체는 부족하지 않고 만들고 싶은 게 많아 문제없이 다음 스텝을 준비 중이다.


기술기반 회사를 희망한다는 게 인상적이다.

= EJN은 풀뿌리 e스포츠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형게임사, 인디 스튜디오가 적은 기회비용으로 e스포츠를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방송사 위주로 대형 IP를 가지고서만 e스포츠가 진행된다. 그리고 많은 선수와 관중이 들어설 수 있는 현장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소규모 그룹이 작은 e스포츠 대회를 열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하면, 전체 e스포츠가 크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 - 인비테이셔널'을 크리에이터 주도로 만든 건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대회를 쉽게 열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중소게임사가 처음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둔 게임을 개발할 수도 있겠다.

크게는 블리자드나 라이엇, 펍지가 e스포츠를 진행할 때 필요한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대형게임사와 중소게임사 모두 사용할 수 있는 e스포츠 기술을 만들고 싶다.


현장 스튜디오 없는 e스포츠 대회 기술을 위해선 핵방지가 필수일 텐데.

= 핵방지는 게임 클라이언트에서 직접 해야하는 보안 솔루션이기에 서드 파티 개발사인 EJN이 하기는 힘들다. 당장 시도할 수는 없지만, 염두에 두고 있다. 질문처럼 풀뿌리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수가 안심하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중요한 건 연결이다. 주최 측과 선수, 선수와 선수 간 연결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외에도 옵저빙이나 화면 연출, 수익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차근차근 해낼 계획이다.

모바일 e스포츠를 위해서도 게임 내 카페 바로가기 버튼처럼 쉽게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SDK 개발도 희망하고 있다. 어려운 것을 간단하게, 비용 부담 없이 e스포츠를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 "최소한의 장비로도 e스포츠 대회를 열 수 있도록"

인공지능 개발사와 협업을 발표했다.

= 시청자 취향이 파편화되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게 됐다. 트위치에는 게임을 중심으로 먹방, 채팅 등 다양한 방송이 있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시청자 취향에 맞는 방송을 추천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콘텐츠를 방송하지만 시청자 수가 적은 크리에이터에게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


EJN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

= 트윕 수입이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기업으로부터 광고를 받을 수 있도록 대행하는 업무도 한다. 그 외에는 크리에이터 관련 굿즈 등을 기획하고 판매한다. 최근에는 '앰비션' 선수 후드티를 제작했다. 현재는 다양한 수익화 모델을 시험하는 단계다.


EJN은 크리에이터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유저가 재밌게 노는 판을 잘 깔아주는 거 같다.

= 커뮤니티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유저가 불편함을 느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크리에이터들에게 트게더 게시판을 관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드렸었다. 아무래도 트게더는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다 보니 악성 루머나 악플 등에 크리에이터가 시달릴 수 있어서다. 그러나 크리에이터 대부분이 일반인이다 보니 미숙한 관리로 인해 시청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최근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해 EJN이 인력을 늘려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성 루머와 악플을 재빠르게 대응하고, 유저가 불편해하는 걸 미리 파악해 조치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유저들에게 드러나지 않으려 한다. 이런 관리를 잘해야 커뮤니티가 건강하고 오래갈 수 있을 거 같다.


트위치 국내 커뮤니티로는 자리 잡았다. 해외 진출도 생각하나?

= 북미나 유럽은 크리에이터와 e스포츠 시청 시장이 상대적으로 발전된 편이다. 아시아 쪽도 5G 통신 기술 발전으로 보는 게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쪽은 발전하는 과정이다 보니, 수익화나 콘텐츠 생산까지 품어주는 기술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해서 일단 아시아 족에 EJN의 솔루션을 먼저 확장해볼 생각이다. 또한 꼭 트윕, 트게더, 배틀독어 아니더라도 그 나라 시장에 맞게 서비스를 현지화해서 출시해볼 생각도 갖고 있다.

지금은 일본 시장을 보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닌텐도나 소니와 같이 오리지널 IP 회사가 많다. 게임사나 e스포츠 시장과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 "일본 인터넷방송 시장으로 진출을 계획"

대표 서비스인 '트게더'에 운영 변화가 있을까?

= 냉정하게 말해 크리에이터 시장은 적자생존이다. 크리에이터 각자의 방식이 시청자와 잘 맞으면 오랫동안 성장할 것이고, 아쉬운 이미지는 도태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크리에이터들에게 자율권을 준다. 어떻게 관리할지는 크리에이터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칼은 쓰기에 따라 흉기가 되고 도구가 된다. 결과를 감당하는 건 크리에이터 본인 몫이다.

시청자에게는 최대한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방송을 찾을 수 있도록 추천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다. 앞서 말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파편화된 취향, 장르를 취대한 반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겠다.


준비하고 있는 추가 서비스가 있다면?

= 궁극적으로는 크리에이터들의 수익화다. 트윕은 시청자가 쉽고 재밌게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트윕 기업형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기업 마케팅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활용한 마케팅은 정체됐다. 이유를 들어보니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마케팅 효과를 기업이 체감하지 못하더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기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기업이 명확한 데이터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확인할 수 있으면 크리에이터들에게 도움이 되고 라이브 스트리밍 파이도 더 커질 거라고 본다. 내년부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트윕이 B2C 모델이면 차기 서비스는 B2B 모델 같다.

= B2B 서비스를 도입하더라도 중요한 건 시청자가 재밌어야 한다. 크리에이터들에게 도움이 되더라도 시청자에게 의미 있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즉, 게이미피케이션이다. 보상을 어떻게 풀 것인지가 과제다. 해결한다면 게임, 뷰티, 의류, 음식 등 다앙햔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재밌는 방송이란 뭘까.

= 인터넷 방송 핵심은 시청자가 PD도 될 수 있다는 거다.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오간다. 시청자가 액션을 취했을 때 크리에이터가 반응하고, 이러한 피드백을 통해 방송이 진행된다. 소통을 더 재밌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EJN의 서비스이기도 하다.



▲ "크리에이터가 더 재밌는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내년 계획은 어떻게 되나.

= 위에서 말한 B2B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게 첫 번째이고, 일본 쪽으로 확장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 현재 일본 인터넷방송 시장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처음 태동할 때 분위기와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트윕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도입했을 때가 생각난다. 일본은 내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덩달아 e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더라.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기관에서 서로 협력하다 보니, 인터넷방송 시장도 커지고 있었다.

다만, 일본은 인터넷방송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EJN이 일본 인터넷방송에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을 거 같고, 확장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일본 시장에 발을 막 디딘 정도다.

더불어 동남아 인터넷방송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빠르게 성장한다는 느낌이다. 특히 태국은 e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배틀그라운드는 한국보다 많이 보는 거 같았다. 최종적으론 역시 중국 인터넷방송 시장 진출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나.

= 추구하는 건 뒷단이다. 크리에이터나 e스포츠의 뒷단을 만드는 게 EJN의 목표다. 시장이 크기 위해서는 돈이 돌아야 한다. 돈은 시청자 후원에서 나올 수 있고 기업 마케팅에서 나올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돈이 도는 게 너무 서툴렀다. 확장성이 있지 않았고, 인터넷방송 화제성에 비해 설익은 감이 있다. 그래서인지 안타까운 일도 발생하는 거 같다.

시장을 성숙하게 만들고 확장되게 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 기술을 만들어 시장의 잠재력을 이끌고 싶다. 그 과정에 EJN이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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