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형 PvP로 돌아온 핀콘, "과거에 안주해 사골만 우릴 순 없으니까"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12개 |


지금은 시장의 중심에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핀콘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역사를 논할 때 한 페이지 이상 언급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들이 2013년 2월 출시한 '헬로히어로'는 시스템에서 모바일 RPG의 표준이 됐고, 전세계 1700만 유저를 끌어모으며 흥행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후 '세븐나이츠'를 비롯한 숱한 작품들이 제 2의 '헬로히어로'를 목표로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몇 작품은 지금도 매출 순위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3월 11일 출시된 '헬로히어로: 올스타즈 아이들 리그'는 핀콘이 가장 자신있는 장르에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요소들을 대폭 덜어낸 작품이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주류 분위기를 형성한 '방치형' 시스템을 적용했고 PvE가 아닌 PvP를 강조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핀콘 유충길 대표는 "과거의 성공에 기대어 사골처럼 계속 똑같은 게임만 만들고 싶진 않다"고 그들의 방향성을 정의했다. 이번 신작이 그들의 도전 정신만큼이나 빛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보자.



▲ 핀콘 유충길 대표





최근 코로나19 이슈로 수많은 게임사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핀콘도 마찬가지라 들었는데, 재택근무 상황에서 개발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게임 오픈을 앞두고 마침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서 직원들이 내심 대표(PD)가 안 나오길 바란다고 살짝 전해 들었다. 할 수 없이 다른 업체들보다 좀 더 빨리 전사 재택 근무를 시행했는데, 걱정과 다르게 다들 너무나 책임감 있게 역할을 수행해줘서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다. 영구히 재택근무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웃음)


이번 신작 '헬로히어로: 올스타즈 아이들 리그'에 대한 설명부터 들어보고 싶다. 

게임의 목표는 좀 더 새로운 재미와 함께 바쁜 현대인들이 잠깐씩 즐길 수 있는 컨셉에서 시작됐다. 새롭다는 건 장르를 개척해야만 할 정도의 어려움이 따르는데, 기꺼이 모든 스텝들이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핀콘이 '헬로히어로'로 3D 수집형 RPG의 초석을 다진건 맞지만, 그렇다고 사골처럼 같은 게임을 계속 만들 순 없지 않나. 우리가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을 연구한 결과,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면서 PVP 리그 기반의 방치 게임으로 완성되었다.


신작을 방치형 기반으로 만든 배경은 무엇인가. 

사실 우리 스스로도 게임을 테스트하면서도 게임의 반복 행위가 너무 싫었다. 한국 유저들은 단순한 반복에 따른 결과를 얻는 것에 대해 해외 유저들보다 비교적 관대하다. 게임을 많이 해 온 유저들 사이에서는 'RPG는 원래 그런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오래된 프레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최근 게임들을 보면 확실히 RPG 장르에서도 유저들에게 불편을 주는 요소들을 많이 줄이고 있는 게 대세로 보인다.

우리는 이런 무의미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길 원했다. 재미있는 구간만 즐기면 되지 않나. 반복 구간도 없애고 자신이 도달한 리그 만큼의 자동 재화를 받는 구조. 언제든 접속해서 그간 쌓인 재화로 캐릭터들을 성장시키고 플레이하다가 언제든 게임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그러한 게임이 우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판단했기에 기존 '헬로히어로 에픽배틀' 역시 이런 요소들을 대부분 제거했다.





방치형 게임은 콘텐츠가 적을 경우, 유저가 '할 게 없어지는' 상황이 다른 장르보다 빠르게 온다. 그리고 이 때문에 서브 게임 그 이상의 위치를 넘보기 어렵다. '헬로히어로: 올스타즈 아이들 리그'는 어느정도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 

서브 게임이길 원한다. 에뮬레이터까지 돌리면서 즐기는 무거운 게임보단 화장실에서 잠깐 즐기고 언제든 끌 수 있는 즐거움이 우리의 목표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단순한 플레이를 지향하는 건 아니다. 무의미한 시간을 없애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게임 내 공략형 컨텐츠인 '블랙홀'이라던가,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공략의 여지를 남긴 '우주보스' 등의 컨텐츠만 봐도 저마다 유저들이 재화를 얻기 위해 가볍게 즐기든 더욱 높은 점수와 보상을 위해 도전하든 그건 유저들의 몫이다. 향후 토너먼트라던가 다양한 능력의 영웅들로 덱을 세팅해 리그를 즐기는 형태로 업데이트를 할 게획이다.


한국 런칭 버전은 먼저 출시된 글로벌 서비스 버전에서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수정이 들어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드백이 있었고,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들어보고 싶다. 

많은 것을 제공하고 더 많은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해외 사용자들의 경우 게임이 너무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인터페이스가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했다.

예를 들면 '우주보스'와 같은 컨텐츠는 보스의 공략을 위해 영웅 캐릭터 고유의 좌표를 활용해 타겟팅을 해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학습 과정이 해외 유저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지금도 최대한 쉽게 해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총 몇 종인지 궁금하다. 

현재 193종으로 오픈했다. 최대한 재미있게 조합이 가능하도록 연구 중이다. 다만 유저가 그 많은 캐릭터를 전부 육성할 필요는 없으며, 메인 덱의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조합만 하면 된다.


캐릭터가 많은 게임은 필연적으로 '활용도 낮은' 캐릭터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준비되어 있나.

활용도가 낮다던가 혹은 너무 많은 캐릭터의 육성을 필요로 하는 게 수집형 게임들의 태생적 어려움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앞서 말한 시스템을 추가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메인 덱인 5종의 영웅 성장에 집중하면 된다. 다른 영웅들은 기존 메인 덱의 능력을 그대로 가져오므로, 조합만 꾸리면 바로 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각 영웅들은 '인연' 버프에 활용된다. 이게 지속적으로 누적이 되면 버프 자체 등급이 높아지며, 필요 없는 영웅은 ‘영웅 귀환’을 통해 마일리지로 돌려받을 수 있는데, 이걸로 자신이 원하는 영웅을 획득 가능하다.

 
전투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려워보이는데, 개선 계획이 있나.
  
많은 피드백이 있을 것이고 편의적 요소나 재미를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업데이트할 것이다.



전작 '헬로히어로: 에픽배틀'과 마찬가지로 세로모드가 기본이다. 개인적으로 세로모드를 좋아하긴 하지만, 주류 모바일 게임들은 아직 대부분 가로모드인 게 사실이다. 핀콘에서 생각하는 세로모드의 장점과 가능성은?

모빌리티 기반의 편의성을 목표로 했다. 가로든 세로든 재미 있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모바일 기기에서 언제든 편하게 켜고 끌 수 있는 상태는 세로형이 아닐까 싶다.


최근 방치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집형 RPG나 기타 장르와 결합한 작품들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핀콘에서 바라보는 방치형 게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방치형 게임을 통해 불필요한 반복 행위를 최대한 없애고 싶었고, 방치형 게임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콘솔 게임과는 다르게 사용자들은 모바일 기기로 매우 다양한 일을 하며, 게임은 그 일부 중 하나다. RPG 장르에서 간편하게 보상을 주려면, 그냥 시간에 따라 쌓이는 보상을 주는 방법으로 최대한 유저를 편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IP 기반인 헬로히어로는 2013년 초에 출시됐고, 스마트폰 게임시장에 RPG 트렌드를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후속작들이 큰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유저들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졌는데, 당시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그때와 지금이 훌쩍 떨어져 있어 생각과 고민도 많다.(웃음) 일단 어떻게 재미를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만 할 뿐이다.


헬로히어로: 올스타즈 아이들 리그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주머니 속의 작은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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