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뿌요, 뇨끼, 환세취호전... '니이타니 마사미츠'

인터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42개 |
여러분은 '컴파일'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나요? 고전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뿌요뿌요', '환세취호전'과 같은 작품을 통해 한 번쯤 접해본 적이 있는 이름일 테지요. 컴파일은 지난 1982년에 한 명의 개발자가 설립한 게임 개발사로,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추억만 남은 이름이기도 합니다.

당시 홀로 컴파일을 설립하여 다양한 명작들을 만들어낸 개발자가 있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니이타니 마사미츠(仁井谷正充)씨의 이야기입니다. 올해로 일흔을 맞이했지만 '컴파일마루 주식회사'라는 신생 회사의 대표로서 여전히 신작 개발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있는 그는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뇨끼할배', '무사장님' 등의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MOOTV'를 개설하고 팬들과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는 한국 팬들을 위해 한국어 공부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꼭 서울에 방문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의 최근 근황, 그리고 그가 만들고 있는 차기작에 대한 소식까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습니다.



▲ 컴파일마루 니이타니 마사미츠 대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무사장님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을 국내 유저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 이름은 니이타니 마사미츠, 생년월일은 1950년 2월 10일입니다. 국립 히로시마 대학 이학부 물성학과를 중퇴한 뒤, 1982년에 주식회사 컴파일을 창립했고, 1983년부터 세가의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을 수탁하여 여러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슈팅 게임인 자낙(ZANAC), 디스크 스테이션 시리즈, 그리고 뿌요뿌요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한국에 컴파일 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어판 디스크 스테이션을 출시한 적도 있죠. 한국에서는 컴파일의 많은 작품 중 '환세취호전'이 크게 히트해서 팬클럽 회원이 만 명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컴파일의 뿌요뿌요 시리즈, 환세 시리즈는 지금도 한국 유저들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명작들이죠. 컴파일 창립 후 대표로 재임 중이던 시절의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 한국에 대한 추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한국에서 뿌요뿌요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에 한국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우승자가 일본까지 와서 일본 대회에 참가해주시기도 했었어요.



▲ 1997년, 뿌요뿌요 한국 대회 우승자에게 상을 수여하는 니이타니 마사미츠


무사장님의 최근 근황을 궁금해하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컴파일 도산 이후에 소식이 묘연하다가,최근엔 게임 개발사를 차려서 신작을 개발 중이시라고 들었는데요. 70세를 바라보는 시점에 다시 게임 개발에 도전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 컴파일 파산 후에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도 하고, 게임 제작 전문학원에서 C언어 강사로 일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뿌요뿌요가 해결하지 못했던 두 가지 과제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고 있었죠.

뿌요뿌요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문제 중 첫 번째는 '연쇄'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기술을 체득하기까지 적어도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초보자와 상급자가 게임을 하면 무조건 백이면 백 상급자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초보자가 더는 뿌요뿌요를 플레이하지 않게 되어버린다는 점이에요.

이러한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퍼즐게임 '뇨키뇨키'의 프로토타입이었어요. 이 프로토타입을 몇몇 유저들에게 플레이시켜본 결과, 뿌요뿌요가 가지고 있던 두개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죠.


첫 번째는 게임을 플레이한 그날에 바로 게임의 플레이 방법을 3살짜리 아기부터 90살의 할아버지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 두 번째는 누구나 자기만의 작전을 만들어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는 점, 세 번째는 완전히 초심자들로만 10명이 모였다고 해도 한 시간만 플레이하면 게임을 하는 사람도, 관객도 모두 함께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었죠. 초심자와 상급자가 거의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뒤, 뿌요뿌요를 발매하기 전에 느꼈던 "이건 절대로 팔린다"라는 감정 이상의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당시에 돈도, 게임을 판매할만한 특별한 전략도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회사를 만들어서 게임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미 늙을대로 늙어버린 몸이지만 이때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컴파일마루 주식회사'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 '컴파일마루 주식회사'의 대표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컴파일마루 주식회사 창립 후, 컴파일의 지적 재산권을 보유한 D4엔터프라이즈와 협력하여 '환세취호전2'를 만들어보겠다고 밝히시기도 했는데요. 이 계획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 D4엔터프라이즈와의 협력으로 '환세취호전2'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우선 '뇨키뇨키'의 스위치판을 발매하고 난 뒤에 고려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개발자금과 제작 능력이 될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뇨키뇨키 스위치판의 후속작으로 '라우스의 탑 대작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도 초기자금이 모일 때까지 일단 동결상태입니다.



▲ '환세취호전2' 개발 추진 계획은 현재 동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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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부터 일부 한국 게임 커뮤니티 유저들 사이에서 무사장님이 화제가 되었고, 현재까지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무사장님 본인은 한국 유저들이 이러한 관심을 보내는 데에 어떤 이유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 어떤 계기로 한국 유저들이 갑자기 저를 찾아주고, 좋아해 주게 되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적에 컴파일의 작품을 즐겨주셨던 한국의 팬들이 그때의 마음을 저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지금도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에 들어서며 개인 유튜브 채널인 'MooTV'를 개설하여 한국 유저들과도 꾸준히 소통을 이어가고 계시죠. 이렇게 별도의 개인 채널을 개설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MooTV'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된 계기는, 이전에 부하직원이었던 '뇨뇨'씨가 저를 돕고 싶다고 이야기해준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때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게 됐고, 별 반응이 없을지언정 매일 라이브 방송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세우게 됐죠. 아마 한국 유저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와주기 시작한 게 이때쯤일 거에요. 한국 유저들의 지속적인 지지 덕분에 올해 1월엔 유튜브 수익화 조건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MooTV를 통해서 앞으로 어떤 정보를 전달해 드리면 좋을지는 계속 고민하는 중인데요. 당장은 다양한 게임 플레이 실황을 중계하면서 게임 제작의 비법이라든지, 걱정 없이 편하게 살아가는 법 같은 것을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최근엔 게임 실황 중계를 보여주고 계시죠. 최근에 플레이한 게임 중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한 게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또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 중 기대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함께 소개 부탁합니다.

-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한 게임은, 역시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스카이림이네요. 발매 예정인 게임 중 기대하고 있는 게임은 특별히 없는데, 커뮤니티에서 많은 화제를 모으는 신작이 있다면 그 작품도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 스카이림에 이어, 최근엔 '동물의 숲' 방송을 진행 중인 니이타니 대표 (출처: 유튜브 MOOTV)


바둑에 대한 애정도 정말 깊으신 것 같은데, 무사장님이 바둑 방송을 시작하려 하면 한국 유저들이 질색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유튜브에 바둑 전용 페이지인 ‘MOOTVigo’를 따로 개설한 이유도 혹시 이것 때문인가요?

- 뭐, 바둑이야 1000년 이상 이어진 게임이니, 아무런 생각 없이 편하게 즐기기 위해 MOOTVigo를 개설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바둑은 아무말 없이 그냥 편하게 하고 싶어요.


가끔 방송을 통해 직접 요리를 만드시는 모습도 자주 보여주셨는데요.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도 소개해주세요.

- 음, 특기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요리는 없는데, 일단 마파두부라고 할까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아마도 어린 시절에 가장 맛있는 요리라고 생각했던 카레라이스입니다.





최근엔 한국 유저들과 소통하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계시죠.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요?

- 최근엔 방송에서 한국 유저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으니, 이 기회에 조금씩이라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공부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모음의 차이 부분이네요. 계속 듣고 있어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자음과 격음 같은 것이라던가. 뭐, 곧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니이타니 마사미츠 대표의 한국어 공부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보람있고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그리고 후회하는 일을 소개한다면?

-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제3회 뿌요뿌요 마스터 토너먼트가 개최되었던 당시가 아닐까 싶네요. 후회하는 순간은 역시 컴파일의 도산이고, 가장 좋았던 순간은 지금의 현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진행형입니다.



▲ "방송을 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순간이죠" (출처: 유튜브 MOOTV)


다양한 인생의 굴곡을 겪은 인생의 선배로서, 그리고 베테랑 게임 개발자로서 국적을 가릴 것 없이 젊은 게임 개발자들에게 ‘이것만큼은 명심하라’와 같은 조언을 해주신다면?

- 기본적으로는 내가 만든 게임을 구매한 사람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 계속 고민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떠올린 것 모두를 게임에 넣어 유저로 하여금 게임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만든 게임이라면 발매된 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색이 바래는 일 없이, 많은 이들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구독자 1만 명을 달성하면 서울에 방문하여 팬들과 미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었지만, '한국에 방문해서 이것만큼은 꼭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 만약 서울에 갈 수 있게 된다면 '뇨끼뇨끼' 대회를 개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뇨끼뇨끼 후속작과 '환세취호전2' 개발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이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 "앞으로도 응원 부탁합니다!" (출처: 유튜브 MOOTV)


끝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릴게요.

- 지금까지도 컴파일의 게임들을 재미있게 즐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괜찮다면 MooTV도 구독해주세요. 언젠가 구독자 수 10만 명을 넘겨서 한국 유저들이 그토록 요청했던 '환세취호전2'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기탄없는 의견을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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