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 "클래식으로서의 위상 되찾겠다"

인터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30개 |



얼마 전, 프린세스 메이커의 신작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깜짝 발표도 아니었고, 시리즈 신작 역시 처음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 디자드가 개발 중인 신작의 소식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많은 팬의 호응을 얻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신작의 딸이 다름 아닌 팬들에게는 아픈 손가락처럼 여겨지는 ‘카렌', 여기에 그 카렌이 조금씩 움직이는 인게임 아트워크가 함께 공개됐기 때문이다. 시리즈 특유의 그림체, 여기에 익숙한 캐릭터와 UI까지,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참을 수 없었다. 디자드에 바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만 눈치 없는 설 연휴가 중간에 끼여버려서, 2월 중순이 되어서야 김동현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디자드는 21년도에 설립된 회사다. 최근 CBT를 마치고 다음 스텝을 밟고 있는 PC, 콘솔 난투 액션 아수라장에 이어, 두 번째 프로젝트로 마찬가지 PC와 콘솔 패키지 게임인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도대체 이렇게 다른 장르의 게임을 동시에 개발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디자드가 선보일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은 과연 어떤 모습이고, 어떤 게임일까.



▲ 디자드 김동현 대표


프린세스 메이커 IP를 다음 작품으로 선택하기까지
Q. 아무래도 스타트업은 개발 노하우 등 때문에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을 선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아수라장과 프린세스 메이커,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이다. 이렇게 다른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 아수라장과 프린세스 메이커는 결이 다른 게임이다. 그래서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스타트업인 만큼 과감한 오리지널 IP를 개발해도 좋지만, 조금 유명한 IP를 통해 디자드 회사를 빨리 알릴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거기에 딱 적합한 IP였다.

처음에는 우연히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IP에 접근하게 됐는데, 회사 내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팬이 정말 많더라. 그 중 아트 분이 팬아트처럼 관련된 그림을 쓱 그렸는데, 이 그림이면 우리가 충분히 프린세스 메이커 다운 게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의 시간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시간을 들이고 집중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싶어서 제작을 마음먹었다. 그 아트 분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기회와 계기가 모두 맞아떨어졌달까. 좋은 기운이 모였다고 보면 될 것 같다.


Q. 개발팀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하다. 두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 두 번째 프로젝트가 필요하기는 했지만 서두르려고 한 건 아니다. 다만 IP에 접근할 수 있게 되다 보니, 두 번째 프로젝트를 조금 더 빨리 가동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D 게임은 인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10명 정도가 프린세스 메이커 팀이다. 남녀 가리지 않고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의 팬이라 즐겁게 개발하고 있다.


Q. 사실 그전 기사 댓글을 비롯해 유저 커뮤니티 등지에 동인팀에서 만들던 게임을 디자드가 이어 만드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더라. 이게 진짜인지 궁금하다. 관련해서 사실 체크를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 동인 게임을 만들던 분들과 저희는 연관이 없다. 그분들 역시 원작의 화풍을 재현하려 했는데, 화풍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흔한 일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아마 유저분들도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라는 추측을 했던 것 같다.

동인 팀의 시도 자체도 정말 오래됐더라. 카렌이 처음 등장한 지 몇십 년이 지났는데 그 시도 역시 십여 년이 됐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이렇게 긴 시간 잊히지 않는 카렌이라는 캐릭터가 대단하면서도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많은 팬이 카렌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하나의 깜짝 이벤트였다.





Q.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 플랫폼이 PC와 닌텐도 스위치라고 들었다. 플랫폼을 선택하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이 아닌 PC와 콘솔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 아무래도 모바일에 초점을 맞추면 모바일 플랫폼에 어울리는 게임을 만들게 흐름이 흘러가지 않나. 처음부터 정통 프린세스 메이커에 어울리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결심했기에 포커스를 모바일에 맞추지 말자는 결정을 일찍 내렸다.

물론 완전히 모바일의 접근성을 배제한 건 아니다. 추후 패키지 버전을 낸 뒤 이식은 가능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을 넘나들면서 콘솔과 모바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곳들도 있지 않나. 하지만 이식을 하더라도 BM과 같은 것을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에 맞출 생각은 없다.


Q. 요나고 가이낙스와 IP 계약을 맺었다고 알고 있는데, 어느 정도 선까지 라이센스 계약이 되어있나.

= 생각보다 많이 오픈되어 있다. 대신 기존 주연 캐릭터, 즉 딸은 한 명만 사용해야 한다. 그 외 큐브나 NPC 등은 크게 변경하거나 터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검수를 받으며 작업하고 있다.


Q. 사실 프린세스 메이커 말고도 추억이 넘치는 고전 게임 시리즈는 매우 많다. 프린세스 메이커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 아수라장이 콘솔을 지향하긴 하지만, 디자드가 갑자기 콘솔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가 되기는 힘들 거라 본다. AAA급 게임을 선보일 정도로 노하우나 업력이 많이 쌓인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프린세스 메이커는 AAA급 게임을 제작할 만큼의 노하우는 없어도, 게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팬심으로 잘 가다듬는다면 만들 수 있는 장르라고 봤다. 다른 곳에서 육성 장르를 만들어본 경험도 결심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 정도로 팬심이 가득한 멤버들과 게임을 만들면, 충분히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원작답게’ 만들어갈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



Q. 프린세스 메이커의 경우 매 시리즈를 생각하면 바로 딸들의 이미지가 떠오를 만큼 뭐랄까, 딸은 매우 아이코닉한 그런 존재다. 새로운 딸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싶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러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

= 오리지널 딸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를 소개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카렌은 그런 점에 부합하는 캐릭터였다. 다만 프로젝트의 시작 시점부터 카렌으로 결정한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여러 캐릭터를 다 쓰고 싶었다. 다만 기존 프린세스 메이커 라이센스의 국내 보유 기간이 끝나고 새롭게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한 캐릭터만 써야 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카렌을 선택했다.


Q. 게임의 배경에 대해 소개 가능할까.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는 현대물로도 구성된 적이 있지 않나.

= 이미 팬들이 알고 있는 과거의 정보들, 카렌의 가장 초기 설정 중 현대물은 5편에서, 마계의 딸은 4편에서 선보인 바 있다. 우리는 신작을 만들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재미있게 만드는 데 집중을 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무사수행이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는 게 내부 개발팀의 의견이었고, 무사수행이 현대물에는 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마계를 베이스로 하는 판타지다. 카렌의 이미지와 매칭하려 노력했다.




Q, 프린세스 메이커는 분명 동일한 아이피의 시리즈지만, 매 편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신작은 어떤 분위기와 난이도의 게임으로 만들 계획인지 궁금하다.

= 일단 한 번 엔딩을 보는데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게 만들려 한다. 그리고 무사수행을 좋아했던 팀원들이 많아서, 무사수행 콘텐츠를 정말 재미있게 만들자는 부분도 결정됐다.

분위기는 2편과 3편의 분위기를 약간 믹스한 걸 생각 중이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맞지 않는 부분이나 금기시되는 부분은 반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주 많이 거북한 요소들은 절제하면서 제작하려 한다.


Q. 개인적으로는 성장하며 변해가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것, 그리고 다양한 옷을 모아서 딸에게 입혀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혹시 엔딩이나 이런 수집 요소, 그리고 다회차 플레이 등과 관련된 이야기도 해줄 수 있을까.

= 아트를 작업하시는 분이 최대한 열심히 옷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웃음). 여력이 허락하는 만큼 옷을 많이 만들겠다며 내부 아트 담당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엔딩은 수십 개를 생각 중인데, 유저분들이 많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개수를 준비하려 한다. 정해진 기간 안에 몇 개를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지금 작업 중인 원작을 떠올리게 하는 아트워크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사람을 뽑고 인원을 늘린다고 해서 작업이 빨라지지 않는다.

다회차 플레이의 경우, 회차 반복 플레이를 조금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계승 요소 등의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게임 자체가 엔딩을 여럿 수집하는 게 유저들의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게 곤란하지 않을 수준의 배려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엔딩은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이 만들 생각


Q. 프린세스 메이커는 추억이 가득한 타이틀이다. 랜선 딸을 잘 키워내기 위해 정말 수많은 랜선 부모들이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였다. 신작을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했던 것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프린세스 메이커를 통해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가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그 후에 수많은 동종 장르의 게임이 있었지만 프린세스 메이커가 오래도록 회자되는 이유는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본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세계관을 주입하는 서사 방식이 아님에도 그 세계가 느껴지게 하는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상상하는 힘, 그걸 피드백이 보상인 게임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특정 아이템이나 재화 등이 보상이 아니라, 게임이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피드백 자체가 플레이의 보상인 게 프린세스 메이커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도 유저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그러한 피드백을 보상으로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게 핵심 개발 주제다.


Q. 많은 유저들이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을 사랑하지만, 각자의 추억과 기억에 남은 시리즈는 다를 것이다. 이러한 기존 팬들의 다양한 추억을 어떤 방식으로 만족시키고자 하나.

= 많은 분이 생각하는 프린세스 메이커의 이미지는 2편이 아닐까 싶다. 다른 시리즈도 물론 기본 틀을 지켰지만 향수를 자극하는 이미지는 2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편이 가진 장점들은 모두 계승하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딸의 나이마다 달라지는 모습이다. 줄이지 않고, 정말 제대로 8번에 걸쳐 성장하며 바뀌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손은 많이 갈 것 같다.




▲ 디자드에서 인벤에 깜짝 공개한 무사수행 개발 화면

Q. 프린세스 메이커 IP를 2020년대에 그려내기 위해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 원작에서 가져와야 할 부분은 역시 매해 딸의 변화를 보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점, 그게 아닌가 싶다. 플레이 자체, 피드백 자체가 보상인 게임으로서의 여러 요소는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많이 가져오자는 게 내부 방침이다. 신작으로의 콘텐츠는 아무래도 무사수행을 옛날 느낌으로 부활시키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고 본다. 그 부분을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육아, 수입, 부모의 직업 등이 어떻게 믹스되어야 향수를 유지하면서도 지금의 시점에 문제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해당 부분이 오리지널 콘텐츠와 연결될 예정이다.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추후 공개할 계획이다.


Q. 아까 언급한 것처럼 육성 시뮬레이션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는 IP다. 장르의 대표 시리즈 신작인데,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 같은 게 있나.

= 원작답게 만드는 게 내부 목표다. 저희가 단지 프린세스 메이커의 신작을 만들어서 주목받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 텍스트로만 ‘우리 프린세스 메이커 신작 만들어요’가 아니라, 아트워크를 공개하면서 분위기를 전달했기에 큰 반응이 있다고 본다. 게임을 이렇게 만들겠다는 모습을 전달한 게 팬들에게 기대감을 준 것이 아닐까. 그 기대감을 맞출 수 있도록,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내면서 개발하려 한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분명 오래됐지만 낡은 IP가 아니다. 클래식으로서의 위상을 프린세스 메이커에게 되찾아주고 싶다.



▲ 원작답게 만드는 게 내부 목표

Q. 현재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 몇 퍼센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 각 시스템을 만들고 있고, 합치기 전이다. 다만 스케줄은 충분히 괜찮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Q. 혹시 출시일은 언제쯤이 될까. 그리고 유저들이 출시 전 먼저 게임을 만나볼 수 있는 데모 등의 기회가 있을까.

= 내부 목표는 2025년이다. 데모 등의 출시 전 이벤트는 시점이나 상황에 맞춰 효율적으로 진행할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도 제안이 와서 검토 중이다.


Q. 직전 기사가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프린세스 메이커 답게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절대 그냥 우연히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 스스로 재미있다 느낄 수 있는, 개발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상태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팬으로서, 개발자로서 실망하지 않는 상태에서 출시할 테니, 팬분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믿고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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