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이나조이에서 인디 정신을 느끼다, ANNO Mutationem 그리고 리야오 CEO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5개 |

작년 차이나조이에서 처음 선보인 ANNO Mutationem은 픽셀과 3D를 섞은 독특한 그래픽, 사이버펑크와 SCP 재단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씽킹스타즈라는 작은 인디 개발 스튜디오에서 4달 동안 급하게 만들어낸, 그저 10분 가량 플레이가 가능한 데모 버전은 충분히 앞으로를 기대할 만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는 어엿하게 플레이스테이션 부스의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코너 메인 게임 중 하나로 자리잡은 ANNO Mutationem은 앞으로를 더욱 더 기대하게 만들게 했다. 사이버펑크풍의 네온 사인 가득한 도시를 누비는 감각과 액션, 플랫포머 요소들을 한 데에 잘 어우러지게 담았기 때문이다. 기껏 30분 가량의 시연이 가능한 버전이었지만, 그 안에 기술 발전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돌연변이 문제나, 해커들이 기계들을 해킹해 도시를 어지럽히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단면을 보여준 것도 인상깊었다.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은 소재에, 모바일 게임이 아닌 PS4용 게임을 과감히 선택하고 이를 다듬어가는 씽킹스타즈의 리야오 CEO. 차이나조이가 시작하기 전 그와 만나서 ANNO Mutationem의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 콘솔 게임 개발자로서의 고뇌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 씽킹스타즈 리야오 CEO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된 ANNO Mutationem
소니의 지원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유저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다

Q.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됐는데 그 소감이 어떤가? 한국에서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유저들이 많은데 어떤 식으로 선정이 되는지 궁금하다.

소감을 먼저 말한다면,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된 건 굉장히 영광스러웠다. 소니에서 인정해줬다는 뜻이었으니까. 오랫동안, 중국에서는 번듯한 콘솔 게임이 없었다. 그런 상황이었지만 여러 개발자들이 꾸준히 콘솔용 프로젝트를 만들어왔었다. 이제 소니가 협력하면서 점차 콘솔 게임이 본격적으로 나올 환경이 되고 있지 않나 싶다.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는 소니가 중국의 소규모 콘솔 게임 개발팀을 지원하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여러 개발사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들고 신청을 하고, 그 중에서 소니가 몇 개의 작품을 선정해서 기술적인 부분이나, 퍼블리싱 등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는 식이다.



▲ 소니에서 직접 중국의 콘솔 게임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Q.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어떤 점이 바뀌었는가? 그리고 소니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지원을 하는 것인가?

정말 바뀐 것들이 많다. 우선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선정 전에는 우리 게임을 사람들에게 알리기가 어려웠다. 사실 무언가를 알린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아닌가. 더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것, 신규 IP를 유저에게 알리는 건 정말로 어렵고 힘이 든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소니는 다들 알지 않나. 그래서 소니가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발표하고 개발사를 지원해주는 것 아닌가 싶다. 이 작품들은 소니가 지원하고 보증해주는 작품이라고. 그 브랜드 하나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겠나.

지원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면, 자금적인 지원도 들어온다. 그러나 소니로부터 바로 오는 건 아니고, 소니를 통해서 소개 받은 회사로부터 들어오는 식이다. 소니는 그런 업체들과 우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주로 해주고 있다.

자금 뿐만 아니라 미디어와의 접촉도 소니에서 주선해준다. 중국 내 매체뿐만 아니라 IGN, 게임스팟 등 서구권 매체까지도 연결을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알리는 것까지도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을 잘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주겠지라고 생각은 한다. 그래도 좀 더 알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작품을 봐주지 않겠나? 그런 것도 신경써야 했기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 부담이 덜어진 만큼, 개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지원해주는 소니를 위해서, 또 우리의 작품을 기다리는 유저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우리 말고도 콘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개발자들은 많다. 모바일 시장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커서 콘솔 게임 시장이나, 콘솔 게임 개발자들은 잘 보이진 않지만 말이다. 그들도 아마 나와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싶다.



▲ 선정작은 차이나조이 플레이스테이션 부스에 참가할 수 있다


Q.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참가했을 때 어땠나? 그 현장은 또 어떤 분위기였는지 궁금하다.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였고...즐겁다는 말 외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웃음). 그 자리에는 중국에서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 콘솔 게임을 정말로 하드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런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다른 자리보다 특별한 것 같다.

사실 중국 내에서 콘솔 게임 개발자들이 서로 모일 기회는 많이 없다. 미디어에서도 콘솔 게임 쪽을 많이 노출을 하지는 않는 편이다. 다른 때보다 그때 콘솔 게임 개발자들의 동향이나 근황을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이렇게 콘솔 게임을 만드는 것을 누가 지원해준다는 것이 정말 좋다. 소니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있다.


ANNO Mutationem은 어떤 게임인가?
70%의 액션과 20%의 어드벤처, 10%의 퍼즐, 그리고 사이버펑크 & 픽셀+3D

Q. 이제 개발하고 있는 게임, ANNO Mutationem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지난 GDC 때는 40% 정도 완성된 상황이라고 했다. 물론 시연 빌드는 작년 빌드였지만 말이다. 현재는 어떤가? 시연 버전이 아니라, 현재 개발 중인 빌드의 상황을 봤을 때 말이다.

50%라고 하겠다. 왜 40%에서 50%밖에 안 됐냐고 묻는다면, 개발 중에 이것저것 추가되고, 또 앞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더 많아져서 그렇다. 그런데 아직 개발 중이다보니, 이것도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이번 차이나조이 시연 버전은 4달 전에 만들어진 빌드다. 원래 GDC 때 내려고 했던 빌드고, 준비도 어느 정도 마친 상황이었지만 버그 등 이슈가 있기도 해서 그때는 옛날에 만든 시연 빌드로 참가했었다.



Q. 트레일러나 시연 버전을 보면 주인공 안은 광선검 하나만 쓰고 있는데, 그 외 다른 무기는 이번 데모에서 추가됐나? 또 다른 무기들을 구현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든지 궁금하다.

현 데모 버전에서는 일반 광선검과 대검, 레일 건 세 가지 무기를 선보였다. 이후에도 여러 가지 무기를 추가할 예정이고, 계속해서 개발 중에 있다.

일반 광선검은 예전에 데모 때 보였던 그것이고, 대검은 무거워서 공격 속도가 느린 대신, 공격 범위가 길고 적의 슈퍼 아머를 더 쉽게 파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나 일부 중갑 유닛은 일반 광선검으로는 데미지를 못 주고 대검으로만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식으로 쓰임을 구분했다. 레일 건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격하면서 충전된 게이지를 소모해서 강력한 공격을 가하는 일종의 필살기 같은 느낌이다.

무기를 만들 때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무기마다 스페셜 무브를 넣는 것이 좀 어렵다. 무기 특성에 따라서 그에 맞는 무브를 구현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보니 최근에는 이쪽에 좀 집중하고 있다.





Q. 액션 게임하면 이른바 소울류, DMC류, 메트로배니아, 로그라이크 등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액션 게임으로서 'ANNO Mutationem'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가?

ANNO Mutationem은 액션만을 추구하는 작품은 아니다. 굳이 비율을 따진다면 70%의 액션, 10%의 퍼즐, 20%의 RPG라고 하겠다.


Q. 예전 데모에서는 스토리 모드 외에도 D 퍼스널 모드, 챌린지 모드 등이 있었다. 이번 데모 버전이나, 앞으로의 빌드에선 이 모드들도 변화를 줬는지 궁금하다.

물론 바뀌었다. 출시 버전 기준으로는 7가지 모드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드가 그냥 선택하거나, 일직선상으로 진행되거나 그런 식은 아닐 것이다. 일단 데모 버전을 살펴보면 5분, 혹은 15분 내로 유저가 보스를 만나는 그런 식으로 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단 시연 버전은 유저들이 최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을 먼저 보여주고, 시선을 잡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출시 버전에서는 그런 식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스토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안이 어드벤처 구간을 어느 정도 돈 다음에 보스와 이어지는 전투 구간이 나오는 식으로 될 것이다.






▲ 액션뿐만 아니라 스토리 게임,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요소도 살리고자 했다


Q. 플레이타임도 유저들에게는 구매할 때 참고하는 요소인데, 몇 시간 정도로 잡고 있나? 또 다회차 플레이 요소를 어떻게 넣을 것인지도 묻고 싶다.

일단 1회차를 클리어할 때를 기준으로 말한다면, 6시간 정도라고 보고 있다. 거기에서 서브미션을 포함하면 아마 8시간에서 10시간 가량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여기에 3개 정도의 DLC도 생각해두고 있다.

다회차 플레이에 대해서 말한다면, 물론이다. 아마 두 번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ANNO Mutationem은 스토리마다 분기점이 있고, 그 선택에 따라서 이야기가 극과 극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안의 이야기, 그리고 세계의 변화를 직접 보았으면 한다.


Q. 사이버펑크나 SF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게임 자체의 퀄리티 외에도, 그 게임이 담고 있는 세계관이나 도시의 풍경, 분위기를 중요시한다. ANNO Mutationem의 도시는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 이런 포인트가 있나?

차이나조이에 오기 전에 교토에 가서 시연했었다. 그런데 그때 누구도 이 데모를 못 끝냈다. 그때는 칼 같이 15분이면 종료가 되는데, 이 데모 버전이 최소 20분, 보통은 30분에서 40분 정도에 클리어할 분량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공개할 수 있는 건 현재 시연 버전이 전부다. 이 이상 공개하게 되면, 아무래도 유저에게 비밀을 미리 다 밝혀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시된 후에도 유저가 "아 이거? 이미 다 해봤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고.

조금 공개한다고 하면, 일단 예전 시연 버전과 달리 클럽, 무기 상점, 옷가게 등 다양한 구역들이 생긴다. 단순히 적을 물리치고, 의뢰를 하고 끝이 아니라 도시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겪게 될 것이다. 이 이상은 개발 중이기 때문에, 더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한국 게이머들이 우리 게임을 한 번 플레이 했으면 한다. 그래서 한국에 가고 싶다. 특히 BIC는 정말 가고 싶다. 작년에 한 유저 분이 컵케이크를 주시면서 고생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아직도 정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한국에 다시 가서, 최신 빌드를 한국 분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 한국어 간판도 중간중간 눈에 띈다


Q. 한국에 오고 싶다고 굉장히 강조했는데,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아마 픽셀에 대해서 좀 다르게 보아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픽셀 게임은 아무래도 옛날 게임에 많이 쓰이지 않았나. 게이머로 치자면 중간 연배 이상, 그 세대 이상이 게임을 즐기던 시대에 주로 나왔던 유형이다. 최근에는 그리 많이 쓰이지 않고 있고, 그러다보니 중국에서는 저연령층의 게이머들은 픽셀하면 올드하다는 인식이 있다.

픽셀은 조금 올드한 게이머층이라면 옛날의 향수를 느끼고, 다들 굉장히 호의적으로 본다. 여기까지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조금 나이가 어린 층에서도 이를 다르게 봤다는 것이 좀 인상 깊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컵케이크를 주시면서 격려를 해주신 분에게 감동받은 것도 크지만(웃음).


Q. 저번에 커스터마이징에 대해서는 샤워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 이 정도로만 설명을 했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구성됐으며, 또 어떤 코스튬이 있나? 또 코스튬들을 어떤 식으로 획득할 수 있나?

모든 옷마다 능력이 있다. 아니, 쓰임새라고 말하는 게 적당할지 모르겠다. 예를 들면, 이브닝 드레스 같은 옷을 입으면 클럽에 들어갈 수 있고, 평소에 입고 있는 전투복으로는 클럽에 들어갈 수 없는 식이다. 그렇게 복장에 따라서 입장이 제한된 곳에서 또 다른 미션을 받기도 하고, 그 미션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이야기가 더 심도있게 진행된다.

아직은 개발 중이라서 다 밝히기는 어렵다. 일단 좀 더 말하자면...지역별로 바뀔 수도 있다. 규제라던가, 그런 게 있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시연 버전은 일부분 고쳐서 출품해야 했다.









▲ 전투복으로는 클럽에 입장 불가라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등, 여러 기믹들이 추가됐다


Q. 사운드도 게임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시연 버전에서는 이를 온전히 즐기기가 어려웠다.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있나 궁금하다.

정말 좋은 질문이다. 사운드는 우리의 분위기를 유저에게 어필하는 데 정말 중요한 만큼, 우리는 정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일단 크라이웨어와 협력하고 있다. 크라이웨어 쪽에서 어떤 기술을 쓰면 좋다, 이렇게 자문을 해주고 있고, 그 외에도 기술적인 지원도 해주고 있다.

BGM 같은 경우에는 뱅가드 사운드에 의뢰를 맡겼다. 출시할 때 디럭스 버전도 낼 생각인데, 디럭스 버전 구성에 OST 앨범도 포함할 예정이다. 사운드를 만드느라 고생한 디렉터, 메이커들이 좀 더 알려지길 바라고, 또 그들이 만든 작업물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하기 때문이다.


Q. 뱅가드 사운드라면 소녀전선의 OST를 만든 그곳인가?

그렇다. 우리와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실제로 뱅가드 사운드는 중국 내에서 인지도도 높고,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사운드를 잘 만들어내는 팀이다. 그들이 만든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어쩌면 음악이 게임보다 더 좋은 퀄리티로 나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웃음).



▲ 크라이웨어, 소녀전선 OST를 작곡한 뱅가드 사운드와 협력해 사운드의 완성도도 높이고 있다


Q. 사이버펑크는 아무래도 그 안에 담긴 주제의식을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ANNO Mutationem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그 이야기를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데모로 맛보기만 조금 보여준 상황이고, 그건 유저가 플레이하면서 알아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건 출시 이후에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뿐만아니라 SCP재단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보니 더욱 더 그렇다. SCP재단이라는 게 SF팬들에게 있어서 아무래도 좀 다루기가 까다로운 소재다보니 미리 말하기도 어렵다. '아직 개발중인데 섣불리 말했다가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위키식 가상조직 'SCP재단', 그만큼 다루기 어렵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콘솔 게임을 왜 만드느냐, 라는 말을 듣는 게 제일 힘들었다"
콘솔 게임 개발자의 고뇌, 그러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Q. ANNO Mutationem 말고 프린지 워즈도 같이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작품을 동시에 만든다는 게 인디 개발팀 입장에서 어렵지 않나?

비율로 따진다면 80%는 ANNO Mutationem 쪽에, 20%를 프린지 워즈 쪽에다 쏟고 있다. 출시일에 대해서 말한다면 ANNO Mutationem은 아마 내년 1분기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것도 확정은 아닌 게, 그때 퍼블리셔가 생기고 그들이 봤을 때 아니다 싶으면 미뤄질 수 있지 않겠나.

일단 퍼블리셔에 대해서 말하자면, 모바일 버전, 그 중에 탭탭 마켓만 일단은 지원을 받는 상태다. 그래서 그 외에는 별도로 퍼블리셔를 구하고 있다. PS4든, 모바일이든, 어느 쪽이든 일단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 씽킹스타즈에서 개발 중인 또 다른 작품, '프린지 워즈'


Q. 그건 좀 의외다.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되면 소니에서 퍼블리싱도 지원하는 줄 알았는데.

분명 우리 작품이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 선정되고 지원을 받긴 하지만, 소니에서는 타 퍼블리셔와의 컨택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소규모 개발사로서는 퍼블리셔를 만나기 쉽지 않다보니, 소니로부터 다양한 퍼블리셔를 소개받고 그들과 만나서 협의하면서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랄까.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는 말하자면 소니에서 그 개발사가 그냥 원하는 대로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종종 소니에서 퍼블리싱을 맡아주기는 하지만, 다른 대안을 찾는다고 하면 그것도 지원해주는 식이다.

이건 우리 팀의 경우고, 각자 다 다를 거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확실한 건, 지금 다양한 퍼블리셔들과 컨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Q. 왜 소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나 궁금하다

소니와 할 생각이 없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조건이 있지 않을까 알아보는 것이다. 소니는 분명 인지도도 높고, 큰 브랜드에다가 거대한 퍼블리셔다. 그렇지만 그만큼 담당하는 작품도 많고, 그 하나하나가 정말 굵직굵직하다. 그러다보니 다른 대작들에 밀려서 출시가 원하는 날짜에 스무스하게 출시되지 않거나, 혹은 관심가는 비중이 아무래도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서 라스트오브어스2와 우리 게임을 비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ANNO Mutationem은 정말 한없이 작은 작품이다. 대작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정 안 된다고 하면 선택도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 선택을 존중해주면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유저에게 어필해주는 소니에게는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고


Q. ANNO Mutationem을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아마 돈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는 가족과 친구들이 우리가 콘솔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보지 않을 때가 더 힘들었다.

"왜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콘솔 게임을 만들어? 봐봐, 주변 사람들은 모바일 게임 만들어서 외제차 뽑고 그런다는데, 너는 왜 콘솔 게임 만든다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거냐?"

이런 말을 종종 듣고는 한다. 그게 정말 힘들다. 자금 문제보다 이 말이 더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정말, 콘솔 게임을 만들고 싶다. 도전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



▲ PD이자 공동창업자인 장핑웬과 같이 작업 중인 리야오 CEO (출처: 비리비리)

우리 팀을 보면, 일단 공동창업자와 나, 그리고 또 다른 창업 멤버가 81, 82, 83년생이다. 그 외 팀원들도 다수가 80년대 초반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40대가 되는 사람들이다.

우리 팀 멤버의 공통점을 꼽자면, 다들 콘솔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콘솔 게임을 즐겼던 세대이기도 하고, 그때의 그 감성을 담고 싶어한다.

내 꿈을 말한다면, 40대가 오기 전에 재미있는 콘솔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80대가 되어서도, 혹은 내가 병석에 앓아 누워서도 "내가 이런 걸 만들었지"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정말, 어떤 후회도 없을 것이다.

사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큰 회사에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모바일 게임이 아무래도 수익이 더 잘 나오지 않나. 그 시장을 버리고 콘솔 게임을 선택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결정이다. 또 아무래도 젊은 업계다보니, 40대 이상이 되면 현장에서 자기의 게임을 만들거나 그러기 어렵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팀원과 함께 스튜디오를 차리고 게임을 만들고 있다. 돈은 별로 못 번다. 그렇지만 이건 일이라기보다는, 삶에 가깝다. 아니, 콘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생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2시간 이상을 계속 일하고, 어쩔 때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돈을 많이 못 벌고 있어도 정말 콘솔 게임 하나 제대로 만들자,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



▲ (출처: 비리비리)

처음에 트레일러를 올렸을 때 달렸던 댓글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중국에서 이런 게임을 만든다니, 놀랍다"라는 이 댓글이 정말 힘이 됐다. 그렇지만 또 이런 댓글이 있었다. 게임에 돈을 막 쓴다고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파칭코 같은 가챠를 넣은 것도 아니니 모바일 버전은 내지 말라는 말이었다. 어차피 모바일 게이머들은 그런 게임의 디테일은 신경쓰지 않고 그냥 시스템, 강해지는 시스템에만 신경쓴다는 것이다.

또 이 퀄리티, 하드코어한 느낌에 픽셀 그래픽을 잘 담아냈으면서 왜 통상적인 모바일 게임처럼 출시하지 않을 거냐는 말도 들었다. 패키지 게임보다는 여기에 가챠 시스템만 좀 더 넣고 그러면 훨씬 더 돈 잘 벌지 않겠냐라는 말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차마 답할 수 없었다. 지금 와서는 이렇게 말하겠다. 그저 우리는 콘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 느낌, 그 감성을 온전히 담고 싶었고, 거기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것뿐이다. 모바일 버전은 콘솔 버전을 또 다른 플랫폼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 모바일 버전은 플랫폼의 확장일 뿐, 본질은 콘솔 패키지 게임이라고


Q. 개발팀은 언제 꾸려졌고, 다들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됐나?

모두 다 친구들, 혹은 전 회사 동료들이다. 특히 공동 창업자와는 15년지기다. 서로의 가족들도 다 알고 지낼 정도다. 때로는 논쟁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100% 신뢰하고 있다.


Q. ANNO Mutationem, 프린지 워즈 둘 다 아시아권에서는 잘 채택하지 않는 SF, 사이버펑크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렇듯 남들이 안 다루는 소재들을 건드린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인가? 또 이런 소재들에 유저들이 무관심하지 않을까 두렵지는 않았나?

앞서 언급했듯, 우리가 콘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콘솔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또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건 장르 선택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이버펑크, SF, 그것들 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고 그래서 선택했다.

시장성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을 생각했다면 아마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먹히는 모델의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걸 만들 수 없었다. 그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만든다. 이게 전부다. 때로는 덕스러워보이는 소재가 나올 수 있는데, 그것 역시도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다. 정말 말 그대로 좋아하는 걸 다 담아낸 것뿐이다.


Q. GDC, BIC 등 중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게임 행사에 참가했다. 그때 각국별로 유저 반응이 어땠나 궁금하다. 어떤 차이가 있나?

우선 소감을 말한다면, 정말 놀라워서 믿지 못했다. SCP재단이라는 소재가 좀 마이너하다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알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게임쇼에 가니까 다르더라. SCP재단 이걸 아는 것뿐만 아니라, 그 설정에 완전히 심취하다보니 우리가 조명하는 SCP재단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라고 꾸준히 물어보기도 했다.

각국별 유저를 보면서 느낀 것이라면, 일단 한국 유저들은 게임에 대한 열정이 굉장하다. 도전을 즐기고, 끝까지 클리어하려고 집요하게 플레이한다. 그런다고 단순히 막 여러 번 빨리 도전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하면서 철저히 분석하고, 패턴을 파악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굉장히 높았다.

일본에서는 콘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특히 컨트롤러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걸 활용한 컨트롤에서는 상당히 숙련도가 높았다. 미국과 유럽은 서로 말하면서 플레이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게임하면서 옆에 친구뿐만 아니라 반응을 지켜보고 있던 나나 우리 팀원들에게도 계속 말을 걸더라. 그렇게 떠들면서 플레이하는 게 그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인 것 같았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쇼로는 BIC를 꼽았다


Q.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지키는 것과 게임업계의 트렌드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씽킹스타즈는 어떤가? 씽킹스타즈는 어떤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ANNO Mutationem이든 프린지 워즈든, 또 앞으로 나올 작품이든 모두가 다 제각각 다른 작품일 것이다. 일례로 지금 만들고 있는 두 작품은 각각 3D 스페이스 슈팅/픽셀+3D 그래픽 액션 등 다 다르지 않나? 그런 식이다. 제 2의 무언가, 제 3의 무언가 혹은 다른 무언가의 1, 2, 3,을 만들어간다기보다는 그때그때 다른 무언가를 만든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이다.

아마 다음 작품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다음에도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싶다.


Q. 앞으로 씽킹스타즈가 유저들에게 어떤 개발사로 남기를 바라는가?

지금과 미래에 대해서 말한다면, 우리는 지금은 작은 인디 스튜디오다, 그렇지만 그게 엄청 커진다거나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돈을 번다거나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유저에게도 그렇게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언가에 휘둘리거나 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굳건히 만들어나가는 그런 스튜디오 말이다.


Q. 마지막으로 ANNO Mutationem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우리 역시도 정말 게임을 빨리 내고 싶다. 하지만 조금 기다려주기를 바란다. 많은 것이 바뀌고 있고, 또 기대한 만큼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 갈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갈 것이다. 한국 유저들과 함께 한 그 순간들이 너무 좋았다. 그들과 우리가 만든 게임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다. 그들의 열정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BIC 때 컵케이크를 주신 분께는 항상 감사드린다. 정말 힘들 때 그렇게 신경을 써준 사람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된다. 그 분이 이 기사를 보셨으면 한다.


차이나조이가 열리는 8월 2일부터 5일까지 윤홍만, 윤서호, 배은상 기자가 현지에서 인터뷰, 체험기, 포토 등 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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