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결!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크라니쉬' 백학준,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인터뷰 | 박태균 기자 | 댓글: 34개 |



대한민국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물론 프로게이머도 예외는 아니고요. 그리고, 갓 병역의무를 마친 반가운 얼굴이 돌아왔습니다. 바로 하스스톤 1세대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인 '크라니쉬' 백학준입니다.

'크라니쉬'는 2014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 4강 입상을 시작으로 2018년 말 입대 전까지 쉼 없이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특유의 신중하고 꼼꼼한 플레이로 대회 무대에서 '올킬'을 해내는 등, 여러 번의 명승부를 연출하기도 했죠. 21개월간의 긴 휴식을 마친 그는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또다시 하스스톤 프로게이머로서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인벤에서는 전역한 지 일주일 도 채 되지 않은 '크라니쉬'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전역자 특유의 밝은 모습을 보이며 가식 없는 답변을 이어간 '크라니쉬'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Q. 정말 오랜만이네요! 먼저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입대 전 하스스톤 프로게이머로 활동했고, 앞으로도 하스스톤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크라니쉬' 백학준입니다.


Q. 2020년 8월 2일부로 현역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습니다. 소감이 궁금해요.

아직 정신이 없어요. 많은 분이 전역하면 마냥 좋을 거라고 이야기해 줬는데요. 기분이 좋은 건 맞지만,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에 조금 막막한 느낌도 들어요. 또 입대 전의 제 활동 영상을 보면 이 모습이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색하고 얼떨떨하더라고요. 이에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Q. 선수로 활발히 활동 중이었고, 개인 방송도 상승세였던 2018년에 입대를 하게 됐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기에 그만큼 아쉬움이 컸을 것 같아요.

그렇죠. 2019년에 하스스톤 마스터즈 시스템이 도입됐을 때, 주변에서 제가 입대하지 않았으면 그랜드 마스터로 충분히 활동할 수 있었을 거라고 얘기해 줘서 특히 더 아쉬웠어요. 그래도 앞으로의 제 미래를 위해 군 문제는 언젠가 해결해야 했는데, 좋은 타이밍에 입대한 것 같아 한편으론 다행이에요.




Q. 27살 늦깎이로 입대했는데, 군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카투사로 복무하며 과하게 어려운 일 없이 상대적으로 편하게 지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군대 자체가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되는 곳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아쉬웠어요. 보급 계원으로서의 업무는 생각보다 적성이 맞아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인생을 여러 번 살 수 있다면 한 다섯 번째 인생에선 직업 군인도 해볼 만할 것 같아요(웃음).

사람들과 관련된 건 좋은 기억밖에 없어요. 대부분의 선후임이 한참 어린 동생들이었는데, 특별한 부조리 없이 재밌게 잘 지냈죠. 응원도 많이 해주고 개인 방송도 찾아와 봐주겠다고 했고요.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나갔으면 해요.


Q. 군 생활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생각나는 건 무엇인가요?

원래 팔굽혀펴기를 2개밖에 못 했을 정도로 운동을 안 했어요. 그런데 카투사 체력 검정 통과를 위해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또 동두천에서 근무하면서 늘 소요산을 봤는데,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던 풍경이 떠오르네요.


Q. 부대 내에서도 하스스톤을 비롯해 게임을 꾸준히 즐겼나요?

전입 후 다행히 스마트폰 반입 및 사용이 가능했었는데요.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정말 미친 사람처럼 게임을 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을 하긴 했는데, 그래도 원하는 만큼 할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했어요.


Q. 작년 한때 하스스톤 게이머들에게 오토 체스 붐이 일었죠. 그때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것 같아요.

오토 배틀러 게임들은 제가 그렇게까지 잘 하지 못하더라고요. 연습하려고 해봐도 시간도 부족했고요. 그래도 종종 플레이할 때는 재밌게 즐겼어요.


Q. 레전드 오브 룬테라와 전략적 팀 전투, 하스스톤: 전장도 플레이해봤을 것 같은데, 소감이 궁금해요.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직접 해보진 않았고 방송으로만 접했는데, 하스스톤보다 확실히 복잡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전략적 팀 전투와 하스스톤: 전장은 꽤 많이 플레이했는데요.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어서 신선하면서도 재밌었어요. 두 게임 모두 카드 게임이랑 비슷한 능력을 요구하지만, 순발력이 매우 중요하더라고요. 순수하게 머리만 쓰는 하스스톤보다 확실히 템포가 빨라서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Q. 이제 본격적으로 하스스톤 이야기를 해볼까요. 하스스톤도 어느덧 정식 출시된 지 만으로 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재밌게 즐기고 있나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지금의 제 경우엔 순수한 게임으로서의 재미보다는 일로서의 재미가 더 커요. 개인 방송을 하거나 다른 방송에 출연하는 것, 대회를 준비하고 출전하는 것들은 아직 재밌고 도전할 게 많죠. 하스스톤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너무 재밌어서 밤을 새워서 하고 싶다'라는 재미와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하스스톤은 재밌습니다!


Q. 시간이 흐르면서 하스스톤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하스스톤이 점점 매니아들을 위한 게임이 되고 있는 건 맞죠. 그런데 이런 현상은 거의 모든 게임이 거치는 과정이라고 봐요. 또 예전엔 게임에 수명이 있다고 느꼈는데, 최근 메이플스토리 등 오래전 게임들이 다시 흥행하는 걸 보면 하스스톤도 운영만 잘 하면 충분히 반등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스스톤은 특성상 매니아층이 탄탄하고 확장팩이 출시될 때마다 유저들의 관심이 많이 쏠리니까요.


Q. 최근 추가된 신규 직업 악마사냥꾼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새로운 요소가 생기는 것 자체는 굉장히 좋죠. 악마사냥꾼 콘셉트 자체도 훌륭하고요. 그런데 영웅 능력이 1코스트로 출시된 게 괜찮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개발진들도 설계하기 어려웠겠지만, 아직까지 어느 정도의 밸런스 문제는 있다고 봐요.


Q. 2020년 8월 중 출시 예정인 '스칼로맨스 아카데미' 확장팩에 대한 기대감은?

콘셉트나 카드가 잘 뽑힌 것 같아 맘에 들어요. 주문 폭주나 이중 전공 등 흥미로운 요소도 많고요. 걱정되는 건 굉장히 좋은 카드가 많이 나와서 메타가 어떻게 정립될지 모르겠다는 점이에요. 분명 강력한 덱이 여러 개 나오고, 그에 따른 밸런스 조정이 필요할 거예요. 그나마 최근엔 패치도 자주 하고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걱정이 덜 되긴 해요.


Q. 입대 후 그랜드 마스터즈를 비롯한 하스스톤 대회가 꾸준히 열렸는데, 참가할 수 없었기에 심경이 복잡했을 것 같아요.

하스스톤 선수로 꾸준히 활동하며 중요한 대회나 행사에는 항상 제가 있었어요. 그런데 군 복무로 참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많이 아쉬웠죠. 제가 가질 수도 있었던 기회와 있을 수도 있었던 자리를 다른 분들이 대체하는 걸 보며 정말 부럽기도 했고, 주어지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절실함을 많이 느꼈어요.




Q. 블리자드의 e스포츠 정책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팬이 많아요.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개인 방송에서도 항상 하는 이야기인데, 저 역시 아쉽다고 생각해요. 블리자드가 게임은 정말 잘 만들지만, e스포츠에는 분명 미숙한 부분이 있어요. e스포츠는 스토리가 정말 중요한데요. 블리자드는 무대만 만들어주고 선수들이 게임만 하면 잘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특히 하스스톤의 경우엔 운 요소 때문에 예선에 통과하거나 방송에 노출되는 선수들이 매번 달라지고, 이런 부분이 오랜 시간 단점으로 지적됐죠. 이번에 그랜드 마스터 시스템을 도입하며 어느 정도 보완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드 마스터 선수들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 그들을 더욱 포장해 줬으면 해요. 각자 캐릭터를 잡아주고 홍보도 많이 하는 식으로요.


Q. '따효니', '플러리', '서렌더' 등 동시대 선수들이 유명 스트리머로 성장하는 걸 보며 든 생각은?

솔직히 좀 배가 아프죠(웃음). 그런데 하스스톤으로 성장한 스트리머들은 하스스톤을 버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쉬지 않고 계속 하스스톤을 해오다 보니 약간의 매너리즘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제 경우엔 입대를 통해 방송을 깔끔하게 쉴 수 있었고, 그 덕에 열정과 의욕이 최고조인 상태에요. 올해부터 정말 열심히 활동할 예정인데요. 조만간 다른 하스스톤 스트리머들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Q. 과거 '크갈비'라는 별명을 붙여준 팬분에게 갈비는 대접했나요?

아뇨! 요즘 들어 생각이 많이 나네요. '트롤든'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팬분이었는데요. 당시 중학생이었던 거로 기억해요. 이 인터뷰를 통해 그분을 찾고 싶어요. 지금쯤 많이 컸을 것 같은데, 저를 아직도 기억한다면 꼭 연락 주세요. 꼭 갈비를 대접하겠습니다.


Q. 카이스트를 중퇴하고 게이머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에 대해 아직까지도 후회한 적 없나요?

이번 인터뷰에서 새롭게 밝히는 걸 수도 있는데요. 많은 분이 제가 학업과 게임 중 게임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전 학교에서 잘린 거예요(웃음). 풍족하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게이머의 길을 택한 게 아니라 하스스톤을 하며 흘러가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죠.

물론 공부를 열심히 했던 시기도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열정이 사라졌어요. 무턱대고 진학했다가 전공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었고요.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걸 생각해 봤을 때는 하스스톤이 가장 잘 맞더라고요. 제가 잘 하는 걸 남들에게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데, 재미도 있으니까요. 지금도 학업을 포기한 것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전혀 없어요. 지금은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잘 해내고 싶습니다.




Q. 앞으로도 하스스톤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예정인가요?

물론이죠. 군 생활 동안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일단은 하스스톤 프로게이머를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라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긴 하는데... 적어도 내년까지는 프로게이머로서 최선을 다해보려고요. 그 결과에 따라 선수 생활을 더 하든, 다른 일을 하든 할 것 같아요.

선수로서의 첫 번째 목표는 최대한 빨리 그랜드 마스터가 되는 거예요. 올해 마스터즈 투어가 두 개밖에 안 남긴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봐야죠. 일단 몬트리올 대회는 예선을 통과한 상태고요. 만약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내년까지 도전할 생각입니다.


Q. 프로게이머 활동을 제외한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단은 개인 방송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입대 전에 우울감을 느껴서 방송을 많이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있을 때 잘할 걸 그랬네요(웃음). 팬분들이 제게 관심을 보내주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잖아요. 군 복무를 하며 그 소중함을 깨달았고, 이제 팬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되돌려주고 싶어요.

또 단기적으로는 프로게이머 활동과 개인 방송 쪽에 집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설이나 작가 등 e스포츠와 관련된 다른 일에 종사하지 않을까 싶어요. 관심 있는 분야가 많은데 게임을 워낙 좋아하니까요. 나중에도 자연스럽게 e스포츠 일을 하게 될 듯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세요!

8월 4일에 전역 후 첫 개인 방송을 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시청자분들이 절 기다렸다며, 그리웠다며 따뜻한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또 군 시절 선후임들이나 다른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스트리머들도 많이 격려해 줬죠. 이 인터뷰를 통해서 절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크라니쉬'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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