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능성의 터전, 지금의 '네오위즈'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3개 |



지난 게임스컴에서 'P의 거짓'이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네오위즈'라는 게임사에 대중의 관심이 모였다. 사실 네오위즈 자체는 이미 한참 전부터 게임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아마 단기간에 이만큼의 관심이 모인 건 처음이었을 거다.

그러고 보면, 네오위즈의 이미지는 상당히 심심하다. 게임 개발사들은 각각 나름의 이미지가 있다. 그게 좋은 이미지일수도, 반대로 좋지 못한 이미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어떤 특정 게임사의 이름을 들었을 때 게이머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렴풋한 이미지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네오위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퍽 무채색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과거 피망을 통해 FPS를 활발히 서비스하던 시절도 있었고, 2010년대 중반에도 애스커와 블레스를 위시해 도전장을 내밀었던 적이 분명 있지만, 뭔가 강하게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보니 이미지의 좋고 나쁨이 생길 만한 계기가 없었던 셈이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 하나하나는 잘 알려져 있지만, 네오위즈라는 이름은 그 그림자에 좀 가려졌다 해야 할까?

판교에서도 꽤 잘 보이는 네오위즈의 건물은 앞서 말한 이 '무채색 이미지'에 꼭 들어맞게 생겼다. 회색빛으로 두껍게 발린 외관에 위아래로 길쭉한 창문이 마치 창살처럼 나 있어 처음 보는 사람 중엔 남영동의 악명높은 건물을 상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삭막한 생김새 덕택에 도리어 새로운 칠이 되었을 때 얼마나 화려할지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다.

네오위즈로 향하는 길에서 멀찍이 보이는 건물을 보며 상상했다. 만약 이 건물만큼이나 밋밋한 지금까지의 네오위즈에 화려한 칠이 시작된다면, 그 페인트 통의 겉엔 'P의 거짓'이라는 이름의 라벨이 붙어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 그 브러쉬를 쥔 이는, 네오위즈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네오위즈를 이끄는 두 명의 공동대표중 한 명인 '김승철' 대표와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 네오위즈 김승철 공동대표



사업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게임사

안내를 받아 들어간 김승철 대표의 거처는 의외로 늘 상상하던 대표의 거처가 아니었다. 그는 일반적인 회의실 중 하나를 개조해 자신의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렇다 보니 중앙엔 열 명이 넘게 앉을 만한 거대한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한쪽 벽면은 거뭇한 얼룩이 잔뜩 묻은 화이트보드로 채워져 있었다. 뭔가 알아서는 안될 것 같은 메모들이 가득해 억지로 시선을 돌리고 나니, 이제야 김승철 대표가 눈 안에 들어온다.

올해로 21년. 김승철 대표가 네오위즈라는 회사에 합류한 이후 지금까지 지나온 햇수다. 중간 몇 년은 잠시 다른 업계와 기업으로 외유를 떠났기에 실질적인 근무 년수는 그보다 약간 적겠지만, 어쨌거나 한 사람이 성인으로 성장할 만큼 긴 시간을 네오위즈라는 회사에서 보낸 사람이다. 인상은 꽤 편안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인물들은 강한 카리스마, 혹은 넓은 포용력 중 하나를 보여주기 마련인데, 김승철 대표는 느낌 상 후자로 보였다.

약간 걱정했던 부분은 김승철 대표가 '개발자'라기보단 순수한 사업가에 가깝다는 점이었을 거다. 게임 산업이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이 업계도 '좋아서'보다는 '직업으로서' 일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개발자와 사업가가 보여주는 사고방식의 차이는 꽤 명백하다. 그리고 이 중, 어느 쪽이 이 기사를 읽을 게이머층과 공감대를 형성할지는 꽤 뻔했다.

"우리는 애초에 게임 개발사가 아니었어요"

김승철 대표가 말했다. 지금은 많은 개발 스튜디오가 존재하는 네오위즈이지만, 사실 네오위즈가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든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원래는 인터넷 서비스 원클릭과 세이클럽 등을 서비스하던 IT기업으로 시작했고, 게임 산업을 담당하던 '네오위즈게임즈'도 아예 개발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두각을 드러낸 분야는 퍼블리싱 쪽이었다.



▲ 주로 인터넷 서비스, 게임 퍼블리싱에서 활약해온 네오위즈

그러다 보니 김승철 대표 본인도 주로 '개발사를 설득하는 일'을 위주로 업무를 봐 왔고, 네오위즈의 사업 방향도 새로운 게임을 개발한다기보단 퍼블리싱하는 개발사와 함께 이 게임을 어떻게 상품으로 만들어낼지를 고민하는 쪽에 가까웠다.

게이머들이 딱히 반기는 주제는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지금의 네오위즈를 만든 두 가지 자산이 만들어졌는데, 그 중 하나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이다. 직접 개발은 하지 않았지만, 큰 마케팅 조직을 갖추고 있다 보니 실제 서비스 과정과 결과에서 수많은 양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다. 김승철 대표는 이 데이터를 쌓는 과정에서 정말 수많은 싸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개발자와 사업가의 마인드가 워낙 다르다 보니,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일어나는 마찰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 과정을 겪으며 만들어진 두 번째 자산이 바로 '개발자들의 자율적 의사 결정권과 책임'이다.

김승철 대표는 2014년부터 사내 개발팀과 협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DJMAX RESPECT'의 PS4버전 출시와 브라운더스트 출시 등의 경험을 쌓았다. 이 과정을 김승철 대표는 "개발팀의 온도를 경험했다"라고 표현했는데, 여기서 김승철 대표는 자신이 게임 개발자들과 사고방식이 다르다는걸 인정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밀어붙이는 건 대장이 두 명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걸 깨달았다.



▲ 프로젝트 팀에 대장이 두 명이라는 건, 그만큼 책임 회피도 쉽다는 뜻이다

"문제는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실패의 이유를 상대방에게서 찾는 것이었어요. 상대도 같은 책임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렇게 되는 거죠. 이게 문제라고 파악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방법이 뭘지 고민하다 보니 꽤 명확하게 답이 나왔어요. 개발팀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축만을 남기는 거죠. 이걸 양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방법이라 생각하죠"

지금의 네오위즈는, 사업가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기업이지만 사업부의 힘이 그리 크게 작용하는 기업은 아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사업부의 힘은 강하지만, 이들이 이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진 않는다. 모든 결정 권한은 PD와 스튜디오의 장이 갖게 되고, BM에 대한 의견 정도만 낼 뿐, 결정 권한은 오롯이 위임한다.

'P의 거짓'이 그렇게 만들어졌고, '스컬'을 비롯한 인디 게임들이 그렇게 세상에 선보여졌으며, BIGS로 이름붙은 인디 게임쇼가 그렇게 조직되었으며, 브라운더스트가 그렇게 서비스되었다.



'개발팀'을 개발하는 기업

이렇듯, 충돌과 갈등, 이해의 과정을 거치며 네오위즈의 개발 프로세스는 천천히 정립되었고,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현재 네오위즈의 개발실은 다양한 프로젝트 스튜디오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작품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이며, 심지어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사업적 부분까지 스튜디오의 장이 모두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김승철 대표의 역할은 새롭게 꾸려진 팀의 리더가 가져온 기획안을 읽고, 이를 승인하는 일이다. 포도 송이의 줄기와 같다고 해야 할까?

물론, 이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찰도 일어났다. 김승철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게임 업계에는 개발자 출신의 창업주가 큰 성공을 거두는 일이 너무나 많아요. 적당한 수준만 된다면, 사업 노하우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이미 너무 많은 셈이죠. 회사 내부 반발도 물론 있었어요. 퍼블리셔라는 DNA가 존재했다 보니 사업부 출신 직원들이 허무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뭐, 다 같이 잘 되려고 이러는 건데요"

오늘날, 네오위즈의 프로젝트 팀에서는 사업 출신의 직원들이 하나씩은 포함된다. 그들이 프로젝트를 주도하진 않지만, 프로젝트 팀이 기획안을 짜는 단계부터 자칫 놓치기 쉬운 사업적 모순과 미비점을 체크하는 역할이다. 김승철 대표는 개발팀의 권한을 늘린 후, 오히려 전보다 개발 - 사업 팀간의 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결정 권한을 가진 개발팀이 자신없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구하거나, 자신이 모르는 분야를 연구하는 이들을 존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네오위즈의 모든 프로젝트 팀에는 사업 관련 직원이 함께 소속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은 언제나 성공할 수 없다. 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새로운 게임이 성공할 가능성은 절대 100%가 아니며 오히려 매우 낮은 편이다. 수없이 등장하는 게임 중 소수만이 성공하는 것이 현실. 스튜디오의 장과 PD들은 권한을 가지지만, 동시에 실패에 대한 책임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실패한 팀은 어떻게 되는 걸까?

김승철 대표 역시 무수히 많은 게임을 퍼블리싱해온 이인 만큼, 게임의 성패만큼이나 예측이 무의미한 것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또한, 공동 창작물에 가까운 게임이 급조한 팀으로 단번에 성공작을 만들 만큼 만만치 않다는 점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관용이 답은 아니다. 그는 꽤 명확한 선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기준은 바로 기획안 속 과정을 충실하게 수행했는가이다.

스튜디오 장은 기획안을 제출하고, 김승철 대표와 탑 매니지팀은 이를 승인한다. 이후 기획안대로 차근차근 개발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만약 프로세스가 더해진다 해도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 이를 수용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개발이 난항을 겪는다거나, 개인의 방만 등으로 인해 실패한다면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없겠지만, 일단 승인된 기획서를 충실히 따랐는데도 실패한다면, 이는 그래도 성공적인 실패라는게 김승철 대표의 의견이다. 승인한 시점에서 실패에 대한 책임은 김승철 대표의 어깨 위에 얹히기 때문이다.

'P의 거짓'도 이 과정을 겪었다. 승인을 결정할 때, 게임이 성공할지 안할지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의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P의 거짓' 또한 흥행까진 몰라도 BEP(손익분기점) 달성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승인되었다. 개발 과정이 늘어나면서 개발 비용은 두 배로 늘었지만, 충실하게 결과가 드러났다. 'P의 거짓' 팀에는 '블레스'때부터 합을 맞춰 온 개발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블레스'의 성적이 좋다곤 못 하겠지만, 흩어지지 않고 뭉쳐 있던 경험이 'P의 거짓'에 영향을 주었다는 건 분명하다.



▲ 착실히 성과를 보여주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P의 거짓' 팀

김승철 대표는 이미 승인된 건에 대해서는 의견을 더하지 않는다. 가끔은 정말 한 마디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꾹 참는다. 사공이 많은 배는 산으로 가버린다는 과거의 깨달음을 뒤엎을 수는 없으니까. 윗사람이 과한 관심을 갖는 타이틀은 오히려 난항을 겪는다는 걸 김승철 대표는 이미 많이 겪었다.

대신 그의 역할은 승인과 그에 따른 책임, 그리고 끝없는 전달이다. 요즘의 트렌드는 어떤지, 어떤 팀이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얼마 전 시도된 어떤 프로젝트가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이런 정보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머릿속에 정리하고, 각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넌지시 전달한다. 어디까지나 방향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흐름만 파악할 수 있는 선에서다.

김승철 대표는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카리스마를 내세워 팀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의 리더가 아니다. 그는 사업가 출신답게 다각적으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분석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승인 여부를 가리며, 이 과정에서 개인적 기호에 의한 편향은 없다. 그리고 그렇게 승인하고 나면 간섭하지 않는다.

"장난처럼 말하긴 하는데, 전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다는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곤 해요. 그래야 개발자들이 더 마음껏 할 수 있을 테니까"

'개발팀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는 워딩은 이 이야기의 도중에 뜬금없이 나왔다. 김승철 대표는 본인이 말하고도 민망한 듯 웃어넘겼지만, 나는 듣는 순간 현재 네오위즈의 프로세스와 개발 체계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워딩이라 직감했다. 남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는 뜻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직접 어떤 게임을 끌어간다기보단, 게임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 기능하는데 더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 네오위즈의 각 개발팀은 독립적인 집단으로 기능한다



누군가의 '인생 게임'이 등장할 수 있는 게임사가 되었으면

"제가 사업 관련해서 일을 해왔긴 하지만 일 떠나면 게이머이기도 하거든요. 그것도 꽤 오래 해온 게이머요"

'브라운더스트'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승철 대표가 말했다.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자리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많은 기획서를 보게 될 텐데 그중 예상을 뚫고 안될 줄 알았던 게임이 잘 된 케이스가 된 경우가 있었냐고 묻자 그는 그런 적은 없다 말하며 본인도 게임 보는 눈이 나쁘진 않다고 자평했다. 될 줄 알았지만 실패한 사례는 있지만, 안될 게 보이는데 된 사례는 없다면서 말이다.

"당시 소싱을 담당하던 친구한테 숙제를 내 줬어요. 일단 '이상한 걸' 가져오라고요. 결과적으로 다른 직원이 찾아온 그 이상한 게임이 '브라운더스트'예요"

'브라운더스트'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승철 대표가 말했다.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게이머이기에 게이머들이 다른 게임과 다른, 새로운 게임을 원하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받은 '브라운더스트'의 초기 버전은 예상 그대로 타 게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지금은 어째선지 아트로 유명한 게임이지만, 당시는 아트가 정립되지 않았기에 오로지 시스템과 게임 요소 구성만 보고 결정했다는 후문.



▲ '이상한 거'를 찾다가 만난 '브라운더스트', 당시엔 아트가 없는 상태였다

잠시 대표로서의 업무와 네오위즈의 구조라는 무거운 주제를 벗어나기 위해 가볍게 시작한 '게임 얘기'에서 김승철 대표는 의외로 별 막힘이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개발자 출신은 아니지만 쌓아온 경력이 있어서일지도, 혹은 말한 대로 꽤 오래 된 게이머여서 그럴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개발자는 아니지만 개발자를 잘 아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누군가를 가장 잘 아는 건 친구가 아닌, 적이라고 했던가. 게임 제작에서 개발자와 사업부는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동료임과 동시에 끊임없이 대립하며 시너지를 쌓아가는 적이라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네오위즈가 앞으로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인터뷰가 슬슬 마무리되는 시점. 김승철 대표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서두에서 말했던 '칠'을 이야기함이다. 다소 무미건조했던 이미지의 네오위즈는 이제 간판 위를 화려하게 칠할 여러 물감을 마련했다. 앞서 말한 'P의 거짓'도, 다양한 인디 관련 사업도, 그리고 기존에 서비스하던 게임들에게 줄 수 있는 변화도 어쩌면 네오위즈의 이름 위에 덧칠할 물감이 되어줄 수 있다.

김승철 대표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전에 'DJ MAX RESPECT'를 준비할 때, 팬들이 저흴 엄청나게 욕했어요.(웃음) 대충 '네오위즈 묻어서 게임 다 망하겠다'와 같은 맥락이었는데, 개발사인 펜타비전을 저희가 인수해 개발한게 그 타이틀이었으니 원작 팬들은 거부감을 보인 거죠. 아마 그 때 저희 이미지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으니 그랬을 거예요.

저희도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어요. DJ MAX RESPECT의 'RESPECT'는 원 개발사와 전작을 개발해 온 개발자들, 그리고 원작을 응원해 온 팬분들에게 남기는 존중을 담고 싶어서 붙인 부제였죠. 그렇게 반대 속에서 진행된 프로젝트가 점점 괜찮은 게임, 좋은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팬덤의 분위기가 바뀌는 걸 봤어요. 게임이 완성될 때 쯤 커뮤니티의 반응은 그 자체로 너무나 값진 경험이었죠. 이를 보면서 생각한게, 이 프로젝트가 저에겐 지금껏 진행한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겠지만, 어떤 게이머에겐 인생에 다시 없을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네오위즈가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지는 저도 알 수 없어요. 아이디어랑 기획은 개발자 분들이 내는 거고, 저는 어디까지나 이걸 승인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임들이 그저 지나가는 게임이 아닌, 누군가의 인생 게임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는 자양분으로서 네오위즈가 존재하길 바랍니다"




▲ 원작 개발진과 팬에 대한 존중을 담아 지은 제목이 'DJMAX RESPECT'

'그래도 동아리가 아닌 회사이니 승인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김승철 대표가 웃으며 덧붙였다. 그가 원하는 네오위즈의 색은 보다 근본적인 영역에 걸쳐 있었다. '다각적인 도전을 하는 기업'도, '웰 메이드 콘솔 게임을 만드는 기업'도,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도 아닌 누군가의 인생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기업.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 길, 다시 네오위즈의 사옥이 눈에 들어왔다. 몇 시간 전 '무미건조하다'고 느꼈던 회색 시멘트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아무 색도 칠해져있지 않다는 건, 곧 어떤 색이든 칠할 수 있다는 뜻일 테니까. 어떤 특정한 방향이나 장르, 게임을 따르지 않고, 그 모든게 등장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의 역할. 생각이 여기쯤 이르자, 저 회색이야말로 네오위즈가, 김승철 대표가 바라보는 비전에 가장 적합한 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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