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의 콘솔 세대가 구현한 사이버펑크 감성, 'ANNO Mutationem'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9개 |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게임 = 무협이라는 공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지금도 중국 게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점차 중국 개발자들은 이런 양상에서 벗어나 다른 테마들을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서브컬쳐풍 게임, 2차원 게임이 그런 사례죠.

한술 더 떠서 사이버펑크 그리고 SCP 재단이라는, 그야말로 중국 개발자가 채용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소재의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작년 차이나조이에서 공개된 PS4용 액션, 'ANNO Mutationem'이 그 주인공이었죠.

비록 10분 정도의 데모에 1분 30초도 안 되는 트레일러만 공개된 'ANNO Mutationem'이었지만, 눈길을 사로잡기엔 충분했습니다. 사이버펑크의 분위기를 살려낸 화려한 네온 사인의 도시, 로봇, 개조된 괴물, 실험실 등 여러 소재를 픽셀과 3D를 절묘히 결합한 독특한 그래픽으로 구현해냈기 때문이었죠.

이번 GDC 2019에서 탭탭 부스에서 시연 버전을 들고 참가한 ThinkingStars의 리 야오 CEO. 인벤에서는 리 야오 CEO와 인터뷰를 통해서 ANNO Mutationem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ThinkingStars 리 야오 CEO


Q. 게임에 대한 소개에 앞서서, ThinkingStars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ThinkingStars는 현재 30명 정도로 구성된 팀이고, 그 중 10명은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만들고 있는 다른 게임은 3D 스페이스 슈팅 게임인 '프린지 워즈'가 있고, 그리고 지금 준비하는 게임인 Anno Mutationem이 있죠.


Q. ANNO Mutationem는 중국 게임에서 보기 힘든 요소들을 담아내서 놀랐습니다. ANNO Mutationem을 어떤 식으로 구상하게 됐나 궁금합니다.

= 사실 그런 종류의 아이디어가 떠오른 건 프린지 워즈가 먼저였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간 시도하지 않은 걸 우리가 먼저 해보자, 라는 생각이었고요. 당시에 스페이스 3D 슈팅에 도전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죠. 그래서 그쪽으로 갔죠.

이외에도 다른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공동 창업자가 제게 “픽셀은 어떠냐”라고 한 거죠. 그 친구가 픽셀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저희가 픽셀 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서 괜찮을까 싶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다 픽셀 게임들을 좋아하고, 그 느낌을 좋아하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처음에 작업에 들어갈 때 저희의 상황은 크게 좋진 않았어요. 자금 문제로 사무실도 협소하고, 뭐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거리들이 있었죠. 그러다가 탭탭을 소개받았어요. 그곳에서는 어느 정도 완성된 빌드가 아니라 아이디어만 들고 가도 그게 괜찮다 싶으면 투자를 해준다고 말이죠.

▲ 올해 출시를 목표로 ThinkingStars에서 준비하는 또 다른 작품, 프린지 워즈


Q. 그래서 PS4용 버전 말고도 모바일 버전도 발표하게 되신 건가요?

= 그런 셈이죠. 아이디어에 컨셉, 그리고 개발 중인 스크린샷 정도만 들고 갔는데 탭탭에서는 이 느낌 괜찮다고 하면서 지원을 해주기로 했어요. 사전예약도 하게 됐는데, 순위권에 들기도 하는 걸 보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게이머들이 픽셀을 좋아하는 건 변치 않은 사실이구나, 라는 걸 느끼기도 했고요.


Q. Anno Mutationem은. 2D 픽셀 그래픽과 3D 배경 그래픽을 조합해서 전투 때는 2D로만 진행하다가 평시에는 3D로 이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요?

= 처음에는 2D만을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2D 빌드를 짜고 아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데 제 동생이 그러더군요. “형, 이거 LAST NIGHT하고 너무 비슷한데?"라고요.

제가 “이건 장르가 다르잖아”라고 말하니까 동생이 사람들은 그런 거 생각 안 한다고 딱 잘라서 이야기하더군요. 그래서 이것저것 다르게 시도하다가, 3D도 입혀보았습니다. 3D를 입히고 나니까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게 느껴져서 그 방향으로 가게 된 겁니다.



▲ 일반 필드에서는 3D처럼 이동하고



▲ 전투에서는 2D 횡스크롤식 조작법을 채택했다


Q. ANNO Mutationem의 사이버펑크풍 도시 배경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 사실 제가 사이버펑크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사이버펑크보다는 ‘용과 같이’의 느낌을 살려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용과 같이’의 팬이거든요. TGS에서 나고시 디렉터를 만나서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고요. TGS에 갈 때마다 어떻게든 뵙고는 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용과 같이’를 줄곧 하면서 그 화려하고, 여러 에피소드가 녹아있는 신주쿠의 밤거리에 매료됐었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화려한 밤거리의 느낌을 미래적인 SF식으로 녹여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이번 GDC 데모에서는 이런 부분을 미처 살리지 못했지만, 현재 빌드에서는 어느 정도 구현을 해두었습니다.






▲ 네온 사인이 화려하게 빛나는 퇴폐적인 도시의 느낌은 '용과 같이'의 영향을 받았다고


Q. 중국 개발자가 사이버펑크의 감성을 담아내고자 한 것에 많은 분들이 놀라곤 했습니다. 그 안에 반항적인 주제의식이 담겨있기도 하니까요.

= 저와 제 친구들 모두가 사이버펑크를 좋아합니다. 그 중 좋아하는 작품이 ‘블레이드 러너’와 ‘총몽’이죠. 특히 ‘총몽’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 EA 게임 중에 ‘신디케이트’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게임에서도 영향을 좀 받았고요.

제가 처음에 사이버펑크와 게임들을 접했던 것은 10대 초반의 일이었습니다. 그 무렵의 중국 신세대들 중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세가 새턴 그런 것들을 접한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저도 그런 부류 중에 하나였죠.

지역마다 다 다른 거긴 한데, 20대 때 제가 사는 곳에는 PC방은 없었는데 콘솔은 가득 들여놓고 시간당 돈을 받고 플레이할 수 있는 곳이 생겼더라고요. 그런 걸 뭐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요. PS 카페? (한국에선 플스방이라고 부릅니다) 아, 그런 곳이었어요.

어쨌거나 저는 PC게임보다는 콘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그 느낌을 게임에 담아내고자 하고 있고요.



▲ 리 야오 CEO가 영향을 받은 작품들


Q. 개발은 언제부터 진행하셨나요?

= 작년 4월부터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데모부터 만들자!’라고 해서 그것에만 온전히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아까 잠깐 말씀드리긴 했는데, 저희 사정이 녹록치가 않아서 어떻게든 이걸 전시해서 알릴 필요가 있었거든요.

어찌저찌해서 소니 쪽의 눈에 들어서 차이나조이 2018 소니 부스에서 가까스로 전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나아지긴 했어요. 그 뒤에 어느 정도 개발이 되고 나니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에도 선정이 됐고요.


Q. 처음 발표됐을 때, 사실 PS4용으로만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 우선은 PS4용으로 내기로 했습니다. 독점 계약까지는 아니라서 다른 플랫폼도 생각은 해두고 있긴 한데, 저희의 여건으로 보나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다양한 플랫폼에 투자하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서요.

최초 개발 베이스가 PS4용이었던 만큼, 개발 과정 자체도 이쪽에 좀 더 힘을 쏟고 있습니다. 모바일은 포팅의 느낌으로 해서 두 명 가량이 이 작업을 진행 중이고 나머지 인력은 PS4 버전 개발에 올인하고 있죠.


Q. ANNO Mutationem의 세계관과 컨셉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 사실 아직 다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다 공개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테마의 컨셉을 한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목줄’, ‘초커’ 같은 게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 같은 데 보면 나오잖아요. 도망가려고 하거나, 혹은 거역하면 철컥, 펑 하는 그런 느낌요.

현재 데모 단계에서는 그런 요소들이 안 보여서 믿지 못하실 것 같긴 한데, 일단 가면 갈수록 캐릭터의 개조가 가능해집니다. 다양한 칩이나, 부품을 활용해서 여러 무기를 장착할 수 있고요. 그리고 그 핵심 칩은 정부에서 주인공에게 지급한 것들입니다, 이 정도랄까요?

그리고 저희는 오픈소스로 풀려있는 SCP 재단의 세계관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마 SCP 재단을 찾아보시면 좀 더 참고가 될 것 같아요.



▲ 수많은 유저들이 위키식으로 올려서 구현된 가상의 비밀조직 'SCP 재단'이 메인 소재다


Q. 트레일러에서나, 데모에서나 다 광선검 위주로만 액션이 구성됐습니다. 출시 버전에서는 최소 몇 개의 무기를 생각하고 계시나요?

= 일단 최소 5개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으면 더 여러 가지 무기를 추가하고, 다양한 액션을 넣고 싶기는 한데 그 때문에 너무 작업이 길어지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지는 않아서요.

작업 중에 너무 구현하기 어렵다 싶은 무기는 우선 순위를 미루고, 구현이 좀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히 갖춰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어떤 걸 작업 중이다, 라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네요.






▲ 데모에서는 광선검과 레일건만 구현된 상태고 이후 최소 5개 가량의 무기를 구현할 예정이다


Q. 출시는 언제 정도로 생각하고 작업을 하고 계시나요?

= 목표는 올해 말로 잡았습니다. 물론 개발 플랜이 그렇다는 거고, 사실 개발을 하다보면 미뤄지기도 하고 좀 빨라지기도 하다보니 자신만만하게 ‘언제 하겠습니다!라고 발표하기는 어렵습니다. 막상 발표를 했다가 미뤄지면 “너 이날에 낸다며?”라는 말을 듣게 될 텐데, 그건 좀 무섭거든요(웃음),


Q. 개발은 어느 정도 진척이 됐나요?

= 스튜디오에 있는 최신 빌드를 토대로 하자면 약 40%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체크 중이라서 이번 GDC에 공개하지는 못했지만, 다음 번에 공개할 데모는 아마 2시간 정도 플레이 가능한 수준의 볼륨으로 선보일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은 빌드 안정화가 덜 됐다고 봐서 공개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차이나조이에서는 아마 최신 빌드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이번 데모에서는 정말 기초적인 뼈대만 보여주셨는데, 좀 더 추가될 요소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아마도 무기 및 스킬 장비 시스템이나, 퀘스트, 코스튬 시스템이 아닐까 싶습니다. 급하게 만든 데모 버전이다보니, 정말 기본적인 액션하고 메인 퀘스트의 흐름 정도만 '이렇게 돌아갑니다'라고 할 정도만 만들었거든요.

일단 그런 일련의 행동이 주로 일어나는 주인공의 방이나 박사의 실험실은 다 구현은 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기획은 다 된 상태입니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의 방의 샤워실에서는 코스튬을 변경할 수 있고, 무기 및 스킬은 파츠 등을 모아서 박사의 실험실에 가면 할 수 있는 식이죠. 여기에 맞춰서 콘텐츠들을 구현하는 것들이 남았습니다. 다음 데모 때 아마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코스튬을 욕탕에서 갈아입을 수 있게 한다던가



▲ 주인공의 방의 기능을 좀 더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 또한 닥터 무어의 실험실에서 무기 및 스킬 강화, 교체가 가능하게끔 추가할 예정이다


Q. PS4 버전과 모바일 버전은 동일한가요?

= 디바이스 스펙 문제 때문에 그래픽 해상도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합니다. 아까 잠깐 언급드렸지만 PS4 버전을 우선 만들고, 이를 포팅하는 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해외 출시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또 한국어 버전 출시 계획도 있으신가요?

= 저희가 개발하면서 영어와 중국어 버전, 그리고 일본어 버전을 우선 적용해서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저희 스튜디오 안에서 자체로 테스트 가능한 것부터 하는 거죠. 저희 스튜디오에 일본인 친구가 있어서 일본어까지는 커버가 가능하거든요.

한국어 버전도 출시 예정입니다. 다만 언제가 나올지는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게임 출시 자체가 언제라고 확실하게 말하기가 어렵거든요.


Q 지난 번에 BIC 때 오셨는데, 그때 느낌은 어떠셨나요?

= 제가 한국에 간 게 그때가 처음이고, 유저들과 그렇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던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은 PC와 모바일, 일본은 콘솔 위주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느낌을 실제로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관심을 안 가져주시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들긴 했었는데, 저희 게임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었고, 또 놀라웠죠.


Q. 한국 유저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저희 게임, 'ANNO Mutationem'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 자리를 빌어서 BIC 때 부스에 컵케이크를 가져다 주신 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그리고 한국어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때 100%로 공고해졌습니다(웃음). 그 분이 이 기사를 보셨으면 합니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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