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존 켈리 CES 아시아 디렉터, "게임은 다른 분야에도 영감을 주는 기술"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미국 소비자 기술협회(CTA)가 라스베가스에서 매년 주최하는 CES는 전세계 기업들이 기술을 경연하는 자리이다. 이를 소개할 때 종종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라는 말이 붙기도 한다. 1966년 처음 시작됐을 때 TV 등 가전제품 위주로 공개가 됐으며, 지금도 각종 가전 및 전자 제품 관련 기술이 주로 공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CES 2020에서는 올해의 주요 테마 중 하나로 게이밍을 손꼽았다. 그간 CES에 게이밍기어 제조사들과 IT 업체들이 꾸준히 참가해왔으며, 특히나 e스포츠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기술 및 미디어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CES 현장을 돌아다니는 중간중간에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고, LG 등 기업들도 게이밍과 관련해 엔비디아와 꾸준이 협력하고 있으며, 차세대 미디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아시아권 일반 소비자, 게이머들에게 CES가 딱딱한 행사, 단순히 미래 기술을 공개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서 CTA에선 어떤 노력을 취하고 있을까? CES 아시아 이벤트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CTA의 존 켈리 선임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 존 T. 켈리 CTA CES 아시아 선임 디렉터

Q.CES에 대해서 일부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가전 및 기술 전시회라는 인식이 있다. 특히 게이머들은 게임 타이틀이 안 나오니까 크게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또 이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어떻게 접근하고자 하나?

VR/AR 및 게이밍 분야는 CES에서 중요한 토픽 중 하나였다. 그리고 가면 갈수록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에는 해당 분야와 관련해서 92개 업체가 참가했고, 올해에는 192개 업체가 참가하는 등 비중도 커지고 있다. 작년 CES에서는 게임 업계에서 정말 중요한 업체 중 하나인 AMD에서 키노트를 하는 등 CES에서 게임과 관련된 것이 적지는 않다고 본다.

특히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e스포츠 산업이다.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산업이 커지지 않았나. 올해 특히 성장하는 산업 중 하나로 손꼽아보고 있으며, 그와 관련해서 게이밍 분야도 기술 분야에서 큰 영역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Q. CES는 들어봤어도 CES 아시아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CES 아시아는 언제부터 개최됐나? 그리고 CES와 CES 아시아가 어떻게 다른가?

CES 아시아는 2015년부터 시작했고, 올해로 6번째를 맞게 된다. 가면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특히 작년 CES 아시아 2019는 2018년 대비 약 14% 증가한 역대 최대 전시 규모를 기록했다. CES 아시아 2019를 기준으로 참가 업체 수를 말한다면 55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헀다. 한국에서는 기아, 현대 등 주요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기업들도 많이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CES 아시아 2019의 주요 테마로 손꼽자면 VR/AR과 자율주행차량 등 이동수단 관련 분야였다. 특히 자율주행차량 및 스마트카 부문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의 주요 기업이 모두 출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CES 아시아에 대해서 더 부연설명하자면, 글로벌 뿐만 아시라 아시아 시장에 특화된 기술 모두를 선보이는 곳이라고 하겠다.



▲ 올해로 6회쨰를 맞이하는 CES 아시아는 아시아 시장에 접근하는 교두보이자 기술교류의 장으로 발돋움했다


Q. CES 아시아를 굳이 따로 하기로 한 이유가 있나?

약 10년에서 15년 전쯤부터 전시 참가사들로부터 아시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이를 듣고 몇 년 간 계속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CES 아시아를 추가로 개최하게 된 것이다.


Q. 게이머들은 하드웨어 기술보다는 게임 타이틀, 혹은 게임과 직접 연관이 있는 오프라인 이벤트 등에 더 관심을 갖는다. CES 현장에서 이를 위한 공간을 추가로 마련하거나, 개발사를 초대한다거나 혹은 카테고리를 할당한다거나 할 생각이 없나 궁금하다.

우선 게이머들을 위한 스트리밍 공간이 이미 존재한다. 참가한 기업 중에는 게이밍 쪽에 특화된 기업도 많고. 그리고 작년과 올해를 돌이켜보면 스트리밍 플랫폼을 출시를 하지 않았나,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어디에서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말은 어디에서든 게임을 시연할 수도 있고, 체험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기존처럼 타이틀을 들고 전시한다, 그런 개념이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게이머들은 기술보다는 재미나 경험, 혹은 기술이 낳은 결과물에 신경을 쓰게 된다. 자연히 새롭거나,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반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인 CES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CES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든다면 무엇인가?

게임은 몰입 경험이 아주 중요한 분야다. 올해 CES에서 나온 VR/AR, 게이밍 분야에서 사용된 기술은 이런 몰입 경험을 창출해낼 수 있는 원천이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새롭게, 혹은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경험이 있지 않겠나.

단순히 VR이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만져지거나, 그런 느낌을 줬을 때 느낌이 다르지 않았나. 또 스트리밍으로 어디에서든 자기가 플레이하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체감하지 않았나. 이렇듯 게임에 있어서 하드웨어도 정말 중요한 분야다. 그리고 CES는 스트리밍 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제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와 하드웨어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으로 기존과는 다른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Q. 기술 전시회에 나오는 기술, 이렇게 이야기하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먼 미래의 것이나 혹은 자신과 관련 없는 기술, 자신들이 살 수 없는 무언가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CES 현장과 먼 한국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인식을 깨기 위해서 CES 디렉터로서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하나?

좋은 질문이다. CES는 단순히 앞으로 나오게 될 기술만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CES에서 선보인 제품 중에는 이미 출시된 제품도 많다. 이런 기술을 개발했다, 라고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술을 접목한 상품이 있고 시판까지 한 상태에서 더 널리 알리고자 참가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먼 미래의 것은 아니지 않겠나.

물론 CES에는 미래적인 기술들이 많이 나온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다 먼 미래의 기술은 아니다. 실생활에서 곧 만날 수 있는 제품도 많다. 올해 CES 2020을 보자면 디지털헬스, 여행 및 관광 등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고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서 여러 기술들이 나왔다. 이런 것들을 이후 알려지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한다면 먼 미래의 기술이라 할 수는 없지 않겠나.


Q. 게이밍 분야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또 게임 관련 기술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기술적으로 본다면, 게이밍 관련 기술은 일단 가상 현실 및 혼합 현실에 정말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아니, 게임이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콘텐츠적으로도 그렇고, 여기에 활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이 게임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또 게임을 통해서 갖춰나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것들이 여러 방면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자면 CES 2020에서는 여행, 관광 분야가 신설됐다. 그 분야에서 나온 기술 중 하나가 버추얼 관광과 VR로 객실 내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에 사용되는 모든 기술은 게임과 연관이 있지 않나. 게임에서는 유저가 직접 어떤 경험을 하게 하고자 의도하고, 그에 맞춰서 여러 가지를 제작해 구현하는 것이니 말이다.

VR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게임적인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보면 올해 CES 2020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는 뇌졸중을 치료하는 게임이 나오기도 했다. 게임과 메디컬 기술이 융합된 좋은 사례이지 않나? 이렇듯 다양한 업계와 기술에서 게임을 활용한 여러 가지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혹은 게임이 그 기술에 영감을 주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



▲ VR+메디컬 등, 다양한 기술이 서로 융합하면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사례들을 들었다


Q. CES를 가보지 못하거나, 여태까지 잘 알지 못했던 한국의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CES는 우리 생활과 매우 가까이에 있고, 또 게임 등 여러 가지 분야의 다양한 기술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CES에서는 많은 한국 기업이 활약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CES 2020에서 키노트를 진행했고, LG는 이번에 정말 멋진 부스를 꾸리면서 자신의 기술력을 보였다. 현대 등 자동차 회사들도 스마트카 분야와 관련해서 놀랄 만한 기술들을 들고 참가하는 등, CES 2020에서 다양한 성과를 보여줬다.

그뿐만 아니라 유레카파크에서는 정말 다양한 회사들이 와서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이를 활용한 샘플들을 전시했다. CES에 참가한 한국 업체는 지난 해에 비해서 약 20% 이상 증가했으며, 한국 미디어도 300개 이상 참가하는 등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

만일 자신의 기술에 자신 있고, 또 널리 알리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CES로 와주길 바란다. 문은 항상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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