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매출 압박 NO! 텐센트의 창의력 개발 집단 '넥스트 스튜디오'

인터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19개 |

텐센트 산하의 개발 스튜디오인 넥스트 스튜디오는 최근 전세계 인디 게임 시장에서 남다른 개발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풍 오보로 무라마사를 표방한 '블레이디드 퓨리', 오밀조밀한 도트 감성의 '데스 커밍', 그리고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깊이 있는 퍼즐 게임 '아이리스 폴'까지 이들이 그려내는 감성은 분명 남다르다.

그 중에서도 한국 게이머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아이리스 폴', 아주 독특한 색채와 감각이 가득 차 있는 이 게임은 출시 직후 전 세계적으로 게임성에 대해 호평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도 제법 주목을 받았다.

신비한 소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양이, 그리고 흑백의 세계, '아이리스 폴'의 프로듀서 페이페이(菲菲)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아이리스 폴 프로듀서 페이페이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아이리스 폴 팀의 프로듀서를 맡은 페이페이라고 한다. 과거 몬스터 헌터 온라인 개발팀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넥스트 스튜디오의 창립자 션리도 당시 같이 일하고 있었는데, 내게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나 역시 새로운 기회라 생각했고, 창의적인 작업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욕심도 있어 같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저니, ABZU 같은 아름다운 인디 게임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였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아트 스타일을 담아내고 싶었고, 특히 흑백을 활용한 모노톤의 게임을 생각했다. 문제는 이 흑백이라는 비주얼적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였다.

문득 떠오른 게 빛과 그림자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모노톤 위주의 아트스타일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확신이 들었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인원이었다. 당시 우리는 굉장히 소규모 팀이었기에 비교적 캐주얼한 퍼즐 장르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동안 핵심적인 플레이 스타일, 아트 스타일, 내러티브 등을 담아낸 데모를 만들어 처음으로 컨펌을 받았는데,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이리스 폴이 첫 작품이었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거 같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창의성을 내비쳐보고 싶다.


Q. 넥스트 스튜디오, 텐센트 산하의 스튜디오로 알고 있는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400명 정도가 일하고 있고, 약 10개 팀으로 나뉘어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각 팀별로 11명에서 15명 정도가 배치되어있고, 1년에서 1년 반 정도 게임을 개발한다. 스팀에 올리고 나면 팀을 해산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Q. 400명? 깜짝 놀랐다. 그 정도 규모일 줄 몰랐다. 아이리스 폴은 몇 명의 인원이 참가한 작품인가?

제일 적을 때는 5명, 제일 많을 때는 11명까지 있었다.


Q.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 같다. 개발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17년 3월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1개월 동안 핵심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전체적인 아트 컨셉만을 담은 데모를 만들어냈다. 이후 두 번째 데모를 8월부터 10월까지 제작해 게임쇼 등지에 선보였다. 12월부터는 10명가량의 인원이 참여해 1년간 꾸준히 게임을 제작했고, 18년 12월 7일 스팀에 출시했다.

전체적으로 1년 반 정도 걸린 거 같다. 돌이켜보니 시간이 참 타이트했다.



▲ 소규모 인원으로 정립해낸 독특한 아트 스타일


Q. 매출 압박은 없나?

매출 압박 같은 건 없다. 물론 상업성을 띄는 게임은 매출이 곧 팀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 같은 예술성 게임은 그러한 압박을 받지 않는다. 게임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다.


Q. 중국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대부분 처음 해보시는 분들이 이게 중국에서 개발한 거라고 생각을 못 한다. 실제로 스팀 내 평가가 '매우 긍정적'으로 좋은 편이다. 독특한 스타일에 좋은 평가를 내려주시는 거 같다.


Q. 최근 중국에서 이러한 예술성 게임이 점점 많아지는 거 같다.

맞다. 이런 예술 게임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그래픽 퀄리티 위주로만 생각을 했었지만, 이제는 개성이 없으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시대가 됐다. 아울러 그러한 개성에 부합하는 게임 전반의 아이디어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 놀라운 완성도와 예술성으로 화제 몰이를 한 '회진 묘필천산'


Q. 아이리스 폴 역시 아름다운 그래픽과 독특한 컨셉 덕에 높은 인기를 끌었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판의 미로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내 개인적인 취향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Q. 차기작 개발은?

'아이리스 폴2'를 개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특한 스타일과 색깔을 선보였는데, 계속 이어지면 그러한 가치가 퇴색될 것 같다. 다음 작품은 보다 실험적인 걸 개발할 거 같다. 현재의 미술 개념을 완전히 깨부술뿐더러 중국의 전통적인 색깔도 들어갈 거 같다. 아이리스 폴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Q. 국풍 게임(国风游戏, 중국의 색채를 담은 게임)인가?

음, 국풍 게임이라 정의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 현재 개발 중인 작품은 비교적 창의적인 국풍 게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Q. 넷이즈도 최근 회진 묘필천산이라는 게임을 출시하지 않았나?

맞다. 그건 송조 시대의 그림을 주제로 한 게임이다. 비교적 비슷하다 할 수 있지만 스타일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우리는 당시대의 작품을 통해 중국 고풍의 예술적 색채를 조명할 생각이다.


Q. 차기작 역시 한국어로 만나볼 수 있을까?

맞다. 스팀에 출시할 예정이며, 한국어 역시 지원할 계획이다.


Q. 매 팀별로 아트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거 같다

우리 사장이 예술적인 시도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사람이다. 어떤 스타일을 도입해야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아트 스타일이 다들 독특한 편이다.



▲ 사뭇 다른 스타일을 간직한 넥스트 스튜디오 작품들


Q. 한국의 팬들이 DLC를 기대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팀이 이미 해산한 상태다. 중국의 팬들도 많은 문의를 보내주지만, 당시 팀원들이 각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DLC를 진행하기엔 힘들 거 같다.


Q. 현재 준비 중인 게임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현재 기획 단계다. 데모 완성까지는 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 반년 정도는 되어야 모습이 나올 거 같다.


Q. 한국 유저들의 비율은 어느 정도였나?

일본, 한국, 미국 유저들은 크게 많지는 않은 편이다. 해외 운영이 우리의 약점이긴 하다. 좋은 퍼블리셔를 찾고 싶은 욕심이 있다. 2번째 게임을 낼 때는 보다 광고를 크게 할 생각이다.


Q. 다른 플랫폼으로도 낼 계획이 있나?

3월 말에서 4월 초 즈음 XBOX ONE, PS4, 모바일로도 '아이리스 폴'을 출시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마디 인사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아이리스 폴'의 프로듀서 페이페이입니다. 2018년 12월 7일 저희의 게임이 스팀에 올라간 이후, 저와 팀원들은 하나 같이 감격스러우면서도 안절부절한 마음으로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갓 생겨난 신생 스튜디오라서, 저희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통해 저희에게 아직 풀어내지 못한 많은 문제점이 남아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어요. 레벨 디자인도 완벽하지 못했고, 스토리 텔링 역시 불분명했죠. 여기서의 실수를 자양분 삼아 두 번째 작품은 꼭 보다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찾아뵈려 합니다.

한국의 게이머 여러분, 부디 미숙한 저희를 게임 속 주인공인 어린 IRIS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저희의 모험은 이제서야 첫걸음을 뗐습니다. 여러분들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다양하고 신비로운 모험을 담은 작품으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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