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으로 하는 액션 게임 '헌드레드 소울'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23개 |



부스스한 머리, 3일은 안 깎은 듯한 수염. 하운드 13 박정식 대표의 첫인상이다. 보통 인터뷰를 한다면 깔끔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박정식 대표는 출시를 앞둔 개발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만나기 직전까지 '헌드레드 소울' 개발에 정신없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박정식 대표는 'AD들의 AD'로 불리는 인물이다. '창세기전3'와 '블레이드&소울' 그리고 '데스티니 차일드'로 유명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와 영화 '설국열차'와 '괴물'로 유명한 장희철 AD 등이 존경하는 인물로 박정식 대표를 꼽은 바 있다. 박정식 대표는 과거 아이덴티티게임즈를 공동으로 창업해 '드래곤 네스트' 개발을 총괄했고, 돌연 퇴사했다. 이후 돌아온 박 대표는 하운드13을 창업해 현재 '헌드레드 소울'을 개발하고 있다.

공개된 '헌드레드 소울'은 다른 모바일 액션 RPG와 비교해 없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자동사냥' 버튼이다. 박 대표의 소개에 따르면 '헌드레드 소울'은 기존 콘솔과 같이 '하는 재미'를 내세운 게임이다. 최초 공개 때부터 남다른 액션으로 주목받은 '헌드레드 소울'. 자세한 이야기를 박정식 대표로부터 들었다.





▲ (왼쪽부터) 김태연 리드 게임 디자이너, 박정식 대표


싱가포르와 호주에서 소프트런칭을 실시했다. 개발 소식만 들은 지 오래돼서 그런지 소프트런칭도 반갑다. 우선 유저에게 선보인 소감이 궁금한데.

박정식 : 우선, 좋다. 개발이 너무 오래 걸렸던 감이 있다. 퍼블리셔 이슈도 있었고 여러 난관이 있었다. 지금이나마 결과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내부적으로 큰 의미를 주고 있다. 높은 완성도를 보이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이제 유저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곧 시작한다.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거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김태연 : 양산형 게임 옷을 벗고 우리만의 공략형 액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긴 개발 기간에 그 구조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만의 게임을 처음 생각한 그대로 만들 수 있었다. 대표가 말했듯이 퍼블리셔 이슈도 있었지만,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 우리의 고민을 담아낸 게임을 유저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다.


그러고 보니 퍼블리셔 이슈는 어떻게 해결됐나? 자체 서비스로 가는 건가?

박정식 : 자체 서비스로 간다. 일부 매체에서는 우리가 전 퍼블리셔와 트러블이 생겨 계약이 파기됐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다만 게임성 면에서 우리가 생각한 것과 전 퍼블리셔의 생각 차이가 있었다. 결국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해서 계약을 합의 하에 해지했다. 지금은 자체 서비스에 문제가 없도록 회사 내부를 다지고 있다.


하운드13이 지키고 싶었던 '게임성'이란 무엇인지.

박정식 : '자동 사냥'으로는 느끼지 못할 재미다. 그렇다고 '헌드레드 소울'은 단순히 몬스터 상성에 맞게 무기를 세팅하면 쉽게 깰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몬스터의 공략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약점을 노려 스킬이 극대화된 전투를 펼처야 한다. 이런 게 '헌드레드 소울'의 핵심이다. 오토로는 할 수 없는 재미.

김태연 : 나는 콘솔과 모바일이 명확하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게임사가 '콘솔 급 모바일 게임'을 표방했다. 그러나 '헌드레드 소울'은 오히려 콘솔에 맞지 않는 게임이다. 모든 액션이 모바일이 최적화되어 있으니까. 모바일은 터치 패드로 움직이기 때문에 콘솔의 복잡한 움직임을 따라가기 힘들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액션과 공략을 연구했고, 우리는 잘 해냈다고 평가한다.

박정식 : '콘솔 급 모바일'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는 있다. 게이머들이 콘솔에 기대하는 건 화려한 그래픽보다는 공략과 기믹을 이용한 '경험'일 것이다. 그 관점에서 보면 '헌드레드 소울'은 콘솔의 느낌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콘솔의 공략 경험을 모바일에서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풀어낸 케이스다.

김태연 : 그렇다면 조작성 면에서 '헌드레드 소울'이 낫다. 콘솔 경험 그대로를 가져왔다면 더 피곤한 게임에 됐을 거 같다. 전투에서 콘솔 느낌을 내기 위해 억지로 콤보를 넣고 공중에 띄우려 하지 않는다. 그런 건 이미 몇 년 전 ARPG에서 다 나왔다. '헌드레드 소울'은 반응과 공략, 타이밍 등 전투의 핵심만 담아냈다.


소프트런칭 버전을 좀 해보니, 잡몹을 상대할 때는 '디아블로'처럼 몰아서 잡는 맛을 살렸고 보스전은 '몬스터헌터'의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거 같다.

박정식 : 우리가 추구하는 느낌은 맞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 소프트런칭을 진행하면서 코어 유저들에게 들은 피드백이기도 하다.



▲ '헌드레드 소울' 실제 플레이 장면

소프트런칭 성적은 어떤가?

박정식 : 지금까지 20만 회 설치됐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기기 스펙 문제로 인해 떨어져 나간 케이스가 좀 있다. 사양이 되고 최적화가 잘 된 코어 유저는 지금까지도 잘하고 있다. 아, 참고로 '헌드레드 소울'의 최소 사양은 램 1.5기가 정도다. 아이폰으로는 6s이다. 소프트런칭 라이브 서비스는 이제 한 달 반 정도 됐다. 최근 '강림' 이벤트가 진행됐는데, 이후에도 꾸준히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코어 유저들은 우리가 의도한 액션을 꽤 괜찮게 생각해주는 거 같다. 실제 플레이도 너무 잘하고.


소프트런칭을 너무 몰래 한 것은 아닌가. 소식을 모르는 국내 유저가 꽤 된다.

박정식 : 아무래도 테스트 성격이 좀 컸다. 국내에서 CBT를 진행했었지만, 아무래도 이벤트의 한계 때문에 알아낼 수 있는 게 적었다. 어차피 CBT는 끝날 것이기 때문에 콘텐츠를 끝까지 즐기는 유저도 굉장히 적었고. 그러나 소프트런칭을 한 달 반 이상 길게 하니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분명 있었다. 소프트런칭으로 밸런스는 물론 우리가 체크하지 못한 기술적 이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의미 있는 피드백이 있었나?

박정식 : 자체 퍼블리싱이다 보니 공격적인 마케팅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싱가포르 유저들이 '헌드레드 소울'을 하고서 플레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더라. 그런 영상이 신규 유저 유입에 도움이 됐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했던 게임성과 방향성에 대해 많은 유저들이 공감했다.

김태연 : 내가 액션 게임을 잘하진 못한다. 그리고 '헌드레드 소울'은 뒤로 갈수록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 된다. 내부에서도 설명과 공략을 한참 들어야 도전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난이도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유저가 따라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략이 유튜브로 공유되고 한국에서도 공식 카페를 중심으로 정보가 퍼지는 걸 봤다.

사실, 그동안 유저들이 '자동 사냥'에 길들어져서 '헌드레드 소울'을 즐기지 못할 거란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얼마든지 좋은 게임을 만들면 유저들은 죽고 또 죽더라도, 공략을 찾아낸다. 이런 유저가 있었다는 걸 다시 발견한 게 가장 큰 소득이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를 통해 처음 '헌드레드 소울'을 알게 된 유저도 있다. 이를 위해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김태연 : '우리 게임을 한마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리얼액션'이라던가 '콘솔액션'은 식상하기도 했고. 내부에서도 논의를 많이 한 결과, '상대성 액션 이론'이라는 표현을 생각해냈다.

다른 모바일 ARPG는 몬스터를 보지 않고, 전투력만 높다면 모든 스킬을 퍼붓기만 해도 된다. 또, 전략이 필요하다고 내세우지만 결국 장판만 잘 보고 피하면 되는 정도다. 그러나 우리 게임은 여타 ARPG처럼 플레이하면 깨지 못한다. 스테이지 후반으로 갈수록 무기와 부관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건 당연하다. 더 중요한 건 몬스터의 공략 방법이다.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를 '상대성 액션 이론'으로 표현했다.

▲ 인게임 플레이 영상으로만 구성한 '헌드레드 소울' 트레일러

하지만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은 요구되는 전투력만 달라질뿐, 결국 전투 양상은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헌드레드 소울'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김태연 : 스테이지 방식 특유의 레벨 디자인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헌드레드 소울'은 일정 범위 안에서 같은 패턴으로 모든 몬스터를 공략할 수 있는 게임이 절대 아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처럼 저 몬스터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고민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게 '헌드레드 소울'이다. 몇 번의 도전 끝에 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추가 패턴이 하나 늘어남으로써 전체 공략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많은 준비를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박정식 : '자동 사냥' 게임은 못 깨는 구간이 나오면 그 전 스테이지에서 '뺑뺑이'를 돈다. 공략을 찾는 게 아니라, 어느 스테이지가 자동사냥을 돌리면 가장 효율이 높을지를 찾는다. 그렇게 얻은 경험치와 아이템을 분해해 캐릭터를 키우고 다시 도전한다. 난 이런 패턴이 싫었다.

이런 방식이 싫어서 떠나는 유저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유저의 선택에 맡기려 한다.


자동사냥을 배제했다. 대부분 모바일 RPG가 '보는 재미'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하는 재미'를 강조해 반갑다. 그러나 자동사냥이 없는 만큼, 확실하게 '하는 재미'를 줘야 한다. '헌드레드 소울'은 '하는 재미'를 어떻게 만들었나?

김태연 : 혹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해봤나? 젤다 초반에 만나는 가디언이나 라이넬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공략을 알게 될 때가 있다. 그때부터 가디언이나 라이넬은 필드에 있는 돈다발이나 마찬가지다. 어려운 적을 모르고 상대할 때는 정말 답답하지만, 약점을 알게 된 이후에는 호쾌한 전투가 펼처진다.

이런 게 하는 재미 아닐까? '헌드레드 소울'은 단순히 콘솔 급 그래픽와 액션을 내세운 게임이 아니다. 우리는 콘솔에서 느낀 '하는 재미'를 모바일로 해석했다.


'프로젝트 100'으로 불리던 때부터 '드래곤네스트'의 3D 버전 같다는 평을 들었다. 어느 정도 의도한 바인가?

박정식 : 나는 물론이고 팀 자체가 '드래곤네스트'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헌드레드 소울'은 '드래곤네스트'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드래곤네스트' 개발 당시 생각했던 액션 시스템을 모바일에 맞게 개선했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다소 있다. 스킬을 사용하는 느낌이나 액션이 발동될 때 연출은 '드래곤네스트' 개발 때 노하우가 많이 적용됐다.



▲ 종종 원화에 참여하는 박정식 대표의 스케치



▲ 언뜻 느껴지는 '드래곤네스트' 느낌의 아트

플랫폼이 모바일이라 아쉽다는 유저도 있다. 콘솔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박정식 : 잘하면 PS4 버전까지는 만들 수 있었을 거 같다. 우리도 유저 댓글 중에서 "왜 이걸 모바일 게임으로 만드냐"라는 반응을 봤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콘솔과 모바일은 접근성이 너무 차이가 난다. 우선 모바일에서 좋은 게임을 선보인 뒤, 나중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정식 출시 일정은 언제쯤으로 생각하나?

박정식 : 오는 1월 중순쯤으로 계획하고 있다. 1월 17일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고, 상황이 따라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글로벌 버전과 동일한 버전으로 진행할 것이고, 조금 더 바뀐 부분이 있다.


'헌드레드 소울'의 핵심은 역시 무기와 부관이다. 콘텐츠 볼륨은 얼마나 될까?

박정식 : 일반적인 플레이를 한다면, 오픈하고서 4개월 정도의 콘텐츠 볼륨을 갖췄다. 그리고 내부에는 더 많은 콘텐츠가 대기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저의 콘텐츠 소모가 워낙 빨라서 걱정은 든다.(웃음)


보여주고 싶었던 액션을 온전히 담아냈다고 생각하나?

박정식 : 액션 자체는 처음 생각했던 기조가 잘 유지된 거 같다. 인터페이스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직관적으로 개선되기도 했고. 기믹은 업그레이드가 잘 됐다. 생각보다 개발 기간이 오래 걸렸던 것은 맞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견고한 게임이 됐다. 특히 새로 온 액션팀장이 제 역할을 잘 해줬다. 액션팀장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진 연출을 잘 뽑아줬다.




'헌드레드 소울'이 처음 공개될 때, 액션 비교작은 '레이븐'이나 '히트'였다. 그런데 출시 시점에는 '검은사막 모바일',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과 비교될 것이다.

김태연 : 우려와 다르게, 난 오히려 지금이 더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PC 온라인에서도 액션이 MMO로 흡수될 때, '드래곤네스트'가 나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마찬가지로, 현재 모바일 액션 RPG는 MMO에 흡수됐다. MMORPG에서는 유저가 온전히 액션을 즐길 수 없다. 액션을 MMO로 구현하기는 힘드니까.

우리는 양산형 MMORPG보다 '헌드레드 소울'이 더 나은 액션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이 더 좋은 시기라고 본다. 다른 게임과 차별화를 더 크게 보여줄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출시도 염두에 둘 법한데.

박정식 : 중국 내 몇몇 게임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중국은 관심을 받는다고 해서 출시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지만. 영어권 국가에 대한 로컬라이징 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다. 언제 출시하면 좋을지 타이밍을 보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은 캐주얼, 카지노 장르가 주류이다 보니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울지 고민하고 있다. 그 외 동남아 국가와 남미, 인도 시장은 좋은 시기를 보고 있다.




첫 작품을 자체 서비스로 시작한다. 끝으로 현재 하운드13의 규모와 유저와의 약속을 듣고 싶다.

박정식 : 직원 수는 총 55명이고 계속해서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개발팀 준비는 마무리가 됐고 운영팀을 계속 증원하고 있다. 퍼블리싱을 준비하다 보니 운영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전문 퍼블리셔 회사가 아니다 보니 어느 정도 어설픈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간에 한 겹이 없으니 바로 유저와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대한 유저와 가깝게 지내면서 좋은 서비스를 해내겠다.

게임사 입장으로 보면, '헌드레드 소울'은 단기간에 높은 매출을 기대하는 게임이 아니다. 우리는 유저가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싶었다. '헌드레드 소울'은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자신한다. 어떤 유저는 "한국에 맞게 헬적화하는 거 아니야?"라고 의견을 주셨는데,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을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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