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R 2019] "왜 '블록체인'인가?" 플레이댑 최성원 전략 총괄 인터뷰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개 |




'블록체인'은 요 몇 년 간 IT 산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꽤나 복잡한 단어다. 블록체인 기술이 떠오르면서 함께 떠오른 '전자화폐'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그나마 이해도를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 '게임'이 붙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새로운 기술을 캐치프레이즈 겸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 게임들은 언제나 있었다. 수십년 전 진보된 3D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던 '울펜슈타인 3D'가 그랬고, 2000년대 말 스마트폰 열풍에 합류한 모바일 게임들이 그랬다. 레이 트레이싱이나 HTML5등 비롯한 새로운 기술적 아키텍쳐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게임의 장점으로 내세우는건 지금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뭔가 모호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반영한 게임'. 그럴싸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살펴보면 게이머들이 기대한 '대단한 게임'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플래시 게임에서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은 정도의 퀄리티. 실체가 없는 기술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지금의 게이머들에게, 블록체인 게임은 일종의 '빈 수레'에 지나지 않는다.

9월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 간 부산에서 진행된 'GTR 2019(Global Top Round)'는 스타트업 게임 개발사들이 참여해 게임을 발표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장이다. 그리고 이 행사의 메인 스폰서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인 '플레이댑'이었다.

행사를 방문한 김에 플레이댑의 최정원 전략 총괄을 만나 보았다. 블록체인 게임의 실체가 모호한 지금. '플레이댑'이 꿈꾸는 게임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



▲ '플레이댑' 최성원 전략 총괄


Q.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다. 먼저, 본인에 대해 짧게 소개해줄 수 있는가?

플레이댑(PlaydApp)에서 전략 총괄을 맡고 있는 최성원이다. 이전에는 NHN과 CJ에서 일했었고, 서버 프로그래머로 10년 정도 일한 후 유통과 사업 분야 등 게임 산업 전반에서 일해왔다.


Q. 이번 GTR 2019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GTR은 나라는 개인과도 인연이 깊은 행사다. GTR이 올해로 5년째를 맞이했는데, 1회부터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개발자로 온 적도 있고, 퍼블리셔 입장에서 참석했던 적도 있다. 실제로 투자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GTR의 심사위원 역을 맡고 있기도 하다.

최근 몇 년 간, GTR에 출전한 게임들의 퀄리티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그래도 아마추적인 느낌이 있었고, 인디 게임의 한계를 넘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프로 레벨에서도 꿀리지 않을 게임들이 등장한다. GTR은 수백 종의 출품 게임을 심사해 20종을 선발, 초대해 이뤄지고, 이 중에서 또 10종의 게임을 선발해 자금 지원이나 투자처 모색, 퍼블리셔 소개 등의 지원을 해준다. 장기적으로 볼 때, 블록체인 기술과도 어울리는 좋은 게임을 찾기에 최적의 행사라 생각한다.



▲ 다양한 고퀄리티 인디 게임이 모이는 'GTR 2019'


Q. 플레이댑이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이라고 들었다. 먼저 '블록체인 게임'과 플레이댑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가?

플레이댑의 '댑(dApp)'이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의 약자다. 새롭게 만들어진 고유명사인데, 여기서 D는 '탈중앙화(Decentralize)'를 의미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설명하면, 하나의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던 데이터가 클라우드 상의 여러 피어에 분산 저장되는 것이다. 때문에 각 정보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귀속된다.

예를 들어, 오늘날 많은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얻어도, 실제 소유권은 게임사에 있다. 아이템을 얻었다는 기록이 게임사의 중앙 서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에서는 아이템이나 재화에 대한 기록이 수많은 블록에 각각 저장되기 때문에 게임사가 아닌 플레이어가 소유권을 갖게 된다.




이를 확장해보면,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에 놓여 있는 게임 사이에서는 자유롭게 물건이나 재화의 거래가 가능하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 놓인 '그림 그리기 게임'과 'FPS 슈팅 게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완성된 그림을 판매해 얻은 재화로 슈팅 게임에서 탄약이나 새로운 총기를 구매할 수 있고, 슈팅 게임에서 얻은 승리 보상으로 새로운 물감이나 도구를 구입할 수 있다.

종래에 하나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많은 게임이 자리잡게 되면, 하나의 거대한 게임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이 플랫폼은 어떤 물리적 서버가 아닌 넷 상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 세계가 정전되서 피어가 셧다운되지 않는 한. 게임 개발사나 서비스사가 망해도 반영구적으로 보존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패러다임은 이런 거다. 과거 '서든어택'의 개발사인 게임하이가 넥슨에 인수되고 넷마블과 넥슨에서 동시 운영되던 과도기 시절, 넥슨은 기존의 유저 정보를 넷마블에게서 받을 방법이 없었고, 넷마블이 이걸 넘겨줄 이유도 없었다. 결국 넥슨은 유저 개개인이 직접 자기 계정과 무기 정보를 스크린샷으로 촬영해 인증하면 이를 똑같이 맞춰주는 방식으로 수동 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서든어택이 블록체인 플랫폼에 얹힌 게임이었다면, 아마 전혀 문제 없이 이관이 가능했을 것이다.

'플레이댑'의 역할은 이런 블록체인 플랫폼의 구축과 운영이다. 게임 개발도 하긴 하지만, 플랫폼 운영과 플랫폼에 진입하고자 하는 개발사들을 지원하고, 플랫폼 자체를 확대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 UDC 2019에서의 '플레이댑'


Q. 하지만 현재 플레이어들은 '블록체인 게임'을 별다른 감흥 없이 바라본다. 게임 퀄리티가 딱히 뛰어나지 않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간단히 말해 기술과 게임의 비중이 너무 편중되어 있다. 최근 블록체인 게임이라고 등장하는 타이틀들을 보면, 원래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자보다는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에 매료된 기술자들이 많다. 이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보다 쉽게 실생활에 도입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게임 개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기 때문에 이미 좋은 게임을 플레이해온 코어 게이머들이 시큰둥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Q. 그렇다면, 플레이댑은 보다 현 게임에 걸맞는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가?

우리가 직접 개발하기도 하고, 다른 개발사의 게임을 우리 플랫폼 위에 얹는 것도 진행중이다. 직접 개발한 '크립토도저'와 '도저버드'의 경우 간단한 코인도저류 게임인데, 개발사들에게 블록체인 플랫폼 상에서의 게임이 어떤 식으로 동작하고, 재화와 정보의 흐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레퍼런스 격의 게임이다.

플레이댑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에 게임을 올리고자 하면 우리는 도움을 줄 수 있다. 테스트 환경과 기술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고, 블록체인과 관련된 다양한 지표를 살필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나 사업 인덱스 시스템도 제공한다. 아무래도 기존의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사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낯설 수 있지만, 우리는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



▲ 레퍼런스 격으로 개발해 서비스중인 '크립토도저'


Q. 현재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소위 AAA급 게임이나 최상위 등급의 온라인 게임들도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서비스가 가능한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진행하고 있는 개발사들도 꽤 많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이나 미국, 캐나다 등 해외 개발사에도 꽤 많은 편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온라인 게임을 얹을 최적의 플랫폼이다. 하나의 플랫폼에만 있다면 게임의 종류와 물리적 플랫폼(PC, 콘솔 등)에 무관하게 서로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개발된 게임을 블록체인 플랫폼에 얹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물론 블록체인과 익숙하지 않은 개발사들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이에 관해서는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결국 '블록체인'은 특정 부분에 특화된 기술이 아닌, 일종의 기간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 전반에서 '당연한 것'이 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하는가?

2007년에 아이폰이 나오면서 앱스토어가 처음 선을 보였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앱스토어를 통해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무난하게 흘러간다면 블록체인도 10년이면 생활 속 다양한 곳에서 쓰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빠를거라 생각한다.

이미 대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어떤 주력 상품이 등장하게 되면 기술의 전파도 이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컴퓨터 게임이 그저 새로운 '전자 오락'에 지나지 않던 상황에서,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은 대한민국의 PC 보급률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애니팡'은 특별할 것 없는 3매치 퍼즐이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의 혁명을 불러왔다.

블록 체인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은 '기술'로서의 인상이 짙고, 게임은 태동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기술 전파의 열쇠인 '키 이네블러(Key Enabler)'가 발견되는 순간, 일상의 기술이 되고 나아가 '당연한 것'이 될 것이다. 우리가 GTR을 꾸준히 찾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안에 그 '키 이네블러'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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