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잘할 수 있는 팀에 잘하려고 왔다" - '테디'

인터뷰 | 신연재, 김수진 기자 | 댓글: 35개 |



LCK 통산 3회 우승, MSI 및 롤드컵 각 2회 진출. 한때 LCK를 호령하고, 최상위권 원거리 딜러로 이름을 날렸던 인간 넥서스 '테디' 장군이 반년의 휴식을 마치고 LCK로 복귀한다.

'테디' 박진성은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3년 간 머물렀던 T1을 떠나 광동 프릭스에 새 둥지를 틀며 프로게이머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듯 싶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팀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개인적으로도 흔들렸고,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 여파였을까. 이적 시장 동안 '테디'의 차기 행선지에 대한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고, 자연스레 '휴식을 취하는 선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한 스플릿이 흐른 뒤, '테디'는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예상하지 못한 팀으로 복귀를 알렸다. 리브 샌드박스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거다.

인벤은 지난 19일, 리브 샌드박스 사옥에서 '테디'를 만났다. 반년 만에 LCK로 돌아온 '테디'의 최초 인터뷰를 지금 바로 공개한다.





Q. 정말 오랜만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친구들이랑 칼바람도 하고, 만나서 놀기도 하고,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다. 또, 솔로 랭크도 하면서 평범하게 지냈다.


Q.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 건 데뷔하고 거의 처음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쉬기 전에는 마음이 살짝 울적했는데, 막상 쉴 때는 나름 되게 좋더라. 심적으로 편안해서 그랬던 것 같다. 대회 보면서는 '저 사람들은 되게 고생하고 있을 텐데, 나는 힐링하고 있구나' 싶어서 좋다가도 '그래도 재미있겠다' 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Q. 사실 반 시즌을 쉴 거라는 것도, 복귀 팀이 리브 샌드박스일 거라는 것도 예상치 못했다. 먼저, 작년 이적 시장 상황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

당시에는 중국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내키지 않았지만, 가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안 가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중국으로 갔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갈 수 있는 팀이 한정적이기도 했고, 아예 쉬면서 개인 연습을 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좀 더 컸다.


Q. 그 선택 덕분에 결국 반년 만에 LCK로 돌아오게 됐다. 원래 서머 복귀를 생각하고 있었나.

복귀 생각은 하고 있었다. 반년을 쉬어 보니까 더 쉬면 경기 감각이나 프로게이머로서의 마인드 같은 게 잊혀질 것 같아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Q. 어떻게 리브 샌드박스에 합류하게 된 건가.

팀에서 연락이 와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아는 사람도 많고, 다들 열심히 하는 것 같고, 경기도 괜찮게 잘한다고 생각했다. 가서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을 하게 됐다.


Q.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이번 계약에서 연봉 부분이 이슈가 잠깐 됐다.

반 시즌 더 쉬기 싫기도 했고, 남은 반년 동안 열심히 잘하고 싶어서 온 게 크다. 연봉에 대해서는 애초에 신경을 안 썼다.


Q. 그래도 연봉을 낮춘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연봉은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수단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나도 작년 서머 스플릿이 끝났을 시점에는 딱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막상 쉬고 보니까 벌어 놓은 돈도 있고, 그래도 여유가 좀 있는 것 같아서 다른 생각 않고 그냥 게임에만 집중하면 그게 오히려 나에게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Q. 정상에 서본 자의 여유도 살짝 느껴진다(웃음). 분위기를 바꿔서, 쉬는 동안 LCK는 자주 봤나.

아는 사람들이 나오는 경기나 강팀 경기는 거의 봤고, 플레이오프는 다 봤다.





Q. 바텀 메타가 길었던 만큼, 대회를 뛰고 싶은 마음도 컸을 것 같은데.

바텀 메타라 할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대회 보면서 바텀보다 미드-정글 메이킹 역할을 해주는 사람에 눈이 많이 갔다. 바텀에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플레이메이킹, 시야 심리전과 움직임 같은 걸 더 많이 보게 됐던 것 같다. 특히, '피넛' 한왕호 선수가 되게 메이킹을 잘하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Q. 앞서 리브 샌드박스의 경기도 봤다고 했는데, '테디' 선수가 팀에 어떤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까.

사실 어떤 점이 더 좋아지고, 나아질 것인지는 선수들의 마인드나 연습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일단, 시즌 준비하면서 내가 팀에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줄 생각이다.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믿음직한 원딜이 되고 싶다.

또, 팀에서 후반 캐리력 중 안정감 때문에 나를 데려오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안정감을 좀 더 갖춰야 되지 않을까 싶다. 믿고 데려와 주셨으니 그 부분은 책임지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Q. 기존 선수들과 호흡은 어떨 것 같나.

일단 스크림이 다음 주부터 시작이라서 한 번 맞춰봐야 알 것 같다. 게임 외적으로는 다들 성격이 좋다. 코치님도 재미있고, 선수들도 다 재미있다. 합류한 지 5일 됐는데, 지내면서 좋았던 점 밖에 없다. 제일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건 '버돌' 태윤이다. 장난기가 많아서 같이 말을 많이 하게 된다.


Q. '클로저' 이주현 선수와는 T1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호흡을 맞추는데 있어 더 편할 것 같다.

솔직히 그때는 선수가 따로따로 너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아직 나는 주현이를 다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온전히 함께 활동하니까 잘 알아가야 할 것 같다. 일단은 주현이가 교전이나 라인전을 잘해서 좋다.





Q. 원딜에게 가장 중요한 라인은 서포터다. '카엘' 김진홍 선수와 함께 하게 됐는데.

원래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같이 하게 됐다. 플레이메이킹과 침착함이 이 선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호흡을 잘 맞춰나가야 할 것 같다. 기대가 된다.


Q. 코치진과는 어떤가. 유상욱 감독은 교전 능력을 강조하는 편인데, 지향점이 맞는 것 같은지.

감독님의 방식을 아직 잘 몰라서 이 부분은 이야기하기 어렵다. 밥도 몇 번 먹고, 이야기도 종종 나누는데, 듬직하시다. 듬직하고, 여유가 있어 보이고 좀 푸근한 느낌이라서 인간적으로 좋다.

그리고, 김다빈 코치님은 친해서 편하다. 비시즌이라 그런지 코치님이 가끔 뒤에 와서 선수들 솔로 랭크 보다가 실수하면 '웃참(웃음참기)'한다. 그래서 뭔가 더 집중하게 되는데, 그런 게 좀 자극도 되고 재미있다.


Q. 리브 샌드박스는 작년에도 이렇게 시즌 도중에 선수를 영입해 좋은 결과를 낸 전례가 있다. 비슷한 상황에 포지션까지 겹친다. 그런 게 의식이 되지는 않는지.

살짝 의식은 됐다(웃음). 작년에도 서머 앞두고 원딜을 영입해서 높은 곳까지 갔으니까 나도 열심히 해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될 것 같다.





Q.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성적을 목표로 삼고 있나.

잘할 수 있는 팀에 잘하려고 왔다. 서머에 순위를 몇 위 할 지는 모르겠지만, 스크림 하면서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최종 목표는 롤드컵 진출이다.


Q.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개인 기록은 이제 딱히 관심 없다. 잘하면 알아봐 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올-프로도 마찬가지다. 잘하면 따라오는 거다. 그래서 특별한 목표보다는 그냥 플레이로 잘하는 선수라는 인상을 주고 싶다.


Q. 잘하는 선수라는 인상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아쉬움이 조금 있다. 예전에는 나 스스로도 잘했고,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는데, 또 살짝 아쉬웠던 부분이 좀 있지 않았나 싶다.


Q. 그렇다면, 서머 개막 전까지 어떤 기량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나.

침착함과 안정감, 그리고 팀원들과 맞추는 합. 개인 플레이를 줄이면서 팀과 잘 맞춰나가고 싶다. 쉬면서 여유가 많이 생겼다. 잡생각도 많이 없어져서 롤에 집중이 더 잘 된다.





Q. 반년 간의 리프레쉬가 좋은 영향을 끼친 듯 하다.

사실 작년에 부정적인 마음이 컸다. 해도 해도 잘 안 됐고, 그래서 우울하고 많이 힘든 시즌이었다.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을 가지고 싶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Q. 이쯤에서 원초적인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다. 다시 돌아오니 행복한가.

행복한 감정보다는 설렌다. 기대감이 크다. 하루 빨리 스크림도 해보고 싶고, 대회도 해보고 싶고, 이겨도 보고 싶고, 웃어도 보고 싶고. 그렇다.


Q. 그럼 마지막으로 '테디' 선수 만큼이나 그 순간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인사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다.

반년 동안 쉬었는데도 열심히 응원하고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리브 샌드박스에서 남은 시즌을 보내게 됐는데, 최대한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