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지른 돈, 대신 받아드립니다

칼럼 | 이현수 기자 | 댓글: 141개 |
웬만하면 안 건드려. iOS 결제 금액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애플이 정보를 안 주니까 찾기도 힘들고. 괜히 수면 위로 꺼냈다가 커뮤니티 분위기 뒤숭숭해지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일 있냐. 그런데 거기는 모르긴 몰라도 이번에 좀 어지간했나 보다.

최근 불거진 '별이되어라!'의 환불 악용 이슈와 관련해서 한 모바일 게임의 운영 인력과 나눈 이야기다. 게임사들은 오래전부터 오픈 마켓의 환불 정책에 대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그들의 우월적인 지위를 앞세워 자신의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결제 정보를 게임사에 제공하지 않아 악용 유저들을 제재할 방안을 찾기가 힘들었다. 또한, 운영 인력의 말처럼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태. 게임사가 어떻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픈마켓 운영 주체는 물론이고 이를 악용하려는 유저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대행사가 기저에 얽히고 설켜 있다.


애플, 묻지마 환불 ?
Thanks for choosing Apple.

고객이 물건을 샀다가 단순변심이든 하자건 간에, 반품 요청을 하고 환불을 받았는데, 집에 물건이 남아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 물건을 아무런 제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좀 황당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이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자신들의 결제시스템을 통해서만 아이템을 판매, 환불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인 앱 결제 등을 이용한 후 환불을 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게임사 혹은 게임 사업자를 통하지 않고 환불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사업자는 이 사실을 통보받는다. 구글은 사용자 정보를 절차에 따라 사업자에게 제공하지만, 애플은 그렇지 아니하다. 2주 안에 적당한 카테고리만 선택한다면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애플의 환불 절차는 소비자 관점에서 굉장히 편리하다. 소명 자료도 딱히 필요 없다. 게임사에 전화하고 소명할 필요 없이 아이튠즈에 들어가서 몇 번의 클릭이면 끝이다. 그러면 얼마 안 있어 'Thanks for choosing Apple'이라는 문구가 큼지막이 박힌, 환불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을 수 있다. 구매 후 48시간 이후에는 개발자나 구글로 환불 소명서를 제출하는 구글 플레이와는 대조적이다.



▲ 아이튠즈에서 결제 내역 화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 환불을 받을 수 있게 해놨다.

게임사업자에게 재량을 넘기면 환불을 해줄지 말지를 게임사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환불 문제 때문에 플랫폼이 같이 타격받는 것을 경계하면서 생긴 정책이다.

문제는 게임사다. 게임사는 애플에게서 환불 사용자에 관한 정보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게임사는 환불을 한 사용자를 특정하기 힘들다. 당연히 계정 접속 금지 등의 제재를 내리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는데 상당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또한, 환불 사용자가 게임을 계속하고 있어도 작정하고 찾으려 하지 않는 이상 악용 사용자를 분별하기가 힘들다.

애플이 규정을 내세워 환불 이용자의 정보를 넘겨주지 않으니 게임사업자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구글은 해당 경우에 대해 아이템 회수나 계정 블록을 장려하고 있다. 아래는 악용에 대한 구글 본사의 방침이다.

"최근 몇몇 유저들이 저희 Google 환불 정책을 악용하여 지불 없이 디지털 콘텐츠를 얻기 위한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기 위해 Google 측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게임사가 Google 환불 정책을 악용하는 유저들에게는 그에 해당하는 처벌을 진행하도록 권장합니다.

예를 들어, 해당 유저로부터 부당하게 취득한 아이템을 회수 또는 게임 접속 불가를 함으로써 유저 계정을 정지 시키는 방법을 권장합니다."


영문 답변 원문- "Recently we have learned there are increasing number of users who try to abuse our customersupport team's refund policy, trying to receive digital contents without paying money. We are currently working hard to reduce this problem as soon as possible. At the same time, if you are able to identify abusing users, we encourage you to provide some penalty to those users in your service, such as removing some items from those users' account, or rejecting access to your service from those abusing users.”


정상 소비자와 사업자는 울상
환불을 받았지만, 재화는 보유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게임사업자는 대체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어뷰징 사용자들을 검출한다. 게임사들은 보유 로그를 기반으로 의심 유저를 추출하고 이를 다시 정밀하게 확인한다. 이 과정에 환불 악용이 의심되면 개발사는 해당 유저가 결제를 진행한 오픈 마켓에 해당 사용자의 구매 기록 및 환불 기록을 요구한다. 구글의 경우 이를 절차에 따라 개발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애플은 사용자 정보을 개발사에 넘기지 않는다.

또는 일정 시간 뒤 받는 결제 내역이 담긴 영수증을 역추적한다. 사업자는 결제 시간과 아이템 시리얼 넘버 등을 역추적해 환불한 사용자를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하나하나 파악하고 역추적해야 하니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환불 악용 사용자를 찾는 제반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규모가 큰 게임사업자는 그나마 역추적할 수 있는 인력이나 자본이 있으니 다행이다. 문제는 중소 게임 업체다. 이들은 라이브도 버거운 상황에서 환불 정책을 악용하는 이용자가 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현행 게임아이템 환불절차는 게임 사업자가 구매 취소 통지를 받는 입장이다. 구매취소 통지도 구글이나 애플이 환불해준 비용을 보전해주는 금액만 알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환불 요청한 구매자가 구매를 취소해 그 대금을 환불 받으면서 아이템까지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더구나 게임 사업자는 그 손해를 오롯이 떠안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과거 애플 생태계가 안드로이드의 그것보다 몇십 배는 컸던 시절, iOS와 Mac OS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Paid App(유료 구매 어플리케이션)을 구입하고 환불하는 방법이 논란에 오른 적이 있었다. 앱을 지우지만 않는다면 환불하고도 업데이트까지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이 이를 악용했었고, 개발사들은 애플의 환불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사용자의 양심에 호소하기도 했었다. 이후 5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애플은 약간의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큰 틀에서는 여전히 해당 정책을 고수 중이다.



▲ 아이폰 용 어플 유통망은 애플 앱스토어로 강제된 상황이다.

환불 악용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게임사업자만이 아니다. 같은 사용자들도 고통을 받는다. 특히 PvP 랭킹 등에 민감한 게임은 더욱 그렇다.

PvP 랭킹에 오르려면 대체로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게 시간이 될 수도 있으며 돈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누군가는 내가 돈을 주고 구입한 재화를 무료로 받았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러고도 아무런 제재 없이 게임을 즐긴다면 불공평함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로 인해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며 결제를 이용한 다수의 사용자는 정신적, 물질적인 상대적 피해를 보게 된다.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악성 사용자를 찾아내고는 있지만,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없어 애플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며 "지금까지 결제 금액 규모도 적고, 그 숫자도 소규모여서 크게 제재를 하지 않았지만, 피해 사례가 늘어나면 제재 수위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애플의 환불 정책을 악용하는 사용자가 공정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용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구조다. 애플은 이를 완전히 강 건너 불 보듯 묵인하고 있다. 환불을 해줌으로써 자신의 할 일은 다 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환불을 부추기는 환불 대행사
"지른 돈, 대신 받아드립니다" - 불법 환불 대행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불은 일종의 '꼼수'가 되어버렸다. 애플은 앞서 말했듯 일정 기간 내 묻지마 환불로 게임을 즐기면서 환불을 받고, 구글은 게임을 떠나면서 '환불 대행사'를 통해 환불을 받는다. 창조 경제를 실현했다. 실체 없는 데이터에서 진짜 현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구글 플레이의 환불 시스템은 첫 1회 환불만 사유를 묻지 않는다. 구매 후 48시간이 지난 건에 대해서는 개발사 혹은 구글에 소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환불은 반려 처리가 된다. 그런데 환불 대행사들은 최근 2개월 안에 모든 결제 금액을 모두 환불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환불 대행사와 대화 내용

"구글 환불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60일 이내 결제 금액이 얼마나 되시죠? 총 환불 금액에 **% 수수료 받는데 괜찮으신가요."
"진행은 선진행하고 환불승인 받은 후 환불 총금액에 **% 수수료 받습니다. 환급된 다음에 받기 때문에 사기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캐쉬를 다 쓰고 환불하는 건데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다 사용해도 환불 가능합니다. 영정 당할 수도 있는데, 안 당하는 게임도 있어요. 그런데 안 하는 게 좋아요."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돼요. 다들 하세요. 안 하고 접으면 사장님만 손해라니까요?"

"아 많이들 하세요?"

"오늘 저한테만 6번째 문의세요"

이게 일반적인 환불과 다른 건가요? 제가 하는 거랑?

"당연히 다르죠. 사장님이 진행해서 받을 수가 없는 것까지 대행해서 깔끔하게 다 받아드리는 겁니다. 저희는 총 5단계 진행합니다. 1단계가 안 되면 2단계로…. 2년간 해온 노하우로 못 받을 것도 웬만하면 다 챙기죠."

"진행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우선 60일 이내 결제 금액 및 결제 건수를 파악해서 수수료를 책정합니다. **%에서 **% 정도고요. 사장님이 아이****에 수수료를 입금하고 판매 글에 구매신청을 하시고요. 제가 구글 계정을 받아서 환불을 진행합니다. ***만 원 이내는 *시간 정도 걸립니다. 환불 완료되면 사장님이 확인하시고 제가 아이****에서 인계를 확인하고 사장님이 인수를 확인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수수료를 지급하시면 돼요.

이후 신원을 밝히고 환불 과정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접근을 했으나 이내 연락이 끊겼다. 대화에서 '저희'와 '저'를 구분해서 썼다는 점에서 한 명이 아닌 일정 규모로 운용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 자연어 검색만으로도 많은 수의 대행사 블로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환불 악용과 달리 이와 같은 거래는 명백한 형사 범죄다. 이미 사례도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2013년 10월 29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회사원 강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는 동년 4월 24일부터 동년 5월 7일까지 구글플레이 결제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모두 203차례에 걸쳐 2,610여 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2015년 1월에는 모바일게임 캐쉬를 구입했다가 다시 취소하는 수법으로 총 2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이모씨에 대해 법원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3년 9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1년여간 구글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결제한 뒤 15분 이내에 결제를 취소하는 수법으로 총 2,546차례에 걸쳐 2억 3,73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와 같은 검은 유혹에 상대적으로 지갑이 가벼운 청소년층은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2015년 국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은 "모바일 게임을 주로 접하는 청소년들이 이러한 불법 행위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정부가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통해 이런 불법적 거래가 발붙일 수 없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마켓의 수수방관 ,이게 최선 입니까?
애플 적극적인 피드백 수용을 보여줬으면...

최근 이슈가 된 플린트의 김영모 대표는 공식 카페를 통해 환불을 악용하는 사용자들을 사법 기관에 의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 "결제 프로세스와 서비스를 악용해 게임 내 재화를 부당히 취득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특정 스토어에서는 환불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기 힘들어 대응이 어려우며 해당 스토어에 지속해서 이슈를 제기하고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각종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데스티니 차일드'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이들 역시 카페 공지 사항을 통해 "타 스토어와 달리 실시간으로 게임사 측에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태지만, 정보가 제공되는 즉시 순차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운영 정책에 따른 제재 처리를 언급했다.

악용 사용자를 제재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해당 사용자의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게임사들은 구글과 애플 유통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애플의 이와 같은 정책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해야만 한다.

구글은 환불 정책이 악용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시스템을 일부 변경하기도 했다. 취소 횟수를 제한 하는 등 정책을 변경했다. 결제 48시간 이후 게임 사업자에게 적절한 절차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사업자들은 이를 토대로 아이템 회수 및 계정 정지를 통해 피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애플은 환불정책이나 사업자 고지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개선안을 내놓지도, 시행할 모습도 현재까지는 없다. 과거 14일 무조건 환불 정책 시스템의 맹점을 인정하고 '과다한 환불 요청자'들에게 환불 자격을 부여하지 않은 적은 있으나 이는 보통 사용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애플코리아에서는 본사 정책에 대한 입장을 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 측에서는 한 달 평균 환급 건수가 몇 건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국내로 한정해 매달 수십 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5년 국정감사 때도 구글과 애플의 비정상적인 환불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상황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마켓은 약관이나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양자 모두 합리적이면서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탐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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