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건강한 게임 생태계 구축을 위한 오픈 퍼블리싱 플랫폼의 필요성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7개 |



[▲ 문대경 아이펀팩토리 대표]
인벤에서는 게임업계 1.5세대 인물로 안정적인 게임서버엔진인 아이펀 엔진을 개발한 아이펀팩토리의 문대경 대표님을 모시고 서버 관련 컬럼을 기고 받고 있습니다.

문대경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Berkeley 에서 컴퓨터 공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였고, 1999년 넥슨 입사 후 2005년까지 넥슨에서 출시되는 다수의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서 서버 프로그램을 책임졌습니다.

아이펀팩토리가 개발한 '아이펀 엔진'은 네트워크 처리, DB처리, 분산 처리 등 게임 서버 구현에 필요한 필수 기능을 제공하여 효율적인 게임 개발이 가능하게 하는 게임 서버엔진입니다.

그 아홉번째 시간으로, 모바일 게임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변천사를 살펴보겠습니다.


*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지금까지의 기술적인 이야기가 아닌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기술적인 내용들에 비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내용을 포함한다.

모바일 게임의 역사는 결국 아이폰이 언제 시장에 소개되었는지와 관련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소개하면서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올릴 수 있는 AppStore 를 같이 소개했고, PC 에서의 교훈을 보더라도 개발자든 일반 대중이든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애플리케이션은 당연 게임이었다. 그 때문에 아이폰이 처음 소개된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그리고 아이폰 3GS 모델부터 도입된 한국은 2009년부터 모바일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소비되기 시작했다.



▲ 애플의 첫 번째 아이폰. 이 당시에는 핸드폰의 크기를 경쟁적으로 줄이던 시기였다. 그 때문에 이 광고가 나왔을 때도 애플이 아이폰을 작게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손이 큰 모델을 사용해서 광고를 찍었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 패블릿이라 부르며 큰 폰을 선호하는 현상은 다분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출처: 애플)



■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 없던 초창기 모바일 게임

모바일 게임이라는 이름은 “모바일 (mobile)" 이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portable 한 게임을 의미했다. 즉, 들고 다니는 장치에 설치되어 들고 다니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그 때문에 초기의 모바일 게임들은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기능이 없는 게임들이 주류였다. 들고 다니는 장치다 보니 안정적인 네트워크 상황을 가정할 수도 없었고, 대중들의 기대치도 “들고 다니는" 장소가 비행기같이 네트워크가 아예 불가능한 곳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선이 1시간을 넘기지 않지만, 미국 같은 곳은 국내선만해도 5-6시간 시간이 걸리는 곳도 많기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은 큰 메리트다.)

이 때문에 초기의 모바일 게임은 3명 이내의 소규모 인원이 석 달 이내에 작업을 해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정도의 게임들이었다. 만일 개발 외주를 준다고 해도 3천만원 선에서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정도였다. 천만 원이라는 숫자가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 경쟁적으로 대작 PC 게임을 만들던 상황에서 게임 하나의 제작비는 수백억까지 호가 했기 때문에, 1억도 안되는 제작비로 만들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얼마나 라이트하고 단순한 게임들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들을 보면서 갤러그 수준으로까지 PC 게임의 초창기 시절로 회귀한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 비동기 멀티플레이로 진화한 모바일 게임

그런데 PC 게임의 초창기로 회귀한 것 같은 것은 단순한 느낌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들의 발전 역시 PC 게임에서의 발자취를 그대로 밟기 시작했다. 극 초반기 네트워크를 전혀 고려하지 않던 게임들이 PC 에서처럼 게임 내 경쟁 요소 도입을 위해 랭킹과 같은 기능을 넣기 시작했고, PC에서 여럿이 플레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SNS 친구들과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만 PC 에서의 네트워크 환경과 달리 네트워크 단절이 많은 모바일 환경의 어려움 때문에 실시간이 아닌 “비동기” 방식으로 다중사용자가 플레이하게 했지만 말이다. 이런 변화는 제작기간의 증가와 제작비의 상승을 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 모바일 게임이 1억 이내에서 제작되던 시기는 끝나고 그래도 3-4억은 들여야 되는 수준으로까지 변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환경은 기존 PC 개발사들에게 큰 메리트를 던져주지 못했다. 이미 비대해진 규모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규모 있는 게임들이 필요했는데 그에 비해 모바일 게임들은 그들에게 장난감처럼 보였을 것이다. 더구나 기존 게임사들이 보유한 PC 게임 프로그래머들은 안정적인 네트워크 연결을 가정하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에 모바일 환경처럼 네트워크가 끊기고 IP 까지 바뀔 수 있는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런 이유로 연결 기반의 PC 게임이 아니라 연결이 불안정하더라도 동작하는 세션 기반의 웹 서비스가 오히려 모바일 게임의 서비스 환경과 맞아떨어졌다. 그로 인해 웹 서비스의 기술에 익숙했던 웹 프로그래머, 그 중 백엔드 프로그래머들이 모바일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 PC 게임 개발사들에게 웹은 자사의 게임 포털이나 서비스 웹페이지를 만드는 정도였기 때문에 PC 개발사들이 모바일 게임으로의 전환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PC 게임 시장에 프로그래머들이 존재했고 더 이상 신규 PC 게임들이 만들어지지 않는데도 모바일 게임에서의 프로그래머는 여전히 부족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웹 백엔드 개발자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또한 퍼블리셔 역시 고전을 면하기 힘들었다. 게임의 제작 단가가 낮고, 애플 AppStore 나 Google Play 처럼 이미 잘 갖춰진 유통 채널이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게임 회사들이 퍼블리셔를 찾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애니팡이나 드래곤 플라이트 같은 성공 스토리가 사람들을 “우리도 잘되면…” 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고, 퍼블리셔가 모바일 게임 광고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렵던 시절이었다. 이는 PC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강자였던, 넥슨, NHN, 네오위즈 등이 모바일에서 상당기간 (심지어 일부는 지금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 장수게임 CoC. 모바일 게임에서 광고의 역할을 극단적으로 깨닫게 해준 게임이다. (출처: 구글 플레이)



■ 게임의 성적에 자본의 힘이 크게 미치는 시기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프로그래머들의 웹 서비스 학습이 지나갈 무렵, 거대한 폭풍이 지나가게 된다. 나는 킹의 캔디 크러시 사가와 더불어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 모바일 게임 산업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2014년 2달간 100억 이상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국내 누적 광고비가 300억을 넘는다.” 등 입이 떡 벌어지는 뉴스들을 숱하게 만들어낸 클래시 오브 클랜 이후 모바일 게임 산업은 홍보 마케팅에 치중하게 된다. 바야흐로 돈으로 게임 순위를 바꾸는 단계가 된 것이다. 그 이후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게임들의 TV 광고는 폭증하게 된다.



▲ 모바일 게임들의 미국내 TV 광고 규모 (출처: pocketgamer.biz)

물론 PC 온라인에서도 게임 광고는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배포 채널이 일원화되지 않은 PC 게임 시절에는 게임들의 매출 성적은 대부분 그 회사가 직접 발표하는 실적 자료 등에서나 알 수 있었고, 게임 간의 성적 비교가 유저들의 게임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그러나 애플의 AppStore, 구글의 Google Play 등 유통 채널이 정해진 모바일 시장에서는 매출 성과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기 시작했고, 이 순위가 유저들이 게임을 선택하는 기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순위가 아래쪽에 있으면 그런 게임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모바일 시장에서 뚜렷한 역할을 찾지 못해 외면받던 퍼블리셔에게 강한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요즘 어지간해서는 10억 이하의 광고비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대규모 광고비를 집행할 수 있는 퍼블리셔의 입김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그에 따라 몸값이 높아진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 (Return on Investment; ROI), 그러니까 투입한 광고비 이상을 뽑아낼 수 있는 게임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더구나 작은 게임들은 게임을 관리하는 비용이 높아져서 아예 외면당하게 되었다. 이 역시 ROI 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된다. 바야흐로 게임 생태계의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 게임 서비스 생태계의 붕괴

이 때문에 수많은 개발사들이 퍼블리싱 계약조차 따지 못하고 게임을 접어야 했다. 국내에서 게임 회사의 운영 방식이 퍼블리싱 계약을 통한 운영비 조달과 퍼블리싱 계약을 지렛대 삼아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개발사들이 버텨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익 구조 역시 플랫폼 수수료라고 하는 것을 떼고, 퍼블리셔와의 수익을 나누게 되면 개발사가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극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퍼블리셔한테 받는 개발비와 광고비는 결국 미래 수익을 미리 당겨서 쓰는 꼴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게임이 어지간히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게임을 준비할 수 있는 정도도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퍼블리셔들이 행복해진 것도 아니다. 너도나도 대작을 찾다 보니 될성부른 게임은 여러 퍼블리셔들이 달려들어 경쟁을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게임을 제품으로 바라볼 때, 순간 공급이 수요보다 높아진 적이 있었지만 수많은 게임사들이 도산한 상황에서는 금세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 즉 게임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리고 총알이 부족해서 홍보 전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중소 퍼블리셔들은 해외, 특히 중국에서 싼 가격으로 게임을 사다가 큰 비용 지출 없이 적당한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서비스하는 상태가 되었다.



■ 개발사들이 가장 원하는 돈. 그런데 정말 그게 전부일까?

개발사들이 퍼블리셔를 찾는 이유 중에 개발비와 광고비가 가장 큰 이유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누구나 단번에 대박을 내면 좋겠지만, “일단 중박 몇 개 내고 체력을 키워 대박에 도전한다” 라고 생각하는 개발사들도 많이 존재한다.

이들 개발사들에게는 돈 이외에 퍼블리셔가 제공하는 “운영” 이라는 것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본인들은 게임 클라-서버를 만드는 데는 익숙하지만, 서비스를 실제 돌리기 위한 인프라 운영을 해본 적이 없고, 고객 지원을 해본 적도 없고, 적절한 타이밍에 게임 내 이벤트를 돌려서 매출로 이끌어 내는 노하우도 부족하다. 그리고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 번역은 누구에게 맡겨야 하고 해외의 누구를 접촉해야 하는지도 알기 힘들다. 그리고 당연히 해외 고객 지원을 직접 할 수도 없다.



▲ 개발사 혼자서는 '운영'을 하는 데에 애로사항이 따른다.

또한, 앞에서 퍼블리셔에게서 받는 돈은 미래의 수익을 미리 헐값에 당겨쓰는 것이라고 말을 했듯, 퍼블리셔에게 돈을 받는 것이 개발사의 미래에 마냥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직접 퍼블리싱을 시도하는 개발사 입장에서도 이런 서비스들은 절실하다. 실제 이는 내 주변에서 모바일 게임사를 창업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는 퍼블리셔가 제공해주는 많은 서비스들을 좀 더 세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형 퍼블리셔가 ROI 문제로 작은 개발사들을 만나주지 않는다면, 개발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는 자금 부분을 제외하고 퍼블리셔가 제공하던 주요 서비스들을 대신 제공받을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한 것도 자명해 보인다. 여기서 오픈 퍼블리싱의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 생태계 회복을 위한 오픈 퍼블리싱 플랫폼 제안

이에 나는 건전한 개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개발사들이 누구나 쉽게 게임을 올려볼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순히 게임을 올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게임을 잘 성장시킬 수 있는 운영 서비스들을 공급받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를 위해서는 개발사뿐만 아니라 운영에 필요한 제반 서비스들을 공급하는 다양한 주체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걸 진정한 의미에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에 플랫폼을 유저 풀을 소유하고 그 유저풀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은 지금처럼 누군가에 의해서 진입이 제한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소 붕 뜨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이를 위해 기존에 오프라인 계약의 방식으로 유지되던, 게임을 출시하기 위한 제반의 서비스들을 온라인으로 접근 가능하고, 게임을 출시하려는 사람이 이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이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국내 게임사가 태국에 게임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 해당 플랫폼은 태국어 번역 업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그리고 인프라를 쉽게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태국어로 고객 지원을 하고 게임을 운영할 수 있는 운영 대행업체를 찾을 방법을, 그리고 태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마케팅 에이전시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많은 게임들이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컬럼의 처음 시작을 아이폰으로 시작했는데,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개발 SDK 를 공개하고 사람들이 쉽게 앱을 올려서 평가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를 동시에 오픈했다. 바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게임이 서비스되고 소비되는 건강한 사이클을 위한 생태계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될 때가 아닐까?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