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캐릭터 점핑 이벤트, 온라인 게임의 딜레마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12개 |
무더운 여름, 이런 '시즌'만 되면 특별한 게임 속 이벤트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중에는 마치 놓치면 손해인 듯한 느낌을 주는 엄청난 혜택의 이벤트들도 꽤 있기도 하다. 이래저래 폭풍적인 장비를 지원한다거나, 이번 시즌에만 등장하는 한정 아이템을 제공하거나.

그중에 유독 몇 년 동안, 눈에 띈 이벤트가 있었다. 보통 그렇게 유심히 보는 게임은, "아 언젠가 좀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던 게임들. 그렇게 유심히 봐 둔 게임에서, 이런 이벤트가 진행이 되면 참 놓치기가 아까웠다. 바로 '점핑'이벤트다. 오늘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이런 '점핑' 이벤트에 대해서다.

혜택도 엄청나지만, 그만큼 파장도 커서 '딜레마'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벤트. 그게 바로 점핑이다.



2018년 라그나로크의 점핑이벤트. 3차 직업, 장비, 그외 각종 혜택이 제공되더라.


1. 점핑 이벤트, "긍정적 효과"
활기를 띄는 게임 사회..."마법"같은 유저 상승

점핑은 유례없는 혜택을 유저들에게 제공한다. 높은 레벨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 과정을 대부분 생략하게 되고, 중간중간 퀘스트나 일일이 진행해야 하는 필수 코스도 자동으로 달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라그나로크'의 경우, 중간중간 해줘야 하는 '전직 퀘스트'와 '전승'이라는 꽤 복잡한 과정을 건너 뛸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의 절약 효과가 상당하다.

그리고 서비스가 오래된 게임일수록, 과거에는 한창 활성화되었지만 이후 버려지게 되는 필연적인 '엔드 콘텐츠'들이 생겨난다. 이 또한 어느 정도 게임의 메인 흐름과 연결되기에, 캐릭터 육성 과정에서 이를 강제로 경험해야 하는 경우도 잦았다. 현재의 엔드를 즐기기 위해 과거의 엔드를 강제로 경험해야 하는 느낌이 있는 게임이 지금도 있긴 하지 않은가.

점핑은 이 부분도 생략하게 해준다. 때로는 이 과정에서 귀찮았던 파밍, 반복 노동이 사라져서 빠르게 상위 콘텐츠로 입성이 가능하다. 빠르게 상위 콘텐츠로 진입하고 싶은 초보들, 혹은 게임을 할 시간이 많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몇 주 혹은 몇 달이라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당연히 이 혜택을 놓치긴 아깝다. 그래서 그만큼 모객 효과도 뛰어나고, 그만큼 신규 유저나 복귀 유저의 유입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기존 유저들에게도 대부분 이 혜택은 비슷하게 돌아가기에, 평소에 하고 싶었던 서브 캐릭터를 육성하기엔 절호의 찬스다.



따지고 보면 1+2 레벨업도 일종의 '점핑'이벤트다. 결론적으로는 '성장 지원'이니까.

이렇게 기존 콘텐츠에 신규, 혹은 신규는 아니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체험해보려는 기존 유저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게임의 분위기가 활기를 띠게 된다. 게임사에서는 이를 통한 구체적인 지표는 거의 공개하지 않지만, 유저들이 게임을 하면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이 활성화된다.

게임 내 사회가 활기를 띠게 되는 경우는 사실 다른 이벤트로도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지만, 점핑이나 육성 지원으로 인한 활기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른 편이다. 초보자의 대거 유입 후 몇 주일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들이, 단 하루나 이틀 만에 대부분 일어나기도 한다. 상위 장비의 품귀 현상, 레이드 파티의 급증, 초행 공략 파티의 활성화 등등.

그러다 보면 커뮤니티를 통해 팁이나 정보 등이 좀 더 활발하게 공유되기도 하고, 초보 지원 혹은 복귀 유저 지원 이벤트도 같이 진행되면서 이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틀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렇게만 보면 '점핑'이벤트는 꺼져가던 불씨를 살리는 마법과도 같은 이벤트라고도 볼 수 있을 터다.



2. 점핑 이벤트, "부정적 효과"
레벨과 장비를 준다고 해서, "경험"도 넣어줄 순 없다.

점핑 등 빠른 성장, 지원 이벤트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가장 먼저 유저들에게 '사라지는 경험'을 들 수 있다. 육성 과정에서 필요한 시간이 단축되고 생략이 된 만큼, 그만큼 유저들은 해당 캐릭터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없게 된다. 이해를 위해서는 또 다른 공부가 필요하다.

물론 그 공부의 시간은 육성의 시간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그러나 그렇게 속기로 공부를 해도, 수십 차례의 전투와 던전을 경험하면서 겪은 자신만의 운용 방식, 노하우에 비견할 수는 없는 법이다. 거기다 레벨링을 하면서 배우는 간단한 팁, 기본적인 운용법조차도 건너뛰는 경우도 잦다.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당사자의 '숙련도'로 인해 게임 내에서 사회적인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이런 사례는 주변 MMORPG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캐릭터 점핑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사람들에게 높은 레벨과 어느 정도 장비가 보장된 캐릭터를 제공해줄 순 있어도, 그 캐릭터에 대한 경험을 주입해줄 순 없기에 캐릭터의 숙련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이로 인해서 유저들 사이에서조차 여러 가지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시스템적인 한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렇게 거의 치트처럼 한 번에 레벨링을 진행해버린 캐릭터는 무엇인가 '불협화음'이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으로는 메인 퀘스트에서 뻗어 나온 줄기의 '서브 퀘스트'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레벨링 도중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해결되거나 충족되던 조건이 간혹 점핑으로 안되는 경우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치면 '평판' 정도랄까?

비슷한 예로 마영전을 들 수도 있다. 마영전은 과거의 점핑 이벤트에서 직접 팔라딘/다크나이트의 변신 퀘스트를 진행해야만 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 변신 시스템은 사실상 전투에서 필수에 가까운 행위였기에,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었다. 그런데,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이 변신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NPC가 스토리 전개상 잠시 사라져버리기도 했었다. 조금 더 진행해서 유저들이 스스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하나둘씩 쌓이다 보면 그것대로 번잡해지기 마련.

제일 큰 문제는, 결국 콘텐츠의 고갈이다. 순식간에 고레벨 유저가 많아지고, 차근차근 이들이 콘텐츠를 즐기면 즐길수록 콘텐츠의 소모 속도는 굉장히 빨라지게 된다. 이를 위해서 보통 신규 콘텐츠를 준비하고 점핑 이벤트를 제공하기 마련이지만, 새롭게 넣은 콘텐츠 역시 1부터 육성하게 되는 평소보다 배는 빠르게 유저들이 접근하고 소모하게 된다. 토끼공듀가 얼마나 빠르게 등장할지는 감이 잘 안잡힐 정도다.

그리고 상위 콘텐츠 유저가 늘어나는 만큼, 자연스럽게 게임에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오게 된다. 골드, 혹은 스펙 등등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고, 게임 내 전체 경제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수많은 유저들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는 MMORPG에서는 이는 거의 대격변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큰 변화다.

게다가 이런 문제는 단기간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된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는 미래가 되어봐야 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3. 문제를 감수할 만한, 효과가 끝내주는 "점핑" 이벤트.
수년간 개선된 이벤트, 온라인 게임에 '활기'를 불어넣다.

점핑 시스템은 꽤 오래전에 등장한 지원책이자 이벤트다. 그러다 보니 수년 동안 진행되면서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했고, 이를 고쳐나가곤 했다.

레벨을 단번에 올려주기보다는 차근차근 빠르게 레벨업을 진행하게 만들어 간접적 점핑으로 캐릭터의 숙련도를 올린다던가, 서버를 따로 분리해서 점핑부터 케어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필요한 퀘스트는 자동으로 완료되고, 장비도 스스로 다 입혀지도록 세팅해둔다. 이제 사실상 발생하는 문제는 '사회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던전앤파이터는 '점핑' 서버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오랜 개선의 결과다.

다른 몇 가지 이벤트들도 장단점이 생기지만, '점핑'이란 이벤트는 언제나 남들보다 더 큰 딜레마에 빠져있다. 바로 "너무 줘도 문제, 안 줘도 문제"라는 기묘한 선상에 놓여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에서 유저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은 보상, 쌓아올린 경험들은 클릭 한 번으로 모두에게 주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 기존 유저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부분이 그 부분이다.

그렇다고 무의미한 보상을 제공하면, 결국 초보와 고수의 간극을 줄이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다. 실제로도 폭발적인 지원이라고 나와있지만, 막상 받아보면 별 쓸모가 없는 경우도 있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점핑의 보상은 모두가 납득해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이 기준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참 어려운 문제다.

게다가 유저들은 점핑을 하더라도, 상위 콘텐츠에 도달하더라도 그들이 해야 할 '숙제'와 같은 작업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점핑을 하고 처음에는 모른다. 조금씩 게임을 이해하면서, 어느 순간 자신에게 쌓인 '숙제'가 수북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정도면 간단한 편. 레이드에, 필수 서브 퀘스트에 PvP에...할 '숙제'가 많다.

다소 복잡한 문제가 후에 발생하더라도, 온라인 게임들은 이런 점핑 이벤트는 이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줄어드는 신규 유저 수, 점차 침체되는 게임 내 사회를 단숨에 폭발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거의 마법 같은 이벤트였으니까.

그리고 뒤로 발생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한 편이다. 향후 콘텐츠 업데이트를 맞추면서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을 맞추면 점핑의 나비효과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다. 또한 보상 아이템과 수요도 몇 가지 이벤트(장비 지원 등)의 조절로 대응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를 하고 대응을 하더라도, 파장이 없는 건 아니니 너무 지나치면 독이 된다.



효과가 좋지 않다면 연장할리도 없다. 진짜 효과는 끝내준다.

이제는 신규 유저나 기존 유저들에게도 모두 만족할 수 있을만한 '점핑 이벤트'들이 꽤 많이 나오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개선을 했고, 다른 게임들도 선례들을 보면서 게임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하거나 기획하여 도입하는 현상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내 온라인 게임들은, 확실히 모바일 게임보다는 다소 침체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편이다. 그런 과정에서 다시 온라인 게임이 활기를 띨 수 있는 점핑 이벤트는 개인적으로는 환영하는 이벤트다. 아직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큰 걱정은 들지 않는다. 그동안 수년에 걸쳐 개선을 이뤄온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시스템을 개선하고 적절한 보상을 심도 있게 고민한다면 '온라인'게임의 더욱 큰 활기를 찾아줄 시스템으로 확고히 자리 잡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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