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HGC 중단 '통보'...퇴장도 품위가 있어야 한다

칼럼 | 장민영 기자 | 댓글: 147개 |




연말이자 새해가 얼마 남지 않은 12월 14일. 새벽부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아껴왔던 이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새해 히어로즈 e스포츠에 대해 기대를 할 법한 시기였건만, 들려온 것은 2019년의 리그 종료 소식이었다.

팀과 프로게이머는 의도치 않은 해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히어로즈를 애정하던 해설진과 팬들 역시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몇몇 게임단은 해체를 알리기도 했고, 어떤 해설가는 SNS를 통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단순히 관계자들의 불투명한 미래보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허탈함이 느껴지는 오늘이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은, 2019년 내년부터는 히어로즈의 공식 e스포츠 리그(HGC)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히어로즈는 2014년 블리즈컨의 시범 종목으로 시작해 가능성을 보여줬고, 올해 HGC 파이널까지 5년 동안 꾸준히 글로벌 대회를 이어온 게임이다.

객관적인 지표상 다른 e스포츠 종목보다 아쉬운 점이 있기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었다. 블리자드의 다른 IP들에 비해, 경쟁 관계라 할 수 있는 타 게임들에 비해 인기도, 매출도 낮은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꾸준한 투자를 진행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공지 하나로, 하루아침에 그렇게 사라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히어로즈 팬들은 리그가 없는 내년을 받아들여야 한다. 프로게이머 및 관계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내년부터 자신을 비롯한 팀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남다른 애정으로 히어로즈 e스포츠를 중계하던 해설진도 마찬가지였다.

리그 종료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인기가 떨어지고 수익이 나지 않아서 리그를 그만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천하를 호령하고 e스포츠를 만들어낸 스타크래프트처럼, 그 뒤를 이어 거의 세계를 평정하다시피 했던 LoL까지, 시대와 인기에 따라 종목이 교체되는 e스포츠의 특성상 하나의 게임이 전통 스포츠처럼 오랫동안 이어질 수 없다는 건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줄이더라도 혹은 사라지더라도, 아쉬움과 박수 속에서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는데, 그리고 그것이 블리자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동일진데, 이번 히어로즈의 리그 중단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 있다.

시차를 두고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함으로써 관계자들과 팬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 예감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어 부득이하게 급작스럽게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 프로게이머와 게임단, 캐스터와 해설가, 방송 관계자 등 관련된 사람들과는 사전에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어야 했다. 혹 리그가 중단되더라도 그간 히어로즈를 즐겁게 플레이해왔던 유저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플레이할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떠나는 뒷모습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과거 극강의 IP를 보유하고 있던, 최고의 제국이었던 블리자드의 위상이 근래 들어 많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하락한 주가의 상태가 종종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한다. 블리즈컨 2018의 디아블로 이모탈 역시 굳건했던 블리자드의 위상을 흔드는 데 일조한 사실이다. 하락한 수익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게임과 e스포츠는, 수익을 따져야만 하는 냉정한 기업의 논리를 피할 순 없지만, 적어도 팬들은 한편으로는 하나의 작품이자 예술이자 스포츠의 모습을 일정 정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가끔 한 분야의 장인, 레전드에게 열광하는 모습은, 비단 그것의 수익성이 얼마냐를 떠나서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하고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도 스타크래프트의 예전 영상과 명장면들이 끊임없이 게시판에 올라오고, 올드팬들의 추억 서린 글들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반전이 필요한 시점에서 보여준 아름답지 못한 퇴장 모습은 블리자드와 히어로즈의 많은 팬에게 또 하나의 실망감을 안겨줄 뿐이었다. 최근 들어 많은 비판을 받는 모습을 알고 있었다면, 더더욱 아름다운 퇴장에 대해 신경 써야 하지 않았을까.

이번에 히어로즈는 선수도, 게임단도, 중계진도, 방송진도, 팬들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지 인사말 하나로 모든 것이 종결되었다. 많은 관계자와 팬들의 분노는, 중단 그 자체가 아니라 중단에 이르는 과정이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통지서와 진단서는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의 의욕과 추억을 함께 빼앗아가 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감사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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