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섭종 직전 지른 내 돈, 어떻게 안될까요?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16개 |



무언가 마가 끼었나 보다. 플레이하던 게임이 또 서비스 종료를 맞이한다. 서비스 종료까지 석 달은 남았고, 게임이 사라지는 것은 확정됐다. 결제도 막혔다. 그러다 문득 이틀 전이 생각났다. 야밤에 유료 재화가 모자라서 소액 결제를 했던 그 기억이 말이다. 5,500원. 커피 한 잔 정도의 가격이지만, 드는 생각은 하나다. '이틀 전 결제? 아깝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그렇다면 서비스 종료가 공표되기 직전에 내가 지른 돈은 받을 수 있을까?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게임사 마음에 따라 다르다'는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 포화에 가까울 정도로 게임이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환불 시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수 많은 게임이 쏟아진다는 사실은 곧, 많은 게임이 서비스 종료를 맞이한다는 말과도 같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많은 게임이 사라지고 서비스 종료 공지를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 종료 공지를 살펴보면, 서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정위가 2017년 10월 27일 제정한 '모바일게임 표준약관'이 존재하고 있어서다.

'모바일게임 표준약관'은 서비스 종료 30일 전에 서비스 중단 또는 회원에게 불리한 약관의 변경을 공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 '남은 유료아이템'을 문체부의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에 따라 환급하게 했다. 즉, 미리 공지하고 남은 유료 아이템은 환급하라는 의미다. 환급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 산출 공식, 기준도 마련되어 있다. 환급규정이 신설되면서 이후 서비스 종료를 하는 게임들은 대략 해당 공식에 따라서 금액을 산정하고, 환불을 진행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제정한 표준약관 이후,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표준 약관이 공개된 10월 26일경부터 2019년 1월 17일까지 30개 이상의 게임들을 종료일, 일정을 직접 조사한 결과 답을 알 수 있었다.



▲ 표준계약서가 발효된 2018년 10월 27일부터 현재까지 서비스 종료 게임들의 요약

조사 결과, 게임 대부분이 '30일 전 공지'라는 조건을 지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1개월 기준으로 제공되는 월정액 상품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결제 서비스를 중지하고 환불을 진행한다.

공지부터 실제 서비스 종료까지 가장 기간이 촉박했던 게임은 3일이긴 했으나, 수익모델이 미미했고 그마저도 전액 환불을 진행하며 문제가 될 여지를 없앴다. 16일, 13일 등을 기록한 게임은 해외 게임을 퍼블리싱한 경우였다. 어찌 됐든 간에 대부분의 게임사가 표준약관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일견 '잘' 지켜지는 것으로 보이는 표준약관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 측면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 환불 기준이 사용하지 않았거나 사용기간이 남아있는 유료아이템이라는 것이다.

환불 기준에 구체적인 기간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임마다 다른 방식으로 환불을 시도하는 것으로 연결됐다. 가장 많은 것을 차지하는 유형은 '서비스 시작 이후 종료 시점까지 결제분 중, 남아있는 유료 재화를 환불'하는 선택지다. (해당 표의 잔여 표기)

구체적인 기간이 설정되지 않았기에 기준의 결제 시점은 게임마다 달라진다. 어떤 게임은 3개월 결제 기준 잔여분을 환불하며, 또 다른 게임은 1개월 동안의 결제 중 잔여분만 환불 대상이 된다. 그런가 하면, 기간 기준은 따로 정하지 않고 일정 금액 이상 재화를 소유한 사람만 환불한다고 공지한 게임사도 있다.

서비스 종료 공지 이후 결제를 막으면 그나마 다행인 편이다. 공지 이후 약 1개월 동안 유료 결제는 가능한 케이스도 있었다. 12월 말 서비스 종료 공지를 하면서, 유료 결제는 다음 해 1월 24일부로 중단된다고 확정한 게임도 있다. 서비스 종료는 할 것인데, 결제는 1개월간 열어둔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구체적이지 않은 환불 기간 설정은 서비스 종료를 맞이하며 구체적인 환불 기간을 명시하지 않는 형태로 정착된 것처럼 보인다. 표준 약관에 따라서 유료 재화의 개별 금액은 설정되었으나, 환불 기준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는 알 수 없다. 환불 또한 잔여 재화로 설정되어 있으니, 결제 후 바로 재화를 소비한 사람들은 보호받지 못한다. 결제와 종료 공지의 기간이 줄어들수록 소비자는 이 과정에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이처럼 서비스 종료 직전 과금 때문에 발생한 불만은 갑작스레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미 2015년 유료 이벤트 직후 서비스 종료를 공지한 '뿌요뿌요 퀘스트'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기준으로 따지자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서비스 종료 30일 전에 공지했고 잔여 재화도 환불했다. 최소한의 지킬 것은 지킨 셈이었으니, 종료 직전 뽑기 이벤트를 진행했다는 도의적인 책임만이 남는다.

심지어 당시 서비스 종료는 3개월 정도 전에 공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4년이 지난 현재, 다수의 게임은 약 30일 전에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고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공지부터 서비스 종료까지 기간은 오히려 더 줄어든 셈이다.

공정위의 표준약관에서 더 나아간 '먹튀 방지법'이 발의되었지만, 이마저도 한계는 존재한다. 우선 아직도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라는 점. 그리고 사전 공지 기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 환불 기간에 관한 기준이 없다는 점. 위반하더라도 과태료가 현행대로 1천만 원 이하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고 이를 어겨도 과태료가 미미한 효과를 가져오리라는 것은 쉬이 예상할 수 있다. 이용자 보호라는 측면은 가질 수 있겠으나,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어려움이 있다.




물론, 현실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하면서 법안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은 어쩔 수 없긴 하다. 그러나 현실을 바라보고, 논의를 거쳐 효과적인 정책을 제안 및 발의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임은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지금처럼 단순히 사전 공지만으로 이용자 보호를 논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현실과 괴리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책이 필요할 것이다.

구체적인 환불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게임사마다 환불 기준점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바꿔나가기 위해서 무언가 기준점이 될 수 있을 만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성에 의해서 결제를 진행하고, 바로 재화를 소비하는 현실을 법안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기간과 금액 등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겠으나, 적어도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서비스 종료 직전 결제로 뒤통수를 맞는 사람들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동시에 이 과정에서 조금씩 깎여나가는 게임사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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