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바일게임의 탈(脫) 구글, '자체 서비스'는 가능할까?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3개 |
최근 서비스에 큰 난항을 겪은 게임이 있다. 정식 오픈 이후 서버 문제와 클라이언트 문제로 한차례 난리를 겪고, 결국 다시 오픈 베타로 돌아가 정식 서비스를 미룬 게임, '라스트 오리진'이다. 전무후무한 결정이긴 했지만 유저들의 동향도 나쁘지 않았고, 결국 지난 2월 15일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해 무사히 테스트를 종료하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오픈 베타 테스트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라스트 오리진은 성인용 게임인데,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인 구글 플레이의 심사에서도 반려당해 클라이언트 배포가 늦어졌다. 개발사에서는 공식 카페를 통해 클라이언트를 배포하려고 했지만,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을 인증도 없이 배포할 순 없으니까. 결국 심사를 통과해 클라이언트의 배포가 이뤄졌고, 오픈베타 테스트도 마치고 이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심사도 힘들고 배포도 힘들다면, 차라리 포트나이트처럼 개발사에서 '직접' 클라이언트를 배포하고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하는 의문이다. 마켓에서 벗어나 자체 서비스를 시작하는거다. 특히나 성인용 게임은 더욱 그렇다. 애초에 성인용 콘텐츠 자체가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 배포될 수가 없다. 그래서 웹툰 플랫폼은 따로 인증을 거쳐 '성인용 클라이언트'를 배포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다.

이렇게 마켓에 입점을 포기하게 될만한 메리트는 결코 적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마켓에 입점하지 않아서 포기하게 되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이미 사례가 생긴 만큼, 개발사들도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선택지이지 않을까?


자체 서비스와 배포, 무슨 이점이 있을까?
매출대비 높은 이익률, 업데이트의 빠른 대응 등 서비스 조율 완화

일단 마켓에 입점하지 않고 자체 서비스와 배포를 하게 되면서 생기는 가장 큰 장점은 매출 비중의 변화다. 기존에는 구글 등 플랫폼과 수익을 배분해야 했지만, 마켓에 입점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수수료가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순이익'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 이런 플랫폼에 입점하게 되어서 유저의 결제 대금 중 겨우 절반만 개발사에서 받는 상황도 있었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이 수익을 제대로 얻지 못해 힘든시기를 보낸적도 많았다. 추가적으로, 이런 결제 시스템에서 가장 크게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인 환불 시스템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포트나이트는 구글플레이를 떠나 자체적으로 클라이언트를 배포한다.

두 번째는 업데이트나 오류 수정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부 심사를 한차례 거쳐서 올라가게 되는 마켓의 특성상,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을 때 개발사의 대응이 빨라고 클라이언트의 배포는 다소 느려질 수 있다. 각 마켓마다 이런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두긴 했지만, 횟수에 제한이 존재한다.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하게 되면, 업데이트 클라이언트의 배포와 대응이 매우 용이해진다. 언제든지 개발사에서 필요한 시기에 새 버전의 클라이언트나 업데이트를 적용할 수 있다. 발견한 버그나 제보에 대해서 보다 민첩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언제든지 원하는 타이밍, 원하는 날짜에 맞춰서 게임을 출시할 수 있으므로 프로모션 일정이나 홍보에 대한 일정 조율도 능동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제3자 마켓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부담 없이' 고민해볼 수 있게 된다. 대표적으로 '아덴'이 3자 마켓을 통해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구글 플레이에 비해 3자 마켓은 노출이나 홍보에서 다소 메리트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혜택"을 주는 것도 적지 않은 편이니까. 오히려 구글 플레이를 이용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혜택과 이점을 제공받을 수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국내 원스토어에서는 지난해 기본 수수료 20% 수준으로 인하했고, 외부 간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판매 수수료를 5%만 받는다는 정책을 내놓으며 좀 더 친 개발사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또한 갤럭시 앱스와의 연계를 스마트폰에 기본 내장을 하는 방법이나 하드웨어 업체의 자체 마켓 '독점'을 이용해보는 걸 부담 없이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마켓에 입점하면 생기는 장점은?
거대한 마켓이 가지는 '모객'의 이점, 글로벌, 개발까지...

이렇게 마켓에 들어가지 않아서 생기는 단점, 즉 마켓에 입점하면서 생기는 장점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마켓에 들어가지 않으면 마켓의 장점을 모두 포기하게 되는 셈이니, 단점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일단 OS 제조업체인 만큼 기본적으로 구글 플레이 마켓을 많은 유저들이 접근해 사용하게 되며, 아무래도 이 거대한 마켓만큼이나 게임을 노출하기 좋은 장소는 없다.

치열한 경쟁을 감안하더라도, 구글 피처드에 등재되는 순간 게임의 설치율과 리텐션이 급격히 상승한다. 간단히 말해 유저들이 앱을 많이 설치하고, 많은 유저들이 설치한 후 게임을 즐기는 비율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이는 이미 수많은 자료가 나와서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리텐션은 게임의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지표로서, 이 부분이 마켓 노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게임의 완성도가 아무리 잘 확보가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모객이 되지 않으면 매출을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이런 피처드와 같은 '홍보수단'은 리텐션과 설치율, 다운로드 수치 등 게임 서비스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많은 부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애플또한 이정도로 다운로드 증가율을 보인다. 그만큼 피처드는 중요하다.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2018년 11,12월호)

결국 '홍보'와 '배포'에 있어서 대형 마켓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점을 제공한다. 이런 이점을 포기할 수 있던 게임은, 자체적으로 수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한 '포트나이트'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혹은 대규모로 유저들을 '이미 확보한 게임' 정도만이 이런 탈 구글이 가능하지 않을까. 수많은 이용자는, 결국 플랫폼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으니까.

OS 개발자이자 개발킷 배포를 직접 구글에서 하고 있으므로, 앱 개발상에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창구도 생기게 되며 이러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개발적인 이점도 존재한다. 또한 마지막 마켓 심의 과정에서 테스트가 진행될 때 게임의 문제나 오류를 발견해 미리 대응할 수도 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그리고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어지는 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자체적으로 앱을 개발하고 배포해야 할 때, 3자 마켓을 통하지 않는 이상 게임위에 반드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와 같은 마켓에 앱을 출품할 때, 마켓이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의 자격이 있다면 마켓을 통해 출시하는 앱들은 따로 자율 심사로도 출시가 가능하게 된다. 이는 중소개발사들에게 상당히 부담과 복잡한 과정을 줄 수 있는 심의를 생략하는 과정이므로,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바로 글로벌 출시의 장점이다.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마켓과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고, 앱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장치도 이미 충분히 마련되어있다. 사실상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게임이라면,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 입점하게 되면 얻는 이점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마켓에 입점하지 않으면 위에서 서술한 장점들을 대부분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아직은 먼 미래인 '탈 마켓'
성인용 게임은 고려해볼만하지만..."아직은 멀었다"

태생적으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OS까지 모두 관리하는 애플은 제외하고, 자유로운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는 어느 정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 특히 구글 플레이의 앱들은 오픈소스 기반의 안드로이드 OS 환경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PC 운영체제로 치면 치면 리눅스에 가깝다.

대신 구글 플레이의 '실질적인 생태계'의 구조 자체는 PC 게임 시장, 윈도우 OS와 매우 비슷하다. 실질적인 OS의 관리와 생태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구축하지만 관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는 전 세계의 다양한 업체에서 제작하고 있다. 구글 역시 구글 플레이와 안드로이드 OS 업그레이드 및 개선은 직접 맡아서 하고 있다.

반면에 하드웨어는 삼성, LG, 노키아, 화웨이, 샤오미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업체에서 생산되며, 관련 소프트웨어는 더 많은 업체들이 참여해 제작한다. 이런 소프트웨어의 배포 자체를 애플처럼 금지하지도 않는다. 애플과 달리 구글은 상당히 자유로운 생태계를 보장하는 게 특징이자 장점이다.

구글 플레이가 없어도 중국처럼 제3자 마켓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생태계를 구축하는 걸 보면, PC 온라인 시장과 매우 유사한 구조처럼 보인다. 모바일도, 특히나 안드로이드 기반의 환경도 이런 '탈 마켓'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는 않을까? 모바일에서도 PC처럼 다양한 마켓과 선택지가 존재하는 세상 말이다.



'라스트 오리진'은 구글플레이에도 테스트버전이 반려당하기도 했다.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탈 마켓'의 고민은 일반적인 콘텐츠보다는 성인 전용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들에 한해 생각해볼 만한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노골적인 성인용 콘텐츠는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입점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웹툰 플랫폼은 간혹 성인 인증을 마친 후 QR코드나 링크를 통해 성인 전용 APK를 배포하기도 한다.

최근 구글 플레이는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의 자격을 얻었지만, 아직 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되지는 않았다. 라스트 오리진 역시 성인 인증 없이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는 문제가 있었고, 구글 플레이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수정을 하고 있는 상태다.

성인용 콘텐츠는 언제나 민감한 주제로 다뤄져왔다. 애초에 이런 성인용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직접 심의를 받고 성인 인증 시스템을 마련하면 충분히 자체 서비스가 갖는 이점도 있지 않을까? 물론 어느 정도 화제가 되어 유저풀을 확보했다는 판단 내에서 가능할 것 같다. 유저풀이 확보되면 억지로 12세, 15세를 적용할 것 없이 마음껏 개발해서 제공하면 되니까.



심의 후 자체서비스라면, 삽화를 수정할일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탈 마켓'의 움직임 자체는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 등 마켓이 가진 압도적인 유저풀과 메리트가 크다. 지난해 11월 한국콘텐츠 진흥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봐도, 포트나이트와 같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고서야 사실상 '탈 구글'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사실상 중국과 같이 수많은 마켓들이 서로 경쟁하는 시점에서야 스스로 서비스를 결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 자체는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삼성도 갤럭시 앱스를 통해서 자체적으로 자사의 기기에 앱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마련하고 있다. 과거 노키아는 오피 스토어라는 자체 마켓을 준비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실패를 맛보았지만 윈도우 OS를 스마트폰으로 옮기면서 마켓 점유율을 분산하려는 시도를 보여줬다.

아직은 구글 플레이를 떠나 국내에서 따로 심의를 받아 서비스를 진행하는 안드로이드 OS 기반 게임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구글 플레이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앞서서 말한 것처럼 계속해서 시도가 이뤄진다면 미래는 다를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먼 미래의 일로 보이지만, 언젠가 이런 스토어를 거치지 않고도 유저를 모집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면 모바일 게임에서도 PC와 같은 자유로운 생태계와 환경이 마련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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