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구글, '스트리밍 서비스'로 게임 체인저가 되다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16개 |



바둑에서 천원(天元)이라는 점이 있습니다. 바둑판 전체 361개의 점 중에서 한가운데. 천원은 바둑판 전체를 통틀어서도 중앙에 자리하여 광활한 영토를 관망하는 곳이자, 미래를 내다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주로 수 싸움이 이루어지는 자리와 떨어져 있는데다, 중앙에서의 싸움은 먼 미래의 일이기에, 바둑에서 천원이라는 지점은 무언가 있어 보일 것 같은 이름, 느낌과는 별개로 치부됩니다. 잘 활용하면 나중에서야 의미가 있겠지만, 실제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곳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변수를 계산해야 하기에 알파고가 아니고서야 첫수를 천원에 두는 경우는 거의 없기도 합니다.

이번 GDC 2019에서 구글 키노트가 보여준 느낌이 딱 이러했습니다. 이미 루머나 징조로 예상되었던 것 그대로 진행됐지만, 매우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는 점. 그리고 구글이 충분한 준비를 거치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은 점쳐지는데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발걸음에 가깝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당장 연내에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서비스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코 앞으로 변화가 다가왔습니다.

이번 구글 키노트에서 공개된 '스태디아(STADIA)'의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구글은 바둑으로 치자면 한가운데에 첫수를 뒀습니다. 그리고 게임 업계라는 바둑판 전체를 관망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어디로든 뻗어 나갈 수 있는 확장이라는 개념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모습입니다.


게임에 있어 플랫폼의 확장은 곧, 플랫폼별로 나뉘던 게임들의 벽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글은 키노트를 통해 이렇게 외칩니다. "기기의 제한, 성능의 제한. 그리고 시간의 제한은 이제 무의미하다"고 말이죠. 기존 게임 플레이의 종언을 고한 행위이자, 게임 서비스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셈입니다.

물론, 클라우드 게이밍이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어색한 개념은 아닙니다. 이미 게임을 제외한 영화, 음악 등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과거 해당 사업 모델을 시도한 업체들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당장 5G의 상용화를 앞둔 시점입니다. 앞으로 통신 속도가 빨라질 것은 분명하니, 지연율과 같은 태생적인 한계가 극복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새로운 개념도 아니고. 구체적인 서비스 방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이번 '스태디아' 입니다. 혹자는 '별로 놀랍지 않은데?'라고 반응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준비해서 사업을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흥분감과 기대를 던지고 싶습니다.




구글은 이제 국제적인 통신망과 서비스, 플랫폼을 갖춘 회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데이터 센터도 매우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고, 모바일 환경에서는 구글 플레이라는 지배적인 플랫폼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게다가 유튜브라는 동영상 플랫폼, 영상 스트리밍 등 매우 많은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AI 기술 면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이번 '스태디아'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활용하는 정책을 보여줍니다.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이제 압도적으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구글은 기기가 아닌 서비스에 집중합니다. 동시에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 센터를 '플랫폼'으로 사용한다는 정책을 펼칩니다. 그리고 개발자들에게 '한계 때문에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압도적인 성능과 통신망을 갖춘 데이터 센터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퀄리티의 게임을 현실과 타협하며 만들 필요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머신 러닝 기술 등 다양한 지원책도 갖췄죠.

더불어, 수많은 협력사. 그리고 유튜브를 비롯한 모든 소셜 미디어가 판매 창구가 될 수 있음도 강조합니다. 게이밍 환경은 물론이고 그간 게임의 유통 과정에도 변화를 줄 것이란 설명입니다. 키노트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게이밍 환경의 새로운 세대(New Generatiton), 진화가 이뤄질 것은 자명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구글의 이러한 자신감은 자신들만이 실현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통신, 플랫폼, 서비스 모두를 갖춘 구글이기에 현실적인 사업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개념적으로야 이미 몇년 전부터 나왔던 것이지만, 구글이기에 성공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기도 하며 설득력을 갖습니다.

다른 회사라면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걸렸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당장 통신 인프라와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데에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이 뻔하니까요. 그러므로 이번 발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임에도 매우 큰 무게를 갖습니다.

게임 환경의 변화. 그리고 유통의 변화. 게임 플레이어라는 개념의 변화까지. 구글은 이제 판을 깔아두고 자신들이 가장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강렬한 무게감으로 모든 개념을 사정권에 둡니다. 크로스 플레이, 소통, 개발의 용이함 등 갖출 것은 다 갖췄다는 자신감입니다. 이는 곧,

"우리가 이제 새 판을 짰다. 모든 벽을 허물 것이다. 들어올 테면 들어와라!"

라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당장 생각해보면 실질적인 벽이 무너지며 위협받는 회사들이 생길 것이 분명합니다. 콘솔 시장에서는 플랫폼의 벽을 꾸준히 덜어내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큰 위협을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독점작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갖추지 못했기에, PS4나 닌텐도처럼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가장 적은 것이 현실이니까요. 경쟁에서 패배한다면 구글이 제시한 생태계, 플랫폼 아래로 들어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닌텐도와 소니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시험대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기기의 제한, 플레이의 제한을 모두 없애는 생태계로 편입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독점작이 튼튼한 회사들이기에 당장은 큰 위협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먼 미래의 상황까지 보장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모바일 개발사에게는 퀄리티 있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클라우드 게이밍을 즐길 유저층과 모바일 게임의 유저층이 달라 실질적인 위협은 되지 않을 테지만, 개발 능력을 시험받는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궁극적으로는 플레이 스토어마저 스태디아의 판매 창구가 되므로, 새로운 시장성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뀌는 시장 가능성을 두고 캐주얼에만 투자할 것인지, 새로운 변화와 유저층을 포섭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것인지도 선택지가 될 겁니다.




어지됐던, 스태디아의 서비스를 기준으로 게임 플레이는 물론이고 유통망의 개념적 변화가 있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키노트에서 보여줬던 대로 유튜브 트레일러 시청 직후 게임 플레이까지 바로 이어진다면 더더욱 그렇고요.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고 나서 미국 내 대여점들이 수명을 다하기 시작한 것 같은 상황이 게임 유통에서도 벌어질 수 있을 겁니다. 게임 플레이라는 정의의 변화와 함께, 유통의 변화가 함께 오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구글이 마련한 포석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이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 것인지. 소비자, 게이머는 물론이고 게임과 연관된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당장 연내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므로, 변화는 갑작스레 찾아올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물론, 구글이 야심 차게 준비한 것 치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관망하고 주도하겠다는, 천원에 한 수를 둔 느낌의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전략적으로 구상은 좋았음에도 그저 버리는 한 수가 될 가능성은 작게나마 있습니다. 변수야 수없이 많을 테고, 구글은 한 가운데서 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새 판을 가져오면서 바둑판 중앙을 차지한 구글과 스태디아. 이들이 게임 업계라는 바둑판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그저 독특한 시도로만 남을 것인지. 앞으로 후속 주자들의 사업 전략을 눈여겨볼 시점이 왔습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조만간 매우 큰 변화가 올 것이 분명할 테니 말입니다.



▲ 구글은 이걸로 '게임 체인저'가 됐습니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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